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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오펠, 한국 진출 가능해지나?

프랑스 푸조∙시트로엥(PSA) 그룹이 미 GM 그룹에 속해 있는 오펠(OPEL) 인수를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습니다. 협상이 잘 진행되고 있다는 정황도 보이는데요. 최근 푸조시트로엥 그룹을 이끌고 있는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이 오펠과 복스홀 (오펠의 영국 판매 브랜드) 노조 협의회를 찾아 고용 보증에 대한 긍정적 신호를 보낸 것으로 영국 및 독일 언론이 보도했습니다.


독일 자동차 포털 모터토크는 GM이 독일에 있는 오펠 공장(유럽에 총 9개의 공장이 있음) 세 곳에 대해 2020년까지 투자하기로 한 약속, 그리고 2018년까지 무조건 노동자 고용을 보장한다는 약속 등이 문서로 남아있다는 오펠 임원의 발언을 소개하는 등, 분위기는 인수에 따른 노동자의 대량 해고사태는 없다는 쪽으로 모여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일부 공장의 경우 그럼에도 불안감을 떨칠 수 없는 상황이라 영국의 테레사 메이와 독일 메르켈 총리에게 노동자 고용 보증에 대한 확답을 PSA 측으로부터 받아내라는 목소리도 쏟아지고 있죠. 이런 저런 얘기들을 종합하면 고용 문제만 원만하게 해결이 된다면 푸조∙시트로엥의 오펠 인수는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사진=오펠

88년 만에 주인 바뀔 운명에 처한 오펠

오펠은 어떤 회사일까요? 아담 오펠에 의해 1863년 뤼셀스하임에 재봉틀 제조 공장이 만들어지며 역사는 시작됐습니다. 이후 자전거를 만들던 회사는 1899년 오펠 최초의 자동차를 선보였고, 이후 오토바이와 각종 상용차 제작에까지 영역을 넓히게 됩니다. 자동차 경주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등 성장하던 회사는 유럽 진출 교두보로 삼고자 했던 GM에 1929년 인수돼 지금까지 이어져 왔습니다.

오펠 창업자인 아담 오펠 / 사진=오펠

2009년 경영악화로 GM이 파산보호신청을 했을 당시 캐나다 부품회사인 마그나에게 팔리기 직전까지 갔지만 GM 경영진은 오펠을 남겨두기로 결정하죠. 이후 2012년 푸조∙시트로엥 그룹과 협약을 맺고 일부 차량의 공동 개발 및 플랫폼 공유를 해갔는데 이것이 계기가 되었는지 결국 2017년 시작과 함께 PSA그룹은 오펠 인수라는 승부수를 띄웠습니다.


과거 푸조∙시트로엥 경쟁사인 르노 그룹의 2인자로 활동하던 카를로스 타바레스 PSA 회장은 르노삼성 때문에 우리에게도 낯이 익은 경영인이죠. 포르투갈 출신으로 PSA를 살려낼 적임자로 현재 평가되고 있습니다.

카를로스 타바레스 CEO / 사진=PSA

오펠, 한국 진출 가능해지나?

오펠은 사실 대우자동차 때부터 한국 시장과 인연이 깊은 브랜드입니다. 로얄시리즈와 르망 등이 다 오펠의 모델을 통해 나왔고, 지금도 크루즈나 말리부 알페온 등도 오펠 플랫폼을 통해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반대로 스파크를 베이스로 한 카를(Karl), 윈스톰을 기본으로 했던 안타라 등은 한국 GM 모델을 통해 오펠 이름을 단 모델들입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오펠 브랜드가 한국에 들어온 적은 없습니다. 대우자동차 시절은 물론 현재 내수시장처럼 활동 중인 한국 GM 쉐보레 등과 겹칠 수밖에 없었기 때문인데요. 하지만 PSA가 인수를 하게 되면 한국 시장은 오펠의 공략 대상으로 전환될 수 있습니다. 특히 유럽에서 점유율이 과거 같지 않은 상황에서 PSA가 오펠을 유럽에만 가둬둘 리는 없어 보입니다.


만약 한국에 오펠이 들어오게 된다면 한국 GM은 어떻게 될까요? 유럽에서 손을 털고 나갔듯이 한국 시장에서도 얼마든지 그들은 발을 뺄 수 있습니다. 늘 이점이 불안 요소였고, 그 불안감은 이번 인수 결과에 따라 더 커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PSA의 오펠 인수는 한국 자동차 업계에도 복잡한 계산을 하게 만들 것입니다.

