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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자동차블로거가 아고라 '자방'에 안 가는 이유

오늘은 개인적인 얘기를 좀 할까 합니다. 엊그제 어느 분이 메일을 한 통 보내주셨습니다. 자방이란 곳 아냐면서요.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는 얘기와 함께, '스케치북다이어리' 글이나 자료가 자방에서  보이는데 아냐고 그러시더군요. 마침  유입경로에 아고라 주소가 있어  역으로 들어가봤습니다. 누군가 싼타페와 관련해 자료를 올렸던 모양이더군요. 뭐 새롭지도 않은 일이고 해서 그냥 잠시 읽고 나와야겠다 했는데, 그래도 오랜만에 들어간 곳이라 요즘 분위기가 어떤가 하고 한 번 시간을 갖고 촘촘하게 둘러봤습니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여전하더군요.

 

언제부턴지 전 자방이란 곳을 찾지 않게 됐습니다. 작년 초까지만 하더라도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방문을 했었는데 이젠 그 마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제가 잘나서냐구요? 전혀 아닙니다. 옛날엔 그 곳에서 좋은 내용들 보고 공감 많이 했었죠. 또 한국 자동차 관련 분위기가 어떤지도 생생하게 경험할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물론 어떤 고수가 좋은 정보를 올려주는지 기대도 많았구요. 그런데 몇 년 정도 됐죠? 그 곳 분위기가  이전투구의 양상으로 흐르면서는 머물러 있기 불편해졌습니다. 

 

물론 자방 이용하는 분들 모두가 그런 것 아닐 겁니다. 글을 올리거나 댓글을 다는 분들이 특정해 있기에 그것이 자방 전체의 것이라 할 순 없습니다. 또 보니까 여전히 자동차 매카니즘에 관해 좋은 얘기를 해주는 분도 계시더군요. 하지만  몇몇 이상한 분들의 진흙탕 싸움이 현재 자방 분위기를 이끌어 가고 있더군요. 적대적인 관계가 하나의 큰 축을 이루고 그것에 따라 흘러가는 거 같아서 여간 안타까운 게 아니었습니다. 뭐 인신공격은 예사고, 다른 의견에 대한 인정이나 수용이 불가능할 정도의 극단적 분위기로 고착이 되어 있는 듯 보였습니다.

 

한 가지 재밌는 게, 트레일러가 자동차를 덮친 사진들을 가지고 어느 자동차가 더 낫다 아니다 라는 얘기들이 상당히 많이 보였는데요. 그게 다툼의 '꺼리'가 과연 되는 건지 잘 모르겠더군요. 단순히 사진 한 장을 가지고 온 갖 추론을 하는데, 현장에서 발생된 여러가지 변수들이 제외된 채 내가 맞다, 니가 틀리다. 죽이네 살리네...ㅎㅎ 정말 무섭더군요. 제가 성인군자도 아니고, 저 역시 그런 분위기 속에 계속 있었다면 이런 몰입(?)이 안되리란 법이 없습니다. 자극에 욱해서 글을 저 또한 올리게 될 것이고, 반론이 나올 테고, 다시 저는 욱해서 글을 쓰고...

 

건강하고 유용한 담론을 통해 논쟁이 이뤄진다면야 그곳을 빠져나올 이유가 없죠. 그런데 그런 분위기가 아니란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자방을 안 가는 두 번째 이유인데요, 이게 좀 웃깁니다.

위에 내용은 자방에 있는 건데요. 어느 분이 K5 독일 반응이라고 해서 독일 네티즌들 반응 번역한 걸 올려 놓았는데 어디서 많이 본 거더군요. 댓글란 보시면 알겠지만 스케치북다이어리에서 가져온 내용이었습니다. 사실 이런 분에게 일일히 출처를 밝혀달라, 사용을 하겠다고 먼저 양해를 구해달라... 그러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어쨌든  이 분은 이 것만 제 블로그에서 가져온 게 아니더군요.

 

솔직히 블로그에 올린 내용을 자방에서 이런 식으로 계속해서 보게 된다면 기분 묘할 거 같았습니다. "이봐요, 거 내 글이거등요?" 이러기도 좀 그렇구요. 그리고 또 하나 걱정하는 건, 제 본래 의도, 혹은 원래 자료가 갖고 있던 방향성이 이런 식으로 부분적으로 이용되거나 해서 왜곡이 되면 어쩌나 하는 점입니다. 직접 눈으로 보게 되면 그냥 있을 수도 없고, 또 대응을 하자니 귀찮은 나이가 되어 버린 거죠. ㅎㅎ;;

안구정화용 사진 : 자동차 팬들에겐 자동차 사진이 안구 정화용이라네요. ㅎㅎ

자방은 사실 굉장히 유용하게 쓰일 수 있는 공간입니다. 개인이 자동차 관련해 억울한 일을 당했다고 여겼을 때 마음 놓고 하소연하고 조언을 구할 수 있는 귀중한 공간입니다. 자동차와 관련해 초보부터 전문가까지 기계적인 부분을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이며, 자동차 문화와 관련해 서로 의견을 나누고 다져갈 수 있는 의미 있는 공간입니다. 그런 곳이 지금과 같이 계속해서 감정적인 싸움터로 머무른다면, 이 얼마나 아깝습니까?

그리고 이런 거요. 제가 도저히 있는 그대로 올릴 수가 없어서 대충 지웠습니다. 제 블로그에 어린 학생들도 오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친구들 혹이라도 자방에 가 이런 음담패설에 흉측한 욕설들 볼까 심히 걱정이 되더군요. 내 자식 같고, 동생같고, 조카 같은 어린 친구들도 있다는 생각에서 조금 더 대화에 신경을 서로 쓰는 건 어떨까 합니다. 

 

솔직히 말은 이렇게 윤리교과서 같이 했지만, 저도 분위기에 젖는다면 어떻게 튈지 모릅니다. 그래서 아예 발길을 끊어버리는 겁니다. 맨날 제가 문화문화문화 타령이나 한다고 뭐라 할 분들 계실 텐데요. 문화라는 게 별 건가요?  누구나 와서 즐겁게, 때론 뜨겁게 배우고 토론하는 공간으로 '자방'을 만들어 가는 거, 그런 것이 진짜 좋은 자동차 문화를 가꿔 나가는 일일 겁니다. 부디, "우리 자방이 달라졌어요~" 라는 좋은 소문이 널리널리 퍼져 저 같은 사람도 기쁜 마음으로 동참해 배우고 나눌 수 있기를 바라겠습니다. 그리고 로즈**님, 앞으론 자료 가져간다고 댓글이라도 한 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