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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 아우토반 시승기

소년에서 청년으로, BMW 1시리즈 시승기

독일엔 준중형급에서 대표적인 해치백 모델들이 여러 개 있다. 폴크스바겐의 골프, 오펠의 아스트라, 아우디 A3, 여기에 메르세데스 A클래스와 며칠 후엔 우리나라에서도 보게 될 BMW 1시리즈까지. 모두들 좋은 성능을 갖고 있고 많은 판매를 이루고 있는 모델들이다. 하지만 한국에선 골프 외엔 제대로 소개된 적도 없고, 아우디 A3의 경우 유럽에 비하면 한국에선 만족할 만한 수준의 판매량을 보이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BMW 수입사가 1시리즈 해치백을 처음으로 한국에 소개한다. 반가운 일이다. 이 전의 120d 쿠페 모델을 볼 때마다 아쉬움이 컸기 때문이다. 이제 준중형 해치백 시장에 강력한 도전자가 찾아온 것이다. 과연 신형 1시리즈 해치백은 어떤 차일까? 120d 모델을 시승하며 느낀 점들을 간단히 정리해 봤다.


 


외 모
일단 1시리즈 신형의 가장 큰 변화는 더 커졌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이전의 1시리즈를 경험하거나 보아온 유럽 사람들의 시각일 뿐, 신형부터 한국땅을 밟는 1시리즈의 경우 비교는 무의미할지 모른다. 어쨌든 신형은 기존의 모델을 잡아 늘리고 위에서 살짝 누른 것처럼 넓어지고 길어졌다. 차의 길이만 놓고 보면 현대 i30 보다 조금 길다.



이 정도 크기라면 그 동안 한국에서 3시리즈가 준중형 취급을 당해온 서러움(?)에서 좀 벗어나지 않을까 싶다. 구형과 나란히 놓고 비교를 해보니 디자인은 처음에 봤던 그 어색함이 좀 덜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헤드램프와 그릴과의 어색한 거리감, 그리고 눌린 듯한 펑퍼짐한 엉덩이는 여전히 끌리지 않는다.


아무리 이 차를 현재 대한민국 운전자의 일반적인 시각으로 보려고 해도 익숙할 대로 익숙해진 구형 1시리즈와의 비교는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어쨌든 전체적으로는 세련돼졌고 공격적인 느낌을 준다. 시승차가 120d 어반(Urban, 한국엔 118d에만 어반 트림이 적용)이었는데 색상의 반응이 독일 현지에선 좋다. 전체적으로 외모에서 받은 첫 번째 느낌, “소년에서 청년으로” 였다.




 

실 내
감색의 도어를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이번엔 하얀 가죽 시트와 흰색의 하이그로시가 탑승자를 맞이한다. 렌터카 업체에서 옵션을 적용한 그대로 타야 하는 입장이지만 한 가지 좋은 건 독일은 거의 모든 렌터카 업체들의 차가 풀옵션에 가깝다는 것. (비싼 렌트비의 주범) 



320d에서 봤던 길쭉한 네비게이션이 눈에 띤다. 3시리즈 보다 작은 차체에 적용된 실내는 좀 더 화려하고 고급스럽게 와 닿는다. 이 차엔 커넥티드드라이브(ConnectiedDrive)라고 해서 운전자의 음성을 인식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스템이 적용된다. 현대의 블루링크와 비슷하다.



 운전자 보조석 도어 아래쪽엔 수납 공간이 있는데 3개로 칸이 나뉘어 있어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좋은 분할이다. 언제나 독일 차들에서 느끼는 점이지만 1시리즈 역시 조립마감이 훌륭했다. 딱히 어색하거나 헐렁한 느낌이 안 드는, 야무지고 단단하게 한 덩어리가 된 느낌을 준다.


트렁크는 무난한 용량을 갖고 있다. 런플랫 타이어를 쓰기 때문에 오래 전부터 1시리즈엔 예비 타이어가 없다. 그 자리엔 배터리, 각 종 퓨즈, 그리고 커넥티드드라이브를 사용할 수 있는 전자장비 등이 숨겨져 있다. 세로형 엔진을 올린 엔진룸에서 배터리를 트렁크로 보내는 등, 늘 이 준중형 후륜구동은 차의 무게 배분에 신경을 쓰고 있다.


320d 엔진룸

120d 엔진룸


 계기반은 기존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핸들의 경우는 구형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준다. 구형의 핸들이 유압식이라면 신형은 전자식이며 좀 더 두툼했다. 물론 BMW 전체 라인업 중에선 1시리즈의 핸들 굵기가 가장 얇은 편이다. 그나마 여성운전자들에게도 부담이 덜한 수준이지만 그래도 다른 메이커들과 비교하면 두껍다.


