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자동차 문화의 진짜 아이콘!.. VW 불리(Bulli)

 

지난 3월 8일은 폴크스바겐(혹은 폭스바겐)에겐 매우 의미 있는 날이었습니다. 우리에겐 VW이 비틀과 골프(Golf)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은, 독일인들의 삶에 커다란 문화적 변화를 가져온 차, 나아가 60-70년대 일었던 히피 문화에 없어서는 안되는 상징과도 같은 차,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우는 경제부흥기의 겸손한 주인공이었던 차가 공식 데뷔한 지 60년이 되는 날이었기 때문입니다.

 

                       
                 
바로 미니버스 "불리(Bulli)"입니다.

                                       (제 블로그 간판의 바로 그 차)

 

 

 1. 탄생의 비화

 

1947년, 폴크스바겐 차들을 네덜란드로 수입해다 파는 벤 폰 씨는 어느 날 위에 보이는 플라텐봐겐(Plattenwagen), 우리 말로 편편한 차 정도로 해석이 되는 저 수송용 차를 보고 아이디어를 냅니다. "저 못난이 말입니다... 상품성 있게 이렇게 저렇게...여차저차해서 요래조래 만들어 보면 어떨까유~?" 그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괜찮다고 여긴 수뇌부들은 조언대로 차를 만들게 되고, 그렇게 해서 탄생된 것이 바로 "Transporter 1" 이란 차였습니다.

 

 

공식 데뷔 전인 1949년, T-1은 8대를 내놓게 됩니다. 그 중 6대는 신문사로 그리고 나머지 2대는 여론조사 회사의 업무용 차로 각각 임무를 부여받게 되었고, 드디어 이듬 해인 1950년, 우리에겐 비극적 전쟁의 역사로 기억되는 그 해에 T-1은 정식 출고를 하기에 이릅니다.

 

 2. 라인강의 기적을 함께 하다

 

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 결국 전국토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패배로 끝을 맺은 독일에겐, 전후 국가 재건 사업이라는 절박한 시대적 사명을 수행하기에 더할나위 없이 알맞은 차가 바로 T-1이었습니다. 벽돌 한 장 부터 식료품 하나까지 수송하고 또 날랐던 그 때, T-1은 독일 재건의 발이자 도약의 악셀레이터가 되어주었습니다.

 

 

소방차에서 경찰차, 생필품을 실어 나르는 용도에서 이동식 우체국까지...할 수 있고 해낼 수 있는 모든 기능을 T-1은 담당했습니다. 하지만 T-1이 이런 용도로만 쓰여서 국민버스라 불리우고, 엄청난 판매를 기록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T-1의 또다른 역할...바로 가족 중심의 여가와 여행 문화에 대한 지대한 기여가 바로 그것입니다.

 

 3. 여가와 여행의 상징

T-1의 실내. 간결하다 못해 밋밋해 보입니다. 하지만 차에 시계를 매립하는 등의 당시로서는 파격적이고 고급스런 옵션 등을 적용한 고급차이기도 했습니다.

1951년 출시된 삼바. T-1 모델들 중 가장 럭셔리한 최상위급으로 차의 지붕을 열고 닫는 파격적(?) 기능이 부여되기도 했습니다.

당시 T-1의 잡지 신문 광고 사진의 하나. 이 차의 역할이 뭔지를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습니다.

역시 광고 사진 한 컷.

영국의 전설적인 록그룹 "THE Who"...이들은 자신들의 투어를 함께한 T-1을 매직카라 부르기도 했습니다.

하노버에서 있었던 불리 60주년 행사에 참여한 사람들이 73년형 불리를 운전하고 있습니다.

60주년 행사에 참여한 각국의 참가자들이 한 자리에...(사진 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과 불리들이 함께 했습니다.)

 

가족문화가 극히 발달한 독일에서 불리는, 가족구성원들이 다양한 조합으로 함께 할 수 있는 최적의 차로 자리잡게 됩니다. 이렇게 산업역군으로, 또한 가족문화의 아이콘으로 불리는 승승장구하게 됩니다.

 4. T-1의 성공

 

1950년 3월 8일, 첫 10대 생산을 시작으로 200만대 생산에 이르기까지 채 20년이 되지 않습니다. 그리고 현재 생산되고 있는 T-5 (별칭 "Team)까지 전 세계적으로 T 시리즈는 1,000만대라는 엄청난 판매고를 이루게 됩니다. 이런 성장세에 일조를 한 것 중에 하나가 바로, 60-70년대 자유와 평화라는 기치를 품었던 히피들이었습니다.

 

5. 히피들... 불리(Bulli)를 사랑하다

 

 T-1이란 공식 이름대신 귀여운 소라는 의미의 Bulli로 불리운 것은 히피들에 의해서가 아닐까 추측되는데요. 여튼! 블루멘킨더 즉, 꽃들의 아이이란 별명을 갖고 있던 히피들에 의해 히피 공식차량으로 지정받은 후, 이 차는 온 갖 꽃 장식과 평화에 대한 메시지로 뒤덮히게 되고, 그렇게 전세계인들의 주목을 받게 됩니다. 그리고 그런 주목을 통해 불리는 좀 더 문화적인 차로 사람들의 의식 속에 자리하게 됩니다. 아직도  많은 영화 등에서 불리(Bulli)는 히피들을 상징하는 차로 여전히 등장하는 것도 불리와 히피들이 얼마나 밀접했으며, 강한 인상을 남겼는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합니다.

 

6. 하나의 역사와 문화가 되어버린 차

 

미니버스 T의 컨셉트카...T-1의 느낌을 많이 되살려 놓아 반갑기 그지 없습니다.

 

60년이란 세월을 통해 T-1은 T-2, T-3, T-4, 그리고 T-5로까지 발전되어 왔고 변화되어졌습니다. 하지만 불리를 만들던 폴크스바겐의 국민차 정신과 그렇게 만들어진 불리를 끔찍하게 사랑했던 독일인들의 열정만큼은 변하지 않은 채 믹스되어 하나의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잡았습니다.

 내 아버지가 그러했고, 나와 나의 아이들까지 누리고 즐길 수 있는 차...그렇게 긴 세월 변함없이 사랑받을 수 있는 차가 있고, 그런 차를 통해 자신들의 문화를 만들어가는 사람들...그들이 부럽고 또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이제,

 대한민국의 자동차 문화를 생각해봅니다. 차 산 고객들 혀 내두르며 고개 절레절레 흔드는 게 엄연한 현실인 한국땅에서, 과연 우리에게도 이토록 아끼고 사랑 듬뿍 줄 차가 있을 것인지...세월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고 오히려 역사가 되고 전통이 되어, 국민들이 아끼고 사랑할 수 있는 자동차를, 그런 문화를 정녕 가질 수 있고 누릴 수 있을지를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