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말씀 드렸던 대로 VW 폴로 시승과 관련한 내용으로 포스팅을 준비했습니다. 좀 더 엄밀하게 표현하면 시승기 + 여행기 정도라 하겠는데요. 폴크스바겐 업에 이어 두 번째 시도이자, 본격적인 스케치북다이어리 스타일의 시승기(자동차 여행기)가 되겠습니다.
그런데, 잘 하면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되겠지만 잘 못하면 흔히 말하는 죽도 밥도 아닌 게 될 수 있기 때문에 개인적으로는 이런 형식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고민의 결과물이 제대로 나왔는지 아닌지는 읽는 여러분이 평가를 할 것이라 보고, 이제 저는 최선을 다해 보고 느낀 것들을 적어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폴로 시승기, 출발해볼까요?
130년 만에 가장 추운 3월을 맞았던 독일. 봄의 기운은 어디서도 느낄 수 없었다. 찬기에 잔뜩 움츠렸던 3월이 가고 4월이 왔지만 이미 떠났어야 할 계절의 심술이 여간 심한 게 아니다. 추위 핑계 대며 시승을 더는 늦출 수 없었다. 4월 첫 째 주 일요일의 하늘은 나의 바람과는 달리 금방이라도 빗방울, 아니 눈발이 날릴 듯 흐려 있었다.
시승할 차는 폴크스바겐의 소형 베스트셀러 폴로다. 독일에선 2009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팔리고 있는 현재 모델을 새삼스레 시승하게 된 이유는 알다시피 한국에 올 4월 론칭을 하기 때문이다. 최근 들어 소형 수입차들이 한국시장을 계속 노크하고 있지만 기대만큼 성과를 내고 있는 건 터줏대감을 자처하고 있는 MINI 정도다.
해치백에 디젤, 거기에 소형. 아직까지 한국 소비자들에게는 낯선 조합이다. 좀 더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평범해 보이는 이 소형 모델을 과연 국산 중형차 가격을 주고서 고객들이 살 것인가 하는 점이다. 무엇으로 폴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게 할 수 있을까? 어떤 점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하고 설득할 것인가? 차를 만나러 가는 동안 여러 생각들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설마 소형인데, 칙칙한 색깔은 아니겠지?” 함께 한 후배에게 말을 내뱉기가 무섭게 우리는 검정색 폴로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이 게 오늘 시승할 차?” “네, 형.” “…” 참 무심도 하지. 찌푸린 하늘, 추운 4월의 아침, 거기에 검정색 소형차. 하얀색 폴로가 쏟아지는 햇볕을 헤치고 달리는 그런 상상은 산산이 부서졌다.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검정색 폴로라니. 관공서에서도 안 타겠다!” 심통 맞게 말을 하고 나니 괜히 폴로에게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 마음을 비우자. 더 투덜거려 봐야 나만 손해지 뭐. 생각을 바꿔 먹고 나니 갑자기 차가 이뻐 보인다. 평소에도 VW의 대표 모델 골프 보다 폴로가 더 스타일에선 낫다고 생각하고 있었던 터라 더 그랬는지 모르겠다. 절제된 듯한 라인들이지만 마냥 싱겁지만은 않은,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문을 열고 닫는데 묵직한 느낌이 꼭 중형차의 느낌을 준다. 시트는 조금 높게 자리하고 있었다. 작은 차를 많이 소비하는 여성 운전자들을 고려한 부분이다. 어쨌든 폴로는 여느 VW의 모델들처럼 간편하고 쉽게 사용할 수 있다. 시야는 경쟁 모델들에 비해 항상 좋은 평가를 받는다. 센타페시아는 운전자 쪽으로 기울어진 비대칭 형태를 취하고 있고 이런 점이 신형 골프 7세대에도 반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시각적으로도 단출한 실내지만, 기어박스 앞 컵홀더 2개에 좌우 문에 1.5리터 물병도 충분히 들어갈 수준의 수납 공간이 더 있다. 거기다 뒷좌석 센터콘솔 뒤쪽에서 컵홀더가 하나 더. 이쯤이면 물병 많이 갖고 타도 문제는 없어 보인다. 전반적으로 플라스틱 소재가 많은 게 좀 아쉽긴 하지만 마무리만큼은 확실하다. 빈틈 없어 보이는 단단함이 주는 안정감은 독일 차들의 공통된 장점이다.
