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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블로거가 자동차 전문기자에게 물었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 때 많은 분들을 만났습니다. 그 중에는 자동차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들어 봤을 온라인 자동차 전문 매체 '모터그래프'의 기자분들도 있었는데요. 오늘은 그 매체를 이끌고(?) 있는 김한용 기자와 나눈 이야기를 소개할까 합니다. 매 번 저를 인터뷰하고 싶다고 하셨는데 이렇게 제가 오히려 기자를 역인터뷰하고 말았네요.


마침 방문 때가 월요일 점심 직전이라 사무실에선 막 전쟁같은 회의가 끝난 상황이었죠. 진지한 상황이라 괜히 제 방문이 분위기를 깨는 건 아닌가 순간 미안한 마음까지 들더군요. 어쨌든 함께 점심을 먹고 사무실로 돌아와 김한용 기자와 여러 얘기를 나눴습니다. 인터뷰 후엔  멋진 포르쉐도 시승할 수 있는 기회까지 얻었는데요. 어떤 이야기를 묻고, 어떻게 답했는지 확인해보시죠.


회사 입구에 세워진 짱짱한 자동차들. 안으로 들어 갔더니 생각 보다 많은 분들이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조만간 사무실을 더 넓은 곳으로 옮길 예정이라고. 사진=스케치북



스케치북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시작부터 좀 강한 질문이 될 거 같은데요. 자동차 기자, 혹은 전문기자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주시죠. 

김기자 : 자동차 전문기자는 일간지 보다는 전문 매체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주로 일컫습니다. 사실 일간지 등을 보면 의학전문기자, 과학전문기자는 있어도 자동차 전문기자는 보기가 쉽지 않죠. 자칫 '니까짓 게 뭔데' 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기 때문에 부담되기도 하고요. 어쨌든 신문사는 윤전기가 있고, 잡지사는 인쇄된 잡지가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인터넷을 통해 누구나 매체를 만들고 그 안에서 일하는 시대가 됐죠.


그래서 "나 기자할래~" 이러면 기자 되는 겁니다. (웃음) 그래서 이제 기자는, 되기 위해 노력하는 자리가 아니라 되고나서 노력하는 자리가 되었다 싶어요. 기자 생활을 해나가면서 배워가는 그런 환경이 된 것이죠. 자기 이름 걸고 하는 일이기에 잘했든 못했든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도 기자, 특히 자동차 전문기자의 특징이 아닌가 싶습니다. 계급장 떼고 치열하게 싸우는 구조라 살아남는 자가 이기는 그런 환경에서 일하고 있다고 보시면 될 거 같네요.



스케치북 : 어떤 일을 주로 하세요? 아무래도 독자들은 시승기에 관심이 많으니 그게 제일 중요할 거 같은데...

김기자 : 시승기 중요하죠. 포털 같은 곳 메인에 노출되니 뺄 수도 없고요. 하지만 시승기를 잘 쓴다는 건 솔직히 우리 입장에선 큰 의미 없다 봅니다. 뭔가  흐름에 영향을 끼치는 것이 저희 입장에선 더 의미 있고 중요한 것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제조사가 안전에 대해 소홀했는데 그걸 이슈화한다거나, 연비에 대한 문제점을 파악해 개선을 이끈다거나, 아니면 어떤 제도가 개선되는 계기를 만드는 것 등이 그렇습니다.


이런 관점에서 보면 시승기는 지엽적인 것일 뿐이에요. 객관적 평가라기 보다는 차를 탄 후 느낀 감상을 적는 의미라서 사회적 파장은 거의 없습니다. 안 할 순 없지만 저희 업무의 메인은 아니다. 이렇게 정리가 되겠군요.



스케치북 : 김 기자님은 현대 기아차에 대해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네요. 비판도 서슴없이 하던데. (웃음)

김기자 : 세상 일이란 게 동전의 양면같은 거겠죠. 현대차도 좋은 점이 있으면 나쁜 점이 있습니다. 좋은 점은 좋다고 말해야 하고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해야죠. 그런데 지금 언론 분이기는 좋은 점 위주로 이야기하고 나쁜 점은 이야기를 잘 안 하는 거 같습니다.


