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관련한 글을 계속 써오면서 느끼는 것 중에 한 가지는,
우리나라의 자동차 혹은 교통 관련한 법규들이 합리적인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또한 빈구석이 참 많다는 점이었습니다.
독일과 한국에서 운전을 하며 느끼는 문화의 차이도 경험하고,
또 자동차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 운전 교육의 정도 등도
생각했던 것과 다른 것에서 오는 대비감을 부딪히며 배우고 있지만,
시스템과 그 시스템을 만드는 국가의 관심도 또한
다르다는 것 역시 느끼게 됩니다.
오늘 이야기도 그런 법규의 차이에 대한 내용이라 하겠는데요.
에어백과 관련해 '터진다 안 터진다' 등의 기본적 논란이
계속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거기다 더해 미국처럼 어드밴스드 에어백을 강제 적용해야 한다는
얘기들도 나오고 있죠. 이 부분에 대해 현대차와 정책 당국은
디파워드 보다 비싼 어드밴스드를 장착하게 되면 소비자 부담이 늘어난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 입장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다행인지 최근들어 어드밴스트 에어백을 장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어 가고 있는데요. 이런 논란은 법규정에 정해진 바가 없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유럽도 어드밴스트 에어백을 달아야 한다는 강제 규정은 없는 것으로 압니다.
그래서 제조사들 스스로 판단해 2세대 디파워드를 달기도 하고 4세대 어드밴스드를
달기도 하고 그러죠. 하지만 이런 에어백이 몇 세대가 좋느냐 하는 논의 못지 않게
중요한 것들이 또 있습니다.
에어백 관련한 법 규정 자체가 전반적으로 갖춰져 있지 않다는 점이죠.
예전에 소개를 해드렸지만, 유럽의 경우 에어백 보증기간이 '해당 차량 폐차 때까지'로
되어 있는데 비해 한국은 3년 정도로 제한돼 있습니다. 규정이 없기 때문이에요.
에어백 미전개와 관련해서도 센서를 현재 보다 더 부착하게 한다든지 하는 강제적 조항이
있다면 좋겠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이 경우 유럽은 어떤지 잘 모르겠네요. 그리고 바로 오늘
보여드릴 또 하나의 차이, '에어백 수동 잠금 장치'에 대한 규정입니다.
사진=스케치북
이 사진은 예전 유럽에 i40가 출시됐을 때 시승하며 찍은 겁니다. 아~ 시간 참 빠르네요.
예전 사진을 다시 꺼내든 이유는 에어백 때문입니다.
i40 실내. 사진=netcarshow.com
유럽에 판매되는 i40의 실내 모습인데요. 사진 우측에 노란 동그라미로 표시한 곳 보이시죠? 뭔지 아시겠어요?
크게 찍은 사진이 있어서 그걸 보여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사진=스케치북
크게 보니 잘 보이시죠?
운전자 보조석 에어백을 강제로 끄고 켤 수 있는 버튼입니다.
1열 보조석에 어린 아이를 어쩔 수 없이 태워야 하는 경우,
에어백이 터지면 오히려 더 크게 다칠 수 있기 때문에
직접 off 버튼을 눌러 에어백 전개를 방지하는 겁니다.
물론 기본적으로 1열에 아이를 태우면 안됩니다.
무조건 뒷좌석에 카시트를 장착하고 안전하게 태우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 있을 수 있는 건데요. 이럴 때를 대비해
저 장치를 달아 놓은 겁니다.
미국은 아예 어린이들용 카시트에 따라 에어백 팽창율을 달리하는
것까지 법으로 규정을 했다고 합니다만,
좀 무식하더라도 저렇게 버튼을 붙여 놓는 것도 전 좋다고 봅니다.
사진=스케치북
이건 BMW에 있는 수동 에어백 잠김 다이얼인데요.
차문을 열면 보이는 글로브박스 우측 옆에 저렇게 붙어 있습니다.
제조사에 따라 글로브박스 안에 저런 다이얼이 들어가 있는 경우도 있죠.
어쨌든 유럽에선 에어백 강제 잠금 장치가 무조건 달려 있어야 합니다. 왜?