한국에 수입이 예상되는 실내 모습
시승차의 경우 직물시트를 가죽으로 부분적으로 덧댄 시트였다. 그리고 이 의자, 나중에 다시 한 번 언급이 있겠지만 생각 이상으로 편하다. 뒷좌석은 눈으로 봤을 때는 좁은 느낌이었지만 실제로 앉아 보니 170~175cm 정도 키의 성인은 불편함을 느끼지 않을 수준이었다. 전체적인 차의 크기는 기아 프라이드 해치백과 비슷했고, 트렁크 용량 역시 두 차량이 비슷한 수준을 보인다.
주 행
차를 렌트한 프랑크푸르트 국제공항 제 1터미널에서 목적지인 로텐부르크까지는 약 190km. 막히지 않는다면 2시간이 채 안 걸리는 거리다. 일기예보 상으론 비는 내리지 않을 거라고 했지만 조석으로 변하는 독일 날씨를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제발 비만 내리지 않게 해달라는 애처로운 기도로 시동을 걸었다.
실내에서 듣는 디젤 엔진음은 생각 보다 크지 않다. 하지만 밖에서 듣게 되면 제법 크게 느껴진다. 소형차에서 울려오는 디젤음은 한국 시장에서는 부담스러운 요소가 될 수 있다. 시승차는 1.6리터 TDI 엔진으로 90마력에 최대토크 23.5kg.m이다. 한국에 수입 예정돼 있는 것과 같다. 75마력짜리 하얀색 폴로가 있었지만 마력을 맞추기 위해 눈물을 머금고 이 녀석을 택했던 것.
다행히 로텐부르크로 향하는 아우토반은 막히지 않았고 흐린 하늘이었지만 빗방울은 떨어지지 않았다. 아우토반에 들어서며 본격적인 주행이 시작됐다. 가장 먼저 다가오는 느낌은 다소 가벼운 핸들이 주는 불편함이었다. 고속 주행이 주 목적이 아닌, 여성 운전자가 고려된 차라고는 해도 쉽게 돌아가는 핸들의 움직임은 안정감을 반감시켰다. 핸들 얘기를 하다 보니 어느 순간 풍절음이 거슬려 왔다. 속도계를 봤더니 160km/h를 바늘이 가리키고 있었다. “어라, 제법인데?”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이 차는 생각 보다 훨씬 잘 달린다. 시내 주행에 어울릴 법한 성능 수치를 보여주고 있었지만 달릴 땐 달려줄 줄 아는 의외의 구석도 갖고 있었다. 저속에서 가볍다고 투덜거린 핸들은 고속에서 되레 안정적이었다. VW 차들의 특성 중 하나가 바로 이 고속 직진 안전성이다.
전체적으로 가속력에 초점을 두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엔 답답함을 느낄 수 있지만 일단 탄력이 붙어 속도를 내면 불안해 하지 않고 차분하게 제 길을 달린다. 폴크스바겐 차들을 탈 때 마다 이런 대비감이 나를 살짝 흥분시키는데 폴로 역시 그러했다. 최고속도 180km/h인 차를 더 혹사시키기로 했다. 가속페달을 계속 꾸욱 밟았다. 속도계 숫자는 올라갔고 최종적으로 다다른 속도는 191km/h였다. 150마력의 중형 보다 90마력의 폴로가 더 잘 달리는 것만 같았다.
참고로 독일은 흰색 선이 기본 차선이다. 공사 구간에서 임시로 긋는 차선이 노란색이니, 이런 걸 잘 모르는 한국 운전자들은 조심해야 한다.
비교적 실내는 조용한 편이었는데, 130km/h 정도를 넘어서면 풍절음은 다소 커진다. 대신 두툼한 바닥매트 덕인지는 몰라도 하체에서 올라오는 소음이나 진동은 풍절음 보다 상대적으로 우수했다. 중간 휴게소에 잠시 들러 주차된 폴로를 훓어 보는 기분이 처음 볼 때와 달라져 있었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마력 대비 높은 디젤의 토크에 기대를 하고 정지 상태에서의 가속페달을 밟지만 기대를 너무 했는지 만족할 만큼 치고 나간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오히려 토크감은 폴로의 명성(?)에 비하면 평범한 수준이라고 해야 할까? 이 정도로는 한국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쉽지 않을 텐데. 그렇다면 역시 결정타는 연비효율성이 아닐까 싶다. 로텐부르크 구경 후에 돌아오는 길에 그 결과를 공개하겠다.
