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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자동차 유럽센타가 독일에 있는 이유


오늘은 독일 일간지 차이트에 실린 현대자동차 수석 디자이너인 토마스 뷔어클레의 인터뷰 기사를 싣도록 하겠습니다. 한창 잘 나가고 있는 자동차 메이커의 수석 디자이너로서 내놓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공유할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올리는 건데요. 번역에는 저와 함께 새로운 일에 참여키로 한 후배가 수고를 해줬습니다. 혹시 몰라서 원문 주소도 함께 올립니다.


토마스 뷔어클레 (Thomas Bürkle)에게 „H-Point“ 는 모든 즐거움의 시작점이다. 이곳에서부터 모든 프로젝트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H“ 는 독일어로 „Hüfte“ 이며 인간의 골반을 의미하는데 모든 자동차 디자이너들은 이 „H-Point“를 기준으로 새로운 자동차모델을 디자인을 한다.

 

„H-Point“를 중심으로 운전자 머리 위의 여유공간, 핸들까지의 거리 혹은 페달까지의 거리를 산출하여 전체적인 외형을 완성한다. 엔진과 뒷좌석 혹은 트렁크는 다음 단계에서 기획된다.

자동차를 개발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인간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맞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라고 뷔어클레는 강조한다.

 

그는 현대자동차의 수석디자이너이다. Rüsselsheim (뤼셀스하임) 시 외각에 위치한 현대자동차의 연구단지는 경비가 매우 삼엄한 형무소를 방불케한다. 외부인의 출입을 일체 금지하고 있으며, 모든 출입문에는 카드인식기가 설치되어 있다. 부득이한 외부인의 방문 시 밀착 에스코트는 물론, 핸드폰과 노트북의 모든 렌즈는 테이프로 밀봉을 시킨다.


 

 

엄격한 보안의 연구단지

 

여러 개의 통로와 공장, 회의실 및 사무실을 지나가는 동안, 외부인의 출입을 인지한 사무실들의 문이 닫히는 모습은 드문 일이 아니었다. 경쟁사를 의식한 행동이다.

 

천신만고 끝에 현대그룹 유럽법인 연구단지의 심장부인 뷔어클레의 사무실에 도착을 하였다. 오래 전 현대자동차에 대한 인식은 부드럽게 표현하여 간단하다실용적이다라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다른 경쟁사 대비 부족한 점을 인정하게 되면서 오늘 날 뷔어클레씨는

 

자동차 생산기술력은 점차 차이가 줄어들고 비슷한 수준에까지 도달하기 때문에, 오늘날 자동차의 차이성을 나타내는 가장 중요한 부분은 바로 디자인이다.“ 라고 말한다.

, 자동차 구매의 가장 큰 선택요소는 디자인이라는 점이다.

 

자동차분야 전문가들은 꽤 오래 전부터 현대자동차의 품질과 가격대비성능을 인정하고 있었지만 이제는 디자인에서도 부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였다. 올해 정몽구 현대회장의 신년연설에서 7백만대의 자동차 판매라는 목표를 세운 만큼 당연한 과정인지도 모르겠다.

 

이미 현대자동차는 자회사인 기아와 함께 전세계 자동차 판매시장의 5위를 선점하고 있다. 작년에는 총 660만대의 차량을 판매하였으며, 그 어떤 자동차회사보다도 빠른 성장을 기록하였다.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사이 현대자동차는 무명의 저가차량 생산회사에서 일약 자동차의 Champions League 에  입성한 것이다.

 

 

폴크스바겐과 토요타에 내민 도전장

 

그리고 드디어 정몽구 회장은 작년 판매량 각각 800만대 이상을 기록을 한 독일의 폴크스바겐과 일본의 토요타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성장, 성장 또 성장이 현대자동차의 슬로건이다.

 

현대-기아그룹이 한국적이라는 건 당연한 사실이지만 어떤 부분에서는 매우 독일적이라는 특징이 있다. 수석디자이너인 뷔어클레나 뤼셀스하임 현대자동차 연구단지에서 엔진개발분야를 담당하고 있는 위르겐 그림 (Jürgen Grimm), 그리고 경쟁사인 폴크스바겐에 두려움의 대상이 되고 있는 i40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처음 i40은 유럽시장만을 겨냥하여 출시된 차량이었지만, „i40의 반응이 매우 좋아 추가로 한국에서도 출시가 되었다.“는 게 뷔어클레의 설명이다. 바로 이 i40이 유럽에서 디자인 및 생산된 모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유럽센터를 이곳 뤼셀스하임에 만든 이유는 독일의 자동차시장 규모가 크고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을 보이는 곳이기 때문이다.“라고 그림은 말한다. 구매자의 요구사항은 높고, 독일자동차회사와의 경쟁은 심하다. 그러기에 독일에서 성공하면, 전세계 어디에서는 성공할 수 있다라고 말한다. 또한 독일은 최고의 전문인력 시장이기도 하다. 그가 바로 그 예이다. 위르겐 그림은 폴크스바겐에서 스카우트해왔고, 토마스 뷔어클레는 BMW에서 데리고 왔다. 성공한 자동차분야의 전문가들은 독일을 비교적 떠나고 싶지 않아한다. 하지만 무엇이 BMW의 디자이너를 현대로 이적하게 한 것일까?

