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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BMW 1시리즈 해치백, 좋거나 혹은 나쁘거나



작년 한 해 BMW가 한국에서 또 다시 장사를 가장 잘한 수입차 브랜드가 됐다고 하는군요. 독일도 그렇고 한국도 그렇고, 기본이 되는 3시리즈는 물론 5시리즈의 강풍이 여전했던 모양입니다. 뭐 워낙 팬들도 많고 해서 이젠 어지간해서는 수입차 1위의 자리를 벤츠에게 올해도 빼앗기진 않을 거 같습니다만. 

이렇게 예상할 수 있는 근거 중 하나는, 올 해 수입되는 BMW 차종 신형 3시리즈와 신형 1시리즈 해치백이라는 강력한 모델들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인기인 3시리즈 신형은 이미 글로벌 히트 모델이기 때문에 오늘은 엔트리급인 1시리즈에 대한 이러저러한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혹 1시리즈 해치백 구매를 생각하고 계신 분들께는 도움이 되는 정보가 되길 바라며, 제 나름 생각하는 좋은점과 나쁜점에 대해 이야기 시작하겠습니다.  




1. 해치백 스타일의 백미, BMW 1시리즈

 
VW 골프가 처음 등장한 후, 해치백의 대명사는 언제나 늘~ 골프였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요즘 나오는 해치백 모델들 중에서 가장 맘에 드는 것을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BMW1시리즈를 서슴없이 선택하겠습니다.

자칭 V당이 이래서 되겠냐구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근데 어쩌겠습니까, 맘에 드는 걸... 아시다시피 제 집사람이 1시리즈 타고 다닙니다. 신형은 아니고, 더더군다나 깡통 모델이라고 제가 포스팅을 통해 밝힌 바 있죠. B당 아내에 대한 괜한 반발심에서라도 1시리즈에 점수를 안 주고 싶지만, 그게 그렇게 안되는 게 솔직한 심정입니다.

실제 독일에서 판매도 잘 되고 있죠. 준중형 (C세그먼트)에서는 유일한(맞나?) 후륜방식이기도 합니다. 앞으로는 BMW도 전륜 모델도 내놓을 것이라고 하지만 역시 BMW하면 후륜이 제맛이 아닌가 싶은데요. 어쨌든 이런 엔트리급 모델에 후륜시스템이라니, 어찌보면 대단하고 맹랑한 메이커란 생각까지 드는군요.

해치백+ 후륜+ BMW. 이 조합이 한국에서는 그 동안 제대로 선보이질 못했죠. 해치백이 인기가 없다는 시장의 그간 분위기 때문에 참 어중간한 모습의 1시리즈 쿠페가 판매가 됐었습니다. 하지만 이젠 자신감을 가진 걸까요? (골프가 잘되는 거 보니 더더욱?) 이번에 새로나온 1시리즈 해치백 모델을 즉각적으로 한국에 들여온 것입니다. 


생긴 거 가지고 제가 실망했다고 말씀드린 적 있습니다. 처음 사진으로 신형을 딱 보고서는, 저 사진 속의 남녀가 이런 얘길 하는 건 아닌가 상상까지 했었으니까요.

여자 : 자갸~ 저 신형 1시리즈 말야. 얼굴 표정이 좀 어리숙해 보이지 않아?
남자 : 좀 그래 보여.
여자 : 꼭 자기 얼굴 같애.
남자 : ...

그런데 실제로 매장에 가서 1시리즈를 봤을 때는 뭐랄까요, 준수하게 잘 정돈된 스타일 같다고나 할까요... 실물이 훨씬 좋았다는 겁니다. 그렇다면, 잘 빠진 해치백에 괜찮은 스타일, 거기에 후륜의 맛까지 갖춘 프리미엄급 준중형 모델이 한국 시장에 론칭이 안될 이유가 없는 것 아니겠어요? 드디어, 1시리즈의 제대로 된 맛을 올 해부터 한국시장에서도 맛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1시리즈는?... 당연히 해치백!!"




2. 성능이 말을 한다! 하지만 가격이 좀...


우선 가장 먼저 깜딱 놀라게 한 것이 8단 자동변속기 장착입니다. 준중형급에 8단 자동변속기가 웬 말입니까? 다소 사치스러울 수 있겠지만 이런 자동변속기와 더 강해진 엔진의 힘은 오히려 연비의 효율성까지 높여 그야말로 멋진 조합을 이뤄냈습니다. 뭔 얘기냐? 힘좋은 게 아껴쓸 줄도 안다는 얘깁니다.

