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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아내가 직접 경험한 독일에서 운전면허 따기


면허증 취득과 관련해 한국에서 제법 큰 변화가 있었죠? 우선 과정을 간소화해 시간을 줄였고 이에 따른 비용 감소로 경제적인 부담을 줄였습니다. 이런 변화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많고 환영의 목소리도 있고 그런 상황이 아닌가 싶은데요. 비용과 취득에 드는 시간을 줄인다는 점에서는 어떻게 보면 환영할 수 있는 일이 되겠지만 반면 면허증 취득이 너무 쉬워지게 됨으로써 내실 있는 교육이나 시험이 이뤄지지 않아 실제 도로에서의 위험이 커지는 것은 아닌가 하는 염려가 있는 것입니다.

12월부터는 도로주행을 현재 보다 더 어렵게 하겠다고 밝혀 그나마 다행(?)이라고 생각되는데요. 얼마나 도로주행을 엄격하고 현실성 있게 적용을 할지가 운전면허 취득 간소화의 성패를 가르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얘기하고 싶은 게 있습니다. 독일의 운전면허 취득 과정을 보면 우리와는 좀 다릅니다. 그냥 다르다는 것 보다는 운전면허를 따기 위한 교육생들을 향한 교육과정이나 시험의 층위가 우리의 시스템 보다는 좀 깊은 게 아닌가 하는 것이죠.

 저는 한국면허증을 독일면허증으로 바꾼 경우라서 이 점을 정확히 몰랐는데 독일에서 직접 면허증을 취득한 아내의 이야기를 통해 어느 정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물론 그밖에 여러 경로를 통해 파악한 내용들도 좀 있구요. 그래서 지금부터 집사람의 독일운전면허 취득과 관련된 내용을 대화형식으로 적어보려고 합니다. 중간중간 설명을 덧붙이겠지만 오늘 내용을 통해 우리면허 시험 시스템과의 차이나 혹 반영되면 좋겠다는 것은 없을지 확인해보시기 바랍니다.



스케치북 : 당신 면허증 언제 땄지?

아내       : (잠시 계산하더니) 벌써 20년이 넘었네?... 에휴~

스케치북 :  왠 한숨?

아내       : (흘겨보며) 나 늙어가는 거 안 보여?

스케치북 : (괜히 찔끔..얼른 화제를 바꿔)  면허증은  한 번에 땄고?

아내       : 당연하지~

스케치북 : 그런데 독일 운전면허학원은 등록하면 제일 먼저 뭘 배워?

아내       : 시험을 위한 기본적인 이론 교육을 받지. 물론 그러면서 응급처치 교육도 같
               이 받아. 적십자였던가? 암튼 거기서 나와 운전 중 사고가 났을 때 어떻게 하
               는지 기본적인 내용을 실습을 통해 알려줘.

( 한국에서도 안전교육이라고 해서 5시간 정도의 교육이 있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


스케치북 : 학과 시험은 어때, 어려웠어?

아내       : 그거야 사람에 따라 다르겠지. 얼마나 학원에서 혹은 집에서 열공했느냐에 따
               라 다르지 않겠어?


(한국이나 독일이나 요즘은 컴퓨터로 시험을 보죠. 독일의 학과시험 시간은 30분입니다.)


스케치북 : 학과시험 통과하면 본격적으로 도로주행 연습으로 들어갈 텐데, 그 때 선생님
               기억나?

아내       : 어떻게 생겼는지는 희미한데 그 분이 가르쳤던 것들은 당연히 기억나지. 여기
               독일사람들 알잖아?  대충대충 없다는 거. 특히 선생이란 타이틀이 붙으면 그
               책임감은 정말 말리지도 못해. 

스케치북 : 어느 정도였는데?

아내       : 사실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운전이나 차에 관련된 중요한 내용은 모두 다 배운
               다고 보면 될 거야. 요즘은 잘 모르겠지만 나 같은 경우는 매우 꼼꼼하게 알려
               줬어. 예를 들어 신호대기에 걸리는 시간이 길 때 브레이크 밟고 있으면 뭐라
               그래. 

스케치북 : 뭔 소리야, 그럼 시동을 끄고 있을까?

아내       : 그게 아니고. 브레이크를 밝고 있으면 차에 무리가 가니까 신호가 좀 길다 싶
               으면 주차(핸드) 브레이크를 드드득하고 잡아 당겨 그걸 이용하라는 거야. 신
               호등에 걸릴 때 마다 그걸 강조하는 거야. 깜빡 잊고 그냥 브레이크 밟고 있으
               면 여지없이 한소리 들어. 

