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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Lemon은 시지만 Lemon법은 달다!

오늘은 더모터스타에 올라와 있는 미국 자동차 레몬법에 대한 Longbottom님의 글을 이 곳 스케치북다이어리에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좋은 글을 좀 더 많은 분들이 읽고 공감했음 하는 바람에 부득불 제가 이런 선택을 한 것이니까 더모터스타에서 이미 읽었던 분들껜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겠습니다. 넓은 마음으로 이해바라겠습니다. ^^

 미국은 소비자가 왕이다.

어디서 물건을 샀던 교환하고 싶으면 거의 모든 제품이 교환 가능하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소매점으로 선정된 전자제품 판매점 BEST BUY에서 LCD TV를 샀다고 치자. 그런데 집에 가져와 보니 맘에 들지가 않았다. 이럴 때 보통은 한 달 안에는 언제든지 이유 묻지 않고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하다.

 

옷도 마찬가지다. 특별한 자체 규정이 없는 한 군말 없이 교환이 가능하다. 판매점 입장에선 굉장한 부담이 되는 상황이지만 어쨌든 미국의 소비자들은 이런 환경에 자연스레 적응이 되어 있다. 하지만 모든 제품이 다 이런 무지막지한 환불이나 교환의 대상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동차 역시 예외다. 이유 없는 교환이나 환불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자동차에 있어선 소비자들은 왕이 아닐까? 아니다. 레몬법이 최소한 우리를 보호해주고 있다.

 

 "If the manufacturer, its agent, or its authorized dealer is unable to conform the motor vehicle to the warranty by repairing or correcting the defect or condition which substantially impairs the use and market value of such motor vehicle after a reasonable number of attempts, the manufacturer shall, at its option, replace the motor vehicle with a comparable motor vehicle or accept return of the motor vehicle from the consumer and refund to the consumer the full purchase price, including the sales tax, license fees, and registration fees and any similar governmental charges, less a reasonable allowance for the consumer's use of the motor vehicle. Refunds shall be made to the consumer and lienholder, if any, as their interests may appear. A reasonable allowance for use shall be that amount directly attributable to use by the consumer and any previous consumer prior to the consumer's first written report of the nonconformity to the manufacturer, agent, or dealer and during any subsequent period when the vehicle is not out of service by reason of repair."

 

 

Lemon Law를 간단히 설명하자면, 고장이 난 부분을 일정기간 동안 3번 정도 반복해서도 고치지 못했을 경우 비슷하거나 같은 차로 바꿔줘야한다. 만약 환불을 요구하면 차 가격을 포함한 그간의 들어간 소비자의 비용일체를 돌려줘야 한다. 이게 레몬법의 기본이다. 알다시피 제조사가 고장 원인을 규명해야 하는 것이다. 위에 영문은 내가 살고 있는 콜로라도 주의 레몬법이다. 주마다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큰 틀에선 동일하게 적용된다.

 

내가 겪은 사례로 쉽게 설명을 해보겠다.

 

BMW 760(E65)를 구입했을 때의 일이다. 차를 인도받던 날의 그 설레임은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된다. 12기통의 부드러움이란하지만 7시리즈 오너가 된 기쁨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라스베가스로 차를 끌고 회의에 참석하고 온 후 얼마되지 않아, 그러니까 마일로는 약 3,000마일, 기간으로는 한 달 정도 지난 시점이었다. 출근을 위해 차에 올라 시동을 거는데 악셀레이터 페달을 밟아도 rpm은 그대로였다. 차가 나가질 못하는 것이었다. 결국 딜러에게 전화를 걸었고 차는 서비스센타에 들어가게 되었다.

 

일단 수리기간 동안 타라고 5시리즈를 내줬다. 곧 고치겠지 싶어 군소리 없이 하루를 타고 다녔다. 다음 날 서비스센터에 갔더니 문제점을 발견하지 못한 상태였다. 좀 더 기다려 보기로 했는데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가버렸다. 여전히 원일을 못 찾아낸 상태. 슬슬 열받기 시작했다. 5시리즈 말고 다른 차를 내달라고 했다. 매니저들끼리 상의하더니 전시장에 있던 7시리즈 신차를 내주는 게 아닌가? 화가 좀 누그러졌고 그렇게 7시리즈를 끌고 집으로 돌아왔다.