중형 인시그니아 그랜드 스포츠 / 사진=오펠

'Opel ist Popel' 

오펠 이스트 포펠이라는 말이 독일에서 한 때 유행했습니다. 포펠은 코딱지라는 뜻으로, 오펠 품질과 디자인에 대한 조롱 섞인 표현이었죠. 하지만 요즘 오펠은 뛰어난 디자인으로 완전히 탈바꿈했고, 기본적으로 주행성능에서 높은 점수를, 그리고 독일에서 만들어진다는 점 등에서 괜찮은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독일인들은 오펠을 자국 브랜드로 여기고 있기 때문에 애정이 높고, 따라서 다른 유럽 나라에서 보다 점유율이 높습니다. 영국도 복스홀 브랜드로 오펠이 팔리고 있어 가장 큰 두 시장을 홈그라운드처럼 이용하고 있는데 거기다 만약 PSA가 인수하게 된다면 프랑스까지 본진으로 묶을 수 있다는 장점이 생깁니다. 


내구성은 보통 수준이고, 폴크스바겐 보다는 한 단계 아래, 스코다와 경쟁하고 현대의 추격을 받는 정도의 포지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안락함보다는 달리기 성능에 조금 더 무게 중심이 가 있다고 볼 수 있겠죠. 유럽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은 B세그먼트의 코르사와 준중형 C세그먼트 아스트라 등입니다. 또 피아트 500의 경쟁 모델이랄 수 있는 아담도 오펠의 이미지를 높이는 데 한몫하고 있습니다.

아담 S / 사진=오펠

약점이던 SUV 라인 강화

오펠의 약점이라고 한다면 SUV 라인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C세그먼트 급  SUV 안타라는 단종되었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것은 쉐보레 트랙스의 고급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모카 X 한가지 뿐입니다. 그런데 오펠은 올해를 시작으로 2019년까지 매년 세그먼트별로 SUV 신모델을 내놓기로 했습니다. 이렇게 되면 4가지 SUV 모델이 마련되게 됩니다.


아직 판매 전이지만 벌써 홈페이지 등에는 B세그먼트 급 소형 SUV 크로스 X를 띄워놓고 본격 홍보에 나서고 있는데요. 한국에서도 판매되기 시작한 푸조 2008이 크로스 X의 베이스로, 2008보다는 조금 더 크고 트랙스보다는 약간 작습니다.

크로스 X / 사진=오펠

전기차인 암페라e와 전신인 미니밴 메리바의 디자인을 절묘하게 섞어 놓은 듯한 크로스 X는 풀 LED 헤드램프, 긴급 자동 제동 장치, 그리고 커넥티드 카로서의 화려함을 다 갖춘 고급 소형 SUV으로, 이 차가 판매되기 시작하면 2018년에는 C세그먼트 SUV인 그랜드랜드 X가, 그리고 아직 정확한 것은 아니지만 2019년에는 중형급 몬자 SUV 등이 연이어 나오게 됩니다.


몬자 SUV의 경우 뷰익의 도움을 받을 것으로 보였지만 GM이 발을 뺀다면 대신 푸조 5008이 오펠 중형 SUV의 베이스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이처럼 빈약했던 SUV 라인업이 경쟁력을 갖추면 한국 시장으로의 진출 가능성은 더 커진다고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문제라면 오펠 브랜드 인지도, 그리고 유럽에서 푸조보다 높은 가격대로 판매되고 있는 가격을 한국 소비자들이 받아들일 수 있겠느냐 하는 점이 될 것입니다.

소형 SUV로 특히 독일 등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는 모카 X / 사진=오펠

하지만 폴크스바겐의 스코다 역시 언제든 한국땅을 밟을 준비를 하고 있는 이상, 오펠이라는 경쟁력 있는 브랜드가 생존을 위한 시장 공략을 마다할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이미 푸조와 시트로엥이 한국에서 판매망을 구축하고 경험을 축적했다는 점도 오펠의 상륙에 이점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PSA와 한국 시장에서의 충돌은 어느 정도 감안해야겠지만 프랑스적인 PSA와 독일스러운 오펠 간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새로운 변화, 과연 그 열매는 풍성할까

최근 독일에서는 PSA의 오펠 인수에 대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고 있습니다. 자동차 전문지 한 곳에서는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오펠에게 오히려 좋을 것이라는 의견과 미래가 안개 속이라는 의견이 팽팽하게 갈렸습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GM에 남아 있는 것보다 PSA를 통해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것이 오펠에게 기회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그 새로운 도전에는 한국 시장 진출도 충분히 포함될 수 있습니다. 잠재적 경쟁상대 스코다, 그리고 르노와 얼마든지 한국에서 승패를 볼 수 있는 실력의 오펠이기 때문이죠. 과연 오펠은 PSA와 한솥밥을 먹는 게 되는 걸까요? 현재까지 분위기로는 가능성은 높아 보입니다.


그렇게 되었을 때 PSA는 오펠을 잘 이끌어 갈 수 있을까요? 미국 GM보다는 낫지 않겠나 예상합니다. 그렇다면 그룹 전체에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까요? 그건 전적으로 카를로스 타바레스 회장에게 달려 있다 하겠습니다. 과연 승부수가 풍성한 열매로 돌아올 수 있을지, 놓치지 않고 오펠의 인수 과정과 앞날을 계속 지켜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