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ㅜ.ㅜ 몇 시간 동안 작업했던 게 자동백업이 안된 바람에 모두 날아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정말 식은땀이 온몸을 타고 흐르네요. 다시 시작하려니 까마득하지만 어쩌겠습니까, 그래도 키보드를 두드려야지. 어쨌든 오늘 포스팅은 무척 흥미로운 내용입니다.
자칭 타칭 유럽의 자동차 오스카로 불리는 '황금스티어링휠'이란 트로피가 있습니다. 규모나 선정 방법 등이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그런 상이죠. 37년 된 이 '황금스티어링휠' 트로피는 올해의 경우 7개 항목에서 수상자에게 돌아갑니다. 그 중 쿠페/카브리오, 그리고 밴 부분은 이 이벤트를 주관하는 아우토빌트 독자들의 투표로 바로 뽑혔구요. 나머지 5개 클래스는 독자들에 의해 후보들 중 가장 높은 추천을 받은 5개 모델을 가지고 전문 심사위원들이 치열하게 테스트를 진행해 우승자를 가려냈습니다.
그러면 왜 이 트로피가 의미가 있느냐... 우선 참여하는 사람들 수도 많지만 최종 평가하는 규모와 방식이 매우 스펙타클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5개 클래스에서 뽑힌 최종 후보들 5개 모델, 그러니까 총 25개의 자동차들을 가지고 이태리에 있는 페라리/피넬리 테스트 트랙으로 갑니다. 거기서 이 차들은 유럽 20개국에서 모인 43명의 전문 평가단에 의해 테스트를 받게 되는 것이죠.
평가단들은 총 4개의 그룹으로 다시 나뉩니다. 유럽 각국의 자동차 전문지 편집장 혹은 수석 에디터 그룹, 카레이서 그룹, 자동차 엔지니어 그룹, 그리고 마지막으로 연예인(믱?) 그룹. 이들이 총 테스트한 거리는 10,000 km 정도였구요. 사흘 동안 100여 개의 타이어를 교체하면서 최하 1점부터 최고 8점까지 각 세부 항목별로 점수를 주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가 이제 나온 것이죠.
그러면 먼저 독자들의 투표로만 선정된 쿠페/카브리오 부문과 밴 부문을 보신 후에, 전문심사단이 선정한 5개 클래스의 수상작들을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꽤 재미난 내용이니까 많은 분들이 보고 즐기면 좋겠단 생각입니다. 수고한 저를 생각해서라도 ㅎㅎ 즐겁게 감상하셨으면 합니다. 참고로 이 결과는 한 해 동안 시장에 나온 신차들을 그 대상으로 한 것입니다 착오없으시길 바랍니다.
쿠페/카브리오 부문
3위. BMW 6시리즈 그란쿠페
2위. 포르쉐 박스터
1위. 페라리 F12 베를리네타
악동의 얼굴을 하고 있는 페라리 베를리네타가 1위에 뽑혔네요. 독일 독자들 중심이었을 팬 투표였음에도 박스터가 아닌 페라리가 선정된 것을 보면, 독일인들에게도 이 차가 준 임팩트가 컸던 모양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이런 쿠페/카브리오 부문도 전문평가단의 테스트를 받아봤다면 어땠을까 싶습니다. 아마 평가위원들도 같은 생각이었겠죠?
밴 부문
3위. 프리우스 플러스
2위. 포드 B-MAX
1위. 오펠 자피라
모두 5인승 짜리 미니밴이 순위에 올랐네요. 오펠은 차는 점점 좋아지는데 판매는 점점 감소하고 있으니 문젭니다. 과연 이런 순위에 기뻐할 수 있을까요? 독일 내에서 만드는 오펠의 차들이라 생산원가가 높은 것이 오펠의 발목을 잡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예전의 오펠은 싸고 괜찮은 차였는데, 요즘은 그렇지도 않은 것 같아서 아쉬워요. 어쨌든 고통의 나날 속에 있는 오펠에 그나마 작은 위안이 될 만한 순위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자 그럼 이제 전문가들의 평가를 통해 선정된 수상작은 과연 어떤 모델들일까요?
소형차 부문
3위. 세아트 Mii (1336점)
2위. 오펠 아담 (1432점)
1위. 르노 클리오 (1456점)
비교적 적은 점수 차이로 르노 클리오가 1위에 올랐습니다. 오펠 아담의 경우 재미가 많은 차라는 평가가 있었는데요. 독일의 방송 프로그램 진행자로 평가위원에 선정된 사람은 클리오를 " 멋진 실내 디자인과 정확한 변속기, 거기에 큰 트렁크 등이 특히 좋았다"는 평가를 내렸습니다.
