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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유럽에선 도요타가 왜 힘을 못 쓰는 걸까?

 

얼마 전 독일 모 자동차 전문 사이트에 토요타 코롤라가 7년 만에 다시 유럽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이 올랐더군요. 2007년을 끝으로 아우리스라는 해치백 모델로 교체된 후 스타일을 확 달리해 내년에 들어오게 되는 건데요. 마침 한국에서도 신형 코롤라 수입 소식이 전해져 한국분들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이게 신형 코롤라의 모습입니다. 예전 그 이상하게(?) 생긴 모습에 비하면 많이 나아졌습니다만, 여전히 앞모습은 적응할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어쨌든 코롤라에 대해 좋은 기억을 갖고 있는 독일인들이 제법 많더군요. 하지만 노치백 세단 모델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서유럽인들에겐 해치백 모델이 필요했고, 그래서 토요타가 코롤라를 빼며 그 자리에 넣은 게 아우리스였습니다.

 

이게 아우리스입니다. 앞모습은 역시 SF 영화에 나오는 괴물 얼굴 비슷하죠? 사실 개인적으로는 이 전의 동글동글한 이미지가 더 좋았는데 아쉽더군요. 그런데 이 차가 독일 기준으로 보면 현대 i30 보다 안 팔립니다. 반대로 얘기하면 i30가 잘 팔린다 해야겠죠. 그런데 이 모델뿐 아니라 토요타의 차량들이 대체로 생각 만큼 안팔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독일뿐 아니라 유럽으로 넓혀 봐도 기대 이하라 하겠습니다.

 

미국시장에서 맹위를 떨치는 토요타가, 그리고 한국 시장에서도 요즘 공격적인 판매전략을 세워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토요타가 왜 유럽에선 고만고만한 메이커로 머물고 있는 걸까요?... 우선 그 이유들을 짚어 보기 전에 토요타를 비롯한 일본 메이커들의 유럽 신차 판매 비중을 한 번 알아 보도록 하겠습니다. 올 1월부터 4월까지 유럽에서 팔린 각 메이커별 신차 점유율인데요. 괄호 안은 2012년 같은 기간의 결과입니다.

폴크스바겐(아우디, 스코다, 세아트 포함) : 24.8% (23.8)

 

푸조시트로엥 : 11.3% (12.2)

 

르노 (다치아 포함) : 8.6% (8.4)

 

GM (오펠, 복스홀, 쉐보레 등 포함) : 7.9% (8.2)

 

포드 : 7.3% (8.1)

 

피아트 (알파 로메오, 크라이슬러, 지프, 란치아 포함) : 6.5% (6.6)

 

BMW (미니 포함) : 6.2% (5.9)

 

다임러 (메르세데스, 스마트 포함) : 5.5% (5.0)

 

토요타 (렉서스 포함) : 4.2% (4.5)

 

닛산 : 3.7% (3.6)

 

현대 : 3.5% (3.4)

 

기아 : 2.7% (2.4)

 

볼보 : 1.7% (1.8)

 

재규어 & 랜드로버 : 1.3% (1.0)

 

혼다 : 1.3% (1.0)

 

스즈키 : 1.2% (1.2)

 

마쯔다 : 1.1% (1.1)

 

미쓰비시 : 0.6% (0.6)

 

기타 : 0.7% (1.2)

아시아 메이커들 중에선 토요타가 그래도 가장 높은 수준이지만 내세울 만한 수준은 아닙니다. 만약 현대차가 잘 활용(?)하는 것처럼 현대와 기아 판매 점유율을 묶어(유럽에서 나뉘어 발표됨) 버리면 토요타는 한국 메이커에게도 밀리게 됩니다. 왜 이런 걸까요? 언뜻 떠올리면 미국에서 토요타가 파는 차량 보다 유럽에서의 종류가 더 적은 것도 하나의 이유로 볼 수 있을 텐데요. 제가 생각하는 부진(?)의 이유는 이것 외에도 몇 가지가 더 있습니다.

 

 

1. 빅마켓의 고객 충성도

유럽에서 자동차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들이라고 하면 독일 , 영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순서입니다. 그 뒤를 이어 벨기에 오스트리아 스위스가 있고, 그 다음으로 스웨덴 등으로 연결되는데요. 빅 5의 특징이라고 한다면 자국 자동차 브랜드가 있고, 이것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점입니다.