수동 기준으로 유럽복합연비가 120d의 경우 리터당 약 22km를 달릴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4천 알피엠에서 184마력이 나오고, 1천 7백대에서 최대토크 38.7kg.m이 나옵니다. 이 정도면 현재로서 경쟁 모델이라고 할 수 있는 골프 GTD 보다 더 연비나 힘 면에서 좋은 것이죠. 뿐만 아니라 1시리즈는 내구성에서도 최고 수준에 있습니다.

예전에 아우토빌트에서 10만 내구테스트 결과를 특집으로 발표했을 때에도 마쯔다와 함께 공동 1위를 차지했었죠. 아우토빌트의 테스트 뿐 아니라 아데아체 자료에 따르면 긴급출동 서비스에서도 가장 호출이 적은, 그러니까 고장이 적은 차의 하나로 드러나기도 했습니다. 실제로 제 아내의 구형 1시리즈는 아직까지 고장한 번 없이 잘 달려주고 있으니, 오너 입장에선 이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1시리즈 해치백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후륜구동이기 때문에 주는 날렵한 곡선주행의 맛과 핸들링의 날카로움에 있습니다. 힘도 좋고, 연비도 괜찮으면서 잔고장 적고, 안정감 있게 코너를 돌아주면서 운전자의 손끝을 섬세하게 읽어주는 핸들링의 맛까지 더해진 1시리즈. VW 골프와는 또 다른 성능과 감성을 느끼게 해주는 매우 매력적인 자동차임엔 분명한데요. 다만,

후륜이기에, 사륜이나 전륜에 비해 떨어지는 등판력을 높이기 위해 아무래도 하체, 특히 서스펜션 등에 더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점과 기본적으로 전륜에 비해 부품도 더 들어가고 해서 체급에 비해 비싼 가격이 (실제로 GTD 보다 더 비싸게 독일에서 차 가격이 책정되어 있습니다.) 아쉬움이 아닌가 합니다. 쉽게 말해 엔트리급 모델임에도 누구나 편하게 구매를 할 수 없다는 것이죠.





3. 전장은 더 긴데, 실내는 좁다구?


제원표 상에 보면 골프는 물론, 현대 신형 i30 보다 전장과 휠베이스가 더 길다고 되어 있습니다. 심지어 세단형 1시리즈 쿠페하고 비교하면 전장은 약간 짧지만 축거(휠베이스)는 조금 더 긴 것으로 돼 있는데요.  휠베이스가 길면 그 만큼 공간이 확보되기 때문에 실내가 더 크다고 우리는 흔히 알고 있습니다. 때문에 'i30 보다 실내가 더 크겠구나' 싶어 반색하는 분들이 계실 거 같은데, 실제로는 그렇지 않습니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했지만, 이게 정확히 데이타에 근거한 얘기가 아니라 제가 아직 확답을 못 드립니다. (이 부분은 나중에라도 자료를 확인해 알려드리겠습니다.) 왜 이렇게 말씀드리는고 하니, 실제로 i30와 1시리즈 (구형)을 다 타보고 느낀 점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1시리즈의 실내 공간은 구조적인 이유로 인해, 특히 골프나 i30같은 모델들에 비해 많이 배려를 받지 못합니다. 무슨 얘기인지 일단 사진을 보시죠.


첫 번째가 1시리즈고, 두 번째가 골프GTI, 세 번째가 i30의 엔진룸 사진입니다. 골프와 i30의 엔진룸에 비해 1시리즈 엔진룸 여백이 적어 보이죠? 거기다 엔진 자체가 크고 세로로 되어 있고, 안쪽으로 깊게 파고 들어가 있는 걸 볼 수 있을 겁니다. 이런 차이는 왜 생기느냐? 후륜과 전륜의 차이 때문인데요. 뒷바퀴에 동력을 전달하는 후륜 모델은 전륜에는 없는 프로펠러 샤프트 같은 게 추가적으로 달립니다. 엔진과 뒷바퀴를 이 샤프트가 연결하는 것이죠. 그러다 보니 엔진이 가로로 놓이지 못하고 세로로 저렇게 깊게 파고 들어가 있는 것입니다. 


