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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전기차 트위지로 피자배달을? 한국에선 글쎄

 

혹시 트위지라고 들어 보셨나요? 르노가 만든 전기차 삼총사 (플루언스, ZOE, 트위지) 중 가장 작은 2인승 모델입니다.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판이 되었나요? 암튼 요즘 눈에 가끔 띈다 했더니 독일에서도 현재까지 2700대 정도 팔렸다고 합니다.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은 성적으로 보고 있는데요.

 

보기엔 1인승 같지만 뒤에 좌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충전구는 차 앞 쪽에 있는데요. 한 번 충전하면 대략 100km 정도를 달릴 수 있습니다. 이 차는 생각 외로 다양한 용도로 쓰이고 있더군요. 일단 기본적으로 도심의 복잡한 구간에서, 주차하기 어려운 곳 등에서 그 진가가 발휘되고 있죠. 특히 서류나 작은 물건 등을 배달하는 그런 용도로도 많이 쓰이는 모양인데, 일종의 택배 오토바이의 역할을 일부 담당한다 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도심 관광을 위한 렌터카, 또 카쉐어링 용도, 또 영국 도미노 피자는 저렇게 배달용으로 사용을 합니다. 실제로 구매자들의 60% 이상이 상용 고객이라고 하니까 이 차의 쓰임새가 어떤지 알 수 있을 거 같군요. 상황이 이러니까 르노 측에서는 나름 발빠른 대응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2인승 트위지를 개조한 배달용 트위지 트위자 카고 (TWIZY CARGO)가 선을 보였습니다.

 

원래 승객용 뒷좌석을 없애고 거기에 높이 95cm 정도에 면적 55x50cm의 작은 화물 적재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뒤에도 문이 없었는데 열고 닫는 문도 만들어졌고요. 리터로 계산하면 156리터 정도의 양을 담을 수 있는 수준입니다. 

 

길이가 2.34미터에 폭이 1.29미터 정도니까 굉장히 작은 차죠. 차라고 부르기엔 악갼 민망할 정도로 작은 모델입니다. 자투리 공간을 활용할 수 있기 때문에 복잡한 도심에서의 효용성은 충분히 있어 보입니다. 여기까지 보면서 '괜찮네~' 하신 분들 많으실 거예요. 저도 타보고 싶을 정도로 호기심이 가긴 합니다. 이렇게 관심이 갔다면 이제 가격이 궁금할 차례입니다.

 

차량은 두 종류가 있는데요. 우선 최고속도 45km/h를 낼 수 있는 게 7,980유로입니다. 우리 돈으로 바꾸면 약 1,150만 원 정도 되는군요. 최고속도 80km/h까지 낼 수 있는 상위 모델은 8,680유로 (약 1,260만 원)로 가격이 정해졌습니다. 이건 뭐 80km/h짜리를 사라고 가격을 정한 것처럼 보이네요. 어쨌든 비싸다면 비싸고 싸다면 싼 자동차(?)입니다.

 

하지만 시속 80km/h라고 한다면 비교적 멀리까지 빠르게 가야 하는 택배용으로는 좀 한계가 있지 않나 생각됩니다. 더군다나 모 독일 언론에서는 피자배달용으로 딱 좋다고 표현을 했습니다만 적어도 한국에선 보온통 달고 달리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스쿠터나 소형 오토바이와 경쟁이 되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가정용 전기를 사용한다지만 충전을 하기 위해선 거기에 맞는 주차 공간도 확보가 돼야 하는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고요.

 

또 빠른 속도로 좁은 골목골목을  누비는 '배달의 기수'들의 신기에 가까운(그러나 너무나 위험한) 신속성에 이 녀석이 버텨낼지도 의문입니다. 물론, 마케팅 용도로 트위지 카고를 이용할 수는 있을 거예요. 홍보용으로 쓰는 거죠. 빨리 배달하는 것 보다는 이미지를 배달하는 것이 더 필요한 업체들에겐 오히려 트위지 카고가 적합할 수도 있겠단 생각입니다. 거기다 스마트 포투 같은 차에 비하면 가격도 훨씬 저렴하고, 이산화 탄소 배출에서도 자유로운 부분이 있으니까요.

 

저는 트위지를 보면서 좀 엉뚱한 생각을 해봤습니다. 자주 말씀을 드립니다만, 현재 기술로는 전기의 생산 자체에서 발생하는 오염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또 충전 등의 어려움으로 발전 속도가 더딜 수 있어 보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친환경성과 인프라 구축이라는 큰 문제들을 비켜가, 오히려 우리의 일상에 빠르게 전기차의 효용성을 인식시키고, 전기차의 이미지를 일반화 하기에는 이런 트위지 같은 모델이 훨씬 낫지 않겠냐 하는 거죠.

 

새로운 트렌드가 우리가 흔히 짐작하는 순차적, 단계적 적용의 길을 가는 게 아니라, 트위지처럼 뜻밖(?)의 모델들이 많아지면서 시나브로 우리의 삶의 패턴을 바꾸거나 인식의 전환을 이끌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듭니다. 불과 몇 년 전 만해도 전기차에 전혀 관심도 없던 우리들이었죠. 하지만 세상은 트위지가 됐든 무엇이 됐든, 알게 모르게 전기차의 가치를 자꾸만 우리에게 인식시키고 있습니다. 앞으로 몇 년이 더 지났을 때 또 어떻게 발전이 되어 있을지도 모를 일이고요. 

 

그래서 산업도 문화라는 옷을 입고 세상 속으로 뛰어 드는 것이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늘쌍 새로운 시도들은 처음엔 많은 저항과 비판을 동반하죠. 그럴 때 저항의 벽을 피해, 그것도 문화라는 대중성을 입고 우리에게 다가선다면 좀 더 빨리 '새로움'이란 것이 우리의 일상 안에 안착될 수 있지 않겠나 합니다.  근데 이거 아무리 생각해도 힘이 딸리는 게 아쉬워 보이죠? 그럼 제로백(0에서 시속 100km/h까지 도달하는 시간) 6초 대의 이 컨셉카가 양산돼 나온다면 어떨요? ^^

 

(독일인들은 운전을 즐거워할까요? 한다면 몇 퍼센트나? 운전이 짜증날 때는 언제? '독일인들 운전 의식 조사 관련한 기사 링크합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한 번 보시길... http://weeple.net/weepleInt/news/selectNewsDetail.do?areaId=DEUHE01001&menu=WM01A1&artId=175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