칭찬과 비판을 동시에 하는 건 자동차 매체 입장에선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그런데 독자분들 중에는 "현대차 그렇게 까더니 이번에 되게 빨아주네?" 라고 말하는 분들이 계십니다. 변절자가 된 기분이 들 때도 있는데, 하지만 그런 거 아니라고 분명히 말씀 드리고 싶어요.


 

스케치북 : 가끔 어느 특정 언론이 특정 브랜드를 심하게 비판하는 걸 보게 됩니다. 숨은 의도가 있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죠. 그 반대로 너무 칭찬만 해서 어떤 댓가를 받은 건 아닌가 싶을 때도 있고요. 이런 시각에 어떻게 생각하세요?

김기자 : 사실 뭔가 받고 쓰는 글은 티가 납니다. 아예 비용을 내고 집행하는 기획기사들도 있고요. 그런 기획기사는 독자들도 다 알고 읽죠. 그런데 아무리 봐도 메인에 노출시킬 만한 내용이 아닌 기획기사의 경우는 내부적으로 조절을 하는 편이에요. 완전히 이런 분위기에서 자유로울 순 없겠지만 우리의 기본적인 태도나 방향성까지 무너뜨리며 그런 작업은 하지 않습니다.


솔직히 어떤 브랜드에서 돈을 얼마 줄 테니 우리 앞으로 좋게 써달라고 제안이 온다고 해보죠. 거기서 줘 봐야 얼마를 주겠어요? 저희 한 달 운영비가 꽤 나갑니다. 그 비용을 내주진 못하거든요. 다행스럽게도 저희는 그렇게 손 벌리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재정자립도는 좋은 편이에요.



스케치북 : 재정자립도가 좋다는 건 쓴소리도 눈치 안 보고 할 수 있다는 얘기로 들리는데...

김기자 : 네. 직접적으로 말하면 돈에 쪼들리지 않기 때문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어요. 저희 매체에서 비판적인 기사가 만약 나왔다면 재정적 여유가 나름의 역할을 했다고 봐도 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비판만 하거나 하진 않습니다. 사실 기사로 다 내보내지 못하는 내용들도 있죠. 업체와의 관계도 중요하고, 또 무엇보다 어느 브랜드를 공격하다가 그 불똥이 협력사에게 튈 수 있기 때문에 그런 점도 감안을 해야 합니다. 



회사차량인 제네시스 앞에서 포즈를 취해준 김한용 기자. 매체에서 실시한 랩핑 공모에서 당선된 내용 그대로 제네시스에 랩핑을 했다고 하네요. 화려한 겉모습에 비하면 실내는 다소 영감님스러웠다고나 할까요? 사진=스케치북



스케치북 : 국내 업체 말고 수입업체들과의 관계는 어떤가요?

김기자 : 아무래도 그들은 도전적 입장이라 기사에 적극적으로 반응을 보이고 협력해주는 부분들이 있어요. 마케팅에도 신경을 더 쓰고 그러죠. 하지만 여력이 안돼 못하는 수입사들도 많습니다. 의외라고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수입사들 돈 없는 곳 굉장히 많습니다. 출장 여러 명 보낼 것도 한 명 겨우 보내고 그러거든요. 



스케치북 : 화려하게만 생각했는데 그런 게 아닌가 보군요.

김기자 : 잘 나가는 곳은 엄청 잘 나가지만 그런 몇몇 곳을 제외하면 영세한 곳들이 대부분이고 홍보에 힘을 쏟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일단 무엇보다 수입사들이 본사로부터 차를 사올 때 가격이 너무 비싸요. 판매가의 50% 정도로 사올 수만 있어도 마진도 넉넉하게 남기고 홍보나 서비스 등에도 더 신경을 쓸 텐데 그렇지가 못하죠. 


