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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자동차 블랙박스, 독일인들이 달라지고 있다

 

작년이었죠. 독일인들이 자동차 블랙박스 사용에 찬성 보다는 반대 의견이 더 많다는 얘기를 해드린 적이 있습니다. 사생활 보호라는 게 굉장히 중요한 서구 마인드가 그대로 적용이 된 결과였는데요. 그런데 최근 분위기가 상당히 많이 달라졌습니다.

 

지난 주 독일 일간지에서 차량 블랙박스에 관한 기사가 하나 실렸는데 댓글들이 제법 많이 달렸더군요. 그리고 대부분이 블랙박스 사용에 긍정적인 의견들이었죠. 자동차 커뮤니티나 자동차 전문지 홈페이지도 아니고 일간지 기사에 대해 보인 반응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생각됐습니다.

 

일단 독일운전자클럽 (ADAC, AvD), 또 오토클럽유로파(ACE) 같은 단체들은 비판적이거나 상당히 조심스러운 의견들을 내놓고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반대 주장은, 현재 독일 경찰의 조사 수준으로도 대부분의 교통사고에 대한 시시비비가 정확하게 가려지고 있다는 것이고, 블랙박스 등을 조사하는 일이 해당 업무에 과부하를 걸 것이라는 것 등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실제 운전자들의 반발이 생각 이상으로 컸습니다. 이 얘기는 조금 후에 댓글 반응들을 통해 확인시켜 드리겠습니다.

 

어쨌든 작년 독일 연방하원에서는 새 차에 자동차 블랙박스를 장착하는 것을 권고했었는데요. 700유로 정도의 비용이 부담된다는 의견도 만만치 않은 상황입니다. 사실 제조사에서 옵션으로 적용하는 블랙박스 보다 시중에서 파는 게 훨씬 차고, 충분히 기능을 해주는 것들이 독일도 있습니다.

 

독일 아마존에 올라와 있는 차량용 블랙박스들입니다. 최저 40유로에서 270유로까지 다양한데요. 가장 비싼 게 한국 제품이더군요. 아직까지 다른 제품들에 비해 판매량은 적은 편이지만 설치하고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는 사용후기도 올라오고 전반적으로 시장 전망은 앞으로 더 좋아질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엔 유명 카메라 회사가 중간급 가격대의 블랙박스를 내놔서 상당히 많이 팔리고 있습니다.

 

아우토빌트에 실린 롤라이 블랙박스 광고인데요. 롤라이하면 카메라 좋아하는 분들은 다 아실 그런 회사죠.

 

이런 카메라로 유명합니다. 유명한 카메라 회사가 제품을 개발하고 광고를 하는 거 보면 유럽의 블랙박스 시장의 성장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싶은데요. 그렇다면 과연 실제 운전자들의 분위기도 그럴까요? 독일 네티즌들의 반응을 몇 개 보여드릴 텐데, 추천이 많은 것들을 추려 올렸으니까 이 글들을 통해 어느 정도 흐름을 감지해 보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나 합니다. 한 번 보시죠.

 

 

Tim : "그런데 기사 중에 저 자동차 클럽 간부라는 사람이 한 말 말야. 블랙박스 비디오가 자료로 정식 인정을 받게 되면 업무가 많아져 사고 조사에 과부하가 걸릴 수 습니다. <-- 이 말... 이걸 말이라고 하는 건가? 그런 식이라면 은행이나 길거리에 있는 CCTV 다 떼어야지!"

 

 

Win zu Sturm : " 이런 게 존 F 케네디 대통령 시절에 있었다면..."

 

 

wiedermann : (위의 댓글에 답글) " 그 시절엔 없었는지 몰라도 이미 차량용 블랙박스는 90년대부터 사용이 됐었죠. 최근에만 사용된 게 아니라는."

 

 

CarCamFan : "현재 내 차 앞 뒤로 카메라가 설치돼 있다. 비용은 약 150유로(대략 21만 원). 설치 후부터 한결 마음 편히 운전하고 있어. 만약 속도 제한이 있는 도로에서 사고가 난다면, 나에게 피해를 입힌 차량이 어떤 것인지 이게 확인을 시켜줄 수 있다는 거지. 거기다 덤으로 경치 좋은 도로를 달리는 장면들도 컴퓨터에 저장해서 다시 볼 수 있다는 거야. 그래서 차량용 블랙박스 난 무조건 추천!"

 

 

Gast : (위의글에 대해) " 그런데 반대의 경우는 생각 안 해봤어? 만약 당신이 5km 정도의 아우토반을 달리는데, 우측 차선이 비어 있음에도 1차로나 좌측 차선을 이용하면 그 내용이 고스란히 캠에 녹화돼 교통법 위반으로 걸릴 수 있는 거잖아?" (독일은 우측 차선이 비어 있으면 그곳으로 달려야 합니다. 철저하게 우측차선 우선 주행이 원칙이고, 1차선은 추월하거나 고속 주행 시에만 사용해야 하죠.)  