로만티크 가도의 동화마을 로텐부르크
독일이란 나라를 이해하는 중요한 방식 중 하나는 그들의 역사를 도시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신성로마제국시대부터 철의 재상 비스마르크에 의해 최초 통일을 이룬 이후 지금까지도 독일은 잘게 쪼개진 마을들을 중심으로 역사가 쓰여져 왔고 21세기 독일 또한 그런 분위기가 이어져 오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프랑스 파리나 영국의 런던과 같은 메트로폴리스가 독일엔 없다. 수도 베를린 조차 인구수로는 이런 도시들에 비해 적다. 작은 도시 중심으로 산업과 상업이 발달했고 그게 경쟁력 강한 중소기업의 토대가 됐다. 이러다 보니 독일을 여행하는 일은 이런 작은 성과 성, 마을과 마을, 도시와 도시를 따라 가는 형태가 됐다. 우린 이걸 ‘가도’라 부른다. 그리고 굉장히 많은 가도 중에서도 ‘로만티크 가도’는 가장 인기 있는 코스다.
뷔어츠부르크에서 백조의 성으로 유명한 퓌센 지역까지 약 350km의 거리를 로만티크 가도라 부르는데, 이 길을 따라가며 만나는 중세의 풍경과 그 속에 담겨 있는 전설, 동화 등은 독일을 이해하고 느끼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가 된다. 그리고 로텐부르크는 바로 이런 중세의 향기와 동화를 동시에 품고 있는 많지 않은 도시 중 하나다. 프랑크푸르트 기준으로 A3 아우토반과 A7 아우토반을 타고 신나게 달리면 2시간 안에 도착할 수 있다.
로텐부르크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보게 되는 것은 성벽이다. 마치 서울의 4대문처럼 동서남북으로 성벽 안으로 들어가는 문들이 있고, 여전히 13세기에 축조된 성벽들이 그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로텐부르크를 방문하는 이들 누구 할 것 없이 이 성문들을 통과하게 되며, 그 때부터 비로소 중세로의 시간여행이 시작된다.
신호 대기 중 만난 BMW 5시리즈 투어링 경찰차. 독일 경찰이 유일하게 부러울 때다.
1388년에 축조된 갈겐문은 자동차로 구 로텐부르크 시가로 들어갈 때 주로 이용되고 있다.
로텐부르크를 즐기는 세 가지 코스
인구 12,000명의 이 작은 도시는 한 시간 정도 씩씩하게 걸으면 성벽 안의 구시가지를 다 볼 수 있다. 하지만 성벽으로 둘러싸인 도심 안에 담긴 많은 이야기와 볼 거리를 생각하면 사실 하루도 모자란다. 일단 우리는 슈란렌플라츠라는 곳에 있는 공영주차장에 차를 댔다. 멀리 성 야곱 교회가 보이는 이 살짝 기울어져 있는 주차장은 지키는 사람 없다고 해서 무료라 생각하면 안된다. 늘 그렇듯 주차티켓을 파는 기계가 있으니 꼭 표를 끊도록.
슈란넨 광장에 있는 주차장에 차를 세우면 멀리 있는 성 야곱 교회가 눈에 들어 온다.
점심을 먹기 위해 한 식당으로 들어섰다. 주차장 바로 옆에 위치한 호텔 슈란네는 한국 여행 책자에도 소개가 된 3성급 호텔이다. 인상 좋은 마인놀트 부부가 운영하는 호텔과 식당은 선대 때부터 시작돼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 곳은 한국 관광객들도 많이 찾아 그런지 가격도 저렴하고 입에도 잘 맞는 편이다.
호텔 슈란네 &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마인놀트 부부. 오래된 식당과 호텔은 단정하다.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 있는 호텔과 함께 나이들어 가는 부부의 모습이 아름답다.
우린 식사를 마치고 본격적인 시내 관광에 나섰다. 로텐부르크는 크게 세 코스로 나눠 경험하는 게 좋다. 첫 째는 시청사가 있는 마르크트 광장을 중심으로 한 도심 체험이고, 두 번째는 성벽 바깥 공원과 타우버 계곡으로 이어진 산책길, 그리고 마지막으로 3.4km의 성벽을 따라 걷는 코스다.