운전석에 앉았을 때 전방을 주시하게 되면 그리 높지 않은 좌석 위치에서도 시야를 가리는 무언가가 없다. 그래서 전방 시인성은 좋다. 예전의 1시리즈 보다 보닛이 낮아 더 탁 트인 느낌을 준다. 넓어진 실내 공간 덕에 답답한 느낌은 덜 받는다. 하지만 역시 뒷좌석은 다소 좁다.


특히 후륜구동의 특성상 뒤쪽 바퀴로 엔진의 힘을 전달하는 추진축이 차 아래에 뻗어 있어 5인승이라고는 하지만 뒷좌석 중앙 자리는 어른이 앉기엔 불편함이 많다. 그래도 이 정도 수준이면 경쟁 모델들에 비해 특별히 부족하다고 말할 수는 없다. 무릎 공간 보다는 머리쪽 공간의 여유가 조금 더 있는 수준.


하지만 중형만큼이나 커진 준중형 차들을 이용하는 한국 운전자들에겐 역시 독일의 준중형 뒷자리는 상대적으로 좁게 느껴질 것이다. 시트는 직물형 보다 가죽이 조금 더 편안했다. 3시리즈에 앉아 있다고 해도 될 만큼 차이가 없다. 전체적으로 실내 역시 “소년에서 청년으로”  부쩍 성숙해져 있었다.


흰색 하이그로시 소재가 가죽시트와 잘 어울리고 있다


 


주 행
시동을 켜면 조용한 디젤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120d에 올려진 엔진은 320d와 같은 것이며 단순 스펙상으로 보자면 골프 GTD 보다 14마력 더 출력이 높다. 3시리즈나 5시리즈에 최적화 된 것 같은 2.0디젤 엔진을 장착한 120d에 대한 기대는 바로 이 힘의 부분이다. 그리고 그 힘을 즉각적으로 느껴보고자 바로 아우토반에 올랐다.



140km/h까지 언제 속도가 붙었는지 모를 정도로 차는 여유로운 힘을 과시한다. 의례 속도가 오르면 바닥에서 전해지는 잔진동의 불편함이 있었는데 이 차에선 잘 느껴지지 않았다. 두툼한 바닥매트 덕이기도 하겠지만 기본적으로 이전 모델 보다 개선이 된 게 확연하게 와 닿았으며 오히려 320d 보다 낫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일정 속도 이상 올라갈 때의 풍절음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180km/h까지 속도를 내자 차 안에 기분 좋게 퍼지던 음악소리가 바람소리에 눌려 기를 못 편다. 하지만 180km/h 이상으로 밟으며 느긋하게 음악 감상하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차는 엔진 덕에 지칠 줄 모르며 쭉 뻗은 아우토반 위를 질주했다. 제원상 최고속도는 228km/h. 하지만 가속페달이 바닥에 닿도록 밟았음에도 최고속도까지 치고 올라가는데 조금 힘들어 한다. 시승 시 경험한 최고속도는 대략 223km/h. 아우토반에서 100km/h 이상에서 발휘되는 추월가속은 문제가 없었지만 직진에서의 치고 나가는 힘은 마지막에 고개를 떨군다.


320d에 달린 2.0 디젤엔진의 경우 독일에선 163마력과 184마력짜리 두 개가 팔리고 있다. 둘 모두 최고속도는 230, 235km/h 120d 보다 빠르다. 그런데 실제로 같은 엔진의  320d 120d를 풀가속으로 운전해보니 가속력은 수치 상의 차이 보다 좀 더 선명하게 벌어졌다.


320d는 쉽게 말해서 풀가속이 쉽지 않을 정도로 치고 나가는 힘이 좋았지만, 120d는 꽤나 밟고 있어야 속도계가 제한속도를 향해 올라간다. 운전자를 잡아 끄는 강력한 힘에서 차이가 드러난 것이다. 아마도 타이어의 크기나 차체의 무게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합쳐져 이런 차이를 만들어 냈을 것이다. 엔진은 같았지만 차는 분명 달랐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무엇보다도 관심이 갔던 것은 1시리즈 신형의 핸들링과 시내 주행 능력이었다. 준중형으로 140이상, 200km/h 이하에서 이 정도면 수준급이니 이제 관심은 핸들링 그 자체에 모아졌다. 이처럼 핸들링에 초점을 맞춘 이유는 구형 1시리즈가 보여준 그 쫄깃한 맛을 알기 때문이었다.


예전의 1시리즈는 작은 차체에도 유압식 핸들과 코너에서 보여주는 주행감이 운전의 즐거움을 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뭔가 기계덩이와 내가 하나가 되는 과정을 누릴 수 있는 차라고나 할까? 꼭 비싼 스포츠카가 아니어도 1시리즈는 운전의 즐거움 줄줄 아는 맹랑함이 있었다.


이제 이점을 신형이 고스란히 담아내기만 하다면 더할나위 없는 차가 될 것이다. 우선 조향성에선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부담스럽지 않은 무게감으로 헐겁지 않게 돌아주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핸들링의 맛은 예전만 못하다는 게 시승 후의 결론이었다.