 

 

Anton : (위의 답글에 대해) " 자네 혹시 편집이라는 단어 들어 봤는가?"

 

 

Weitseher : (위의 답글에 대해) "편집 같은 거 하면 안 걸릴 줄 아는군. 그렇게 잘라내서야 어디 제대로 증거로 적용될 수나 있을까?"

 

 

Judoka : "오스트리아 같은 곳은 블랙박스 장착이 법으로 금지된 걸로 알고 있는데?"

 

 

Vielfaher : "난 차를 주로 혼자타는 편이고 몇 주 전부터 블랙박스 두 개 설치했다. 잘 한 선택이라고 봐. 무슨 일이 있을 때 그걸 증명해 줄 수 있는 자료가 내 손에 있는 거잖아."

 

 

joko-holo : "독일에선 늘 조심해야 한다. 왜 우리의 현실을 필름화 화면 안되는 거지? 이 나라는 너무 많은 '하면 안 된다' 가 있고, 너무 많은 면들이 답답해." (좀 오버다. 법으로 금지한 적 없 거든요. 다만 국민들이 아직까지 선뜻 받아들이지 않고 있을 뿐이죠.)

 

 

Hassowa : "독일의 법 집행은 이런 장치를 설치할 수밖에 없는 낮은 수준이야. (어느 나라나 만족함은 없는 거 같습니다.) 난 2년 째 내 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한 상태. 그리고 아예 차 뒷유리에 '이 차에는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라고 적은 걸 붙여 놨지. 그 후부터는 아우토반 주행할 때 뒤에서 신경 쓰이게 하는 차들이 사라졌어."

 

 

Paul : " 내 이웃 중 한 명이 벌써 운전하며 다섯 번이나 위협을 당했대. 그러자 경찰이 차에 블랙박스를 설치하라고 조언을 해줬고 그 후부터는 희한하게도 그런 주행 중 공격이 사라졌대."

 

 

misstrauischer Fahrer : " 일단 차의 시동을 켜게 되면 블랙박스는 돌아가기 시작해. 또 마이크 덕분에 소리도 녹음이 가능하고. 그래서 경찰이 내 차를 잡았을 때 엔진만 끄면 그들과의 대화를 녹음할 수 있어. 경찰의 정당하지 못한 주장 등에도 증거로 쓸 수 있다는 거야. "

 

 

Kunterbunt : " 내 동생의 경우 자동차 사고의 시비를 가리느라 8년 동안 재판이 진행되고 있어. 2차로로 서로 먼저 진입했다며 잘못을 가리는 건데, 만약 블랙박스가 차에 장착돼 있었다면 이런 소모적 일을 겪을 필요가 없었겠지. 변호사 비용으로 돈을 쓸 필요도 없고, 불필요한 재판들도 아주 많이 줄어들 거야.

 

이런 경우 운전자들에겐 분명 이익이지. 하지만 아데아체와 같은 자동차 클럽이나 변호사들은 수입이 줄어 들어서 반대하는 게 맞아. 하지만 어느 쪽이 옳은 선택인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알 거야. 또 블랙박스를 자동차 면허 학원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자료로 활용해도 좋을 거란 생각이 들어. 물론 함부로 남의 얼굴이나 생활이 담기는 문제도 간과할 순 없겠지만, 어쨌든 실 보다는 득이 많지 않나 싶어."

 

 

elefili : "필요하다는 글들이 많은데, 우리 모두가 원칙대로만 운전한다면 이런 기계 따위에 의존하는 일은 없을 거야. 그랬음 좋겠어."

 

전체적으로 블랙박스의 순기능에 대해 언급하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역시 사생활 침해, 보호 등의 문제는 앞으로도 논쟁이 되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래도 역시 운전자들 입장에선 억울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좋게 보는 거 같고요. 블랙박스 활성화에 따른 손익 계산을 해주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어쨌든 불과 1~2년 사이에 이 곳 분위기는 상당히 많이 바뀌었습니다. 그리고 이런 상태라면 유럽도 블랙박스 의무화를 법으로 정하는 날이 생각 보다 빨리 오지 않겠나 싶습니다. 이런 트렌드는 역시 한국이 참 빠르다는 생각이 드네요. 하지만 반대로 차량 블랙박스가 오용되는 일에 대해서 우리는 신경을 써야 하지 않겠나 합니다. (지난 토요일 '더모터스타 밴드 가입' 관련한 공지를 하나 올린 바 있습니다. 관심있는 분들께서는 지난 포스팅을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더위 거뜬하게 이겨내는 그런 한 주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