첫 번째 즐거움 : 시가지 중심에서 만나는 역사와 동화
독일의 큰 도시들 중심엔 늘 중앙역이라 불리는 기차역이 있고, 오래된 작은 도시와 마을들엔 시장이 서는 마르크트 광장들이 있다. 로텐부르크는 바로 이 광장을 중심으로 모든 게 자리하고 있다. 시청 본관 옆에 높은 탑은 도심 전체를 둘러 볼 수 있고, 시의회 연회관 건물에는 특별한 종탑이 있다. (이 종탑 관련한 이야기는 위플 프랑크푸르트에 실린 여행기 중심의 로텐부르크 편에서 확인 바람)
정면에서 본 시청사. 오른쪽에 있는 시의회 연회관 건물은 현재 보수 중이다.
흰색 건물까지 포함해 모두 시청사로 쓰이고 있으며 높이 60m의 첨탑은 걸어 올라가(유료) 도시 전체를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300년의 시간 차이를 두고 세워진 탓에 시청사 두 건물의 건축 양식이 다름을 알 수 있다.
시청사를 마주보고 왼쪽 길로 내려가면 다양한 관광 상품을 파는 가게들과 카페, 레스토랑이 있다. 그리고 그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게 바로 로텐부르크 특산 과자 슈네발(Schneeball)이다. 영어로 스노우볼이란 뜻으로 430년 전 로텐부르크에서 처음 만들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로텐부르크 외에서도 만날 수 있게 됐지만 동그란 공 모양만큼은 로텐부르크에서만 만들 수 있다고 한다.
결혼식 등의 축제 때 주로 먹던 슈네발은 봉투에 담아 양 손으로 쳐 잘게 부숴 먹는 게 전통이다. 요즘 한국에서도 판매되는 것은 나무망치로 깨 먹기도 하는 모양인데 이 곳 전통방식은 아니다.
에너지 넘쳤던 아저씨. 끊임없이 슈네발에 대해 설명하고 포즈를 알아서 취해주는 센스까지.
계속 길을 따라 내려가면 묘하게 생긴 갈래 길을 보게 된다. 플뢴라인이라 불리는 이 곳은 사실 특별할 것 하나 없는 곳이지만 로텐부르크 도심의 특색을 잘 드러낸다는 이유로 많이 알려져 있다. 두 개의 탑이 중 우측 탑길을 따라 가면 타우버 강으로 가게 된다.
한 겨울 플뢴라인의 야경. (사진=위키피디아)
플뢴라인에서 다시 되돌아 올라 오다 보면 좌측으로 그 유명한 중세 범죄 박물관이 있다. 수백 년에 걸쳐 내려오는 독일의 형벌의 역사가 이 곳에 다 모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특히 이 박물관 입구에 세워져 있는 새장 비슷한 물건이 재밌는(?) 이야기를 갖고 있다. 죄를 저지른 자를 일단 이 곳에 가둔 다음 시청 앞 광장 분수대에 넣었다 뺐다 하며 공개적으로 형벌을 줬다고 한다. 작은 마을에서 사람들 다 보는 앞에서 이런 형벌을 받게 된다면, 과연 얼굴을 들고 다닐 수나 있을까?
범죄 박물관스럽게(?) 건물 외벽. 사진 오른쪽 끝이 박물관 입구.
벽에 있는 이 쇠막대들은 길이를 측량하는 도구로 쓰였다. 만약 여기서 길이를 재 속임이 있으면 위에 보이는 새장에 갇히는 벌을 받게 된다.
다시 광장으로 올라와 시청사 옆 도로를 따라 가게 되면 독일 크리스마스 공예품을 파는 케테 볼파르트 (Käthe Wohlfahrt) 본점을 만나게 된다. 독일 내 십여 곳에 지점을 가지고 있는 케테 볼파르트는 크리스마스와 관련한 공예품 판매로는 단연코 독일 내, 아니 세계 최고의 브랜드다. 겉에서 보면 별로 커 보이지 않지만 일단 안으로 들어가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장난감과 장인들의 손을 거쳐 나온 목공예품들로 가득한 세상이 펼쳐진다.
케테 볼파르트 본점 입구. 늘 저 기념 자동차가 세워져 있어 찾기 어렵지 않다. 길 건너편에는 케테 볼파르트가 하나 더 있는데, 그곳이 처음 문을 연 진짜 원조점.