 

 BMW에서 현대로

 

BMW 에 있을 당시 뷔어클레는 BMW 6시리즈의 디자인을 담당하였으며 어찌 보면 디자이너로서 이보다 더한 보람은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자동차 분야의 디자이너로서 누구나 한번쯤은 관심을 가지고 싶고 또 가지게 되는 한국 자동차 시장만의 특이점이 있다. 현대와 기아가 한국 내 자동차 시장의 75%의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구매자들에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지각색의 자동차 모델들이 있다는 느낌을 주기 위해서 현대기아자동차는 일부러 상징성을 나타내는 고유의 특징을 고수하지 않는다. 독일 자동차 회사들이 자신들의 자동차를 대표하는 얼굴“, 예를 들어 BMW의 콩팥 모양 키드니 그릴, 벤츠의 석쇠판 모양의 그릴을 고수하는 것과는 달리 말이다.

 

하지만 글로벌한 확장 및 성장을 위하여 현대자동차도 독일자동차 회사들처럼 자신들만의 스타일리쉬한 독창성을 가지기 위한 노력을 하기 시작하였다. 바로 뷔어클레가 그 역할을 담당하였다. 오랜 시간 심사숙고 끝에 그는 육각형 모양의 일명 Hexagon을 디자인하였다. „이 그릴은 벌집모양을 형상화 하였으며, 견고함과 경량화 그리고 자원의 효율적인 사용을 상징한다.“라고 뷔어클레는 말한다.

 


전 세계에서 영감을 얻다

 

자연(自然)은 뷔어클레의 일에 많은 영감을 준다. 하지만 때에 따라 그는 자신의 팀을 가구박람회에 보내 내부인테리어에 관한 아이디어를 얻게 하거나, 모스크바에 보내 고객의 요구사항을 연구하게 하기도 한다. 많이 돌아다니면 나라의 수만큼 고객의 기호도 다양하다는 것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들은 Pick-Up , 유럽인들은 왜건을 선호한다. 최대한 짐 싣는 것에 중점을 두기 때문이지만 한국사람들은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은 서비스나라입니다. 짦은 휴가를 가는 사람들은 모든 기본 여행물품이 호텔에 비치되어있거나 얻을 수 있죠.“라고 위르겐 그림은 자신이 받은 인상을 설명한다.

 

이런 열정은 디자인에도 영향을 끼친다. „이에 맞춰 한국에서는 트렁크용적량에 대한 요구가 높지 않죠. 대신 한국사람들은 좌석 앞 다리 사이의 여유공간을 중요시합니다.“라고 그는 말한다. 이와 같이 고객의 기호를 맞추기 위해 현대는 여러 대륙에 디자인센터를 보유하고 있다.

 


시리즈 출시까지의 긴 여정

 

플렉스글래스를 가공하는 공장에서는 귀를 먹먹하게 하는 소음이 끊이지를 않는다. 사람크기의 기계가 플라스틱블록을 가공하여 1:1의 차량 모델을 만들어낸다. 아이디어에서 샘플차량이 생산되기까지 최소 4번에 걸쳐 이 작업이 반복된다. 처음에는 데이터로 모형이 완성되고 다음으로는 소형모델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실제크기의 모형이 만들어진다. 이 모델을 가지고 프로토타입이 완성이 된다.

 

이 프로토타입을 만들기 위한 작업은 대부분 수공으로 이루어진다. „평균 프로토타입이 나오기까지 3~4개월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전 항상 그 신속함에 놀랍니다.“라고 뷔어클레는 말한다.

일반적으로 프로토타입을 생산하기 위한 디자인을 확정하는 과정에서 점토를 많이 사용하는데 필요에 따라 수정하거나 덧붙이기가 매우 용이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요즘 디자이너 세대들은 디자인의 완성까지 많이 시간적 여유가 주어지지 않는다. 한해 생산되는 신형모델차량이 계속 증가하고 있어, 오늘날 200개의 신모델이 시장에 나오고 있다. 이전에는 6, 7년 마다 자동차 디자인의 변화가 있었다면 지금은 평균 2~3년 마다 신형디자인이 나온다. 뷔어클레 팀의 경우 일반적으로 1년이 필요하다. 이러한 신속함이 다른 경쟁사들이 현대로부터 긴장감을 느끼고 두려움으로 느끼는 부분인 것이다. „현대자동차의 신형모델 생산속도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신속하고 믿을 수 없을 정도이다라고 한 폴크스바겐 매니저가 말했다.

http://www.welt.de/wirtschaft/article13900288/So-viel-Deutsches-steckt-in-Koreas-Hyundai.html

많은 분들이 한국자동차의 위상이 높아지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저 역시 일정부분 그런 감정을 갖고 있구요. 독일 일간지와의 이런 인터뷰 내용을 봐도 충분히 현대차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가 느껴집니다. 하지만 기업이 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다하지 못한 채, 재벌이라 불리며 자기 배불리는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은 분명 비판받아야 할 대목일 것입니다.

이런 기사에 온전히 박수치고 응원을 보낼 수 있기 위해선 기업의 철학과 윤리가 먼저 올곧게 세워져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무리 좋은 물건을 만들어도 그 물건에 깃든 정신이 건강하지 못하다면, 반쪽짜리일 수밖에 없다는 거 알아줬음 좋겠네요. 이건 단지 현대차에게만 드리는 얘기는 아닐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