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헤드램프 클리너가 달려 있는 진짜 이유

어떤 차에는 있고 어떤 차에는 없습니다. 관심 있는 분들은 알겠지만 자동차 전조등 바로 아래 범퍼와 연결되는 부분을 자세히 보면 사각형 모양(혹은 원형)의 홈이 파여 있습니다. 이 홈이 어떤 차에는 있고 어떤 차에는 없는데요. 왜 그런 걸까요?

XC40 / 사진=볼보


평소에는 얌전히, 사진에서처럼 존재를 드러내지 않지만 헤드램프를 청소할 때는 일명 클리너, 혹은 워셔라는 것이 쑥 앞으로 나와 세척액을 최대 50bar의 압력으로 분사합니다. 흔히들 이 장치를 '헤드램프 워셔' '헤드램프 클리닝 시스템' 등으로 부르고 있죠.

사진=폴크스바겐


정확한 용도는?

헤드램프 덮개에 묻은 이물질, 먼지 등을 제거하기 위해 사용되는 것인데요. 많은 분이 전조등 빛을 더 선명하고 밝게 하려고 클리너가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습니다. 아주 틀린 얘기라고 할 수는 없지만 헤드램프 워셔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죠. 


전조등 표면에 먼지가 묻게 되면 빛은 산란됩니다. 그로 인해 반대편 차로의 운전자는 흩뜨려진 빛에 의해 시야가 방해를 받게 되죠. 눈부심은 야간 운전에 있어 굉장히 위험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따라서 '먼지로 인한 빛의 산란을 막기 위한 것이 헤드램프 클리너의 존재 이유다.'가 정확한 답이 되겠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어떤 차에는 있고 어떤 차에는 없는 이유

헤드램프 클리너는 거의 대부분 제논램프 차량에 달려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HID라고도 부르죠? 제논램프는 그 빛이 굉장히 밝기 때문에 먼지 등으로 인해 빛 흩뜨림 현상이 발생하면 다른 운전자의 시야는 상대적으로 더 방해를 받게 됩니다. 보통 전조등 각도를 조절하는 장치가 달려 있거나 첨단 반응형 헤드램프 등이 달려 나오기도 하지만 산란하는 빛은 이 조절기로도 어쩔 수가 없습니다.

Q5 / 사진=아우디


그렇다면 왜 할로겐이나 LED 헤드램프가 아닌 제논램프만 해당이 되는 걸까요? 기준이 있습니다. 밝기가 2000루멘(lm) 이상이면 법적으로 클리너를 달아야 하는 것이죠. 할로겐은 아시다시피 그 정도의 밝기는 아니고 LED 역시 발광다이오드의 특성상 밝지만 2000루멘을 넘지 않습니다. 


물론 LED라고 해서 아예 기준을 안 넘는 것은 아닙니다. 제조사들이 기준을 넘기지 않으려고 조절할 뿐이죠. 몇 년 전 메르세데스 E클래스가 세대교체 되면서 달려 있던 클리너가 사라졌습니다. 제논램프가 아닌 LED가 기본 사양이 됐기 때문인데요. 

구형 E클래스(클리너 있음) / 사진=다임러

현재 E클래스(클리너 없음) / 사진=다임러


일부 전문가 LED 램프에도 필요하다 주장

스웨덴 가장 모범적

그런데 일부에서는 LED 램프의 빛도 밝기 때문에 클리너가 필요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제조사는 LED 헤드램프는 제논램프와 달리 조사 결과 클리너가 없어도 눈부심을 크게 일으키지 않는다고 했습니다만 당시 독일 언론들이 껄끄럽지 않은 뉘앙스로 관련 내용을 기사로 다룬 게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헤드램프 클리너에 있어서 스웨덴만큼 확실하게 대응하는 나라는 없을 겁니다. 이미 1970년대 초반부터 1990년대까지 모든 차에 의무적으로 헤드램프 클리너를 달게 했죠. 그래서 당시에 나온 자동차 중 헤드램프용 와이퍼가 달린 것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습니다.

1977년 V70에도 헤드램프 와이퍼가 있고 / 사진=볼보

1985년형 M5에도 있으며 / 사진=BMW

1984년형 벤츠 190E에도 달려 있음 / 사진=다임러

볼보나 아우디의 경우는 요즘도 LED 헤드램프가 적용되는 모델임에도 헤드램프 클리너가 (적어도 외관상으로는) 달려 나오는 것으로 보입니다. 사실 법적 기준을 넘지 않는다 할지라도 이런 선택권이 운전자에게 주어진다는 게 필요한 게 아닌가 싶고, 그래서 벤츠(E클래스)의 대응은 조금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신형 A8 / 사진=아우디


V90 크로스컨트리 / 사진=볼보


우리나라에도 전조등에 관한 법률이 있지만 헤드램프의 먼지로 인해 발생하는 산란까지 유럽처럼 관리하고 있는지는 잘 모르겠네요. 어쨌든 요즘 미세먼지다 대기오염이다 해서 말도 많고 탈도 많습니다. 


대기 상태가 안 좋고, 먼지로 인해 가시거리가 안 좋은데요. 그럴수록 헤드램프 자주 닦아주는 거 어떨까요? 서로의 안전을 위해서 할 수 있는 작은 노력이 아닐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