많이 보강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커진 차체는 확실히 예전의 맛을 덜 느끼게 한다. 일반적으로 아주 고급차가 아닌 이상엔 안락함이 보강되면 핸들링의 맛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반대로 핸들링의 맛을 보강하기 위해선 안락함은 다소 손해를 보게 된다. 자동차는 대개가 이렇다. 



메르세데스 ‘A250 스포츠’가 주행성에서 탁월한 결과물을 낸 대신 안락함에서 손해를 보았듯, BMW 1시리즈는 탑승자와 짐을 배려한 대신 핸들링의 맛은 손해를 본 것이다. 이점에 대해선 독일의 아우토빌트 같은 전문지도 같은 의견을 내고 있다. 앞바퀴 굴림의 경쟁 모델들과 뒷바퀴 굴림의 BMW가 주행에서의 차이가 좁혀졌다는 게 이번에 몸으로 확인한 가장 큰 부분이었다.


 대신 여전히 하체는 단단해서 어지간한 울퉁불퉁한 길을 지날 때도 재빨리 차체는 흐트러짐을 수습했다. 저속에서 이리저리 길을 찾느라 좌우회전을 감행했지만 차는 운전자가 원하는 점을 정확하게 수용해낸다. 시내 주행에서는 내가 디젤 차를 몰고 있는지 가솔린 차를 운전하고 있는지를 모를 정도로 조용했다. 핸들링에서만 좀 더 원형을 유지해줬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더 커졌다. 

*참고로 시승차는 16인치 휠을 장착했으며 타이어 상태가 A급은 아니었다.  


1시리즈는 아우토반도 좋지만, 이런 길이 더 잘 어울리는 차 같다






가 격

얼마 전 1시리즈 신형의 수입가격이 발표됐다. 우선 118d 어반과 120d 두 종류가 판매된다. 118d는 기본이 3380만 원, 그 위에 옵션 세트가 3600만 원, 또 그 위에 옵션이 4020만 원이다. 120d의 경우는 3950만 원, 4420만 원, 4650만 원 등이다. 



118d의 경쟁상대인 골프 2.0 TDI의 수입가격인 3310만 원이다. 120d의 라이벌인 골프 GTD의 경우 한국 판매가가 4030만 원이다. 사양의 기본 적용이나 옵션 등에서 어떤 차이가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독일 기준으로 보자면 120d는 비슷하고, 118d는 한국 가격이 조금 더 골프와 차이를 좁힌 것으로 보인다.



BMW가 신형 골프의 출시를 어느 정도는 고려해서 가격을 책정한 것이 아닌가 생각되는 대목이다. 이렇게 됨으로써 골프나 A클래스의 한국 내 수입가격도 어느 정도는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마무리
준중형으로 유일한 후륜방식의 자동차가 1시리즈다. BMW가 자신들의 정체성을 지키며 그것을 보란 듯이 콤팩트한 차에서도 실현시킨 게 1시리즈였던 것이다. 많은 이들이 1시리즈를 구매했고, 유럽에서 성공적인 길을 갔다. 그리고 이제 더울 더 많은 이들의 선택을 받기 위해 1시리즈는 더 커지고 편해졌다. 거기다 이전에는 없던 102마력의 114i라는 엔트림 트림까지 선보이고 있다.



확실히 판매볼륨을 키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다. 거기다 앞으론 전륜구동의 BMW도 만나게 된다. 이래저래 BMW가 사람들에게 다정한 손짓을 하고 있다. “어서 와서 이 편하고 재미난 1시리즈를 타세요~” 하고 말이다. 하지만 시승 후 이 차를 떠나 보내는 마음은 그리 개운치가 않았다. 프리미엄이 양산형으로, 운전의 재미가 안락함 쪽으로 많이 방향을 바꾼 탓이다. 



‘과연 내가 BMW 1시리즈에 이런 걸 기대한 걸까?’ 하는 질문이 계속됐다. 그러나 다른 한 편에선 ‘이 정도만으로도 차고 넘치지 뭐’ 하는 생각이 똬리를 틀고 있다. 이 두 가지 대립된 생각의 접점을 찾아 정의를 내리면 “ 너무 큰 운전의 재미를 기대하지는 마시라. 그렇게만 한다면 이 차는 프리미엄 준중형이 보여줄 수 있는 거의 모든 걸 느끼게 해줄 것이다.” 가 되지 않을까?



질풍노도의 시기를 달리던 청소년이 어느 새 어른이 되었다. 좋은 스펙도 많이 쌓고 사회에 잘 적응해 살아가려는 듯 말쑥하고 젠틀해졌다. 하지만 그 뜨거운 사춘기의 열병이자신의 누구인지를 간절이 찼던 그 성장통의 시기가, 나는 왜 이리 그리운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