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Z. 말 그대로 어린 시절의 동경과 꿈의 이름이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차로 알았고, 자동차의 제왕으로 생각을 했던 이름이었죠. 커가면서 자동차 세상도 변하고, 벤츠를 바라보는 제 눈도 달라졌지만 지금도 맘 한 켠엔 여전히 삼각별을 향해 엄지손을 치켜들고 있는 어린 제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이제는 그렇게 동경하던 벤츠의 나라 독일에서 살고 있죠. 독일 국민차 이름은 폴크스바겐에 있지만 독일 국가대표라는 타이틀은 벤츠의 것입니다. 그건 세상이 아무리 변해도 적어도 독일 내에서는 그렇습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배신은 있어도 벤츠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에 고개 끄덕이며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브랜드라 할지라도, 그리고 프리미엄의 장자로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해도 역시 세월의 흐름과 고객들의 가치 변화를 마냥 외면키는 어려운 게 또한 현실이겠죠. 그리고 이런 변화의 속도에 벤츠가 약간은 숨가빠하는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BMW라는 브랜드의 엄청난 성장과 경쟁력, 그리고 아우디의 무서울 정도의 추격 속에서 삼격별, 그 이름값 만 부여잡고 가기엔 경쟁자들의 움직임이 여간 강력한게 아니니까 말이죠. 그래서 벤츠도 몇 년 전부터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왔습니다. 이 말씀은 숱하게 드렸었죠. 그리고 SLS AMG, 신형 SLK, B클래스, 그리고 A클래스 등을 통해 구체화시키고 있습니다.
근엄한 분위기에 매료되고 벤츠 이름만으로도 모든 게 다 용서되던 시절의 이들이 주인공이던 때는 많이 과거로 흘렀습니다. 이제 감각적인 벤츠가 되어달라 목소리 높이는 새로운 벤츠의 아이들이 등장했고, 그들은 얼마 후에 강력한 구매의 주도층이 될 것입니다. 이런 고객들을 잡지 못하면 메르세데스라는 이름은 언제 어떻게 바람 앞의 촛불 신세가 될지 모르는 것이죠.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벤츠 시장은 어떤가요? 뭐 새로 부임한 벤츠코리아 사장님께서 많이 팔아 1등 하는 것 보다는 고객만족에 초점을 맞춰 경영하겠다고 했습니다. 사실 그게 벤츠에겐 더 어울리는 자세일 겁니다. 한 대라도 더 팔기 위해 아귀다툼하는 모습은 메르세데스라는 이름과는 왠지 어울려 보이지 않으니까요.
하지만, 냉정히 보면 이것은 허세일지도 모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요구는 날로 섬세하고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그런 욕구를 맞춘다는 건, 그래서 고객들의 만족을 높인다는 건, 결국 판매에서 분명한 성적을 낼 수 있었을 때 가능한 얘기가 아닐까요? S클래스와 E클래스에 치중된 벤츠의 영업방향에 수정이 필요하다는 얘기인 것입니다.
정확한 정보인지는 모르겠지만 새로나온 A클래스를 아직 한국에는 들여올 생각이 없다고 합니다. 왜냐면 벤츠니까요. 어리고 혹은 젊은 고객들의 수요를 맞추기 위해 작은 차 들여오느니 플래그십에 초점을 맞추겠다는 것이죠. 하지만 언제까지 그게 가능할까요? 독일에서도 노인층을 과감히 포기하고 젊은 고객들 잡기 위해 A클래스를 완전히 다른 스타일로 바꿔놨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입니다.
B클래스만 하더라도 벌써부터 독일 내의 반응도 좋고, 한국에서도 실내를 들여다본 분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B클래스는 젊은 감각이라고 하기엔 뭔가 부족한 게 사실입니다. 명쾌한 성격이 없는 모호한 포지션의 차가 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어쩌면 A클래스가 좀 더 벤츠를 많은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키는 것에 적합한 모델이 아닐까 하는 겁니다. A클래스는 성격이 명확하니까요.
이 사진은 배달되어 온 신형 SL 카탈로그에 있는 사진을 제가 스캔한 겁니다. 뒤쪽에 신형 A클래스 보이시죠? A클래스 중에서도 AMG 스포츠 버젼인데, 어떠십니까? 작지만 전혀 차가 경박해 보이지 않습니다. 충분히 젊은층에게 어필할 만하면서도 삼각별의 위용이 느껴진다는 거죠.
만약에 A클래스를 들여온다면 이 AMG 스포츠 트림을 선택한다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이 정도면 성능에서도 꿀릴 것 없고, 스타일에서도 충분히 젊은 고객들의 시선을 끌어올 수 있기 때문이죠.
이제 한국에서 벤츠를 파는 분들도 좀 더 연령과 구매타깃을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아우디나 BMW에 매료된 고객들로 인해 설땅이 더 좁아질 수밖에 없을 테니까요.
변화에 익숙하지 않은 독일에서조차 벤츠가 변해야 산다는 얘기들이 줄기차게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 요구에 결국은 다임러도 손을 들고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는 것이죠. A클래스라는 차를 수입하고 안 하고는 결국 수입사가 결정을 할 문제겠죠. 하지만 시장을 이전과는 다른 관점에서 점검해셨음 합니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이 내려졌다면,
전 저 사진 속에 있는 야무진 해치백 벤츠를 적극 추천하는 바입니다.
(더모터스타 즐거운 칼럼에 "현대차, 프리미엄이 되고 싶나요? " 라는 글 한 편 올렸놨습니다. ^^ www.themotorsta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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