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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독일 운전자들의 노란 천사, ADAC를 아십니까?


" Entschuldigung!...Wissen Sie, welche Farbe der Engel hat?"
" Natuerlich...  Gelb!!!" "실례합니다... 천사가 무슨색인지 아십니까?" "당연하죠...노랑!!!"

독일의 고속도로나 길 위에서 한번이라도 이들에게 도움을 받아본 사람이라면 금방 무슨 얘기인지 알아채고 피식 웃게 될 대화 한 토막입니다 . 무슨 얘기냐구요?

        바로 노란천사(Gelber Engel) "ADAC" 이야깁니다.

Photo: N-TV

 
ADAC (Allgemeiner Deutscher Automobil-Club) 즉, 독일인 운전 클럽의 이니셜이자 명칭으로, 유럽에서도 가장 큰 일반 운전자들이 회원으로 가입한 협회를 가리킵니다. 처음 자동차와 관련된 포스팅을 했을 때의 내용이 바로 아데아체(ADAC)와 관련된 내용이었기에 제겐 좀 남다른 의미가 있는데요.

 우선 아데아체(ADAC)는 차량에 대한 보험과 서비스 업무를 보는 자동차 보험회사가 아니고! 운전자를 지원하고 보호하고 권익을 대변하는 그런 순수한 운전자들의 모임이라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쉽게 말해서, 차가 아니라 사람을 위한 단체라는 얘깁니다.

 

ADAC 홈페이지 모습

 

이 자동차운전자협회에 가입된 회원 수가 1,500만에서 1,600만명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데요. 1년에 기본 회비는 50유로가 안 되고, 플러스 회비라고 해서 특별 서비스를 원하는 고객들은 일년에 70유로가 조금 넘는 돈을 내고 회원가입을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여기서는 어떤 서비스를 하느냐? 정말 하는 일이 하도 많아서 하나하나 다 열거하자면 끝도 없을 거 같고...그냥 중요한 것들만 읊어보면 대략 이렇습니다.

가장 기본적으로 운전자 응급 도움 서비스가 있습니다.

 
회원들이 운행 중 차에 이상이 있다고 여기면 실제 고장이 나지 않았어도 달려와 어떤 점에서 불안을 느끼는지 점검하고 확인시켜줍니다. 또한 실제로 고장이 났을 때엔 현장에서 기본적인 것은 직접 수리를 하고, 부품이 없을 시엔 응급용으로 직접 만들거나, 그렇게도 안되면 인근 정비소에 요청해 응급용 부품을 조달해 어떻게 해서든 운행을 할 수 있게 돕습니다. 아데아체의 현장 요원들은 기본적으로 자동차에 관한한 맥가이버라고 보면 될 정도로 대단한 수준들입니다... 만약,

그들도 어떻게 할 수 없을 정도의 심각한 문제라면 정비소로 차를 옮겨주고, 휴일이라 정비소가 문을 닫았다면 임시로 차를 보관해주면서 수리기간 동안 이용할 수 있도록 다른 차를 렌트해줍니다... 플러스 회원의 경우, 독일이 아닌 다른 유럽지역에서 사고가 나서 목숨까지 위급한 상황이다...이럴 땐,

이처럼 헬기나 경비행기 등을 이용 인명구조에 나서고, 차량에 문제만 생겼을 때엔 ADAC와 연결되어 있는  그 나라 정비소에서 차를 고칠 수 있게 하며, 호텔까지 안내해 줍니다. 물론 호텔요금도...아데아체가 지불해주고 있습니다. 겨우 일년에 회비 십만 원에 저렇게까지??? 회원 수 곱하기 돈 해보셔요...얼마가 기본적으로 들어오는지...

 

                                                  ㅠ..ㅠ

왜 우냐구요? 이런 게 감동 서비스가 아니면 뭐가 감동이랍니까? 우왁스럽고 무뚝뚝해 보이는 저 아자씨들에게 천사라는 닭살스런 별명을 지어줄 정도라면 어느정도의 고객 감동이 이뤄지는지 짐작이 가시죠? 가셔야 합니다... ㅠ.ㅠ(아...늙어가나 봐.. 이런 걸로 자꾸 우네...훌쩍)

 그리고 두번 째로 회원들에게 많이 어필하는 일이라면 바로 각 종 테스트를 실시하고 그것을 가감없이 소상히 밝히는 부분입니다.

 

                                            신차 테스트

                                            차량 충돌테스트

                                            타이어 테스트

                                            부품 테스트 (와이퍼에서 시트와 악세사리까지)

                                            기술테스트 (ESP나 STOP-START 등)

                                            캠핑테스트(캠핑카 및 장소 등)

                                            내비게이션 테스트

                                            기타 등등...

 

암튼, 회원들에게 필요하다 싶은 관련된 테스트는 직접 자신들의 실험소와 연구실에서 진행합니다. 그렇게 진행한 결과는 인터넷이나...

 
정기 발행되는 회원지 "아데아체모토벨트"와 같은 잡지에 실어 소상히 보고를 합니다. 이렇게 테스트의 대명사로 자리잡은 아데아체는 독일인들이 가장 신뢰하는 기관 1위를 거의 늘 차지하고 있는데요. 착하고 믿음직스러운..과거 우리의 양반집 마님들이 참 좋아라했을 그런 스타일의 단체인 것입니다.

