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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사람들은 자동차를 왜 사는 걸까?

자동차가 사치품이던 시대가 있었죠. 지금은 생필품까지는 아니더라도 집마다 차 한 대씩은 가지고 있게 됐습니다.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수가 2250만 대가 넘는다고 하니 정말 많이 늘었네요. 


대한민국 인구를 5천만 명으로 본다면 인구 대비 약 45% 정도 자동차가 보급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곳 독일은 최근 자료를 보니 5천 6백만 대 수준입니다. 인구가 8200만 명쯤 되니까 인구 대비 68% 정도군요.


이처럼 시간이 가면서 곳곳에서 자동차는 빠르게 대중화됐습니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자동차를 왜 사는 걸까요? "필요하니까 사지!" 너무 당연한 걸 물었죠? 그렇다면 "왜 필요한 건가요?"라고 재차 묻는다면 어떤 답을 하시겠습니까? 아마 천차만별의 대답이 나올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출퇴근을 위해서, 어떤 이는 장사에 필요한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해, 또 어떤 부모들은 아이들을 위해 자동차가 필요하다고 말할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다양한 대답을 모아 큰 틀에서 분류를 해보면 대략 몇 가지 정도로 정리되지 않을까 싶은데요.


바로 그런 작업을 한 곳이 있습니다. GFK라는 글로벌 시장조사기업이 세계 여러 나라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특정한 교통수단을 선택하는 중요한 이유가 뭔지 물었는데요. 여기서 말하는 '특정한 교통수단'은 자동차로 수렴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대답들이 가장 많이 나왔을까요?


1위 : 독립적으로 이동하고 싶어서 (18%)

사진=다임러


그렇죠. 개인 이동 수단은 말 그대로 나 자신, 혹은 가족이나 지인 정도의 가까운 이들과의 독립된(혹은 구별된) 이동을 원할 때 자동차를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 아내만 하더라도 후각이 예민한 편이라 지하철이나 버스 등에서 사람들과 섞인 채 출퇴근하는 것을 꺼리는 편이죠;;


또 독립적이라는 의미 안에는 나만의 공간이 주는 자유로움을 빼놓을 수 없을 것입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그리고 원하는 음악을 듣거나 뉴스를 청취하면서, 혹은 조용히 운전에만 집중하며 이동할 수 있다는 점은 자동차를 구입하려는 매우 중요한 이유가 됩니다.


2위 : 물건을 실어 나르기 위해 (16%)

사진=닛산


역시 중요하죠. 시장, 혹은 마트를 가서 장을 많이 봤다고 치죠. 물론 버스나 지하철을 이용할 수 있겠지만 여러 면에서 불편할 것입니다. 서구 사회처럼 배달 보다는 직접 물건을 나르는 것이 일상인 곳에서, 또 물이나 음료 등을 상자째 사는 것이 흔한 곳에서는 자가용은 필수라고 해도 과언은 아닙니다. 거기다 시내가 아닌 외곽 주택가 같은 곳은 마트가 집에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더욱더 내 차가 필요합니다.


또 장사하는 분들의 경우는 더 중요할 수 있겠네요. 작은 화물차를 이용해 농수산물을 내가 원하는 시간에 직접 실어 나르는 건 필수니까요. 배송을 시킬 수 있겠지만 직접 움직여야 하는 사업의 경우 아무리 생각해도 자가용은 없어서는 안 됩니다. 트럭이나 픽업, 왜건이나 SUV를 구입하는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런 공간 활용 능력을 원해서 아니겠어요?


3위 : 비용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 (15%)

사진=VW


차가 막혀 길에서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은 분 입장에서는 선뜻 선택하기 어려운 항목이겠죠. 하지만 그렇지 않은 곳, 예를 들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집과 시장, 마트가 멀리 떨어져 있는 분들, 또 대중교통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걷고, 버스를 갈아타고, 지하철을 갈아타야 하는, 그래서 시간과 체력을 여기에 다 써버리는 분들에게는 자동차는 핵심 선택지가 될 것입니다.


물론 비용이라는 부분에서는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죠. 오히려 자동차를 소유함으로써 발생하는 비용이 더 큰 경우 말이죠. 하지만 유럽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좀 이해가 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독일에서 스위스나 이탈리아, 또는 프랑스 등으로 여행을 간다고 해보죠.


가장 저렴한 것은 고속버스를 이용하는 것일 겁니다. 하지만 현지에서 이동을 할 때는 또 다른 교통수단이 필요합니다. 노선이 다양하지 않고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4인 가족 기준으로 기차와 비행기는 말할 것도 없이 더 비쌉니다. 역시 연계하는 교통수단을 다시 찾아야 하는 점도 상대적으로 번거로운 일입니다.


따라서 통행료와 기름값만 부담하면 되는 자동차는 이동에서 수월하고 경제적이라 할 수 있습니다. 저 역시 운전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이런 비용 측면까지 고려해 가급적 자동차로 독일 이웃한 나라들을 방문하는 편입니다. 이동 경비를 줄여 다른 것에 쓸 수 있기 때문이죠.

사진=시트로엥


지금까지 이야기한 3가지 큰 경우들 외에도 자동차가 필요한 다양한 이유가 있을 겁니다. 전기차, 자율주행차, 각종 첨단 장치로 무장한 IoT화 된 자동차 뭐가 됐든, 결국 사람들이 느끼는 필요성을 얼마나 잘 충족시키느냐에 따라 자동차의 효용성과 가치도 유지될 수 있을 것입니다.  


효율적으로 도로를 이용하고, 환경과 인체에 덜 위험한, 그러면서 다양한 정보와 즐거움을 안길 수 있는 방향으로 자동차는 발전하고 있고 그렇게 달려가고 있습니다. 얘기하고 보니 자동차의 미래, 제법 긍정적이죠? 오늘은 원초적(?) 얘기 한번 해봤습니다.


추가 : 못 읽으신 분들을 위해 다음 자동차 칼럼 코너에 실린 글 하나 링크합니다.

http://v.auto.daum.net/v/oTIhFQoHFJ