스케치북 : 그런 건 건강한 잔소리라 할 수 있겠군. 그 양반이 좀 특이한 건 아니었을까?

아내       : 아니 내 친구 운전 가르치던 선생님은 심지어 이러더래. 기어봉에 손 얹고 있
               지 말라고. 그 무게 조차 자꾸 반복되면 차(미션이겠죠?)에 부담이 된다는 거
               야. 설마~ 하는 표정으로 선생님을 친구가 봤대. 근데 엄청 진지하게 쳐다보
               더래. 완전히 꼬리 내렸지 뭐. 호호호

스케치북 : 생각보다 굉장히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주는데?

아내       : 그럼. 독일사람들 클락션 어지간해선 안 울리잖아? 그런 것도 학원에서 도로
              주행 연습하면서 강조하고 또 강조하는 부분이야. 잠깐만 기다리면 움직인다.
              입장을 바꿔 네 뒤에 있는 차가 빵빵거린다고 생각해 봐라. 뭐 이러면서 일장
              연설을 하는데 아이구...머리에 인이 박혀. 어디 그 뿐인가? 차선 바꿀 때, 좌
              회전 우회전 시 깜박이 반드시 켜라. 다른 차가 깜박이 켜면 양보해라. 등등.

스케치북 : 하하 맘에 드는 걸? 그럼 당신 도로주행 시험보던 때 혹시 기억나?

아내       : 그냥 좀 떨었던 것 같아. 옆에 선생님이 앉고 관청에서 나온 감독관이 뒤에 앉
               는데 코스는 감독관이 선택하지. 선생님은 옆에서 아무 말도 하면 안돼. 

스케치북 : 제일 힘들었던 게 뭐였어?

아내       : 뭐 아무래도 차선 변경하고 좌우회전하는 거지. 우회전이야 신호가 있으니 괜
               찮은데 비보호 좌회선 같은 곳은 정말 손에서 땀이나. 언제 핸들을 돌려야 할
               지 몰라서 심장이 콩닥콩닥!

스케치북 : 한 번에 붙은 거 보니 다 잘했나 봐. 그래도 아슬아슬했던 순간 없었어?

아내       : 마지막에 길가에 차를 주차하는 게 제일 힘들더라구. 일렬주차라 그러지? 암
               튼 끙끙대고 어찌어찌 해냈었어. 그런데 내 친구 중에 한 명은 다 잘했어. 주
               차도 깔끔하게 하고, 시동도 끄고. 그리고 내리려고 문을 열었는데 거기서 땡!
               하고 탈락을 한거야. 

스케치북 : 왜?

아내       : 뒤쪽에서 사람이나 자전거 등이 오는지 사이드 미러로 확인을 안 했다는 거
               야. ㅜ.ㅜ 알다시피 독일은 자전거나 보행자 관련해서 법이 엄격하잖아.  어쨌
               든 걔는 다 잘해놓고 마지막에 그거 하나 실수해서 떨어졌으니 얼마나 억울
               해. 결국 교육 더 받고 나중에 다시 시험봐서 붙었지 뭐. 타고 내릴 때 전후방
               및 주변 확인. 이거는 걔가 아마 최고일걸? ㅎㅎㅎ


(독일의 경우는 도로주행에서 합격하면 그 자리에서 바로 감독관이 운전면허증을 건네 줍니다.)


스케치북 : (혼잣말처럼) 감독관이 봐주는 분위기는 아닌가 보군

아내       : 얘기했잖아 독일사람들 성격 어떤지. 대충도 없고, 원칙과 룰 딱딱 지켜야 하
               는 거. 자신들이 대충하면 도로가 위험해진다는 걸 누구 보다도 잘 알고 책임
               감 갖고 일하는 일벌레들이야. 징그럽지만 한편으론 존경스러운 면도 있어.

스케치북 : 공무원이나 학원강사가 존경받는다니 참 부럽다 부러워. 우리나라도 그런 날
               이 빨리 와야 할 텐데... 오늘 얘기 고마웠어.


대화형식을 빌어 내용을 꾸며봤습니다. 요즘 한국에서 도로주행 연습을 하거나 실제 시험을 볼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을 가르치고, 얼마나 엄격하게 룰을 적용하는지 잘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이렇게 사소한 것들까지도 책임의식을 갖고 학원생들을 교육하는 강사들이 많을수록, 그리고 자신의 소임을 다하겠다는 공무원들이 많을수록 대한민국 도로의 안전도 그만큼 높아질 것입니다. 저는 믿고 싶습니다. 아니 믿습니다. 우리나라도 독일과 똑 같다고. 아니 더 하면 더 했지 덜하지 않다라고 말이죠.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