왜 한국에서 돈 벌어 기부도 제대로 안 하냐는 비판들이 있는데, 하고 싶어도 못하는 경우들이 많은 거죠. 딜러들은 대게 요즘 6% 전후로 마진을 봅니다. 거기다 수입사도 법인을 운영해야죠. 돈 나갈 곳은 많은데 차 사올 때 가격은 소비자 판매가의 90% 수준이니 답이 안 나오는 겁니다. 이것 떼고 저것 떼면 마이너스인 수입차 업체들도 있어요. 이런 본사와 수입사의 구조 때문에 잘못된 차량을 교환해주는 게 쉽지 않을 때가 있는 겁니다.

 


스케치북 : 분위기를 좀 바꿔 보죠. 시승 참 많이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어떤 차가 가장 인상적이던가요?

김기자 : 포르쉐 박스터요. 박스터 987입니다. 이 작은 차가 내는 강한 힘과 폭발적인 사운드는 정말 인상적이었어요. 아무리 운전대를 꺾어대도 흐트러지지 않는 믿음을 줬습니다. 엉덩이 쪽 라인이 얼마나 예쁜지 얼굴을 대고 있을 정도였다니까요. (웃음) 독일의 장인정신이 녹아 있는 그런 차라고 생각합니다.



스케치북 : 그렇다면 드림카는?

김기자 : 드림카가 바로 987 박스터가 됐죠. 하지만 공짜로 아무 차나 한 대 가지라고 한다면 페라리 458을 고르지 않을까요? (웃음)



포르쉐 박스터 (987) 2010년형. 사진=netcarshow.com


*포르쉐 박스터 987 스파이더 : 포르쉐가 회사의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 내놓은 2도어 로드스터. 1996년 986이란 제조명으로 첫 선을 보였고, 그 후 2세대가 987, 현재 판매되는 981이 3세대가 된다. 



스케치북 : 그렇다면 혹시 싫어하는 차가 있나요?

김기자 : 저 큰 차는 싫어합니다.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 등. 플래그십은 다 싫어요 이상하게. 뭔가 자동차의 본질에서 너무 떨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둔하기도 하고요. 또 벤틀리 컨티넨탈 GT 같은 차도 별로라고 생각해요. 플랫폼 공유해 그대로 가져와서 조금 고급스럽게 손 봐 2~3배 이상 비싸게 팔잖아요. 플랫폼 공유를 이해는 하지만 제 취향엔 안 맞아요. 


왜냐면 그 차만의 오리지널리티가 없잖습니까? 전 그거 되게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영화도 1편이 가장 재밌어요. 1편 성공하니까 엄청나게 돈 들여 2편 3편 만들지만 역시 오리지널은 1편입니다. 자동차도 그렇다고 봐요. 자신의 색깔 분명하고 기본에 충실한 그런 차를 좋아하다보니 그 반대의 경우를 싫어하게 되네요.  



스케치북 : 브랜드 취향도 있을 거 같은데요?

김기자 : 포르쉐 굉장히 좋아했는데 마칸 나오면서 실망했습니다. 박스터와 카이맨까진 오케이! 그러다 SUV 카이엔 나오면서 "이거 봐라?" 했다가 파나메라에 마칸까지. 로망이 사그라들고 말았죠. 지금은 그나마 폴크스바겐이 괜찮습니다. 뭔가 심플하잖아요. 그런 가치가 자동차들에 계속 좀 남았음 싶은데...폴크스바겐은 그래도 다른 걸 가져다 덧붙여 비싸게 받거나 하진 않거든요. (웃음)



스케치북 : 우리나라 교통정책, 자동차 정책들 중에 개선되었음 좋겠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김기자 : 운전면허 시험 중에서 필기시험이 좀 더 강화되었음 해요. 예를 들어 고속도로 1차로는 (추월차로니까) 비워둬야죠. 또 오른쪽 차로로 추월하는 것도 안됩니다. 이런 건 가장 운전의 기본이 되는 내용이고 중요한 건데 너무 소홀하게 다뤄지는 거 같아요. 전 주관식 항목을 넣어서 자기 손으로 직접 쓰게 해서라도 이런 부분이 강조가 되었음 좋겠어요. 


