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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제조사와 여론 사이, 독일 교통부장관의 선택은?

알렉산더 도브린트(Alexander Dobrindt). 독일의 자동차 및 교통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정치인입니다. 더 정확하게는 디지털 인프라와 자동차 교통 정책을 책임지고 있죠. 독일 바이에른주를 근거지로 하는 보수당 CSU 소속으로 대학에서 사회학을 전공했지만 공학 학위를 추가 취득한 후 엔지니어링 회사의 재무 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습니다. 전체적으로 보수적 가치관을 보이고 있죠.

알렉산더 도브린트 독일 교통과 디지털 인프라부 장관 / 사진=아우디


메르켈 총리의 전기차 정책이나 이와 관련한 인프라 문제 등에 앞장서고 있고, 아우토반 통행세 문제라는 뜨거운 감자를 건드리는 등, 부드러운 이미지와는 달리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는 모습도 자주 보입니다. 또 자동차 기업의 입장을 옹호하는 듯한 그의 행보는 종종 비판을 받기도 합니다.


디젤 문제 해결을 위한 디젤 정상 회의 이끌어

도브린트 장관은 최근 독일에 자동차 공장과 법인을 두고 있는 제조사 대표들과 디젤 문제 해결을 위한 모임을 가졌는데요. 첫 번째 모임을 통해 도브린트는 몇 가지 합의를 이끌어 냈습니다. 유로5와 일부 유로6 디젤차 530만대의 소프트웨어 무료 업데이트가 대표적이었죠. 또 노후 디젤차를 폐기하고 유로6 디젤차를 구입하는 이들에게 제조사별로 큰 폭의 할인을 해주기로 했는데요.


하지만 합의문이 발표된 직후 환경단체와 일부 언론들은 미흡한 해법이라며 비판적인 목소리를 냈고, 시민들 의견도 갈리는 등, 여론은 썩 좋은 반응을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독일 최대 운전자클럽인 아데아체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가 아닌, 하드웨어를 바꿔야 한다는 보다 강한 주장을 폈습니다.


독일 환경부도 하드웨어 업데이트 요구

그런데 독일 환경부는 소프트웨어 업데이트와 노후 디젤차 폐차 등으로는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6% 정도밖에 줄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긴 연구 보고서를 공개했고, 이를 근거로 하드웨어 업데이트를 요구하고 나섰습니다. 하드웨어 업데이트라는 건 질소산화물 감소에 현재로서는 가장 효과적인 요소수 장치를 차에 장착하라는 것을 의미합니다.

5시리즈 디젤 주유구 옆에 있는 요소수(독일은 애드블루라는 브랜드로 부르고 있음) 주입구 / 사진=BMW


디젤 정상 회의에서 하드웨어 업데이트에 대한 얘기가 나오긴 했었죠. 다만 모든 제조사가 천문학적 비용이 드는 하드웨어 업데이트 (선택적환원촉매 장치 장착)에는 응할 수 없다며 단호하게 거부를 했고, 도브린트 교통부 장관 역시 제조사의 입장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 시사주간지 슈피겔의 보도에 따르면 교통부가 하드웨어 업데이트 가능성을 다양하게 검토 중인 것으로 보입니다. 직접적으로 하드웨어 업데이트 언급은 하고 있지 않지만 일단 제조사들에게 2011년부터 2015년에 출시된 유로5 디젤차에 요소수 탱크를 설치할 수 있는 모델이 뭐가 있는지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식으로 보도됐죠.


슈피겔은 또한 유로6 디젤차의 경우 요소수 탱크를 더 키울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교통부가 알고 싶어한다는 내용도 보도했습니다. 정황상, 도브린트 장관은 확실한 질소산화물 감소가 가능한 하드웨어 업데이트를 제조사들에게 요구할 것인지, 아니면 기존의 합의를 지켜보며 제조사 입장을 일정 부분 지켜줄지 현재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됩니다.

사진=다임러


특히 일부 언론과 환경 단체, 그리고 비판적 여론 등이 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은 선거가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따라서 메르켈 정부로서는 제조사의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동시에 질소산화물 배출 감소폭을 최대화할 수 있는 그런 하드웨어 업데이트 방법을 찾는 게 필요하고, 그 해법을 도브린트 장관이 어떻게 만들지도 큰 관심거리 중 하나가 됐습니다.


좀 다른 얘기이지만 이런 자동차 문제, 교통 문제가 독일 사회에서 큰 이슈가 되고, 언론이 비중 있게 다루고 있다는 점 등은 개인적으로 조금 부럽다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썩 유쾌한 이슈는 아니죠. 하지만 사회가 자동차와 교통문제를 중심에 두고 개선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를 함께 해나간다는 거, 우리 사회에서도 필요한 게 아닌가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