 

독일에선 독일 차들이, 영국에선 영국 차(복스홀이나 포드 등을 영국인들은 영국 차라 보죠.), 프랑스에선 프랑스 차, 이태리에선 피아트차, 스페인에선 세아트 등이 확실한 지위를 누리고 있습니다. 이런 터줏대감들과 토요타가 경쟁하는데 애를 먹고 있는 것이죠.  벨기에 같은 곳도 차량 구입이 많은 나라인데 이 곳은 프랑스 문화권이 절대적이라 (일부분 독일과도 연결) 프랑스차들의 판매 비중이 높습니다. 오스트리아 스위스는 독일 차들이 많은 편인데요.(사실 독일 차들은 어느 유럽국을 가도 많이 보입니다.)

 

물론 토요타를 비롯한 유럽 메이커들도 유럽에 오래 전부터 도전해왔기 때문에 누적된 차량들은 꽤 됩니다만 신차 판매 비율에선 5%를 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죠. 그럼 그냥 이처럼 자국 브랜드에 충성도 높은 이유로 토요타가 안 팔리는가? 그것만 가지고 설명을 하긴 어렵고, 여기서 중요한 게 또 한가지 요인을 얘기한다면 바로 자동차의 성격이 아닐까 합니다.

 

 

2. 차의 성격

토요타, 닛산, 혼다 등이 미국에서 확고한 지위를 누릴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편안하고 고장이 없는 차를 만드는 메이커라는 점입니다. 그것만 만족시키면 어떻게 생겨 먹었든 별로 상관을 안한다는 거죠. 정말 거짓말 조금 더 보태 스마트폰 쓰다 바꾸듯 자동차를 바꿀 수 있는 곳이 미국이란 나랍니다. 그냥 생필품인 거죠. 이러니 고장 없이 맘 편이 타고 다니면 그게 장땡입니다.

 

거기다 인피니티나 렉서스 같은 고급 차종들은 크고 안락함에 모든 초점을 맞췄습니다. 미국인들의 취향을 철저하게 반영한 것이죠. 하지만 유럽은 다릅니다. 물론 여기도 수리비가 비싸기 때문에 고장이 안나는 게 중요합니다만, 그 보다는 일단 잘 달리는, 운전의 재미가 매우 중요합니다. 물론 독일의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라 하겠죠. 거기다 신경 안 써도 되었던 외모도 유럽에선 많은 고려 대상입니다.

 

우리나라 고객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수준인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인들도 스타일을 따지는 편이거든요.(물론 이건 국가마다 차이가 있겠으나 일반적인 기준으로 드리는 얘기입니다.) 독일인들은 새 차가 나오면 제일 먼저 하는 게 스타일 얘기, 그리고 가격 얘기, 그 다음이 성능 얘기 정도 됩니다. 현대 기아차 보세요. 유럽인, 혹은 유럽 메이커에서 활약하던 디자이너들을 중용하면서 스타일을 끌어올렸잖습니까.

 

코롤라 같은 차는 고장 없이 오래도록 맘 편히 탈 수 있는, 평범한 차의 범주에 넣을 수 있습니다. 거기다 해치백 모델도 아닌 세단형이에요. 러시아나 동유럽 쪽에선 여전히 세단이 잘 팔리지만 서유럽으로 넘어오면 해치백이 절대적입니다. (물론 새로운 준중형 세단들이 나오면서 토요타가 코롤라를 투입시킨 것도 있긴 합니다. 아마 현대나 기아도 대비를 해야 할 거라 보이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이미 해치백에서, 그리고 소형차에서 많은 노하우를 갖고 있는 유럽 메이커들과의 경쟁이 쉽지 않은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일 것입니다.

 

 

3. 다양한 브랜드

이처럼 해치백과 소형에서 경쟁력 있는 여러 브랜드들이 빅마켓 중심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은 토요타 같은 메이커에겐 큰 산이 아닐 수 없습니다. 현대나 기아는 디자인이나 워런티로 밀어 붙인다지만 토요타는 뭘로 고객들의 시선을 끌어야 할까요? 오로지 내구성 하나인데 그것은 유럽 마켓에선 1순위가 될 수 없다는 겁니다.

 

토요타 아니면 차 없냐? 라는 얘기가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유럽에 비하면, 요즘 한국시장을 공략하는 토요타의 입장은 훨씬 편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그룹만 목표로 삼으면 되거든요. 거기다 세계 시장에서 경쟁적 위치에 있는 한국차들의 본거지를 공격한다는 마케팅적 의미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유럽에선 그게 안돼요. 왜? 공격할 브랜드가 너무 많고, 또 소비자들 입장에선 대안을 찾기가 아주 쉽기 때문이죠.

