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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인들은 왜 해치백 차를 좋아할까?

 

독일이란 나라를 알 수 있는 재미난 방법중에 하나는 바로 여기 사람들이 많이 타고 다니는 해치백(뒷문이 위로 열리는) 스타일의 자동차와 왜건차를 이해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렇다면 독일문화 더 나아가 유럽의 문화를 이해하는데 왜, 해치백이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는 것일까요?...

 

 

 트렁크 공간이 별도로 분리된 세단을 노치백형의 차라고 한다면, 해치백은 뒷좌석과 트렁크가 하나로 연결되어 있는 차를 뜻합니다. 그래서 흔히들 2박스 형 차라고 하죠? 이런 해치백의 가장 대표적인 모델이 바로 골프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보통, 이런 골프와 같은 해치백 모델들을 실용적인 차, 실용성을 강조한 차라고 합니다.                                            

                                                  실용성?

 

실용성 하면 또하나 빼놓을 수 없는 형태가 바로 왜건입니다.

 

스코다 파비아 combi

 

그럼 도대체 왜! 이런 실용적인 차들이 인기가 많은 걸까요? 해치백 모델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 중 첫번 째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첫번 째 이야기

 

 

 해치백을 좋아해서가 아니라 그럴 수밖에 없었다?

 

위의 노란 배달 트럭사진은 이케아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건데요. 물건이 많거나 부피가 클 경우, 걱정말고 자신들의 배달서비스를 이용하라는 내용입니다. 그럼 생각하실 겁니다. '한국처럼 그냥 갖다주나 봐~'라고...

 

하지만 여기서 저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은 나이자신 어르신들 뿐입니다. 왜냐구요?...

 

독일은 공짜라는 개념이 거의 없다고 봐도 좋습니다. 모든 부문에서 사람이 움직이면 비용이 발생합니다. 이케아의 예를 들면, 20분 거리의 집까지 1000유로 어치의 물건을 가져다 주기 위해선 짧게는 2~3일, 길게는 일주일이 걸리고, 비용은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대략 100유로(15만원) 안팎이 듭니다.

 

한국에선 자기 가구 사주면 바로 가져다 주고, 막 날라다 주죠. 거기다 여기로 옮겨 달라 하면 옮겨주기도 하고...하지만 독일은 이런 게 모두 시간당 비용으로 계산이 됩니다. 따라서, 알뜰한 독일인들의 성격상 이런 데 비용을 들이지 않는 것입니다.

 

 

 

가구야 크니까 트럭을 렌트해서 직접 가져가기도 한다지만 마트에서 장을 보면 물이나 맥주와 같은 생필품(?)은 보통 BOX떼기를 합니다. 그럴 때에도 해치백은 유용하죠.

 

저희 집 장보러 자주 가는 곳에는 이렇게 음료만 따라 취급하는 공간이 거대하게 자리하고 있습니다.

저희 경우, 기본이 이렇게 두 박스 정돕니다.

사진 : 구글링

 

그러니 굳이 원해서라기 보다는, 이런 생활의 패턴에 맞추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해치백이나 왜건을 찾는 이들이 늘어나게 된 것입니다. 실제로 직접 짐을 많이 실어 나르는 사람들은 왜건을 그리고 그 다음으로 해치백을 애용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어떡해서든 가져가야돼!! 다 돈이라구 돈!!

 

 

 

 

 

 

두번 째 이야기

 

 

이런 짐을 보다 많이 실기 위한 실용성을 강조하다 보면 아무래도 뒷좌석 공간은 좁아지고, 앉은 사람들은 불편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덩치도 키도 큰 유럽인에게 앉기에 그다지 편해보이지 않는 해치백 모델이, 왜 많이 팔릴까요? 왜 골프는 수년 째 판매 1위를 놓치지 않는 걸까요?... 단순히 실용적이라서?

 

해치백 인기의 두번 째 이유는 바로 유럽의 가족시스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독일에서 차량을 이용한 가족 나들이라고 하면 보통 이렇게 어린 꼬마들과 함께하는 것을 말합니다. 사실상 이 때까지가 자식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진정한 의미의 기간이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초등학교를 마치고 중학교를 무사히 지나 고등학교를 가게 되면, 상당수의 아이들은 면허를 따고 부모의 도움을 얻어 자신의 첫차를 마련하게 됩니다. 뿐만 아니라 학교를 졸업함과 동시에 독립을 해나가기 시작합니다. 이때부터 자식들은 별개의 존재가 되고, 뒷자리에서 까르르 거리며 노래하며 여행길의 청량제 역할을 맡았던 아이들 모습은 하나의 추억으로만 남게 됩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빠져나간 가정은 남편과 아내만의 의미로 축소되고, 그에 따라 자연스레 뒷좌석은 사람을 위한 공간이 아니라 추억의, 혹은 짐을 싣기 위한 공간으로 재탄생하게 됩니다. 1인당 높은 자동차 보유수와 직접 운전하길 좋아하는 이들의 특성 역시 뒷좌석은 늘~ 짐이 아니면 비어 있는 상태로 만들어 놓죠.

 

 

이런 실용적인 이유와 서구식 가족형태와 라이프 스타일은, 뒷좌석은 퇴보시키고 운전자가 보다 운전에 즐거움을 느끼고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차들을 만들어 내는 역할을 하기도 했습니다. 로드스터니 쿠페니 해치백이니 하는 차들은 그런 라이프스타일을 철저히 반영해 만들어진 문화의 산물이었던 것입니다. (물론, 반드시 핵가족, 부부중심의 생활 패턴만은 아닐 겁니다. 독신으로 사는 사람들이 많아진 것이나, 자동차를 통한 왕래나 여행이 손쉬운 유럽의 지리적 특성등도 이런 2인승의 차량들을 활성화시킨 동기 중 하나일 겁니다.)

 

 

한국도 많이 생활면에서 서구화 되었다고 하지만 아직은 부모님이나 자녀들과의 유대가 길고 깊어서 그에 따라 여럿이 함께 탈 수 있는 세단이 여전히 대세를 이루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굳건한 노치백 세단의 나라에서도 이제 점점 큰 차가 아니라 작은 차, 실용성과 주행성을 갖춘 운전자 중심의 차, 왜건의 부피감은 부담되고 스타일과 개성을 만족시킬 수 있는 차인 해치백의 판매가 늘어난다는 것은 또다른 변화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대한민국의 라이프 스타일이 앞으로 어떻게 변해갈지 모르겠지만 하나 분명한 것은!... 해치백 모델이 한국에서 시장을 점점 확대해 나가면 나갈 수록, 이 모델이 담고 있는 서양 문화 가치의 전이 또한 확대되어 갈 것이라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