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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포르쉐 911, 그 걸작의 이름과 함께 별이 되다

독일 시간으로는 목요일. 한국시간으로는 어제가 되겠군요. 4월 5일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라는 도시에서 76세의 한 노신사가 세상과 이별을 고했습니다. 이름은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 바로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손자이자 자동차 디자인에서 영원한 걸작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포르쉐 911의 첫 모델 901을 디자인한 주인공이었습니다.

사진 : Porsche

포르쉐 911은 7세대까지 이어지고 있는 명실상부한 독일의 대표적인 스포츠카인데요. 그 첫 세대이자 개인적으로는 포르쉐 모델들 중 가장 아름다운 디자인이라고 주저없이 꼽는 901을 디자인한 장본인의 사망소식은 정신없이 일을 하던 저의 손을 잠시 쉬게 했습니다.

독일 슈투트가르트에서 태어났는데, 아시는 것처럼 포르쉐 가문이 참 복잡합니다. 쉽게 정리하면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의 아들 페리 포르쉐가 있고, 딸 루이제 포르쉐가 있습니다. 루이제 포르쉐는 안톤 피에히라는 남자와 결혼하면서 루이제 피에히로 성을 바꾸게 되죠. 이 루이제의 자식 중 한 명이 그 유명한 VW 회장이자 이사회 현 의장인 페르디난트 피에히입니다. 그러니까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와 피에히 의장은 사촌이 되는 거죠.

상당히 오랜 기간 포르쉐 쪽과 피에히 쪽은 아슬아슬하게 가계 경영을 이어가게 되는데요. 어쨌든 페리 포르쉐의 설계능력과 경영능력이 지금의 포르쉐를 만들어냈고, 이런 페리 밑에서 디자인을 공부한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는 불후의 명작 901을 디자인해 낸 것입니다.

가운데가 페르디난트 포르쉐 박사. 우측이 페르디난트 피에히 의장. 그리고 좌측이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

포르쉐 디자인 센터에서 작업 중인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좌) 우측 남자는 아버지인 페리 포르쉐

 

부치(Butzi)라는 별명을 얻은 게 1958년이라고 하는군요. 그리고 1962년, 그러니까 901 탄생 1년 전에 포르쉐 디자인 센터 팀장의 자리에 오르게 됩니다. 자동차와는 뗄래야 뗄 수 없는 그런 환경 속에서 성장을 했고, 그런 환경을 통해 큰 어려움 없이 자동차 디자이너로서의 길을 가게 됐습니다.  또 901 자체도 완전히 독립된 창작의 산물이라기 보다는 포르쉐 자동차가 처음부터 지속시켜온 가치의 산물에 가깝게 볼 수도 있겠구요.

그렇기 때문에 그의 작품이 다소 손쉽게 얻어진 것이 아니냐는 의문부호도 찍을 법합니다. 하지만 아무리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을 했다고 해도 901은 폄하되기 어려운 그런 높은 가치의 디자인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 외에도 F1 레이스용 타입 804랑 904 카레라 GTS 같은 명차도 그의 손을 거쳐 탄생했습니다만, 누가 뭐래도 901이 제겐 최고입니다.

특히 C휠러와 뒷바퀴 덥개인 휀다쪽의 그 라인은 정말이지 아름답기까지 한데요. 샤프한 듯 부드럽게 떨어진 지붕의 라인과 어우러져 최고의 작품이 탄생했다 생각합니다. 아마 앞으로도 901과 같은 디자인은 쉽게 만나기 어렵지 않겠나 싶은데요. 저 작은 바디에 2,000cc 엔진을 싣고 재빠른 몸놀림을 보였다는 것을 생각하면 디자인과 성능의 조화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됩니다. 

하늘이 준 생의 모두를 소진하고 이제 고인이 된 페르디난트 알렉산더 포르쉐. 비록 그는  떠났지만 그의 이름은 포르쉐 911이라는 불멸의 이름과 함께 영원히 남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