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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수동이냐 오토냐, 기어 비교테스트 결과 보니

 

수동기어가 여전히 절대적인 (물론 차가 크고 비쌀수록 자동기어의 비중은 커집니다만) 지위를 누리고 있는 유럽에서조차, 이제는 자동기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는 분위기로 흐르고 있습니다. 과거 오토매틱 트랜스미션이라고 하면 수동기어에 비해 변속도 느리고 기름도 더 먹고, 날렵한 운전의 맛도 떨어지는 그런 시스템으로 여겨졌었는데요. 이제는 기술의 발달로 이런 단점들이 많이 사라진 상태입니다. 과연 그럴까요?

 

최근에 독일의 한 자동차 전문지가 실시한 수동기어와 자동기어의 테스트 내용이 있어서 그 결과를 공유해볼까 합니다. 비교 대상은 BMW 3시리즈 중에서 318d, 메르세데스 A 200, 티구안 2.0 TDI인데요. 과연 어떤 결과가 나왔고 어떤 평가가 내려졌는지 한 번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BMW 318d

3시리즈의 경우 독일 ZF사의 8단 자동기어가 적용이 됩니다. 독일 내에서 가격은 수동에 비해 2,150유로가 더 비싼데요. 예전부터 BMW는 수동기어야 재미가 있다는 얘기가 있어 왔습니다. 이건 제 얘기가 아니라 BMW 고향인 독일에서 일반적으로 평가하는 내용입니다. 저 역시 수동 6단의 재미에 빠져 (유압식 스티어링 휠과 후륜구동이 함께 해 더 즐거운..) 핸들을 쥘 때마다 만족스러워 하는 편입니다.

 

그런데 듀얼클러치까지 가지 않더라도 일반 오토매틱만으로도 BMW도 이제 충분히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것이 평가의 결론이었습니다. 특히 3시리즈 수동의 경우 변속이 썩 매끄럽지 못하다고 표현을 했는데요. 그에 반해 오토매틱의 경우 부드럽고 변속 시점을 정확하게 찾아 읽을 줄 알고 변속 시 충격도 덜해졌다는 좋은 평을 내렸습니다. 

 

가급 단수가 오르락 내리락하며 안정감을 잃는 다른 오토매틱에 비해 3시리즈의 자동미션은 안정감이 있다는 것이죠. 다만 가속을 하거나 신호등 출발을 할 때 수동에 비해 약간 굼뜨는 것이 단점으로 지적이 됐습니다. 여러 가지 비교를 해봤지만 이 정도의 자동미션이라면 가격 대비 가치가 충분히 있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여기서 수동과 자동의 비교 수치를 한 번 살펴보도록 하죠.

 

수동 연비 (디젤 143마력)

도심 : 리터당 18.18km / 외곽 : 리터당 26.31km / 합계 : 리터당 22.72km

 

자동 8단 연비

도심 : 리터당 18.51km / 외곽 : 리터당 25.64km / 합계 : 리터당 22.72km

 

 

100km당 연료비용

수동 : 9.20유로 

 자동 : 9.34유로

 

 

차량 중량

수동 : 1491kg

자동 : 1520kg

 

 

제로백

수동 : 9.2초

자동 : 9.5초

 

 

시속 70-100km/h에서의 추월가속

수동 : 5.1초

자동 : 5.5초

 

 

실내 소음

수동 > 자동 (수동이 더 큼)

 

 

시속 130km/h에서의 알피엠

수동 : 2300

자동 : 2050

 

위의 평가와 수치를 종합해서 보면, 8단 자동미션의 경우 부드럽고 연비에서도 뒤지지 않는 결과를 보였습니다. 다만 최대 주행 거리에서는 15km 정도 더 수동이 달릴 수 있는 걸로 나왔는데요. 대신 도심에서는 8단 자동이 편안하면서도 연비도 좋지 않나 생각됩니다. 또 매우 정확한 변속 타이밍을 잡을 줄 아는 미션이라는 것도 함께 평가되어야 할 부분이 아닌가 싶고요. 역시 가속력에선 아직 수동이 조금이라도 더 좋지 않나 싶습니다.

