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내용...그냥, 가볍게 웃고 넘기는 포스팅 쯤으로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가끔은 (아니면 허구헌날) 언론들이 필요 이상으로 포장을 해 기사를 제공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기업의 성과'라는 측면에서 보면 그 정도가 독자들의 상상 이상일 때가 많아 놀라움(?)을 주고 있죠.
자동차의 경우도 예외는 아닙니다. 업체의 언론담당부서에서 보도자료를 보내 그걸 그대로, 혹은 약간의 리터칭을 통해 기사화되는 내용이 쫌 되죠. 또 기본적인 자료에 근거해 거의 풀체인지에 가까운 기사쓰기도 있습니다. 물론, 취재를 통해 깊게 파고드는 기획기사, 혹은 르뽀형 기사, 탐사보도형 기사도 있을 테구요.
뭐 대체적으로 단신으로 처리하는 것들은 보도자료에 근거하거나, 다른 기사를 짧게 인용보도 하는 경우들일 겝니다. 굳이 성과낸 것을 깎아내릴 필요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눈에 나게 포장해 꾸며주는 일부 기사들을 보면 순수한 독자 입장에선 견디기 힘들 때가 많습니다. 오늘 제가 본 것도 거의 이런류의 기사가 아닌가 싶더군요.
제목은 '00 업체 1월 유럽점유율 5.5%...BMW 앞질러' 라고 되어 있었습니다. 일단 현기차가 1월 판매가 유럽에서 좋았다는, 그래서 나름 의미 있는 진전을 이뤘다는 의미로 봐버리면 큰 문제는 없는 것이겠지만, 점유율이 BMW 앞질렀다는 표현을 타이틀로 달아 버리니 그냥 순진하게만 박수!를 치며 볼 수가 없었던 것이죠.
유럽자동차공업협회(ACEA)의 1월 판매자료를 근거로 현기차의 점유율 상승에 관련된 기사로, BMW 보다 현대+기아의 판매량이 약 1천여 대 이상 앞섰다는 뭐 그런 결과였는데요. 과연, 현기차가 BMW 보다 많이, 그것도 1월에 팔았다고 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되묻고 싶어지더군요.
우선 독일 뿐 아니라 유럽에선 판매와 관련된 자료를 내놓을 때 현대와 기아를 별도로 나눕니다. 기사에서처럼 현기를 한꺼번에 묶어 점유율을 따지지 않는 것이죠.
이게 1월 판매현황도표이고, 점유율 변동 사항도 함께 기재되어 있습니다.
보시는 것처럼 다른 곳들은 그룹이라고 해서 묶어 점유율을 계산하지만 현기는 따로 놓고 있습니다. 물론, 결국 같은 회사이니 묶어서 계산해도 된다 봅니다. 특히 폴크스바겐 그룹이니, 푸조시트로엥 그룹이니 하면서 묶어 계산하는 다른 업체들과는 다르기 때문에 형평성 운운하며 그렇게 해도 틀린 거 아니라 보는 거죠. 하지만 어쨌든 유럽에선 현대와 기아의 판매를 별도로 보고 그에 근거해 발표한다는 거,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그런데 위 내용 보다 더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은 BMW 보다 현기차의 점유율이 더 높다는 대목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년 동월 대비 판매율이 높아진 것은 축하할 일이죠. 하지만 그렇다고 프리미엄 브랜드인 베엠베와 양산 메이커인 현기차의 판매를 놓고 점유율 우위 운운하는 것은 정말이지 쌍팔년도 정보독점시대에서나 써먹음직한 기사로밖에 안 보입니다.
특히, 이런 성장의 배경이 작년 말에 독일과 프랑스 등에 현지법인을 만들어 판매를 직영체제화 한 것의 결과라는 현대차 관계자의 말을 인용한 것은, 현대차의 언론플레이, 또는 언론의 현대차 찬양이 무조건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마저 들게 하고 있습니다. 직영체제의 전환에 따른 판매변동은 적어도 1년 정도 지낸 다음 그것을 평가해야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요? 1분기도 아닌, 1월 판매량 만으로 벌써 이런 결과 운운하는 것은 '아전인수'식, 혹은 '자화자찬'식 내용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BMW 보다 잘 팔았다는 것을 탓하는 게 아니에요. 오해없길 바랍니다.)
점유율 BMW 보다 높다는 얘기는 1년 후에 해주십시오. 그리고 이왕이면 같은 성격의 양산형 모델들과의 대결에서 우위를 점했다는 그런 기사가 되면 좋겠습니다. 기사 꺼리'도 아닌 것을 혹여 기사화 해달라 요구했다거나, 아닌 내용을 억지 기사화 하려는 과욕은 결국 그 자동차 메이커에 대한 공신력만 낮추는 일이 될 것입니다. 자랑질도 자랑할 만한 내용으로 해주십시오. 그럼 얼마든지 박수 보내겠습니다. 정말이지 이런 손발 오그라드는 기사내용 안 봤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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