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어제였어야 하는데, 비가 왔습니다 독일은. 그래서 오늘 시승을 했습니다. 아침부터 열심히 이렇게 몰고 저렇게 몰고, 다양한 느낌을 얻으려 노력했으며, 내 차라는 마음으로 하루종일 있는 정 없는 정 잔뜩 붙인 채 함께 했죠. 다음 주에 올릴 i40 시승기를 준비하기 위해서요.
스케치북다이어리를 꾸준히 찾아준 분들께선 현대차에 대한 비판 강도는 쎄지만 i40라는 차에 대해선 제가 애정을 갖고 있음을 어느 정도 아실 겁니다. 해치백은 그렇다쳐도, 이 놈의 왜건에 대한 극단적인 한국인들의 낯가림을 생각하면 그래도 현대차가 이런 거 내놓고 덤벼드는 모습, 박수를 안 칠 수가 없는 겁니다.
왜건 천지인 독일에서 당당히 견줄 수 있는 차라는 점, 분명 의미 있습니다. 다만, 너무 자부심이 지나쳐 파사트를 능가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현대차 윗분께서 하셨는데, 그런 게 좋게 얻은 점수 까먹는 모습이거든요.
어쨌든, 그토록 타보고 싶던 차를 탔기 때문에 촉이 더 예민하게 발휘됐는지 모르겠는데요. 좋은 점과 싫은 점, 아니 아쉽거나 나쁜 것 등이 파노라마처럼 선명하게 다가왔습니다. 모든 게 강렬했는데요. 이와 관련한 자세한 얘기는 아쉽지만 오늘은 아니고 다음 주 더모터스타를 통해 전해드리겠습니다. ^^;
그럼 오늘은 뭔 얘기냐?
별 거 아니지만 약간 황당한, 뭐 그런 에피소드라 할 수 있겠습니다. 시승기에 붙이기엔 다소 분위기와 안 맞고 해서 편하게 블로그에 올리는데요. 시승이 다 끝나고 반납하면서 생긴 일이에요. 함께한 에디터가 차를 반납하기 위해 갔고, 저는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전화가 와서는 낄낄 웃지 뭐겠습니까?
"뭔 일인데 그래?" 물었더니. " 제가 재밌는 사진 보내드릴게요." 라며 한 장의 사진을 전송했습니다. 이런 그림이네요.
기름을 넣고 주유구 커버를 아무 생각없이 닫으려 미는데 이게 갑자지 바닦으로 떨어져버렸습니다. 혹시 자기가 망가뜨린 게 아닌가 싶어 얼른 주워 끼웠더니 다시 그냥 쉽게 끼워지더라고 하더군요. 혹시나 싶어 다시 살짝 잡아당겼더니 쉽게 다시 빠졌답니다.
이 차가 저희가 시승하기 전까지 2천 킬로미터를 조금 넘긴 상태였습니다. 거의 새 차죠. 차량 점검표에는 어떤 고장이나 흠집도 없다고 체크되어 있었고, 실제로 시승 전에 꼼꼼히 살폈을 때도 문제 하나 없었습니다. 그런데 주유커버가 저렇게 엉성하게 조립이 되어 있었던 거죠. 고장이 아닌가 살폈지만 그냥 야무지게 조립이 안된 것 같다고 전해왔습니다.
제가 그 친구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던 것이, 시승사진을 찍기 위해 보닛도 열어보고 트렁크문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발견한 여러가지 자잘한 문제점들을 이미 경험했기 때문이었습니다. 한마디로 조립, 마무리가 아쉬웠다는 겁니다. 보닛을 열땐 덜커덩하는 소리가 났고, 뒷트렁크 문은 오른쪽이 제대로 아귀가 맞지 않았는지 쾅하는 닫히는 게 아니라 더더덕! 하면서 트렁크 문의 오른쪽 끝이 떨기까지 했습니다.
첨엔 뒷쪽 번호판이 차체에 딱 붙지 않고 어딘가가 떠서 더더덕하고 맞부딪히며 나는 소린 줄 알았습니다. 이런 게 다 전체적으로 마무리가 제대로 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 밖에 트렁크에선 정체모를(?) 나사못 하나가 외로이 뒹굴어 다니고 있더군요. 좀 더 뒤적여 볼까하다 그냥 말았습니다만, 이렇게 비싸고(?) 괜찮은 차 만들어 놓고 하찮은 것들에서 이미지 깎아 먹지 않길 당부드립니다.
이게 현지 생산조립이 아니라 한국에서 조립되어 독일로 수출된 차라는 걸 생각하면 더더욱...
어쨌든, 전반적으로 현대차 수준 많~~이 높아진 것만은 분명합니다. i40보다 더 좋게 평가 받는 경쟁 모델들 손가락에 꼽힐 정도죠. 독일 자동차 전문매체들 평가에서 최상위는 아니지만 마쯔다6이나 푸조508, 심지어 캠리의 유럽형 모델인 아벤시스 왜건에도 뒤지지 않은 평가를 받았으니까요.
하지만 여전히 해결할 부분들도 많다는 거... 유럽인들에겐 매력적인 i40 왜건. 그러나 한국에선 왜건에 대한 낯가림에 가격정책까지 실패해 이래저래 아쉬움만 많이 주는 자동차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즐거운 한 주되시구요. 투표 모두모두 꼭 하시구요.
현대 i40 시승기는 아래 클릭!
http://www.themotorstar.com/ou/ou_view.asp?bid=ou&idx=8&page=1&srch_url=skey=!sval=!sasc=idx des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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