사진을 찍으면 안된다는 걸 모르고 들어서자 마자 찰칵! 하지만 진짜 보물은 안으로 들어가면 나온다. 진짜 동화의 세계. 이 곳엔 작지만 의미 있는 크리스마스 박물관(유료)도 있다.
하지만 무엇 보다 이 곳이 아름다운 건 안쪽 깊숙하게 숨겨져 있는 크리스마스빌리지 때문이다. 5미터짜리 트리를 중심으로 꾸며진 마을 풍경은 넋을 잃고 바라보게 만든다. 처음에 멋모르고 사진을 찍었지만 기본적으로 이곳은 사진 촬영이 금지되어 있다. 손에 쥐고 있던 카메라 버튼을 몇 번이고 누르고 싶은 마음을 참아내야 할 정도로 멋졌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는 365일 중 하루지만 이곳에선 매일이 크리스마스인 것이다.
동화 속 주인공의 분위기를 계속해서 이어갈 수 있는 것은 테디 베어 덕이다. 특히 테디스 러브 로텐부르크와 테디 랜드 등의 매장은 이 곳 아니면 만날 수 없는 오랫동안 수집된 희귀 인형들로 가득해 테디 베어 좋아하는 분들에겐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두 번째 즐거움 : 성벽 외곽 산책 코스
기대 이상의 화려함에 도취되어 있던 마음을 가라앉히기 위해 부르크 문으로 향했다. 이 문을 통과하면 부루크 공원이라 불리는 넓다란 공간이 나온다. 낮은 성벽 너머로 보이는 타우버 강 위의 도벨 다리와 도심의 전경 일부를 볼 수 있다. 왜 이 곳 정식 명칭이 '로텐부르크 옵 데어 타우버(타우버 강위의 로텐부르크)'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데, 사실 강이라고 하기에는 민망할 정도로 타우버강은 물이 적고 폭이 좁다.
하지만 도펠 다리까지 연결되는 이 외벽의 산책로는 로텐부르크 여행에서 놓쳐서는 안되는 또 다른 즐거움이다. 비록 찾은 날이 스산했지만 해가 뉘엿뉘엿 질 때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이 길을 걷는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마음은 평화로워진다.
부르크문을 빠져 나오면 보게 되는 공원 모습
날씨 참;;; 성벽 아래의 모습과 도시의 모습이 이채롭다. 오른쪽 멀리 도펠 다리가 보인다. 저 아래로 타우버 강이 흐르는데, 강이라고 하기엔 좀 그렇다.
다시 이 길을 찾아 오리라. 그 땐 잎새들 가득할 것이고, 나른한 햇살이 가득할 것이다. 걷다 지치면 벤치에 앉아 무심히 세상을 내려다 보리라.
세 번째 즐거움 : 성벽 통로 걷기
마지막 추천 코스라고 하면 로텐부르크 구 시가지를 두르고 있는 성벽 통로 걷기다. 이 오래된 성벽에는 바깥 지역의 동태를 살필 수 있는 구멍과 좁은 통로가 있는데 한 사람 딱 걸어 다닐 정도의 폭이다. 문화재 급인 성벽을 다른 곳 같았으면 보호한다고 올라가지 못하게 했을지도 모르겠지만 여기는 그렇지 않다. 얼마나 다행이고 고마운가.
이 통로를 따라 걸어야 비로소 로텐부르크 전체를 다 둘러 본 게 된다. 노을 지는 저녁 무렵도 좋고 이른 아침 맑은 공기를 마시며 걸어도 좋다. 아니 비가 추적 거리고 내려도 나쁘지 않을 거다. 이런 세세하지만 놓치기 아까운 일정들이 있기에 당일로 로텐부르크를 보기 보다는 최소 1박을 하는 걸 개인적으로 권하고 싶다. 혹 높은 성벽 걷기가 부담된다면 그저 천천히 골목들을 돌아도 좋다. 뒷짐을 지어도 좋고, 사랑하는 이와 손을 잡고 걸어도 좋다.
성벽 안으로 들어와 조용한 길을 따라 걷다 보면 성벽 통로를 이용할 수 있는 층계를 만나게 된다.
