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통계자료, 아니 설문자료를 보여 드리려고 합니다. 독일의 전통 있는 자동차잡지 아우토모토운트슈포트(Auto-motor-und-sport)가 매년 실시하는 것 중에 "메이커 이미지" 조사라는 게 있습니다.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독자들의 투표 결과를 발표하는 건데요. 이게 제법 오래됐고, 또 굉장히 자료가 신뢰받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프리미엄 파워'라는 책에도 보면 2003년도 자료가 사용돼 있을 정도죠.
실제로 자동차 관계자들도 매우 의미 있게 이 결과를 받아들인다고 하니 상당한 영향력을 미친다 봐야겠습니다. 더군다나 독일을 제외한 유럽 5개국의 자료도 함께 올라와서 좀 더 넓은 관점에서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유럽인들의 시각이 어떤지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유럽 전체를 대변할 순 없겠지만 12만 명에 가까운 사람들이 참여를 해서 만들어진 자료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반영이 되었다고 봐도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우선 표를 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이게 그 유명한 AMS의 메이커 이미지 평가표인데요. 가로는 품질, 세로는 감성 부분입니다. 오른쪽으로 갈수록 품질을 높게 평가한다는 뜻이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감성적인 면에서 어필을 하고 있다는 의미가 됩니다.
오른쪽 꼭대기에 몰려 있는 브랜드들 보이시죠? 독일 내 의견이라 그런지 역시 자국 메이커에 대한 자부심과 지지가 대단하다는 걸 알 수 있겠습니다. 저 상위 그룹을 제외하면 품질에선 렉서스와 볼보, VW, 그리고 스바루와 토요타, 혼다, 스코다, 마쯔다 등이 그 뒤를 잇고 있습니다.
일본 메이커들의 품질에 대한 신뢰가 높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피아트 그룹이 가지고 있는 란치아가 피아트 보다 뒤져 가장 품질에선 나쁜 이미지를 갖고 있는데요. 이렇게 되면 이태리 피아트가 품질에선 확실히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 같습니다. 이태리차 타본 저로서도 동의하는 바입니다. (단 피아트500 등은 예외로 하죠.) 스마트나 Jeep 등도 낮게 평가되고 있는 게 다소 의외네요.
현기차는 품질에서 프랑스 메이커들 보다 낫다고 평가되고 있지만 감성적인 면에서는 낮은 위치에 머물러 있습니다. 눈에 띄는 대목은 현대 보다는 기아가 감성적인 측면에서 더 높게 평가됐다는 건데요. 사람들이 기아차 디자인에 대해 현대보다는 더 호감을 가지고 본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판매는 현대차가 일본차들을 추월하는 추세고, 현기 자체적으로 봐도 현대가 앞섭니다. 품질이나 감성이란 측면 보다는 역시 브랜드가 많이 알려지고, 또 개런티나 가성비가 좋은 점이 판매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일정부분 봐야겠습니다.
역시 감성에선 알파 로메오와 재규어가 독일 프리미엄들을 제외하곤 가장 높네요. 재규어의 경우는 예전에 비해 감성과 품질에서 많이 올라와 있습니다. 특히 요즘 재규어 디자인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는데 이게 반영된 게 아닌가 싶군요. 토요타도 품질과 감성에서 예전에 비해 올라왔네요.
현대가 북미에서 선전을 하고는 있지만 역시 유럽 시장의 경우, 보수적인 소비층과 오래된 자국 메이커들의 장벽, 그리고 오래 전부터 다져온 일본 메이커들의 긍정적 이미지 등, 다양한 장벽들을 어떻게 넘어서야 할지 고민이 되는 부분일 것입니다.
이 도표는 아까 보여드린 전체 도표 중에서 '독일인들이 좋아하는 메이커'를 순서대로 나열한 건데요. 올 해 1위는 54%를 얻어 51%의 지지를 얻은 아우디를 제치고 BMW가 차지했습니다. 작년 보다 4% 더 지지를 받은 것으로 나왔네요.
3위에 오른 포르쉐가 눈에 띄네요. 5% 상승폭을 가져와 메르세데스 벤츠를 눌렀습니다. 알파 로메오와 재규어를 제외하면 흔히들 프리미엄 메이커로 불리는 것들이 상위를 차지했습니다. 알파 로메오에 대한 독일인들의 애정이 상당한 수준임을 느끼게 해줍니다.
