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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한국서 제 이름으로 못 쓰이는 독일차 명사 3人


요 며칠, 계속 눈에 걸리는 게 있어서 오늘 몇 자 적어보려고 합니다. 항상 이런 포스팅을 하게 되면 논란이 많은데요. 일단 그 논란의 한 가운데를 가로질러 가본다는 마음으로 짧게 적어보겠습니다.

이름 얘기예요.

남의 이름 잘 불러주는 거 중요합니다. 특히 외국인과의 대화나 사업상의 거래를 위해 만났을 때, 이름 야무지게 불러주면 인상부터가 달라질 거예요. 반대로 외국애가 절 그렇게 불러주면 저도 참 기분이 좋습니다.

예전에 독일친구가 처음 제 이름을 알고는, "길동 홍!" 이 아닌 " 홍길똥!" 하고 우리 정서에 맞게 불러주는데 아직도 걔 되게 좋게 보고 있어요. 왠지 의식 있어 보이고, 우리 문화를 배려해주는구나 싶어 고맙단 생각까지 그 땐 했었습니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우리도 독일애들 이름 제대로 불러주는 게 좋지 않겠나 싶습니다. 그런데 아무래도 미국 영어에 익숙해서 그런지 알파벳이면 그냥 미쿡스톼일 발음으로 부르는 경우 많이 봅니다. 그런데 개인들이야 별 문제 아니겠지만 언론에서는 좀 경우가 다르다 봅니다. 그들의 이름을 독일이름 그대로 정확하게 표기하고 부르는 거, 중요하겠죠.

오늘 그래서 3명의 독일 자동차업계의 명사(名士)이름을 어떻게 쓰고 부르는 게 맞는지 한 번 같이 이야기 나눠볼까 합니다. 우선 가장 잘못 불리우는 사람부터 볼까요?





이 분 잘 아시죠? 기아차 부사장이자 수석 디자이너. 다음에서 인물 검색하면 뜨는 화면을 참고삼아 캡쳐했습니다. Daum 잘못했다 그러는 거 아니니까 오해 없으셨음 해요~

우리는 흔히 피터 슈라이어라고 호칭하죠. 워낙에 일반적으로 그렇게 부르고 그래서 저도 어지간하면 [피터]라고 쓰고 부르는데요. 정확하게는 [페터]라고 해줘야 맞습니다. 가끔 여기서 더 도가 지나치면 [페테르]라고 부르는 분들도 볼 수 있습니다. 아마 Peter에서 [r] 발음을 착실하게 하느라 그런 거 같은데요.

독일에서는 [r]은 [어]에 가깝게 발음됩니다. 하지만 묵음에 가깝다 보시면 될 거예요. 그래서 단어 중간에 올 때 [ㄹ], 맨 뒤에 올 땐 표시하지 않는 게 맞지 않나 보는 것이죠.  그런데 너무 착실하게 이걸 다 발음해주니까 졸지에 페터 슈라이어가 [페테르 슈라이어]라는 러시아스러운(?) 이름으로 바뀌게 되는 거죠. 그렇다면 뒤에 슈라이어는 맞느냐? 혹시 [rey]가 있으니까 Schreyer [슈레이어]라고 하는 거 아니냐?

이 경우는 [슈라이어]가 맞습니다. Meyer, 이런 성을 가진 분을 부를 때 [마이어]라고 하는 것과 같은 이치입니다. 그러니까 앞으로는 가급적 피터 슈라이어 보다는 "페터 슈라이어" 라고 쓰고 불러주는 게 듣는 페터 씨도 좋아하지 않겠나 싶네요.





이 분, 요즘 한창 뜨고 있는 화제의 인물이죠. i30 동영상 때문에 유명해졌을 뿐 아니라 유럽에서 가장 잘나가는 자동차 그룹을 이끌고 있는 리더로 또한 유명한데요. 엊그제는 연봉을 이백칠십오억 이상 받아서 독일언론에서 기사로 다뤘을 정도였습니다. 인센티브가 60% 이상이었다니, 한 해 장사를 잘한 댓가를 회사로부터 톡톡이 받아냈네요.

어쨌든 재밌는 게, 이 양반 이름이에요. 우리는 흔히 [마틴 빈터코른]이라고 부릅니다. 우선 [마틴]은 엄밀하게 말하면 [마(어)틴]이라고 발음하는데 [어]가 거의 목구멍 깊은데서 구르는 소리라 발음은 거의 안됩니다. 그래서 우리말로 쓸 때도 [마틴]이렇게 하는 거죠.

