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겨울이었냐는 듯 날씨가 확 풀렸네요. 요즘 같을 때에는 한적하고 공기 맑은 곳으로 무작정 차를 몰고 떠나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잠시 복잡한 머릿속 그렇게 비워내고 나면 그래도 조금은 낫겠죠.
사진=포르쉐
스케치북다이어리가 티스토리에서만 벌써 9년째입니다. 뻔한 이야기지만 정말 시간 빨리 흘렀네요. 블로그 초기에는 거의 매일 글을 썼죠. 쓰면서 배우던 시기였습니다. 지금도 쓰며 배운다는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월, 수, 금, 이렇게 일주일에 3일을 블로그에 글을 올리게 됐습니다.
매일 글을 쓰는 것에 비하면 그래도 여유로워졌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말도 아닌 독일어(또는 영어)로 된 자료들을 끙끙거리며 읽고 분석하고 그것에 제 생각, 의견을 버무려 일주일에 3회 이 공간을 찾는 분들이 읽을 만한 글을 쓴다는 게 생각보다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실 글을 쓰는 시간보다 글을 쓰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이 더 길었고 하루하루가 글을 쓰기 위한 시간이어야 했습니다. 그렇게 달려왔습니다. 노력을 알아주고 찾아와 주는 분들, 또 독일에서 나오는 자동차 정보가 궁금해 오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포털의 도움도 있었죠. 많은 글이 모바일과 PC 메인 화면에 노출됐습니다. 물론 포털 측에도 제 글이 어느 정도 도움이 됐을 겁니다.
스케치북다이어리는 이제 독일에서 나오는 자동차 관련 콘텐츠를 만나는 나름의 의미 있는 경로가 되었다고 자부합니다. 마침 독일 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관심을 받으며 제 블로그에 대한 관심도 커나갔죠. 그간의 글을 묶어 책도 냈고, 잠깐 무모한(?) 시도도 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이런 과정을 거치며 이제 블로그뿐만 아니라 전문 매체들에 글을 보내게 되었고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제 이름을 걸고 글을 쓰며 외고 작업을 병행하다 보니 블로그는 과거만큼 활기찬 공간이 되지 못했습니다. 제 부족함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블로그에 글쓰기만큼만은 빼먹지 않으려 노력했습니다. 여행을 가도, 한국을 방문해도, 블로그에 글을 올리는 일정을 중심으로 스케줄을 짰을 정도니까요.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
포털이 모바일 중심으로 재편되고, 스케치북다이어리 글이 일부 매체에 보내는 글과 중복되다 보니(현재는 월 2회 수준) 과거만큼의 집중도는 아니었습니다. 요즘은 월요일과 금요일 글을 올리고 있고, 수요일에는 다음 자동차 코너에 칼럼을 기고 중입니다. 이런 이유일까요? 과거에는 댓글과 답글로 참 많은 분과 이야기를 했지만 지금은 그런 교류도 풀이 많이 죽고 말았죠. 사실 외부 활동하기 이전부터 블로그 힘이 많이 빠져있던 건 사실입니다.
특히, 제 글에 큰 관심을 보였던 포털은 스케치북다이어리 효용성이 다 떨어졌다 판단했는지 더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습니다. 지금은 검색을 통해, 또는 즐겨찾기 등을 해놓은, 그나마 남아 있는 소수의 단골(?)들께서 찾고 있습니다. 한 가지 주제를 놓고 9년 이상 글을 쓰다보니 지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가 자동차와 글로 인연을 맺게 해준 곳인 스케치북다이어리를 포기할 수는 없습니다.
저는 여전히, 그리고 언제나처럼 이 공간을 붙잡고 가겠다는 마음입니다. 그래서 지금과는 다른, 새로운 시도가 있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고민 중에 있습니다. 과거에도 한두 번 비슷한 의견을 내비치고 여러분들에게 의견을 구한 적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결정을 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우선, 현재 티스토리에 자리 잡고 있는 스케치북다이어리를 다른 공간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네이버가 될지, 아니면 양대 포털과 무관한 새로운 곳이 될지는 아직 정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지만 어떤 식으로든 변화는 필요해 보입니다. 만약 양대 포털과 무관한 곳에서 블로그를 개설한다면 지금과는 다른 폐쇄형 구조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폐쇄형이란, 오픈되어 많은 이들이 검색을 통해 찾아오는 곳이 아닌, 로그인을 해야 글을 읽을 수 있는 공간을 의미합니다. 포털 메인에 노출되었을 때 찾아와 앞뒤 없이 글을 쓰고 가버리는 불특정 다수보다는 스케치북다이어리에 꾸준히 관심을 갖고 능동적으로 이 공간을 찾아와주는 분들을 위한 정보 전달 공간으로 꾸미는 것을 의미합니다.
제 블로그 정기적으로 오신 분들은 알겠지만 독일 매체들의 신차 정보력이나 자동차 평가 체계는 최고 수준입니다. 폐쇄형, 회원제 공간이 된다면, 궁금한 유럽 신차 소식은 물론 현지 전문지들의 비교평가 테스트 내용을 지금보다 훨씬 더 정밀하게 분석해 설명드릴 수 있을 것입니다. 늘 이야기하지만 스케치북다이어리가 아니면 접하기 어려운 소식들을 전하는 것에 집중하도록 할 것입니다.
이미 다른 매체나 포털에 별도의 칼럼 코너가 있기에 긴 얘기는 되도록 거기서 하도록 하고, 새로운 블로그 공간은 궁금해할 만한 소식들 중심으로 꾸려나갈까 합니다. 지인에게 이런 얘기를 했더니 유료화를 의미하냐고 묻더군요. 한국에서는 어려운 시도이니 그런 점 잘 고려하라고 조언해주었습니다.
양질의 정보 공유라는 가치가 늘 스케치북다이어리의 우선순위입니다. 이점은 처음 시작 때부터 지금까지 변하지 않고 있습니다. 하지만 좋은 정보를 알아봐주고, 그 가치를 누릴 수 있는 분들과 함께라면 저도 더 힘이 날 듯합니다. 유료화는 그런 분들이 정보의 가치를 보고 자연스럽게 가부를 결정하는 게 맞다 생각합니다. 따라서 제가 앞장서 유료 공간을 꾸미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많이도 식어버린 스케치북다이어리를 저는 어떻게든 되살려 낼 겁니다.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지, 언제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무너지지 않고, 시나브로 사라지는 그런 곳이 안 되게 할 것입니다. 혹, 아직도 이 블로그에 애정을 갖고 계신다면, 그래서 찾아주시는 분들이 계시다면, 어떤 것이라도 좋으니 의견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 하나하나 잘 새겨 스케치북다이어리의 버팀목으로 삼겠습니다. 고맙습니다. (의견 공개되는 게 불편한 분들은 비밀 댓글, 혹은 블로그 하단에 있는 이메일로 의견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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