법이 그렇게 하라고 되어 있기 때문이죠.
그러면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앞서 i40를 보여드렸으니 한국에서 팔리는 i40에도 저런 버튼이 있는지
확인을 해보면 되겠군요.
사진=현대자동차 홈페이지
현대차 홈페이지에 있는 i40 센타페시아 사진입니다. (사진 사용 좀 하겠습니다. 죄송해요)
아까 유럽 판매용 i40에 있던 에어백 잠금 버튼 자리에 내수용은 아무것도 없죠?
한국에서는 잠금 버튼이 빠져 있기 때문인데요. 왜 빠졌을까요?
법으로 정해 놓질 않아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현대차의 경우는 '앞좌석에 아이를 태우는 것은 위험하니 반드시 뒷좌석에 태우라는'
안내문으로 대신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최근엔 그나마 어드밴스드가 장착이 되는 덕에
유아시트를 센서가 감지해 보조석 에어백을 전개 못하게 하기도 합니다.
물론 센성에 의존하기 때문에 오류가 발생할 수 있긴 하죠.
다시 말씀 드리지만 어린 아이들은 앞좌석에 태우지 않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태워야 하는 상황이 있을 때를 대비해 저런 장치 하나쯤 달아 주는 게
저는 안전을 위해서 필요하지 않나 생각합니다.
사진=일장춘몽
요 사진은 더모터스타 카페 회원이신 '일장춘몽'님이 2007년식 싼타페 본인 차량에서
앞좌석 에어백 관련한 내용을 직접 찍어 보내주신 겁니다.
잘 안 보일 텐데, 앞서 말씀 드린 그 내용이에요.
현대는 내수용에 저렇게 주의 사항으로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 들어가는 수입차나 다른 회사차들도 다 '강제 잠금장치'가 없는 걸까요?
다 알 길은 없지만 있는 차들도 있고 없는 차들도 있고 그렇습니다.
(이틈을 이용해 더모터스타 카페 주소 다시 한 번 http://cafe.daum.net/themotorstar <==여기 클릭!)
사진=동물원옆
또 다른 카페 회원인 '동물원옆'님이 보내주신 본인의 볼보 차량 사진인데요.
어린이를 뒷좌석에 태우라는 경고 문구와 함께 에어백 잠금 다이얼이 있는 걸 볼 수 있습니다.
파사트 차주인 또 다른 회원분도 글로브박스 안에 저런 형태의 잠금 다이얼이 있다고 알려주셨고,
쉐보레 말리부도 잠금 버튼이 있다는 얘기를 또 한 분이 전해줬습니다.
(그런데 댓글란에 한 분이 말리부도 최근엔 없어졌다고 알려주셨네요. ㅜ.ㅜ)
(여러분의 차는 어떤지...)
이렇게 어떤 차에는 있고 어떤 차에는 없는 이유, 말씀드린 것처럼
법규가 없기 때문인데요. 이처럼 세부적으로 들어가 보니 에어백 관련한 규정이
전반적으로 빈틈이 많다는 게 확인됐습니다.
사실 제조사가 알아서 해주면 좋겠죠. 하지만 그렇게 안 하고 있잖습니까?
그러니 이럴 땐 법으로 정해버리는 겁니다. 간단해요.
하지만 이 간단해 보이는 틀을 짜는 일에 그동안 국가는 소홀했던 겁니다.
이제는 더 늦추지 말고 에어백 관련한 전반적 안전규정을
다시 세워주시기 바랍니다. 그래서 적어도 자동차 안전에 대해선
우리도 부끄럽지 않은 수준임을, 우리 국민들도 국가로부터 안전을 보장받고 있음을
느끼며 살게 해주셨음 합니다.
세월호 같은 비극이 벌어진 이유도, 이런 작은 기본, 안전에 대한 법의 적극성이
마련되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어요? 돈을 많이 버는 나라도 좋지만, 안전한 시스템이
잘 작동하는 나라가 되는 것이 국민에게 당장 필요한 일인지도 모릅니다.
이상 광복절에 드리는 포스팅이었고요. 광복의 기쁨과 의미를 되새기는
그런 하루가 되셨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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