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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막 면허를 딴 초보 운전자들을 위한 이야기

 

운전면허시험을 통과하고 나면 받게 되는 면허증. 누구나 처음 면허증을 손에 쥐었던 날의 기쁨과 뿌듯함은 잊지 않고 있을 텐데요. 이제 당당히 자동차 운전석에 올라 나의 차를 몰 수 있다는 그 기대는 지금 생각해도 짜릿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세상을 다 가진 것같은 기분은 그리 오래 여운을 남기지 못하는 게 현실입니다. 저의 경우도 첫 운전 후 얼마나 긴장을 했었는지 땀에 바지가 다 젖을 정도였거든요. 시내라도 간 날은 차선 변경은 고사하고 제발 빨리 가라 경적 좀 안 울렸으면 좋겠는데 왜 그렇게 들 무심하게 몰아세우던지요. 

 

제가 갑자기 옛날 얘기를 하는 이유는, 요즘 눈에 띄게 독일에서는 초보 운전자들을 위한 갖가지 정보들이 기사 형식으로 올라오고 있어서였습니다. 아마도 여름 휴가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이는데요. 해서 저도 여러분들, 특히 오늘은 면허를 딴 지 얼마 안된 정말 병아리 운전자분들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이야기를 해드리려고 합니다. 

 

차량 구입 및 운전, 이렇게 둘로 크게 나눠봤습니다. 어디까지나 오늘 내용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본에 대한, 그것도 면허 딴 지 1년 미만의 분들에게 맞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니까 그런 시각에서 내용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차량 구입의 요령

 

1. 디자인 보다 안전을 먼저 따지자

 


요즘 차들이야 갈수록 안전장치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습니다만 이제 갓 면허를 딴 분들의 경우, 또 젊은 나이에 자기 돈으로 차를 구입해야 하는 경우엔 중고차를 선택하는 경우가 일반적이지 않나 생각이 되는데요.


 

뭐 독일은 첫 면허를 딴 자녀에게 부모가 첫 차를 사줄 때 보면 보통 저렴한 차를 주로 사줍니다. 사고 위험도 높고 어린 나이에 차를 관리하고 유지하는 것도 부담되고 하기 때문인데요. 

 

혹 자기 돈으로 차를 산다고 해도 크고 좋은 차를 사기란 쉽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체로 연식이 오래된 그런 차를 선택을 하게 되죠. 이런 점은 우리나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봅니다. 그런데, 여기서 꼭 생각을 해야 하는 게 있습니다.  차가 얼마나 멋지냐, 성능이 어떠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안전장치가 잘 갖춰져 있느냐 하는 점이에요. 요즘은 ABS(잠김제동방지 장치) 같은 게 거의 다 있죠. 어떤 통계를 보니까 독일에서 굴러다니는 차들의 89%가 이 장치가 부착돼 있다고 합니다.

 

요즘은 또 ESP(차체자세제어 장치)라는 게 거의 필수적인 것으로 평가되고 있어요. 회사마다 명칭이  다르긴 하지만 어쨌든 중요한 시스템입니다. 이 역시 독일에서는 약 62% 정도가 등록된 차들에 장착이 되어 있다고 하더군요. 하지만 아직까진 의무장착은 아닙니다. 독일도 내년 말이나 되어야 모든 차량에 이 ESP라는 게 의무장착화 된다 하고 한국도 내년 이 맘 때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까 잘못하게 되면 이런 기본적인 안전장치가 없는 차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얘기가 됩니다. 아무리 차가 멋지고, 혹은 가격이 싸다고 해서 그냥 덥썩 계약을 하거나 하지 마시고 꼭 에어백이 최소 6개는 달려 있는지, ABS나 ESP와 같은 능동형 안전장치는 있는지 확인을 하셔야 합니다. 

 

만약 새차를 구입하겠다. 그런데 나는 주차에 자신이 없어서 걱정이다. 뭐 이런 분들은 자동주차 기능이 있거나, 아니면 후방 주차 카메라가 달려 있거나, 아니면 그것도 좀 가격적으로 부담된다 싶으면 주변 감지 센서가 있는 차를 선택하는 게 아무래도 도움이 되는 길이 아닐까 합니다. 또 밤에 운전하는 게 자신이 없다면 헤드램프에 신경을 써서 나에게 맞을 만한 것으로 선택을 하시기 바랍니다.

 

사실 안전장치가 잘돼 있는 차량들은 나중에 중고차로 내놓을 때도 좀 더 좋은 조건을 받을 수 있다는 거 잊지 마시고요. 디자인도 중요하고 성능도 중요합니다. 하지만 처음에 차를 사서 운전을 익혀가야 하는 입장이라면 우선 순위는 안전이라는 거, 잊지 마세요. 

