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엠블럼, 마음에 드십니까?

며칠 전 프랑크푸르트 시내 한 지하철역에서 겪은 일입니다. 저녁 무렵이었죠. 지하철을 기다리고 있는 제 옆에 이십 대 후반에서 삼십 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독일인 남성 두 명이 앉아 있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보며 이야기를 나누는데 '기아'라는 단어가 들리더군요. 힐끔 보니 스팅어 사진이 보였습니다.


괜히 반갑기도 하고, 무슨 대화인지 궁금해지더군요. 스팅어에 관심이 있던 남자는 친구에게 어떠냐고 물었습니다. 그러더니 답을 듣기도 전에 엠블럼이 밋밋해 보이지 않냐고 한 번 더 질문했습니다. 참고로 한국에서는 보닛 위에 스팅어 전용 엠블럼이, 또 뒤쪽에는 Stinger라는 글자가 붙어 있지만 해외 판매용 스팅어는 앞뒤는 물론 휠과 운전대 중앙까지 모두 KIA 엠블럼이 새겨져 있습니다.

국내용 스팅어 엠블럼 / 사진=기아

해외용 스팅어 엠블럼 / 사진=기아

국내용 스팅어 뒷면 / 사진=기아

해외용 스팅어 후면 / 사진=기아


지하철이 도착하는 바람에 이야기를 더 들을 수 없었지만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던 터라 그 둘의 짧은 대화가 꽤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았습니다. 그리고 최근 유튜브를 통해 스팅어 엠블럼 관련 영상을 보게 됐습니다. 오너로 보이는 한 미국인이 KIA 엠블럼을 떼어내고 앞과 뒤를 모두 한국식 엠블럼으로 바꾸는 과정이 담겨있었죠.


영상에서는 직접 인상평가를 하는 내용이 없었지만 엠블럼을 바꾼 것에 차주와 친구들은 만족해했습니다. 이처럼 스팅어 등장 후 관련 기사나 영상이 해외에서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분명 이런 분위기는 브랜드와 해당 모델 알리고 브랜드 가치를 올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미국에서는 어떤지 모르겠지만 유럽에서 기아는 저렴하고 평범한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로 알려져 있으니까요.


독일과 영국 등, 자동차 전문 매체들의 스팅어에 대한 평가도 좋은 편이어서 '기아가 이런 차를...?'이라는 식의 반응도 어렵지 않게 그 안에서 볼 수 있습니다. 그간 특별할 것 없는 브랜드로 여겨졌지만 스팅어는 그런 사람들에게 색다른 관심을 갖게 하고 있으며, 이것만으로도 일정 부분 의미 있는 역할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진=기아


그런데 이런 자동차가 나왔음에도 정작 엠블럼이 그 스타일을 받쳐주지 못한다면 어떨까요? 엠블럼은 해당 모델의 이미지, 그리고 자동차 회사 이미지를 만드는 상징물입니다. 삼각별 하나가 달려 있으므로 벤츠에 대한 긴 설명이 필요 없는 것처럼, 엠블럼은 직관적으로 자동차 브랜드를 떠올리게 하고 가치를 만드는 힘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KIA 엠블럼은 회사 이름을 더욱 많은 사람에게 알리는 인지도 차원의 역할이 더 컸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단순하고 인식하기 좋으면 됐습니다. 하지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해서는 기존의 엠블럼 대신 뭔가 새로운 상징성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아 기아차구나' 이상의 감흥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죠.

삼각별 / 사진=다임러


페터 슈라이어가 2006년 기아에 수석 디자이너로 취임했을 때 기아 로고에 만족한다고 답했던 게 아직도 기억에 남습니다. 하지만 그때와 지금은 기아자동차가 가야 할 방향과 전략이 다릅니다. 무엇보다 그들 스스로 고급화를 통한 높은 마진을 기대하고 있으니까요. 지금 KIA 로고는 회사 업무용으로 쓰고, 자동차용 엠블럼은 이와 차별된 디자인으로 갔으면 하는 게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KIA 로고가 못마땅하다는 독일인이, 새로운 엠블럼을 달려고 기존의 기아 로고를 떼어내는 미국인이 더는 나오지 않게끔, 이제라도 결단을 내려야겠습니다. 엠블럼 하나 바뀐다고 갑자기 고급 브랜드가 되는 건 아니겠죠. 기술과 디자인과 다양한 브랜드 전략이 동반돼야 합니다. 하지만 엠블럼 변화를 통해 기아의 의지를 보여주는 것, 그게 어쩌면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출발 지점이 아닐까 합니다.


  • 지니 2018.02.05 07:59 신고

    안녕하세요-!! 매번 좋은글과 많은정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자동차를 좋아하고 독일에 살면서 독일어 못하는 사람입니다.
    자동차 정보를 보기위해 클리앙,유투브 등등 많은 사이트를 돌아다니지만
    독일현실에 맞는 싸이트는 여기밖에 없는거 같더라구요
    예전에 자동차 구입을 위해 kia kombi를 물어보았는데요,
    이완님이 옥타비아보다 못하다라는 평가를 내렸던 기억이 납니다.
    그뒤로 아직 구입할 차량을 물색중에 bmw 218d grantuer 7인승 모델을 찾았는데
    프랑스에서 온 차량이라고 하더군요 . 프랑스에서 온 차량들은 독일과 다른규재와 규격으로 만들어지는것인가요?

    • 안녕하세요. 2시리즈가 요즘 독일에서 잘 팔리는 모양이에요. 그리고 프랑스에서 왔어도 다를 바 없습니다. 프랑스와 독일 사이에 규격과 다른 규제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차 상태만 좋다면 출신(?)은 상관없을 듯해요.