 

재미면에선 여전히 약간이나마 수동이 더 낫고, 효율적이면서도 편안함까지 갖춘 것에서는 자동이 더 나아 보입니다.

 

 

메르세데스 A 200

 

이번엔 수동과 듀얼 클러치 미션의 대결입니다. 듀얼 클러치 미션이라면 DCT 혹은 DSG(VW의 듀얼 클러치 미션 용어)로 많이 알려져 있죠. 클러치 없이 변속을 알아서 해주는 수동기어...이렇게 정리를 할 수 있겠는데요. 수동과 자동의 장점이 잘 조화를 이뤄 요즘 아주 각광받고 있는 기어입니다. 일반적으로 수동이지만 분류는 자동기어 쪽으로 하는 편이죠. A 200은 어떤 평가를 받았을까요?

 

수동은 거친 반면 듀얼 클러치는 상대적으로 매끄러운 점이 분명한 차이라고 했습니다. 물론 변속 타이밍도 듀얼 클러치가 더 빨랐습니다. 거기다 수동 보다 더 에너지가 느껴진다는군요. A 200 듀얼 클러치 미션은 출발 시에도 좋고 변속 타임도 짧으며, 주행의 질감 역시 더 나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반면 가격이 높고 (2165유로 더 비쌈) 수동으로 단수를 조절하는 기능이 없는 게 조금은 아쉬웠다고 했네요. 과연 이런 평가를 수치상으로도 확인할 수 있을까요?

 

 

수동 연비 (가솔린 156마력)

도심 : 리터당 13.33km / 외곽 : 리터당 22.72km / 합계 : 리터당 18.18km

 

DCT 연비

도심 : 리터당 14.08km / 외곽 : 리터당 22.22km / 합계 : 리터당 18.51km

 

 

100km당 연료비용

수동 : 12.88유로 

자동 : 12.55유로

 

 

차량 중량

수동 : 1360kg

자동 : 1399kg

 

 

제로백

수동 : 8.5초

자동 : 8.4초

 

 

시속 70-100km/h에서의 추월가속

수동 : 4.3초

자동 : 4.8초

 

 

실내 소음

수동 > DCT (수동이 더 큼)

 

 

시속 130km/h에서의 알피엠

수동 : 2600

자동 : 2500

 

가속력에선 역시 수동이 더 좋았습니다만 그 것을 제외하면 빠른 변속, 안정감, 연비 효율성 등 여러 면에서 듀얼 클러치가 좋아 보입니다. 수동의 힘에도 이제 거의 육박했다는 느낌이 드는 결과였습니다. 다만, 이런 차이라면 반대로 2165유로를 아끼고 수동을 운전하는 것도 생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선택의 문제이겠지만 도심 주행이 많은 분들에겐 여러 면에서 DCT가 낫지 않나 생각됩니다.

 

 

티구안 2.0 TDI

 

폴크스바겐의 자랑 DSG. 요즘 DSG 일부 모델의 문제로 세계적으로 리콜이 줄을 잇고 있어 명성에 크나큰 흠집을 남기고 말았습니다. 사실 듀얼 클러치 미션은  1930년대 이미 만들어진 기술이고, 포르쉐가 그 후 이를 적용했지만 폴크스바겐이 골프 등에 DSG라는 이름으로 적용을 시키면서 비로소 대중화가 되었습니다. 두 개의 클러치가 짝수와 홀수로 돌아가며 미리미리 변속을 준비하고 있어 속도는 당연히 빠를 수밖에 없죠. 여기에 동력 전달에서도 효율적이라 다른 메이커들도 속속 이 기술을 적용하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렇다면 티구안의 경우 수동과 어떤 차이를 보였을까요?