 

 

2. 힘은 100PS면 충분

 

얼마 전 독일 베를린에서 초보운전자가 운전 미숙으로 집 벽을 뚫고 들어간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초보운전자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차는 100마력이 넘지 않는 준중형 이하의 모델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자 자동차 전문지 등에서는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아직 운전도 서툰데 풀가속을 하면서 고속도로를 달릴 것도 아니고. 우선은 운전 그 자체를 익히고 도로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속된 말로 잘 굴러가주기만 하면 된다는 거죠. 고마력의 성능 좋은 차는 사실 초보분들에겐 그리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나중에 충분히 차에 대해 알고 운전도 많이 익숙해진 다음에 선택해도 늦지 않습니다.

 

 

3. 혼자 차사러 가는 건 비추

뭐 그런 경우는 흔치 않겠지만 차를 구입해야 한다면 차에 대해 잘 아는 분들, 예를 들어 아버지, 혹은 선배 등의 도움을 받으시기 바라겠고요. 그리고 그 보다 우선 타려고 하는 차에 대한 정보를 많이 사전에 찾아 보셨음 합니다. 요즘은 검색이 생활화 되어 있기 때문에 잘 하시리라 생각은 들지만 급한 마음에 이상한 곳에서 잘못 차를 구입하면 그것만큼 내 속을 썩이는 것도 없으니 이점도 간과하면 안될 거 같아요. 

 

또 아는 형이나 오빠, 또는 직장 상사가 타던 차를 싸게 살 경우가 있는데요. 이럴 땐 우선 정비소 (이왕이면 잘 아는 곳) 같은 곳에 가서 차의 상태를 자세히 살펴 보셨음 합니다. 파는 분 역시 본의 아니게 잘못된 차를 권해줄 수 있고, 그렇게 되면 서로 좋자고 했던 일에 얼굴 붉힐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요즘 어떤지 모르겠지만 독일은 4~5만 원 정도만 줘도 공인된 기관에서 이처럼 개인 간 거래 시에 발생할 법한 차의 문제점을 미리 체크해주고 있습니다.

 

 

▶멋진 드라이버가 되는 방법

 

1. 좋은 습관은 처음부터~

 

운전은 습관을 어떻게 만드느냐에 따라 평생을 안전하게 달리느냐 아니면 맨날 긴장 속에서 운전하느냐가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안전벨트 같은 경우를 보세요. 처음에 착용하지 않고 운전을 배운 사람이 안전벨트를 착용하기까지는 굉장히 많은 시간이 듭니다. 

 

그냥 처음부터 제대로 배웠다면 쓸데없는 것에 공을 들일 필요가 없는 것이죠. 심지어 드라마나 리얼리티 프로그램 등에서 조차 안전벨트를 안 하고 고속도로를 달리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는데요. (아빠 어디가에서 대표적으로 그런 모습들이 보인다고 누가 알려주더군요.) 이건 운전 문화에 대한 기본이 부족하다는 것으로밖엔 설명이 안될 것 같습니다.   

 

특히 폼나게 커피잔 손에 들고 운전을 한다거나, 전화를 받는다거나, 문자를 보낸다거나(크레이지하지 않고서야), DMB에 정신을 뺐긴다거나 하는 등의,

 

운전에 전혀 도움이 안되는 행동은  절대로 하지 않겠다 다짐을 하셨음 합니다. 하나도 멋있지도 않고,

 

나의 안전은 물론 남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것이 됩니다. 운전하면서 담배를 피우다 담뱃재를 잘못 떨궈 거기에 시선을 뺏겨 사고가 나는 경우도 많고 그러니까요, 가급적이면 운전할 때 오로지 운전에만, 그것도 안전벨트 꼭하고, 그리고 두 손으로 스티어링 휠 쥐고 운전하시기 바랍니다. 운전은 멋으로 하는 게 아니라 좋은 습관으로 한다는 거 명심하세요.  

 

 

2. 내가 맞다면 절대 주변에 동요되지 말기

 

초보 운전자들에게 가장 힘든 것 중 하나가 도로 상황, 그러니까 흐름을 어떻게 읽고 그것을 따라가느냐 하는 점일 겁니다.

 

예를 들어 우회전을 해야 하는데 앞에 횡단보도가 있다고 하죠. 난 분명히 서행하다가 횡단 보도 앞에선 일단 멈춤을 하고 안전하다면 그 때 출발하라고 배웠어요. 그래서 그것대로 하려고 하는데 뒤에서 빵빵 거리고 난리도 아닙니다.