 

미국도 브랜드 많지 않느냐? 라고 반문하시겠지만 일본 메이커들이 미국시장을 제일 중요하게 여기고 거기에 온 힘을 기울여 품질 좋은 차로 이미 자리를 잡았다는 게 입장이 다릅니다. 물론 미국에서 처음부터 일본차들이 박수 받은 건 아니예요. 지금의 현대 기아차가 시도하는 것들을 이미 오래 전에 일본메이커들이 시도했고, 그래서 지금의 위치에 오른 것입니다. 또한 이런 적극적 미국 시장 공략이 먹힌 것은 상대적으로 미국 브랜드가 일본 차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졌다는 점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하지만 유럽은 예나 지금이나 중형급 이하에서는 일본차들이 함부러 덤벼들기 어려운 시장과 전통, 그리고 노하우를 갖고 있으며, 그런 브랜드가 한 두 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토요타가 고전할 수밖에 없는 매우 직접적 이유인 것이죠.

 

 

4. 렉서스 인피니티는?

미국에서 정말 잘 팔려나가는 렉서스나 인피니티 같은 차들은 어떨까요? 고민할 것도 없습니다. 오히려 이 급에선 경쟁자가 더 드글드글합니다. 독일차들이 일단 버티고 있습니다. 실제로 독일에서 렉서스 인피니티 보기 정말 어려워요. 영국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거긴 랜드로버나 재규어가 버티고 있죠. 이태리로 가보려 했더니 페라리나 마세라티 같은 차들이 또 있습니다.

 

프랑스에서는 어떨까요? 거기도 독일 영국 등의 고급 브랜드가 버티고 있습니다. 북유럽으로 가면 여러분들이 잘 인정은 안하시겠지만 볼보 같은 차가 있어서 여기도 만만치 않죠. 볼보 아니면 독일 프리미엄 3사가 또 대안으로 있습니다. 더 고급으로 가면요? 부가티, 롤스 로이스, 밴틀리, 거기도 온 갖 수제차들까지 하면 이건 뭐...

 

다시 정리를 해보죠. 중형 이하 소형급 양산 모델들의 토요타 경쟁자들이 많습니다.  고급 모델로 가도 짱짱한 것들 투성입니다. 어디 해볼 때가 없어요. 그러면 토요타가 자랑하는 하이브리드는 어떨까요? 연비 좋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효율성에 어느 정도 육박하는 프랑스, 독일 디젤차들이 또 있습니다. 거기다 재미도 있고, 스타일도 더 낫습니다. 아무리 둘러 봐도 어디 하나 만만한 포위망이 없다는 겁니다.

 

현재로서는 토요타는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수준에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물론 하려고 맘을 먹으면 또 뭔 짓을 저지를 수도 있는 수준의 토요타인지라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겠지만, 유럽시장에서 토요타는 위협적이지 못한 그냥 평가 좋은 평범한 브랜드라는 거. 이게 결론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실 몇 가지로 나누어 제 나름 분석을 해봤지만, 이 모든 것을 하나의 단어로 묶을 수 있다면 그건 <경쟁>이 아닐까 해요.

치열한 경쟁이 있는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도 없고, 또 독점적 지위에 따른 방심도 없습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끊임없는 자극제가 되어 계속해서 발전해 나가고 있기 때문에 어느 한 브랜드의 독식이 불가능 한 것이죠. 이 이야기를 반대로 뒤집으면, 어느 한 브랜드가 독점하고 있는 곳은 언제든지 공격당할 수 있다는 게 될 것입니다. 무얼 제가 얘기하고자 하는지 다들 잘 아실 테죠?... 오늘 얘기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참 더모터스타밴드는 제가 덕이 부족해서인지 기대 만큼 많은 신청이 없었습니다. 어흑 ㅠ.ㅠ  물론 1차 모집 인원수는 넘긴 상태지만, 더 많은 분들 모시려고 하니까 지금이라도 신청을 해주시면 제가 초청문자를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지지난 포스팅에 있으니 참고 바라겠고요. 해외 계신 분들도 현지 휴대폰 번호로 초대장을 보낼 수 있다고 하니까 네이버 계정을 하나 만들어 놓고 신청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또 스마트폰 없어도 PC버젼이 있어서 이걸로 참여가 가능합니다. 그러니 스마트폰용 앱 안 깔아도 PC 이용해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미리 신청해주신 분들은 오늘부터(한국 기준 수요일 오후) 초대 문자를 보낼 테니 가입하시고요. 들어 오시면 인사 남겨주시고, 또 남긴 인사 반갑게 맞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