이 표는 '요즘 유행을 선도하는 메이커' 부분인데요. 간발의 차이로 아우디가 1위에 올랐습니다. 또 VW이 3위를 차지한 게 눈에 들어옵니다. 앞서 보여드린 "좋아하는 메이커"와 다른 점은 스코다가 7위에 올라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랜드로버가 많은 포인트를 올린 건 신모델들을 내놓은 결과일 테고, 반대로 알파 로메오가 포인트를 많이 잃은 것은 신모델을 내놓지 못한 이유일 것입니다.
이 표는 가격대비 성능, 즉 가성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이미지 결과표입니다. 스코다가 2003년부터 월등하게 높은 위치에서 달려나가고 있죠? 또 저가 브랜드인 다치아가 폴크스바겐을 제치고 2위에 오른 게 놀라운 결과로 받아들여집니다.
다행(?)스럽게도 현기차가 이 부분에서 모두 이름을 올렸고, 작년과 재작년에 다시금 높은 지지를 받으며 그래프 상승을 이끌었습니다. 폴크스바겐이 이 곳에 이름을 올리는 이유는 역시, 프리미엄급 차를 만드는 메이커임에도 가격은 그들에 비해 싸다는 이유일 텐데요. 그렇게 VW차 비싸다고들 해도 많은 독일인들이 꼭 그렇게만 생각하는 건 아닌 거 같습니다.
친환경적인 메이커 부분에서 1위를 디젤로 강세를 보인 독일차들이 아니라 하이브리드로 세계시장을 공략한 토요타에게 돌아갔습니다. 그것도 2005년 이후 줄곧 토요타가 1위를 마크했습니다. 토요타 급발진 사고로 전세계가 떠들썩했어도 친환경적이라는 이미지는 별다른 타격을 받지 않은 듯 보입니다.
마지막으로 보실 표가 유럽 5개국의 결과인데요. 첫 번째 왼쪽은 "신뢰성" 부분입니다. 프랑스, 스웨덴, 이태리, 스페인, 폴란드 순인데요. 폴란드 빼곤 모두 독일 메이커들에 대한 신뢰가 컸습니다. 폴란드를 비롯한 동유럽은 일본차들이 자리를 잘 잡았다 보여집니다만 이게 꼭 판매와 직결되는 것은 아닌 게, 현기차와의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 때문일 겁니다. 그래도 혼다, 닛산, 마쯔다, 스바루, 토요타 등...일본차가 갖는 신뢰성은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지네요.
표의 중앙 쪽은 가성비 영역인데요. 프랑스 좀 보세요. ㅎㅎ 자국 메이커들로 1,2,3위가 채워졌습니다. 더 웃긴 건 스웨덴이네요. BMW를 가성비 3위에 올려놨습니다. 이들 GDP를 생각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안 가는 건 아닌데...그래도 좀 웃깁니다.
마지막 오른쪽은 디자인부분입니다. 아우디, 알파 로메오, BMW가 반복되고 있죠? 참 독일 내에서 디자인에 대한 평가표가 빠졌군요?
역시 독일에서도 아우디와 BMW, 그리고 알파 로메오가 상위그룹에 포진돼 있고, 포르쉐 재규어 등도 좋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순위에 이름을 VW이 올리긴 했지만 1위와의 차이가 크기 때문에 그리 큰 의미는 없어 보입니다.
이런 일반고객들의 메이커에 대한 이미지는 사실 쉽게 깨지기 어려운 게 현실입니다. 단 기간에 바뀔 문제가 아닌 것이죠. 현대나 기아가 요즘 좋은 디자인의 차들을, 또 괜찮은 성능으로 무장해 도전을 하고는 있지만 판매나, 회사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당장의 결과를 원하기엔 시간이 짧습니다. 천천히 한 걸음씩 나아갈 수밖에요...
이런 현실을 두고 독일차들과 성능이 같거나 더 뛰어나다느니 그러면, 유럽인들 입장에선 그런 현기차 얘기가 쉽게 와닿지 않을 겁니다. 어쨌든 워낙 빨리 커나가고 있는 현기차니까 좋은 결과들을 좀 더 빠른 시간에 얻어내겠죠. 하지만 회사 이미지, 감성, 품질은 하루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 알았으면 좋겠네요.
(이런 내용과 연관이 될 수도 있겠지만, 현대 i40 시승기 2부를 www.themotorstar.com에 올려놨습니다. 특히 엔진에 관련된 궁금증, 그리고 감성과 마감 등에 대한 문제점을 중점적으로 다뤘으니까 관심 있는 분들은 방문해주시기 바랍니다. 모두 건강한 한 주 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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