 

신호대기 중 파란불로 바뀌기 무섭게 0.3초 만에 빵빵 거리며 출발 안한다고 하는 분들 때문에 등에서 식은땀이 날 때도 있을 거예요. 막히는 길에서 앞에 횡단 보도 있어 간격을 좀 두면 그걸 못 참고 빵빵거리고, 아니면 얼씨구나 하고 그새 끼어들기 하는 등의 운전자들 속에서 정신을 못 차릴 것입니다. 결국엔  빨리 안 간다고 앞지르기 하며 무서운 표정으로 XXX야! 삿대질하는 분들을 보며 억울해 어쩔 줄 모르는 경험을 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근데요. 지금 내가 하는 운전이 법규에 맞다면, 그리고 나로 인해서 도로의 흐름이 깨지거나 하는 등의 특별한 상황이 아니라고 한다면 당신은 그냥 배운대로, 절대 위축되지 말고 자기 운전 계속 하시기 바랍니다. 아무리 주변에서 이빨을 드러내며 으르렁 거리더라도 그 분들은 법적으로 당신에게 뭐라고 할 수 있는 근거가 없습니다. 없을 뿐만 아니라 되레 당신에게 욕을 먹어도 싼 경우들이에요.  

 

이렇기 때문에 교통법규에 대한 확실한 학습과 교육이 선행되어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어느 것이 맞고 틀리는지를 판단하며 운전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교통표지판도 못 이해하고 운전을 하는 분들이 계시는데요. 이런 경우는 아무리 내가 억울해도 뭘 잘했고 못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3. 고속도로 1차선, 꼭 이해하고 있자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말씀을 드리자면 고속도로 1차선에 대한 이해입니다. 가끔 보면 1차선으로 거북이 주행하는 차량 때문에 다른 운전자들이 울화통 터지려고 합니다.

 

그렇게 화를 내는 이유는 고속도로 1차선은 추월차선이기 때문이에요. 그 얘기는 또 다시 말하면 추월할 때만 이용하는 차선이라는 얘깁니다. 그런데 세월아 네월아 하며 1차선을 점령한 분들이 가끔 계신가 봐요.

 

그런데 이런 고속도로 주행의 룰을 가장 잘 지키는 건 아마 독일사람들이 아닐까 합니다. 이 사람들은 거의 예외 없이 1차선으로 고속질주를 합니다. 무제한 구간에선 차가 달릴 수 있는 최고 속도들로 달립니다. 하지만  내 뒤에 나 보다 더 빠른 차가 달려오면 대부분 2차선으로 빠져서 추월해 가라고 합니다. 철저하게 1차선의 권리를 보장해 주죠. 분위기가 이렇다 보니 1차선은 어지간해선 들어올 엄두를 못내요.

 

반대로 우측으로 추월을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속도는 1차선 > 2차선 > 3차선 순이고요. 만약 내가 2차로 주행을 하는데 3차로도 비어 있다면 당연히 우측으로 차선을 변경해야 합니다. 그러니까 좌측 차선은 추월을 하거나 고속 주행 시 사용을 해야 하는 거죠. 그러면 여기서 의문이 하나 생깁니다. 아무리 1차선이라고 해도 제한속도가 120km/h인 곳일 경우, 난 그 제한속도에 맞춰 120으로 달리는데, 그래도 비켜줘야 하나?

 

물론 아닙니다. 법적으로 제한속도를 지키는 사람에게 아무리 추월차선이라고 해서 비키라고 할 권리는 없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선 이런 경우도 비켜줍니다. 일단 최고속도를 넘어가서 과속으로 걸리든 말든 달리겠다는 의사를 표시하면 비켜주죠. 물론 안 비켜도 할 말은 없지만 길을 열어줄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제한속도 구간에서 1차선을 안 비킨다고 전조등을 켜거나 하는 등의 운전자들은 거의 없습니다.

 

즉 규칙은 철저히 지키되 1차선에서 달리겠다는 의사를 보였을 때 그 흐름을 막지 않는다는 겁니다. 물론 안 비켜도 상관은 없어요. 잊지 마세요. 고속도로 1차선은 가급적 비워놓으세요. 추월할 때만 사용하십시오.  그것만 이해하고 있어도 당신은 비록 초보이지만 운전 잘못 배운 10년 이상의 베테랑 보다 더 멋진 운전자랍니다.

 

더 이야기를 드리고 싶지만 너무 많은 이야기는 오히려 도움이 안될 거 같아 이 정도로 마칩니다. 차를 구입할 때 내가 신경을 써야 하는 점, 그리고 운전자로서 무엇을 생각하고 있어야 하는지 가장 핵심적인 것들을 말씀드린 게 아닌가 싶은데요.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이만 마치겠습니다. 이 땅의 모든 초보 운전자들이 박수받는 그날까지 화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