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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폭스바겐 업, 천만 원 이하 수입이 어려운 이유

지난 주 끝무렵에 느닷없이 폴크스바겐의 UP이 천만 원 이하로 수입된다는 기사가 나와 잠시 시끄러웠더군요. 뭐 오보거나 낚시성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겼는데, 이번 주 초에 다시 관련 기사가 나왔습니다. 알아서 사라질 얘기니까 관심을 안 뒀는데 괜시리 기다리는 분들 생길까 싶어 이 차 가격에 대해서 간단히 정리를 좀 해드리고자 합니다.

 

이 차죠. VW가 내놓은 경차 업! 우리나라 법규에 정해진 경차 기준을 조금 넘기 때문에 세제혜택 이런 거 받지 못하지만 그래도 차가 워낙에 잘 나왔고, 가격이 싸다는 소문이 나면서 급기야 천만 원 이하로 수입된다는 기사들까지 나와버리고 말았습니다. 독일에서 만든 오리지널 저먼이 천만 원 이하라고??? 근데 이거 정말일까요? 결론은, "아니오!" 입니다. 물건값에서 불가능이란 게 어디 있겠습니까만 현실적으로는 어렵다는 의미인 거죠. 

 

독일에서 업은 5가지 모델이 있습니다. 기본은 테이크 업, 무브 업, 하이 업이구요. 고급 사양이 적용된 블랙과 화이트 이렇게 있습니다. 엔진은 모두 가솔린인데 60마력과 75마력으로 나뉩니다. 유럽에서 팔리는 기아 모닝 보다 마력이 좀 낮습니다. 하지만 차는 이미 검증이 끝났습니다. 개인적으로 업을 저는 '경차의 골프'라고 하고 싶습니다. 그 정도로 차가 좋다는 거죠. 현대에서도 이미 여러 대 뜯어 봤을 겁니다. 

 

어쨌든 보시다시피 가격이 저렇게 시작되는군요. 가장 기본인 테이크 업의 경우가 9,775유로니까 환율을 1450원으로 정하고 계산하면, 1,417만 원 정도가 됩니다. 하지만 저 가격 보다는 딜러에서 사는 가격은 더 저렴해집니다. 그러면 독일 딜러들이 내놓는 업의 가격 중 가장 낮은 금액은 얼마 정도나 될까요? 천만 원 이하???

 

이게 현재 독일에서 가장 저렴하게 업을 구입할 수 있는 금액입니다. 7,574유로니까 우리 돈으로 약 1,098만 원 정도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보여드린 폴크스바겐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가격과 차이가 많이 나는데 그 이유는, 옵션 때문이죠. 어쨌든 금액만 놓고 보면 얼추 한국 언론이 얘기한 것과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차는 일단 2도어입니다. 거기에 기본사양이라고 해봐야 ABS, 운전자와 동승자 에어백, 측면 에어백, 파워스티어링 정도가 다입니다.

 

그럼 있을 거 다 있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요. 여기엔 ESP나 에어콘, CD/라디오 등이 빠져 있습니다. 물론 수동기어입니다. 그러면 4도어에 버튼으로 창문 올리고 내릴 수 있는 전동 창문 개폐가 되고 에어콘과 라디오, 여기에 뒷좌석 분할 폴딩에 ESP와 네비게이션이 되는 모델 정도면 어느 정도의 가격을 할까요? 보여드리죠.

 

앞서 말씀드린 옵션 정도의 차량 가격은 12,300유로 정도가 됩니다. 한화로 1790만 원 정도 되겠네요. 블루모션 테크놀러지 모델에 한해 엔진 스탑 & 고 기능이 기본 적용이구요. 머리 보호 에어백도 이 정도 금액이 되어야 추가됩니다. 그러니까 홈페이지에 언급한 금액이 어떻게 보면 일반 수준으로 세팅이 되어 있는 차라고 보면 될 겁니다.

