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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BMW 쇼크, 과연 80% 공룡을 잡아낼 것인가?


우리나라 자동차 성능에 정통한 관계자로부터 한 통의 메일을 받았습니다. 얼마 전 한국에서 공식 론칭한 BMW3 시리즈를 분석하고 그 느낌을 적어보냈는데요. 그 분의 얘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한국 수입차 시장에서 3시리즈는 넘사벽이 될 것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전 B당도 아니고, 은근 B당의 득세에 배아파하는 사람으로서 (ㅎㅎ 너무 진지하게 받으들이지 마시길), 3시리즈가 경쟁차들을 올킬할 것이라는 그의 확신에 찬 발언, 그리고 한국 땅에서 요즘 벌어지고 있는 BMW의 눈부신 활약상 등은(?) 애써 모른 척 하고 별 것 아니냥 넘기려 해도 그것이 쉽지 않은 결과물들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쇼크에 가까운 파격적인 행보를 BMW가  보여주고 있는 것이죠.



한국수입차 시장의 리더가 된 BMW

판매량에서 경쟁사인 벤츠를 앞선 것은 물론, 앞으로 몇 년 안에 년간 5만 대를 팔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BMW 코리아 측에서 밝혔습니다.  본사의 강력한 지원을 약속 받아  A/S망 확충은 물론, 전용 드라이빙센타 건립 등의 놀라운 선물까지 국내 자동차팬들에게 안겨준 상태죠. 가히 폭발적인 시장 공략이 아닐 수 없습니다. 우리 보다 규모가 훨씬 큰 중국 시장이 아닌 한국에 대한 이런 파격 지원은 수입사의 열정과 역량의 결과물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열심히 달려왔고, 이젠 시장의 흐름을 주도하는 위치에까지 올라서게 된 것이죠. 

한 개  메이커가 한국에서 년간 5만 대를 팔겠다 공언하는 것은 불가 3~4년 전까지만 해도 불가능했습니다. 헛소리라고 콧방귀 뀌고 말았을 내용이죠. 그런데 일단 지금은 그것이 달성 가능한 수치로 보여집니다. 그 만큼 한국 수입차 시장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이 확대의 최전방엔 독일메이커들, 그리고 그 중에서도 BMW가 있습니다.

이런 BMW의 한국시장 공략에 가장 속이 타들어 가는 수입사라고 한다면 역시 벤츠일 겁니다. 메일을 보내준 관계자의 말을 빌리자면, 벤츠는 상대적으로 상품성에 문제가 많아 보인다고 했습니다. S클래스를 제외하면 전체적으로 BMW와 경쟁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죠. 그러면서 독일 현지 분위기는 어떠냐는 질문을 하시더군요.



독일에서의 분위기

독일도 BMW와 아우디가 시장을 리딩해 나가고 있다 보여집니다. 그래도 아직은 프리미엄급 차를 구매할 수 있는 여유 있는 고객층이 나이가 대체로 많기 때문인지, 독일에서는 여전히 벤츠의 수효가 높은 편입니다. E클래스의 경우 세단, 쿠페, 카브리오에 왜건까지 골고루 판매성적이 좋습니다. 뿐만 아니라 독일을 대표하는 국가적 브랜드라는 그 힘은 쉽사리 무너지지 않을 부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갈수록 기업에 대한 이미지가 노쇠화 되고 있기 때문에 이점을 벤츠 입장에서도 어떻게든 바꿔보려 노력을 하는 중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직접 본 신형 CLS나 SLK의 실내 느낌은 뭔가 아우디나 BMW에 비해 떨어져 보였구요. 이런 식으로 차량이 계속 출시된다면 눈에 보이지 않은 간격은 계속해서 벌어지지 않을까 걱정이 됩니다.

얼마 전 독일 내 경상대 계열 독일 대학졸업자들을 대상으로, 가장 취업하고 싶은 자동차 메이커가 어디냐는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여기서도 역시 BMW에 들어가고 싶다는 응답자 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굉장히 회사 자체가 미래지향적이고, 뭔가 새로운 시도를 하는 것에 주저함이 없어 보이는 것이 젊은이들을 끌어 당기는 요소가 아닌가 싶더군요.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독일 시장은 일방적이진 않습니다. 아우디, 베엠베, 벤츠 등이 적절하게 삼등분 되어 있는 절묘한 상황이거든요. 하지만 한국에선 점점 BMW 독주 분위기로 변화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팬층도 두텁고, 차에 대한 인식 또한 좋습니다. 320d 모델 같은 것은 꼭 타보고 싶은 자동차로 20대에서 40대 층에게 강하게 어필하고 있습니다.