그런데 위 인명사전에 보면 성이 [빈터콘]으로 되어 있죠? 사실 인명 사전에 있는 게 독일 원어에 가깝습니다. 그런데 이 단어를 한 번 보시죠. Hamburg <-- 손흥민 선수가 몸담고 있는 축구팀 도시명인데 뭐라고들 부르죠? [함부르크]라고 씁니다.

그런데 독일식으로 부르면 [r]은 [어]발음이 나게 돼요. 앞서 알려드렸습니다. 좀 더 정확하게 하면 [아]와 [어]의 중간 발음인데 사실 여기서 태어난 한국인 2세나, 거의 원어민 발음에 가깝게 말하는 사람(제 집사람 처럼요 험험;; )이 아니고서는 정확하게 발음을 낼 수가 없는 [R]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함부르크처럼 우리는 단어 속에 모음과 결합되어 있는 [r]을 [으]로 그대로 적어주고 있습니다. 잘 아시는 도시 하이델베르그 Heidelberg도 독일식으로 하면 [하이델베어(그)]가 원어에 가깝습니다. [그]는 거의 발음을 하듯 안 하듯 해서 괄호에 넣었는데요. 

만약 [빈터콘]을 기준 삼으면 함부르크나 하이델베르그도 다 바뀌어야 합니다. 함부르크를 따르겠다면 [빈터콘] 보다는 [빈터코른]이 맞는 게 되구요... 아 그리고 가끔, [마틴]을 [마르틴]이라고 부르는 분들이 계신데, [마(어)틴]이 맞습니다. [(어)]는 해준다는 느낌만 갖으면 될 뿐이니까 [마틴]이라 쓰십시오.





콧수염으로 유명한 다임러 회장이 마지막 인물입니다. 대부분의 언론들이 [디터 제체]라고 그냥 부르는데, 일단 틀리네요. 이건 발음기호에 따른 표기법에도 어긋나고 발음으로도 어긋납니다.

우선 이름 디터는 [Dieter], [-ie-]가 장모음으로 이~하고 발음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디(이)터}]가 맞습니다. 설마 [페테르]처럼 [디테르]이렇게 부르는 분은 없겠죠? 문제는 [Zetsche]입니다. 독일어 [Z]는 발음기호로 볼 때 [ㅊ]이죠. 그러니까 [Zet-]은 [제-]가 아니라 [체-]가 맞습니다. 뒤에 나오는 [sche]는 [tsche]로 묶어 발음되기 때문에 영어의 Church의 첫 음절과 같은 [ㅊ]로 발음하면 됩니다.

그러니까 한 마디로 말씀드려서 [디터 체체]가 맞다는 거예요. 그런데, 독일애들 발음을 주의 깊게 들어보면 [Z]가 알파벳 상으로는 [체트]라고 하면서 실제로는 [ㅉ]에 거의 가깝게 발음한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쓸 때는 [체체]라고 쓰지만 발음을 할 때는 [디터 째체]라고 부른다는 거죠. 

참, 별 것도 아닌 거 목숨 걸 듯 써봤습니다. 그냥 넘겨도 될 일이라고 생각이 들면서도, 한 편으로는 앞에서 밝혔듯 제대로 남의 이름을 불러주고 적어주는 것이 좋지 않겠나 싶어 생각 끝에 적어봤습니다. 특히 언론에서 조차 통일되지 않고 다른 것 같아서 적어도 표기만은 이렇게 통일을 하자는 게 제 주장입니다.


피터 (또는 페테르) 슈라이어 -> 페터 슈라이어

마틴 빈터콘 -> 마틴 빈터코른 

디터 제체 -> 디터 체체


이왕 나온 거 예전에도 다뤘던 메이커 표기도 한 번 우수 답안을 적어본다면 다음과 같지 않을까요?


Mercedes -> 메르세데스 (그냥 한, 독, 미 다 다르니까 부르던 대로 부르시면 될 듯)

BMW -> 비엠더블유, 베엠베 (둘 다 맞는 걸로)

Volkswagen -> 폭스바겐(x), 폴크스바겐(0) (봐겐이냐 바겐이냐까지 따지면 또 복잡)

Porsche -> 포어쉐 (x) 폴쉐(x) 포르쉐 (o) (이것도 마틴 빈터코른의 경우와 동일)

이렇게 통일해서 적었으면 좋겠습니다. 허접한 내용 읽느라 고생들 하셨습니다. (사실 블로그나 되니 이런 거 다루지 멀쩡한 언론에서 할 얘기는 아닙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