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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디젤차에게 가장 반가운 기술이 개발됐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디젤차의 가능성을 이야기한다? 아무래도 시대 흐름에 반하는 주장이라며 비판받기 쉬운데요. 그만큼 분위기는 디젤에 대해 부정적입니다. 하지만 디젤 게이트 이후 사라져갈 기술로 여겼던 이 엔진이 계속되는 연구와 투자를 통해 조금씩 생명 연장(?)의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이미 몇 차례 이야기를 드렸지만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조사들이 줄이지 못하면 엄청난 벌금을 물어야 합니다. 당연히 그들로서는 해법을 찾을 수밖에 없겠죠. 전기차가 활성화되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따라서 지금은 상대적으로 CO2 배출이 적은 디젤차 판매량이 다시 늘어야만 합니다. 

<참고 포스트> 

'CO2 기준 달성 못한다고?' 자동차 회사들 초비상

하지만 디젤차의 판매량은 빠르게 줄고 있습니다. 그 줄어든 소비는 가솔린 자동차가 대부분 흡수하고 있고, 이런 흐름으로 인해 꾸준히 매년 줄어가던 자동차 이산화탄소 평균 배출량이 일부 유럽에서 처음으로 늘었습니다. 기준을 못 맞추면 제조사엔 천문학적 벌금이 기다리고 있고 이산화탄소 증가로 지구 환경이 악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렇다고 무조건 소비자들에게 전기차를 사라, 혹은 디젤을 구입하라고 강요할 수도 없는 게 냉정한 현실이죠. 결국 획기적인 대안이 마련되지 않는 이상 가솔린 자동차로 쏠리는 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워 보입니다. 이런 와중에 반가운 소식 하나가 전해졌습니다. 

사진=보쉬


세계적인 자동차 부품 업체 보쉬는 최근 슈투트가르트 독일 본사에서 열린 연례 기자 회견에서 ‘디젤은 밝은 미래가 있고 디젤 종말 논쟁이 멈춰야 한다’며 자신들이 개발한 질소산화물 저감 기술에 대한 설명회를 가졌습니다. 얼마나 잘난(?) 기술이기에 이처럼 큰소리를 쳤던 걸까요?


현재 유럽에서 유로6 디젤 자동차의 실도로 테스트(RDE) 시 질소산화물 기준치는 168mg/km입니다. 실제 도로에서 측정했을 때 이 이상 나오면 안 되는 겁니다. 그리고 이 기준은 2020년, 그러니까 2년 후에는 120mg/km으로 더 줍니다. 그나마 현재 독일 제조사를 중심으로, 볼보, 푸조-시트로엥 등에서 내놓은 여러 모델이 이 기준을 충족하고 있는데요.


최근 푸조-시트로엥이 공개한 일부 디젤 모델의 경우 20~30mg/km이라는 낮은 수준의 질소산화물을 내뿜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가솔린과 비슷하거나 되레 더 낮은 이런 결과를 보여주는 모델은 극히 일부입니다. 거기다가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를 확인한다고 해도 여러 변수에 의한 편차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어려움도 존재하죠.


그런데 보쉬가 설명한 기술을 보면 겨울이든 여름이든, 도심이든 외곽이든, 운전이 거칠든 얌전하든, 외부 환경에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기술적 성취 덕에 평균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13mg/km밖에 안 된다고 발표했습니다. 웬만한 가솔린보다도 낮은 수치입니다.

사진=보쉬

이처럼 낮은 배출량을 보이기 위해서는 다양한 운전습관을 극복해야 가능합니다.  쉽게 말해서 같은 곳을 달려도 운전자의 운전 습관에 따라 연비나 유해가스 배출 정도가 제법 달라진다는 겁니다. 그런데 이걸 극복했다? 굉장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습니다.


또 한 가지는 보쉬도 자료를 통해 설명했지만 디젤차의 배출가스는 도심에서 증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유는 가스 온도가 200도 이상이 되어야 하는데 도심에서는 종종 그 온도에 다다르지 못하기 때문인데요. 200도를 넘어서야 후처리 장치가 작동하기 때문에 냉간시동, 또 저속의 도심 주행 시에 배출가스양은 크게 늘 수밖에 없습니다.

<참고 포스트> 

냉간 시동 배출가스 문제, 제조사는 알고 있다

그런데 이번 기술은 이런 도심에서조차 40mg/km의 배출량을 보였다고 합니다. 터보차저의 최적화, 그리고 연료 분사 기술, 열관리 기술 등이 종합돼 좋은 결과를 얻었다는 게 보쉬의 설명입니다. 더 반가운 것은 특별한 장치를 추가할 필요 없이 현재 디젤 구성 그대로 가능하며, 따라서 비용이 증가할 이유가 없다는 점입니다.

사진=보쉬

관련 기술에 대해 설명 중인 폴크마 덴너 보쉬 CEO / 사진=보쉬


보쉬는 이 외에도 이산화탄소 저감 장치에 대한 연구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습니다. 아마도 이런 기술적 성과 때문에 내연기관의 필요성을 강하게 강조했던 게 아닌가 싶습니다. 전기차의 대중화에 따른 자연스러운 시장 환경의 변화가 오기 전까지는 엔진이 필요하다는 게 보쉬의 주장이고, 이에 대해서는 많은 분이 일정 부분 공감하리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렇고요.


아무쪼록 이와 같은 기술에 대한 투자와 경쟁을 통해 더 나은 자동차 시장, 더 깨끗한 환경이 빨리 우리의 일상으로 스며들 수 있었으면 합니다. 모처럼 반가운 디젤과 관련 소식이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