이런 아데아체가 하는 수 많은 테스트들 중에 한 가지!... 유명한 자동차 메이커들의 운영하는 직영정비소들의 실력을 체크하기도 한답니다.

 


아우디 직영정비소를 볼까요? 직영정비소 중 가장 큰 곳들을 선정, 테크닉, 서비스 정도 등을 통해 우수한 곳과 그렇지 못한 곳들을 아예 대놓고 공개를 해버립니다. 이렇게요... 하지만 아우디는 전체적으로 콜부르크 쪽을 제외하곤 "sehr gut =매우 좋음" 평가를 받았군요.

 

 
토요타의 경우는 어떨까요?.. 숀가우에 있는 직영정비소는 테크닉에서 12점을 얻어 총 평가에서 아주 나쁜 마이너스를 얻고 말았습니다. 운전자들 입장에선 저런 결과를 통해 어디를 이용해야할지 귀중한 정보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또 중요한 업무 중에 하나는

독일 및 유럽 등지의 지도를 매년 개정, 판매하는 지도 서비스입니다. 독일인들은 지도 보는 데 있어서는 거의 특전사 수준이라고 보면 됩니다. 여자건 남자건, 노인이건 젊은이들이든 차 안에 웬만하면 지도 하나씩 다들 가지고 다니죠.

요즘은 내비게이션의 활성화로 지도보는 일이 줄었지만 제 주변만 해도 아직도 옆좌석에서 머리박고 지도책 보면서 길을 안내하는 인간내비들이 참으로 많이 있답니다. (차마 저도 그렇다고는 말을...) 그런데 반면, 한국교민들만 하더라도 약속 장소 잡으며 첫 마디가 " 내비 있으세요?" 이니...트렌드를 따라가는 능력(?)만큼은 한국인들이 단연 최고가 아닐까 싶네요.

 이 외에도...

                                               자동차 보험

                                               여행지 안내 (각국 호텔부터 여행지 정보 대부분)

                                               교통 정보 안내

                                               운전 안전 교육

                                               드라이빙 단계별 교육

                                               중고차 및 신차 가격 정보

                                               차량 구매에 따른 각종 정보

                                               중고차 시세 및 구매 가이드

                                               저렴한 주유소 알림 서비스

                                               지역별 아데아체 연락처 안내

                                               국제 면허증 공증 업무

                                               렌트카 업무

                                               자동차 세금 및 법률 안내

그리고...청소년들에게 올바른 운전 습관 및 문화를 가르치고 알리는 젊은 운전자들을 위한 일까지...엄청나게 많은 일을 합니다.

스키장과 스키관련 여행정보를 알려주는 책자

아이들 장난감의 대명사인 레고에도 아데아체는 있다.

 뿐만아니라, 쇼핑몰을 운영해서 각 종 악세사리나 필수 장비 등을 판매하고, 자동차 레이싱 대회를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일에서, 유럽 여행지에 대한 각 종 출판물과 자동차 관련 정책 등도 개발하는 등...암튼 자동차와 관련되거나, 자동차를 통해 파생되는 문화 전반에 아데아체는 관여가 되어 있다 해도 과언은 아닐 겁니다.

 심지어,

독일 남자 운전자들 10명 중 1명은 신호대기 시 코를 후빈다거나, 5명 중에 2명은 장시간 신호대기를 하며 옆 차선의 여자 운전자에게 찝쩍댄다는 ㅎㄷㄷ한 통계까지 제공을 하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아데아체가 얼마나 독일인들 삶에 녹아들어 있는지를 알 수 있는가 하면, 핸드폰 매장에서 핸드폰을 사고 개통하면 기본적으로 거의 모든 통신사는 아데아체 응급 전화번호를 기본 내장해 놓는다는 겁니다. 회원이든 아니든...그러면 이런 의문이 들지도 모릅니다. " 이 좋은 걸 왜 다 가입 안할까나?"

여기가 무슨 김정일 국방위원장 뽑는 나라도 아니고...

독일인들은 어디에 가입하고 소속되는 걸 무척 좋아하는 국민들이면서 동시에 자의식이 대단히 강한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차에 대해 자기가 직접 해결할 수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는 얘기죠. 뿐만 아니라 아데아체만큼은 아닐지라도 각 자동차 보험회사들이 아데아체와 같은 업무를 하기도 해서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도 무지못할 숫자입니다.

이렇게 선택을 통한 다양성이 존재하고 공존하는 것이 자본주의가 아닌 민주주의의 모습이 아닐까요? (또 아는 척 한다...)

아...오늘은 정말 글이 많아서 읽기 불편하셨을 텐데요... 언젠가는 꼭 아데아체(ADAC)에 대해 써보리라 맘을 먹었었고 그 날이 오늘이 되어서 그런 것이니 읽기 힘들었던 분들, 넓은 맘으로 이해바랍니다.

끝으로, 한국에도 이런 순수한 회원들에 의한, 회원들을 위한, 회원의...자동차 관련 모임이 우쑥 하나 솟아났음 하는 바람입니다. 뭐 또..한 자리 하려고 윗대가리 갖은 모략과 음모가 판치게 될지 모르겠지만, 정말이지 이런 멋드러진 문화가 한국에도 꼬옥 생겨나고 정착되어서 우리의 아이들에게도 이런 거 하나쯤 유산으로, 전통으로 남겨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정말 멋진 단체....ADAC 얘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