좁지만 수백 년 세월이 그대로 살아 있는 듯한 이 통로가 성벽 전체에 있다. 3.4km라는 만만치 않은 길이지만 도전해 볼만한 가치는 충분하다.
통로에서 바라본 로텐부르크 구 시가지 일부
성벽과 도시의 구조를 잘 볼 수 있는 자료 사진
로텐부르크는 이처럼 걸으며 느끼기에 안성마춤이다. 압도하는 자연의 어떠함은 없지만 골목 골목 스며 있는 정취는 느림을 미학으로 승화시켜준다. 시간은 중세에 멈춰 있고, 옛날 동화가 궁금하면 언제든지 만날 수 있는 곳이다. 짜증으로 시작된 일정이었지만 어느 새 마음은 치유되어 있었다.
다시 폴로를 만났다. 로텐부르크를 떠나기 전 들어왔던 갈겐 문 앞에서 기념 사진을 찍었다. 부활절 방학이 끝나는 주말이라 여행 후 돌아가는 차들로 아우토반이 막힌다. 이를 염려해 조금 일찍 출발했다. 그렇지 않았다면 좀 더 머무르며 불빛들이 만드는 도시의 밤을 보았을 것이다. 성문을 빠져 나오며 힐끔 뒤를 돌아 보았다. 그리고 다시 만날 때는 푸른 나무숲 사이로 쏟아지는 햇살 속에 있는 로텐부르크이기를 바란다.
무제한 아우토반, 그리고 연비
부분적으로 길이 막히긴 했지만 속도를 내는 것에 문제는 없었다. 특히 A7번 아우토반은 비록 시멘트 길이었지만 달리고자 하는 이들에겐 최고의 도로였다. 가속페달을 끝까지 밟고 10분을 달릴 수 있는 공도가 세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 정확하지는 않지만 전체 평균 주행 속도는 150km/h 정도였다.
속도 제한이 없는 A7번 아우토반은 차들이 많지 않아 그야말로 달리기엔 더할 나위 없는 곳이다. 하지만 언제 속도표지판이 나타날지 모르니 항상 조심조심.
총 달린 거리는 약 370km. 주유소에서 기름을 23.37유로를 넣었다. 주유계 바늘은 절반 정도 떨어졌다. 15인치 휠을 장착했고 틈만 나면 최고 속도로 질주했다. 시승차의 경우 유럽복합연비 기준으로 리터당 23.8킬로미터다. 7단 DSG 미션을 장착하면 이 보다 조금 낮은 리터당 23.0km. 이제 실제 주행한 연비를 공개하겠다.
평균 시속 150km/h 주행에서 나온 연비는 리터당 15.7km였다. 시속 180km/h에서 190km/h 사이에서는 리터당 10km가 나왔고, 시속 120km/h로 주행했을 때 트립 상으로 27.8km, 시속 100km/h 주행 시엔 34.5km 정도가 나왔다. 각 속도 별로 두 번씩 체크했다. 아우토반을 달렸기 때문에 비교적 연비가 잘 나왔다고 봐야겠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기대 이상이었다.
이제 폴로에 대한 최종적 고민을 해볼 차례다. 전반적으로 코너링에서는 평범했지만 고속 주행은 기대 이상 좋았고, 직진 안전성도 만족스러웠다. 몸을 잘 잡아주는 시트 역시 합격점. 130km/h 이상에서 커지는 풍절음과 가벼운 핸들은 다소 아쉽다. 물론 독일 내에서도 비싼 가격은 늘 불만이다. 한국에 들어가는 모델은 7단 DSG에 16인치 휠이 장착되는 모델로 연비는 여기서 측정된 것 보다 조금 손해를 볼 것이다.
자 이제 당신이 답을 내릴 차례다. 과연 이 작은 해치백 디젤 모델을 다음 차로 선택할 것인가?
(블로그 오른쪽 상단에 있는 위플 프랑크푸르트에 오시면-배너 클릭!- 이 곳에서 볼 수 없던 사진과 로텐부르크 얘기가 더 있습니다. 여행에 초점을 맞춘 위플도 많은 방문 바랍니다. 또 스마트폰 용 애플리케이션도 많이 다운 받아 주시면 좋겠네요. 부족한 글 읽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위플 프랑크푸르트 여행기 바로가기 ==> http://weeple.net/weepleInt/news/selectNewsDetail.do?areaId=DEUHE01001&menu=WM01A1&artId=1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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