신호등 말씀하셨지만, 유럽식 신호등이 저희 회사 근처에도 설치가 돼 있어요. 그런데 여기가 엉망입니다. 여기는 신호등이 유럽식 (정지선 넘어가면 안 보게 되어 있는)이니 주의 바란다는 표시라도 좀 크게 해주면 덜 헷갈릴 텐데 그런 게 없단 말이죠. 시범지역과 일반적인 신호등 체계가 뒤섞여 있다 보니 운전자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습니다. 행정과 법규 운용에도 정부가 좀 더 관심을 기울였음 합니다.



내용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습니다만, 이번 한국 방문 때 고속도로에서 만난 여러 묘한(?) 풍경들 중에 하나였습니다. 3개 차로를 화물차들이 사이좋게 나란히, 그것도 한 참을 그렇게 달려가더군요. 사진=스케치북



스케치북 : 어떠세요, 우리나라 자동차 문화나 자동차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늘었다고 보십니까?

김기자 : 옛날 보다 독자들의 편지 많이 받는 편이에요. 과거엔 1년에 한두 번 받을까였다면 요즘은 일주일에 2~3통 정도의 의견을 받습니다. 보내주는 사람들도 남녀노소 다양하고, 사연도 다양한 편입니다. 그만큼 차에 대한 욕구가 커진거라고 봅니다. 이런 분위기는 밉든 곱든 현대차가 일정부분 만든 것도 간과할 순 없을 거예요.


세계 5위권 안에 드는 판매량을 보이는 브랜드가 있다는 건 분명 큰 의미가 됩니다.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한 두개라도 따야 사람들이 더 관심을 갖지 메달 한 개도 못 따면 아무래도 관심이 떨어지겠죠? 현대가 메달권에 있다는 점은 분명 자동차에 대한 관심을 늘린 이유가 될 수 있습니다.


또 연관 산업이 크고, 관련된 종사자들도 많이 늘어났죠. 그들이 늘어난 만큼 자동차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고 봐야할 거예요. 앞으로는 지금보다 더 삶의 중요한 요소로 자동차를 보는 사람들이 많아질 겁니다. 



스케치북 : 끝으로 앞으로의 계획이나 목표가 있다면 뭔지 말씀해주세요.

김기자 : 지금 자동차는 묘한 시점에 있어요. 지난 100년 동안 큰 틀에서 변화 없이 계속 지내왔다면 지금은 전기차나 수소연료전지차 같은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화석연료를 태우는 시대가 조금씩 가고 있다고 볼 수 있는, 과도기라 할 수 있죠. 


또 고령화 시대에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분위기에 맞는 자동차 문화도 우리에겐 필요하고, 그런 점을 저희도 더 심도 있게 다루고 싶습니다. 거기다 IT와 자동차는 밀접해지고 있죠. 이런 테크놀로지 전반을 아우르는 자동차 전문 매체가 필요하다고 보는데요. IT와 미래형 자동차 시대를 모두 담아낼 수 있는 그런 매체로써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싶습니다. 



인터뷰를 끝내고...


차분하고 듣기 좋은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김 기자는 어지간해서는 싫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습니다. 사람 좋은 표정으로 웃으며 대부분 받아주었죠. 그러면서도 할 말은 다 하는 스타일이었습니다. '발빠른 김기자'라는 닉네임에 얼핏보면 안 맞아 보이기도 하지만, 그가 미래의 자동차 환경을 그리고 준비하는 부분에선 확실히 닉네임에 걸맞아 보였습니다. 


앞으로도 객관적인, 독자의 눈치 외엔 다른 것 두려워하지 않는 그런 자동차 전문기자로 활약해주길 바라겠습니다. 이제 인터뷰를 했으니, 다음엔 제가 인터뷰를 당해야 할 거 같은데요. 그 때까지 인터뷰이로 충분한 자격을 갖출 수 있도록 저 역시 열심히 여러분과 좋은 정보 공유하는데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