 

평가에 따르면 티구안 DSG는 시내에서 과하다 싶을 정도로 역동감을 준다고 했습니다. 다만 언덕을 오를 때 단수가 오락가락하는 경우가 있는 점은 여전히 개선점이라고 하는군요. 또 흔히 하는 말로 출발할 때 꿀렁거리는 점도 개선이 되어야 하지 않나 싶습니다. 역시 빠른 변속타임, 좋은 엔진브레이크 기능, 거기에 납득할 만한 가격 (1850유로 더 비쌈) 등이 장점이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꿀렁거림이나 연비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다소 좋지 않은 점, 오르막길에서의 단수의 변동 등이 단점이라고 정리할 수 있겠습니다. 무엇보다도 티구안의 경우 수동기어의 성능이 상당히 인상적이었다는 게 테스트팀의 소감이었다는데요. 수동이 워낙 좋다 보니 상대적으로 그 뛰어나다는 DSG가 크게 부각이 되지 않는 느낌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럼 수치로 한 번 볼까요? 참고로 이 이 모델은 네바퀴 구림입니다. DSG 역시 자동으로 분류가 됐습니다.

 

 

수동 연비 (사륜 디젤 140마력)

도심 : 리터당 14.49km / 외곽 : 리터당 19.60km / 합계 : 리터당 17.24km

 

DSG 연비

도심 : 리터당 14.49km / 외곽 : 리터당 18.18km / 합계 : 리터당 16.66km

 

 

100km당 연료비용

수동 : 11.39유로 

자동 : 11.68유로

 

 

차량 중량

수동 : 1679kg

자동 : 1708kg

 

 

제로백

수동 : 8.7초

자동 : 8.6초

 

 

시속 70-100km/h에서의 추월가속

수동 : 4.8초

자동 : 5.1초

 

 

실내 소음

수동 = DSG

 

시속 130km/h에서의 알피엠

수동 : 2450

자동 : 2300

 

수치 상으로도 DSG가 수동에 비해 더 낫다고 할 만한 게...제로백 정도 외엔 없어 보입니다. 아마 이런 결과 때문에 수동이든 DSG든 뭘 선택하든 상관은 없지만, 굳이 DSG 티구안 사륜 모델이 더 낫다고 하긴 어렵다고 최종 평가를 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평가를 마친 매거진은 차의 세그먼트가 올라갈수록 오토매틱이 좋고, 듀얼 클러치는 콤팩트한 차(예를 들면 골프 같은)에 더 좋다고 했습니다. 어쨌든 미래는 성능 좋은 오토매틱이나 듀얼 클러치 미션 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단언했고요. 이에 비하면 수동은 나름 계속 다듬어지고 성장했지만 자동미션의 성장이나 가능성 만큼은 아니라고 끝맺었습니다.

 

앞에서 말씀 드렸듯 느리고 연비효율이 떨어지는 그런 자동기어는 이제 점점 줄어가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거기다 같은 모델끼리도 어떤 경우는 수동 보다 자동 기어가 더 재미까지 주고 있습니다. 효율성과 재미 두 가지를 다 잡았다고 볼 수 있겠는데요. 이는 일반적인 자동 미션 보다는 듀얼 클러치에서 더 부각되는 점이 아니겠나 합니다.

 

하지만 수동 기어는 효율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지고 거친 맛이 있어도 여전히 운전자의 직접적인 컨트롤에 의해 다양한 맛을 내 요구대로 경험할 수 있다는 뛰어난 가치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는 아무리 미션이 멋지게 자동화되고 성장된다고 해도 변하지 않을 것이라 봅니다. 정말 운전의 맛을 느끼고자 한다면, 효율이 아닌 그 재미를 생각한다면, 저는 역시 수동기어가 답이 아닌가 합니다. 물론 이는 정말 운전을 즐기고자 하는 이들에게 한정된 가치겠고요. 보통의, 대다수의 운전자들에겐 듀얼 클러치 미션 정도면 충분히 만족하지 않겠나 합니다. 

상쾌한 월요일 되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