이 사진은 'Daum 자동차' 섹션에서 허락 받지 않고 빌려왔습니다. 죄송합니다. 잘 보시면, 앞바뀌 중심점에서 사이드미러 시작되는 공간까지의 폭이 1시리즈가 한눈에 보기에도 넓습니다. 이게 바로 후륜과 전륜의 차이 때문에 발생하는 추가적 공간인데요. 이것이 결국은 전장이나 휠베이스가 더 길면서도 실제로 실내가 넓지 못한 태생적 이유인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뒷바퀴와 연결된 서스펜션 공간도 더 많아져야 하기 때문에 앞과 뒤쪽 모두에서 공간을 잡아먹는 구조로 차가 나올 수밖에 없고, 따라서 같은 사이즈, 아니 조금 더 큰 사이즈의 1시리즈라고 해도 실내가 상대적으로 좁을 수밖에 없는 것이죠. 실제로 구형 1시리즈에 비해 신형은 뒷좌석 레그룸이 한 2cm 정도 더 확보가 되었다고는 하는데, 정말 쥐어짜낸 공간이 아닌가 싶어 조금 안쓰럽단 생각이 드네요. 

그렇다고 해서 사람이 못 앉는다는 얘긴 아닙니다. 아이들의 경우는 넉넉하구요. 어지간한 성인들도 장거리 아닌 이상엔 큰 불편함 없습니다. 다만 매장에 가서 실제로 차를 보고 "생각보다 실내공간이 좁네?" 이러지 마시라 미리 제가 귀뜸해드리는 것이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이런 좋은 직물시트 놔두고 왜 가죽을 고집할까나...


사실120d급은 쬐금 고성능에 가깝습니다. 골프 GTD 보다 수치상으론 모든 면에서 앞서니까요. 거기다 8단 자동미션까지 달고, 옵션 이것저것 하게 되면 가격이 많이 올라 가겠죠? 골프 TDI급인 118d나 진짜 엔트리급인 116i 등이 저렴하게 구성돼 함께 들어오지 못하는 점이 또 다른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일단 정리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1시리즈 신형 해치백을구매는, 안락한 가족 나들이용이 아닌, 운전자가 운전의 재미를 듬뿍 느낄 수 있다는 점에 더 포인트를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가족용 차로 완전히 배제되어야 한다는 말로 오해하시면 안되겠죠? 좀 더..더...적합한 이라는 상대적 가치로 받아들이시길 바랄게요. 이런 특성을 먼저 파악한 다음 시승을 하시면 좀 더 명쾌하게 1시리즈에 대한 느낌이 와닿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 가지 더 추가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차는 좋지만 경험에 따르면 다소 하부에서 올라오는 소음이 있다는 점인데요. 고급 세단인 5시리즈 등과 비교하게 된다면 분명 실망하실 수 있습니다. 혹 "5시리즈는 안 그런데 이건 왜 이래? " 라고 억지 부리는 분 계실까봐 미리 이 점도 말씀 드리니 참고하십시오.

이건 좀 사족이 될 수 있겠지만... 저 위에 다음 자동차 비교 사진 잘 보시면, 1시리즈를 '소형'으로 분류해 놓고 있습니다. 


↑ 요 내용은 위키백과에서 1시리즈에 대한 설명 부분 중 세그먼트에 대한 대목입니다. 뭐라고 되어 있죠? C세그먼트, 그러니까 준중형에 속한다 되어 있죠? 그런데 포털에서는 이차를 '소형'으로 분류를 하고 있더라구요. 이 점은 빠른 수정이 필요해 보입니다. 같은 급의 차인데 뭐든 소형이고 뭐는 준중형이고..일관되게 되어 있지 않다는 얘긴데요.

이왕 북미나 유럽과 비슷하게 차종을 분류하겠다고 한다면 정확하게 세그먼트를 나누고, 그게 아니라 한국의 법률적 기준을 따르겠다고 하면 소형, 중형, 대형 이렇게 세 덩이로 그냥 일괄되게 나눠야 할 겁니다. 하지만 법률적 차종 분류 자체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는 면이 많기 때문에 준중형과 준대형 같은 표현을 법적 보장하는 것이 맞지 않나 하는 생각입니다.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눈썰미 좋은 분들은 앞서 보여드린 엔진룸 사진들에서 또 한 가지 다른 점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i30와 GTI 엔진에는 있는 노란, 혹은 오렌지 칼라의 '엔진오일 레벨게이지' 손잡이 부분이 1시리즈에는 없다는 점이죠. 1시리즈는 계기판이나 보드 컴퓨터 등에서 자동 체크해주고 있답니다. 이상으로 1시리즈에 대해 제 나름 파악한 내용들을 마치겠습니다. 

정말 유러피안 스타일의 자동차를 타보고 싶다면, 왜건 뿐 아니라, 골프 뿐 아니라, BMW 1시리즈도 있다는 거 잊지 마십시오. 마지막으로 신형 1시리즈 해치백 독일 시승기가 궁금한 분들은 아래 주소를 클릭하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