 

 미국 BMW 본사에서 정비팀이 와도 원인을 찾아내지 못했고 결국 독일 기술팀이 와 차를 완전분해를 시켜버렸다. 그런데도 고장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런 식으로 한 달이 흘렀을 때 딜러가 연락을 취해왔다. 아무래도 안 되겠으니 새 차로 교환을 받던지 아니면 환불을 해주겠다는 것이다. 난 화가 났고, 돈으로 돌려받겠다 했다. 그리고 3일 후, 그간 들어간 비용 그대로를 수표(Check)로 돌려주었다.

 

나중에 딜러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돈을 순순히 돌려줬어요?” 그랬더니 딜러가 이렇게 말했다. “당신의 경우 레몬법에 해당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날 이후로 미국 BMW 본사와 독일 본사 등, 10여군데가 넘는 부서로부터 사과 편지를 받았다. 그리고 BMW USA로부터 M 드라이빙 스쿨 초대장을 받았다. 물론 숙식 항공권 모두 포함된 쿠폰과 함께비행기 타는 걸 싫어했기 때문에 난 차를 타고 가겠다고 했고, 비행기값 보다 더 나온 기름값을 군소리 한 번 없이 다 내줬다.

 

결국 난 이후에 다시 7시리즈를 샀다. 산 이유는, 만약에 또 고장이 나서 문제가 생겨도 이런 서비스와 이런 친절이라면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고, 무엇보다도 레몬법이 든든하게 소비자를 지켜주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그 때 그렇게 속 썩이던 7시리즈는 어떻게 됐을까? 결국 그 녀석은 독일 본사에서 회수해갔다고 한다. 아주 드문 케이스여서 본격적인 조사를 할 모양이었다. 하지만 보통 레몬법에 걸린 차들은 다시 수리가 돼 아주 싸게 팔리게 된다.

 

대신 그렇게 팔리는 자동차의 기록부엔 제조사가 재구매한 차(Manufacture Buyback)’, 혹은 ‘Lemon Title’이라는 기록이 남게 되고 미국에서 중고차 살 때 꼭 살펴 보는 CarFax 리포트에서 이런 기록을 바로 찾을 수 있다. 일종의 법으로 강제된 낙인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차의 고장원인을 직접 밝혀내야 하는 한국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레몬법이 부러울 수밖에 없다. 반대로 보면 미국 소비자들은 철저하게 국가로부터 권리를 보장받고 있다. 그런 측면에서 레몬법은 미국의 법이 아니라 소비자가 당연히 누려야 할 기본권리로 확장되어야 한다. 한국소비자들도 당연히 누려야 할 그런 권리 말이다.

 

추가로, 어느 분께서 왜 이름이 레몬법이냐고 물어주셨습니다. 롱버텀님도 정확히 뜻을 몰라 미국 변호사들에게 물었답니다. 근데 여기도 확실치는 않네요. 일단 공통된 의견은, 레몬이라는 단어가 과일이라는 뜻 말고 아주 오래 전, 그러니까 미국 독립 전에는 불친절한(unfriendly)이라는 의미로 쓰였는데, 이게 1900년 초부터 worthless thing, 그러니까 가치 없는 것이라는 의미의 슬랭으로 쓰였고, 이게 은어로 굳어졌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은어가 법 이름으로까지 연결된 것이죠.

 

그리고 떠도는 얘기들 중에는 오렌지 관련 에피소드가 있는데 대충 이런 내용이라고 합니다. '어떤 사람이 수퍼마켓에서 레몬을 오렌지로 잘못 알고 샀다. 집에 와 그 것을 안 사람은 다시 수퍼마켓에 갔고, 거기서 레몬 말고 오렌지로 바꿔달라고 했따. 그런데 거절 당했고, 세 번째 항의에서야 결국 레몬을 오렌지로 바꿨다.'  

 

의외로 변호사들도 잘 모르나 보더라구요. 대신 레몬법만 전문적으로 다루는 변호사들이 미국에 있다는데, 아마 그들 정도면 이름의 유래를 알지 않겠나 생각되는군요. 뭐 이름의 유래야 어찌됐든, 이런 훌륭한 법이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이야기가 되는 그 날이 빨리 왔음 하는 바람입니다. 더불어 독일도요. ㅡㅡ;  

 

첨가하자면, 만약 레몬법에 해당하는 차를 안 바꿔준다고 우길 때는 변호사비용 포함해 손해배상 소송이 가능하다고 합니다. 물론 승률은 아주 높구요. 이래저래 미국자동차 시장은 소비자들에겐 천국같은 곳이 분명해 보입니다. 우울한 주중을 보낸 분들껜, 즐거운 금요일과 주말 되길 바라면서 오늘은 여기서 인사 드립니다. 참! www.themotorstar.com은 주말과 휴일에도 계속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