준중형 부문
3위. 볼보 V40 (1427점)
2위. 메르세데스 A 클래스 (1631점)
1위. 아우디 A3 (1772점)
아우디 A3가 3도어 임에도 불구하고(5도어는 내년 초 출시 예정) 유럽에선 평가에서 동급 1위를 휩쓸다시피 하고 있습니다. 차가 굉장히 잘 나왔다는 얘기겠죠. 영국의 오토 익스프레스의 피터 본드 자동차 에디터는 A3에 대해 " 엔진이 매우 좋고, 문화적인 느낌을 주며, 힘 있게 잘 구르면서도 연비가 좋다. 명확하게 A클래스 보다 나았다." 라고 평했습니다. 그런데요. 이 잘나가는 A3도 최근에 아우토빌트의 메가 테스트에서 어떤 모델에 1위 자리를 내주고 말았습니다. 과연 어떤 차일까요? 이 내용은 월요일 정도에 확인하실 수 있을 거 같습니다. ;)
중형/준대형 이상 부문
3위. 스코다 라피드 (1351점)
2위. 렉서스 GS (1537점)
1위. BMW 3시리즈 (1663점)
중형과 준대형급 이상의 1년 동안 나온 신차들이 많았을 텐데도 중형 3시리즈가 1위에 뽑혔군요. 3위를 차지한 스코다의 자동차들은 가성비에서 현기차도 못 쫓아올 정도로 훌륭합니다. 라피드 역시 그런 이유로 순위에 오른 게 아닌가 싶구요. 2위를 차지한 렉서스의 2013년형 GS도 상당히 평가가 좋았습니다.
깔끔하고 정확하지만 비싸다는 게 아쉬움으로 꼽혔더군요. 어쨌든 결과적으로는 3시리즈의 벽을 넘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아우토빌트의 편집장인 베른트 비란트는 " 3시리즈는 안락함과 다이나믹함을 함께 갖춘 중형차다. 중형의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다"고 정리를 했네요. 저 역시 3시리즈 시승하면서 정말 많은 매력을 느꼈지만 막상 구매를 한다면 머뭇거리게 될 거 같습니다. 왜냐구요? 요즘 베엠베 디자인이 저랑은 점점 거리를 두고 있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SUV 부문
3위. 현대 싼타페 (1360점)
2위. 혼다 CR-V (1406점)
1위. 메르세데스 GL (1576점)
바로 이전 포스팅을 본 분들은 아시겠지만 유럽에서 현대 싼타페의 평가가 좋습니다. 그리고 그게 어느 정도 객관적인 자료로 사용될 수 있다는 게 이번에 SUV에서 3위에 오른 것으로 확인이 됐습니다. 물론 올 해 나온 차들에 한정을 지은 것이긴 하지만 어쨌든 굉장한 성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재밌는 게요.
2위를 차지한 혼다 CR-V 의 자리에 싼타페가 들어가야 한다고 테크닉 판정단들은 판단했지만 카레이서 그룹에서 이를 막았다고 하네요. 표현을 이렇게 한 것일 테지만 어쨌은 이 얘기는, 차의 엔지니어링에선 높은 수준의 모델이라는 겁니다. 이 점은 지난 포스팅에서도 확인을 하셨을 겁니다. 그런데 역시 문제는 주행성능에서의 부족함, 이 부분입니다. 싼타페 하나만 놓고 본다면 현대의 엔지니어링은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하지만 주행 부분은 개선이 계속적으로 필요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차의 성능은 수준 향상이 되고 있어 보기 좋지만, 기업의 경영 마인드는 그렇지 않은듯 싶어 아쉬운데요. 차 잘 만들어가는 것처럼 차 파는 마인드도 개선이 되길 바랍니다. 어쨌든 3등 싼타페 축하합니다. 한국차가 들어 있어서 얘기가 길어졌습니다. 혼다에 대해선 모든 세그먼트에서 3위권 안에 드는, 자동차를 만들 줄 아는 회사라는 게 주된 평가였습니다. 이미 어느 수준에 올라와 있다는 그런 얘기겠죠.
그리고 1위에 오른 GL. 도대체 이 차가 왜 한국에 수입이 안되는 것인지 그 속사정이 궁금합니다. 돈 좀 있는 분들은 이 차 타고 자랑 좀 하고 싶을 정도로 괜찮은, 비싼, 그런 폼나는 차이거든요. 크리스티나 수어러라는 여성 카레이서는 "실내가 정말 아름답다. 그뿐 아니라 이 급에서 이 차는 모든 면에서 최고라고 할 수 있다." 라고 칭찬했습니다. 레인지로버의 포스에 절대 밀리지 않고 대적할 수 있는 GL. 한국에서도 볼 수 있음 좋겠네요.
친환경 부문
3위. 포드 에코부스트 1.0 엔진
2위. 볼보 V60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1위. 토요타 야리스 하이브리드
3위를 차지한 포드 에코부스트는 차 이름이 아니라 엔진명입니다. 포드 준중형 포커스에 장착이 되고 있는 1.0리터짜리 강력한 터보 엔진이죠. 이 엔진을 3위에 올렸구요. 2위와 1위는 연비왕 수준인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와 소형 하이브리드 모델이 각각 올랐습니다. 토요타의 하이브리드는 확실히 자신들만의 영역을 구축해 놓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순위를 모두 보셨습니다. 메인 부분은 아니지만 광고 부문에서는 BMW의 xDrive 광고가 뽑혔습니다. 거 왜들 보셨죠? 눈오는 산길 막 달려 올라가는 그 광고. 그리고 인물 부문도 있었는데요. '황금스티어링휠' 역사상 처음으로 한 인물에게 두 번의 수상의 영광을 줬습니다. 그 주인공은 VW 이사회 의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 씨입니다. 살아 있는 전설에 대한 존중과 그의 경영과 엔지니어로서의 업적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 것이라 하겠습니다.
재밌게들 보셨나요? 대한민국에도 이런 트로피 주고 받는 멋진 시상식 같은 거, 언제쯤이나 볼 수 있을까요? 기분 좋은 금요일, 멋진 주말들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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