  • 지니지 2018.02.05 08:52 신고

    빠른답변 감사합니다.
    다른점이 없다면 얼른가서 구입해야겠네요.

  • 폴로 2018.02.05 09:37 신고

    그만큼 로고는 참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로고 하나가 차량의 전체 이미지를 각인 시켜 버리죠.

  • Favicon of http://enegma0630.tistory.com BlogIcon 이네그마 2018.02.05 13:48 신고

    기아마크가 달랐다면 지금 판매량이 달라졌을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1인입니다.

    • 추측이니 확신을 할 수 있는 내용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도움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은 저도 갖고 있습니다.

  • Favicon of http://renopark.tistory.com BlogIcon Renopark 2018.02.05 14:19 신고

    자동차의 엠블럼은,
    다 만들어진 물건에 마지막 확인 도장을 찍는 것 같은 느낌입니다.
    물론, 벤츠의 큰 삼각별은 우선 도장부터 찍고, 물건을 만들고, 도장 크기를 조절하는 것 같구요.

  • 딸꾹 2018.02.05 23:26 신고

    기아 로고를 볼 때마다 가끔.. 외국에서는, 적어도 직업이 군인인 사람이 가족중에 있으면 기아 자동차는 사고 싶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왠지 Killed In Action 이라고 써붙이고 다니는 것 같아서요. 소비자들이 꺼려하는 분위기 같은 건 없을까요. 아니면 다행이지만.. 굳이 영어 약자로 고집하는 것보다 앰블럼을 새로 만드는 것도 괜찮지 않나 싶습니다.

    • 영어권에서는 그런 얘기가 있는 모양이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기아에 대한 일반적 인상인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변화는 필요해 보입니다.

  • 하모니 2018.02.06 07:03 신고

    차가 엠블램을 완성하는거지 엠블램 문제는 아닌듯요.. 무엇보다 미국, 유럽은 전통을 매우 중시해서 엠블램이나 차명을 바꾸는건 싫어한다고 알고있습니다.. 그래서 한번 수출명 정하면 계속 쓴다고.. 차명을 계속 바꾸는건 정말 안팔리는 모델에나 그런다고 들어습니다.. 아닌가요?

    • 자동차의 가치는 성능과 이미지와 엠블럼과 마케팅과 헤리티지와 고객 등이 어우러져 그 가치를 끌어 올리는 것이겠죠. 그런 의미에서 엠블럼이 더 좋아진다면 기아에게 나쁠 건 없습니다. 그리고,

      유럽에서 차명을 바꾸거나 엠블럼을 바꾸는 걸 싫어한다는 얘기는 어디서 나온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유럽의 자동차 회사 엠블럼 중에 디자인 변화 없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건 없습니다. 그 변화가 완전히 새로운 것이든 아니면 디자인적 요소를 계속 다듬어 나간 것이든요. 회사에서 마음 먹고 시장 조사를 해보면 어떨까 싶네요.

  • icarus 2018.02.06 08:31 신고

    비단 로고뿐 아니라 디자인 디테일 수준이 너무 떨어집니다.
    전체적으로 많이 발전했어도 빨리 질리고 싼티나는건 디테일 완성도 탓이라 봅니다.

    • 소재 사용이나 마감 등에서도 발전을 이뤄야겠죠. 물론 비용 상승이라는 부담도 있겠지만 말씀하신 것처럼 디테일은 스타일링만 개선되어서 해결될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개선의 여지는 더 있습니다. 그래도 많이 성장했죠. 옛날 기아차 생각해보면 정말 장족의 발전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더 나아가기 위한 고민이 있어야 할 텐데, 저는 그 첫 단계 중 하나가 엠블럼 변화가 아닐까 합니다.

  • Favicon of http://ironmaiden.tistory.com BlogIcon 아이런메이든 2018.02.15 03:10 신고

    제가 미적감각이 떨어지는 걸지도 모르는데 저는 심플한 기아 로고가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오히려 이 로고 저 로고 건너 다니느라 지금의 로고가 정착 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건가 생각이 듭니다.
    위에 댓글처럼 좋은 차를 많이 만들어 이미지를 쌓는다면 제 생각엔 지금 로고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생각도 드네요.
    로고에 대한 불만이 국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해외에도 있었군요.. 많이 슬픕니다

    • 모두 같은 의견일 수는 없겠죠. 사람에 따라 좋아 보일 수도 있고 아쉽게 느껴질 수 있다고 봅니다. 문제는 긍정과 부정 중 어느 쪽에 더 많은 의견이 몰리느냐일 텐데요. 만약 개선의 의견이 더 많다면, 고민을 해 볼 필요는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내 해외할 것 없이 한 번 자체적으로 조사를 해보면 좋겠어요.

  • 겉보리 2018.02.16 14:36 신고

    한 때 원 안에 도안이 들어간 꽤 근사한 로고가 등장했는데 어느 순간 지금의 것으로 바뀌었지요.
    현대가 인수하면서 현대 로고의 타원형 테두리 안에 글자를 넣는 것으로 변경했다고 알고 있습니다.
    많은 부품을 공유하면서 로고를 붙일 때 비용 절감 등이 주된 이유라고 들었습니다. 아쉽습니다.

    • 원가 절감 얘기는 충분히 생각해 볼 수 있는 내용이죠. 그래도 좀 바뀔 때가 된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도약하려면 이런 부분도 이젠 신경을 써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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