 

물론 거기서 더 옵션을 빼서 금액을 낮출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점은 좋습니다만, 꼭 필요한 것들을 집어 넣으면 이 정도 금액이 되는 것이죠. 여기에 오토매틱(725유로)으로 바꾸면 백만 원 정도 더 금액이 붙게 되겠네요. 독일이 부가세가 19%고 한국에 수입되는 외제차에 대략 15% 정도의 세금이 붙는다고 하니까 약간 독일 내에서의 금액 보다 좀 낮춘다고 해도 천만 원 이하는 사실상 어렵습니다. 만약 홍보용 사진처럼 차가 꾸며진다면 금액은 어떨까요? 이런 경우죠...

 

파노라마 유리지붕에 인포테이먼트 시스템, 냉난방 시트, 각 종 크롬장식과 하이그로시 적용, 뭐 등등등 옵션으로 치장을 거하게 하면 약 2700만 원까지 금액은 올라가게 됩니다. 그런데 이 금액에서 오토매틱은 아직 적용이 안돼 있습니다.  이쯤 되면 제가 왜 이 차가 천만 원 이하로 한국 땅에 들어가기 어렵다고 얘기했는지 아시겠죠?

 

그럼 이런 것도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VW가 UP를 내놓으면서 이 차만 출시를 한 게 아닙니다. 그룹 내에 있는 체코 스코다와 스페인 세아트에서도 업의 형제 차들이 나왔고, 업 보다는 조금 저렴한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있습니다.

 

위 첫 번째 사진이 현기차가 극복해야 할 유럽 가성비 최고 브랜드 스코다의 Citygo이고, 아래 노란 녀석이 스페인의 자존심 세아트가 내놓은 Mii입니다. 앞에만 다르지 거의 업과 똑 같습니다. 이 차의 가격들은 그럼 얼마나 될까요? 아쉽게도(?) 업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따라서 업이 천만 원 이하로 수입된다는 기사는 결과적으로 슬쩍 던져 본 낚시성이었다...이렇게 결론을 내릴 수 있을 거 같습니다. 그럼 왜 이런 낚시용 기사가 나왔을까요? 뭐 들리는 바로는 이웃한 일본에 업이 수입이 된다는 것 때문이라고 하는데, 일본에 업이 얼마나 낮은 가격으로 수입이 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보다 비싸면 비쌌지 저렴하진 않을 겁니다.

 

그러니 별로 신뢰할 만한 근거추론은 못 된다 생각되구요. 개인적으로는 한 번 소개해드린 적이 있는데 아마도 VW이 업 보다 저렴한 가격의 저가용 차량을 생산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듣고, 그걸 업으로 잘못 파악한 것은 아닐까 하는 짐작도 해보게 됩니다.

 

제가 정기구독하는 잡지의 표지입니다. 6,000유로짜리 차량을 폴크스바겐에서 만들기로 결정이 났고, 곧 구체적인 디자인이 공개될 것이라는 뭐 그런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6천유로면 870만 원입니다. 다만 이 모델은 인도나 중국, 아프리카 등의 신흥 시장에 팔기 위한 용도로 우선은 개발이 됩니다. 2018년까지 1위를 하겠다는 폴크스바겐의 목표 달성의 중요한 연결고리가 될 것으로 보이는군요.

 

대충 보셔도 일단 업(UP)이 천만 원 이하로 수입되기는 어렵다는 걸 아셨을 겁니다. 일단 수입이 될 수 있을지부터 파악이 되는 게 우선이 아닌가 싶네요. 많은 분들이 정말 소문이 사실이길 바랬을 겁니다. 하지만 현재로선 해프닝, 또는 점점 올라가는 우리나라 자동차 메이커들의 차량 가격에 대한 반발이 만들어낸 작은 신기루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히려 이러한 해프닝을 통해 소비자들의 심리를 우리나라 제조사들이 잘 좀 읽고 고민을 해줬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