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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인도 잘 모를 거 같은 독일 교통법규들

독일에서 운전을 하고는 있지만 가장 기본적인 법규들 외엔 세세한 내용은 잘 모릅니다. 뭐 막상 당해봐야 알 수 있을까요? 그런데 저 같은 이방인이 아닌, 독일 사람들 조차도 제대로 모든 법규를 다 꿰고 있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사실 면허취득 과정에서 꼼꼼히 배우는데, 시간이 지나면 다들 잊고 지내는 그런 부분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나 싶은데요.

 

우연히 한인을 대상으로 한 교포신문에 난 독일의 교통법규 관련 기사 중에 재미난 내용들이 보여서 저도 여러분께 알려드리려 오늘 포스팅 준비해봤습니다. 사소해 자칫 놓치기 시워, 억울하게 벌점을 받거나 벌금을 물 수 있는 그런 내용들인데요. 어떤 것들이 그런지 한 번 보시겠습니다.

 

 

1. 추월차선에서 느리게 달리면 벌금 물어요

사진 : Autobild.de

 

자주 얘기를 드린 내용 중 하나인데요. 1차선의 경우 독일 아우토반은 추월차선입니다. 한국도 마찬가지죠. 철저하게 오른쪽 차선으로만 추월을 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1차선 운전자들은 뒤에서 차가 자기 보다 빠르게 달려오면 비켜줘야 합니다.

 

그런데 간혹 이 추월차로를 막고 운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사실 거의 만나본 기억이 없습니다만 암튼, 뭐 일단 막고 달리는 것까지는 좋은데 만약 시속 80km/h 이하로 1차선 주행을 하게 되면 딱지를 끊습니다. 나라마다 추월차로 저속주행에 대한 대응 메뉴얼이나 법규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독일은 절대로(는 아니고 99%) 오른쪽 차선으로 추월을 하지 않기 때문에 1차로 막고 느리게 달리는 것에 대해선 강하게 대처하고 있습니다.

 

 

2. 꽁무니에 바짝 붙어 운전하면 벌금 물어요

운전하다 보면 뒤에 바짝 붙는 차량이 신경 쓰일 때가 많습니다. 혹시 그렇게 운전하는 분 안계시나요? 독일에서 그렇게 운전하다 경찰한테 걸리면 벌금 뭅니다. 법규상 차간 거리를 유지하는 건 다 알고 있을 겁니다만 실제 그걸 지키기가 쉽지 않습니다. 어떤 분은 차간 거리 유지하면 그 사이로 끼어드는 차량들 꼴보기(?) 싫다고 하는데, 그래도 '그런가 보다~'하고 그냥 봐주십시오.

 

어쨌든 독일에선 앞차와의 간격의 기준을 대충 이렇게 정해놓고 있습니다. '계기판에 나와 있는 속도의 1/2이 차간 거리이다.' 즉 100km/h로 주행할 땐 앞차와의 간격이 50미터가 되어야 하는 것이구요. 120km/h일 땐 60미터, 70km/h일 땐 35미터가 법적인 기준이 되는 것입니다. 아우토반을 달리는 버스나 트럭은 거의 1:1입니다. 속도와 거리가 비례해야 한다는 것이죠. 만약 트럭이 80km/h로 달린다면  앞 차와의 간격은...네, 80m는 되어야 한다는 것이죠.

 

독일 아우토반은 유럽 물류이동의 동맥과도 같은 곳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특히 트럭들을 단속하는 기준이 까다롭고 엄격한 편입니다. 안 그러면 굉장히 큰 사고들이 날 수 있는 곳이죠. 한국에서 트럭 운전하는 분들, 번호판 가리고 커버 안 씌우고, 좌측 차선에 바짝 붙어 운전하고...그러는 분들 계시죠? 유럽에선 그런 트럭은 아예 운행 자체가 안될 겁니다.

 

 

3. 트럭 추월 시 제한 시간이 있어요

트럭 얘기가 나왔으니 이어서 하나 더 소개를 하면요. 트럭들도 추월을 해야 할 때가 있습니다. 아니 어쩌면 더 많을지도 모르죠. 만약 3차로 주행하다가 앞 차를 추월하게 되면, 45초 안에 끝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추월의 의지가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고속도로 순찰대에 의해 벌금고지서를 받게 될 겁니다. 

 

 

4. 주차 공간 미리 찜? 이런 거 벌금 물어요

주차 문제는 자동차 굴러다니는 세상 어디나 다 같습니다. 독일도 예외는 아니죠. 프랑크푸르트 1터미널에 가면 10분짜리 지상 일렬 주차장이 있는데, 여긴 정말 자리 쟁탈전이 치열하게 벌어지는 곳으로 유명하죠. 운이 좋으면 옆에서 대기하다 바로 주차를 할 수 있고, 안 그러면 계속 기다려야 하는데, 주차 관리원 눈치를 살피며 어떻게 해든 자리를 찾아내야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주차공간 찾기 어렵다고 동승자가 차에서 내려 빈자리에 찾아내 미리 찜을 한다면, 이거 위법입니다. 만약 그 자리에 다른 차가 와서 주차를 하겠다고 하면 비켜줘야 합니다 "내가 찜했거든요?" 이게 안 통한다는 거죠. 괜히 우리나라 식으로 찜 해놓고 "여기여기~!" 하고 부르면, 경찰이 벌금 고지서 들고 반갑게 달려올 것입니다.

 

 

5. 주차된 차 접촉사고 냈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아파트 주차장 같은 곳에서 차를 빼거나 넣을 때, 실수로 옆에 차를 살짝 긁은 경험 있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이런 경우 그냥 모른 척하고 가기도 하지만 자신의 연락처와 간단한 사고 내역을 메모로 차에 남겨 두는 분들도 많습니다. 그런데 독일에선 그냥 메모만 남기고 가면 도망한 것으로 간주를 합니다.

 

낮에는 30분 정도, 밤에는 15분 정도 차주가 나타나길 기다린 후에 떠나야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차 앞유리에 연락처를 대부분 놓아두니까 요즘은 바로바로 해결이 가능하지만, 독일은 개인연락처 같은 것은 절대로 그렇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일단 이런 식으로 기다려야 합니다. 

 

 

6. 함부로 남의 차에 손을 대도 곤란해요

유럽은 자전거전용도로가 잘 발달되어 있습니다. 엄밀히 말하면 하드웨어가 발달된 게 아니라 자전거 문화와 이와 관련한 법규가 잘 발달되어 있는 건데요. 혹이라도 자전거길에 불법 주차한 차를 보고  "차 이렇게 세워두시면 안됩니다. 차 빼세요!" 라는 식의 경고문을 적어 앞유리 같은 곳에 끼워둘 수 있는데, 독일에선 그러면 차량손상 혐의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그냥 경찰에 바로 신고를 해야 합니다.

 

 

우리와는 좀 다른 내용들이었죠? 사실 법이 얼마나 디테일하고 제대로인가, 뭐 이런 건 문제가 아니라고 봅니다. 그런 법을 지키는 사람들의 의식, 그리고 그런 법이 실제로 누구에게나 공평하고 제대로 적용이 되는가가 어떤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법 아무리 잘 해놓아도, 지키려는 의지도 없고 집행하려는 의지도 없다면 무용지물 아니겠어요? 그런 면에서 독일의 교통 법규는 잘 지켜지는 편이고, 집행도 야무지게 하는 거 같습니다.  우리도 다른 건 몰라도 이런 점은 잘 흡수했음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