자~ 이렇게 BMW 얘기를 하고, 벤츠를 가져다 대고 몇 마디 드리는 동안 혹시 남의 일인냥 생각하는 한국 자동차 메이커들은 없는지 모르겠군요. 사실 BMW의 이런 도전에 가장 타격을 입을 곳은 벤츠가 아니라 한국시장의 80%를 쥐고 있는 현기차가라고 전 생각합니다. 


80%에게서 주도권을 빼앗아 오다!

그 동안 자동차 성능 주행장이나  현대차 자체의 테스트 주행장만 구경할 수밖에 없던 일반인들에게, 몇년 후엔 누구나 원하기만 하면 신나게 달릴 수 있는 자동차 트랙이 생긴다는 것은 선물과 같은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바로 이런 수백 억짜리 자동차 공간을 누구나 사용할 수 있는 곳으로 만들어 준 곳이 한국 메이커가 아니라 수입사라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늘 자동차를 파는 것에만 전력을 쏟았지 그 차를 사용하는 80%의 고객들에게 진정한 자동차의 즐거움과 생태계를 맛보게 하는 노력을 현기차는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그러는 사이 BMW가 큰 일을 저지(?)르고 만 것이죠. 이제 자동차 문화의 상징적 공간으로 BMW 드라이빙 센터가 자리잡을 것임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게 됐습니다.

그간 줄곧 주장해온 문화적인 접근, 그 주도권을 BMW에게 빼앗긴 현기차는 크게 반성하고 이번 사태를 바라봐야 합니다. 문화공연에 자동차 오너들을 초대하는 것도 좋고, 찾아가는 서비스하는 것도 좋고, 고급차 시장에서 승부하기 위해 영업사원들 고급문화 경험하게 하는 것도 좋습니다만, 그 모든 노력들 보다 "드라이빙센타 건립한다더라"라는 뉴스 하나가 훨씬 더 강하게 어필되는, 그렇게 기업의 이미지 재고에 몇 수십 배 더 긍정적 효과를 주는 프로젝트를 왜 한국 메이커들은 그간 못했느냐는 말입니다.

그냥 앞만 보고 달려온, 팔아서 이윤 남기기만 전력 했던 시절과는 이제 안녕을 고해야 합니다. 성능에만 디자인에만 매달리다 보니 정작 차를 문화로 보는, 그리고 그 차에 감성을 입히고, 전통을 세우며, 그런 과정들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세우는 일에는 전혀 진전된 것이 없었습니다. 매번, 틈날 때마다 외치지만 보잘 것 없는 블로거의 외침 따위는 안중에도 없는 것인지, 여전히 80% 독점시장의 주인은 그대로인 듯 보이네요. 

여기에 BMW 코리아는 또 다른 야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냈습니다. 자동차 1대당 서비스 만족도가 그것입니다. 전국적인 촘촘한 서비스망을 갖고 있는 현기차에 비하면 수입차는 서비스 망을 꾸리기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로 독일 본사는 한국의 전략을 극대화시키겠노라 강하게 답을 보냈습니다. 하나의 모범사례로 삼아 BMW 해외 법인들을 자극하고 독려할 목적인 것이죠. 

공임도 따지고 보면 비싸지 않다고 BMW 측에선 말합니다.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면서요. 그러나 아직까지 비용에 대한 부담이나 수입차 서비스에 대한 운전자들의 부정적 인식 앞에선 소용없는 노릇이죠. 하지만 앞으론 상황이 많이 달라질 듯 보입니다. 말 그대로 물량 공세를 통해 단가를 낮추고, 만족도를 더 높이겠다는 것이죠. 체감되는 변화를 맞이하게 될 것이란 뜻입니다. 

 다른 수입사들 죽었습니다. 안그래도 눈엣가시같은 BMW가 벌이는 판이 도저히 따라갈 수 없는 상황이니 말이죠. 하지만 수입차 업체들만 고민은 아닙니다. 현기차를 비롯한, 한국에 제조라인을 두고 판매망을 구축한 르노삼성이나, 쌍용, GM코리아 등도 모두 위기감을 느껴야 합니다.

잔잔하고 고요했던 한국 자동차 시장에 BMW 코리아가 큰 돌멩이 하나를 던져 파장을 제법 일으켰습니다. 이것이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날 것인지, 아니면 작은 파장이 큰 파도를, 그리고 해일을 만드는 데에까지 커나갈지 계속해서 지켜볼 것입니다. 무엇보다 자동차 페러다임의 변화를 이끄는 그들의 행보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군요. 비록 V당의 라이벌이라고 할지라도 말이죠. ㅎㅎ

( 내일은 쌍용과 르노삼성, GM코리아와 관련해, 제 나름 이들 메이커들이 현재의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하나의 방법'에 대해 포스팅해보려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