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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노르웨이, 2025년부터 가솔린 디젤차 판매 금지

노르웨이는 북유럽에 위치한 나라로 인구는 5백만 명이 조금 안되고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과 목재, 그리고 어류 등이 풍부합니다. 한때 이웃한 스웨덴에 기가 눌려 살던 노르웨이인들이지만 지금은 엄청난 자원과 경제력을 앞세워 경제 규모에서 스웨덴을 넘어서기도 했죠. 

과거엔 바이킹으로 유명한 곳이었는데요.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하기 500년 전에 이미 캐나다 해안에 발을 내디뎠던 진정한 의미의 신대륙 발견자들이기도 했습니다. 그 선조들의 피를 이어받은 세계적인 탐험가 아문센이 바로 노르웨이인이었죠.


노르웨이 풍경 /사진=픽사베이

그런데 요즘 노르웨이 하면 유럽에선 석유도, 바이킹도 아닌 전기자동차의 나라로 더 많은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 독일 매니저매거진은 놀랄 만한 노르웨이의 소식 하나를 전했는데요. 앞으로 9년 뒤, 그러니까 2025년부터는 가솔린과 디젤 자동차의 신규 등록을 더는 허용하지 않을 것이란 내용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엔진을 얹은 전통적 방식의 자동차는 2025년부터는 노르웨이에서 더 이상 팔릴 수 없게 된다는 얘기인데 '과연 그게 가능하기는 한 걸까?' 하는 의문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정부는 이 계획을 반드시 실천해 노르웨이 전체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겠다며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고 합니다.


배출가스 제로 차량에게 부여되는 EL 번호판을 단 전기차 / 사진=위키피디아


오래전부터 전기차 시대를 준비한 나라

그러고 보면 노르웨이는 1990년 이전부터 전기차와 관련한 정책을 본격적으로 펼쳤습니다. 대부분이 전기차에 대한 관심과 기본적인 개념조차 없던 시절부터 미래를 준비했단 건데요. 25%나 되는 부가세의 부담을 한시적이긴 하지만 없애 전기차 구매에 도움을 주고 있고, 공용주차장 무료 이용에 전기 충전까지. 거기다 영구적으로 전기차의 버스 전용차로 이용 등, 전기차 활성화를 위해 종합선물세트 같은 혜택을 노르웨이 정부는 제공하고 있습니다. 


버스전용차로를 주행 중인 전기차 닛산 리프 / 사진=노르웨이 전기차 협회

그런데 노르웨이 정부는 승용차뿐만 아니라 작은 버스나 영업용 밴 등도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로만 등록이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합니다. 더 나아가, 선박 이용률이 굉장히 높은 나라답게 아예 배들 또한 전기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항구마다 선박용 전기 충전소를 설치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바이오연료 사용도 전 선박의 40% 수준까지 끌어올린다는 계획입니다.

정말이지 작심을 하고 전기차, 혹은 수소연료전지차의 시대를 열 모양입니다. 이런 정부의 의지가 효과를 발휘하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현재 노르웨이에 등록된 차량의 1/4이 전기 혹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고 이런 차량의 등록은 매년 높은 폭으로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작년 한 해에만 4만 대 가까운 전기차가 팔렸고 폴크스바겐 E-골프가 닛산 리프와 테슬라 모델 S 등 기존의 강자들을 따돌리고 2015년 판매 1위를 차지하기도 했습니다. 기아자동차도 쏘울 전기차를 작년에 노르웨이에서 신차 기준 866대를 팔며 경쟁에 합류했고 40여 종 이상의 전기차들이 노르웨이 시장에서 경쟁을 펼치고 있습니다.


노르웨이 전기차(플러그인 포함) 연도별 등록 현황 / 표=위키피디아


점점 확대되는 반엔진 분위기

일단 노르웨이 국민들이 이런 정부의 강력한 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차 정책에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인센티브에 대한 일부의 불만, 또 전기차의 버스전용차로 이용에 따른 차로 정체, 특히 엔진에 대한 오랜 애정과 내성을 짧은 기간 안에 거둬낼 수 있을지 등이 해결과제이자 관심거리인데요.

그런데 엔진의 나라라고 할 수 있는 독일의 녹색당도 노르웨이의 영향을 받았는지 2036년부터는 독일에서도 내연기관 없는 자동차만 판매할 수 있게 하자는 공약을 내걸었습니다. 사실 유럽연합 차원에서 내연기관의 퇴출은 오래전부터 얘기되어 오던 부분입니다. 2050년을 그 원년으로 이야기가 되기도 했고, 현재도 이 내용은 계속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비록 미국의 캘리포니아 주는 2030년부터 엔진 차량 등록을 금지하겠다는 법안을 준비했다 실패를 하긴 했지만 언제든 이 문제는 머슬카의 나라 미국에서 다시 표면화될 것입니다. 그리고 그 논의는 계속 힘을 얻어 갈 것이고요. 이처럼 유럽과 북미 등에서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에 초점을 맞추는 이유는 역시 배출가스와 직접적 관련이 있습니다.


2015년 노르웨이 전기차 판매 1위를 차지한 E-골프 / 사진=폴크스바겐

가솔린의 높은 이산화탄소 배출량, 디젤의 인체에 유해한 질소산화물 배출 등이 강력한 환경보호 정책에 부딪혀 힘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죠. 물론 당장 이런 흐름이 대세가 되긴 어렵겠지만 시나브로 힘을 얻어 갈 것이란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도 이런 세상의 변화를 관심을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과연 자동차의 상징과도 같던 엔진의 시대가 완전히 사라질 수 있을지 말이죠. 그리고 그 변화의 성패는 노르웨이에서 먼저 확인할 수 있을 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