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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교통사고 사망자 수 역대 최저, 외국과 비교해보니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있었죠. 2016년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가 역대 최저 수치를 기록한 것입니다. 경찰청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사망자는 2015년 4,621명에서 지난해에는 4,292명으로 7.1%가 줄었습니다. 교통사고 자체도 총 22만 917건으로 전년에 비해 역시 11,000건 이상 줄었죠. 그 결과 부상자도 33만 명 수준으로 역시 줄어들었습니다.


전반적으로 개선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여 다행이었는데요. 그런데 이웃 일본도 67년 만에 교통사고 사망자의 수가 4천 명 미만(3,904명)으로 떨어졌다는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또 독일의 자료를 보니 독일 역시 역대 최저였던 2013년의 3,339명보다 더 낮은 3,214명을 기록했습니다. 독일도 우리처럼 전년 대비 7.1%의 감소 폭을 보인 건데요. 다만 교통사고 부상자 수가 0.8% 는(396,700명) 것은 아쉬웠습니다.


독일의 교통사고 현장 / 사진=픽사베이


우리나라 도로교통 사망자 수 어느 수준일까?

이런 자료를 보다 보면 자연스럽게 궁금해지는 부분이 생깁니다. '과연 우리나라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어느 수준인가?' 하고 말이죠. 그래서 유럽연합과 OECD 자료를 종합해 정리를 해봤는데요. 2016년 자료가 아직 종합되지 않은 관계로 2015년 통계를 사용했습니다. 

<2015년 인구 백만 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1위 : 노르웨이 (22.5명)

2위 : 몰타 (25.5명)

3위 : 스웨덴 (26.4명)

4위 : 영국 (27.7명)

5위 : 덴마크 (30명)

6위 : 스위스 (30.5명)

7위 : 아일랜드 (35.8명)

8위 : 스페인 (36.4명)

9위 : 네덜란드 (36.7명)

10위 : 일본 (38.3명)


11위 : 이스라엘 (38.4명)

12위 :독일 (42.5명)

13위 : 아이슬란드 (48.4명)

14위 : 핀란드 (48.5명)

15위 : 에스토니아 (50명)

16위 : 호주 (50.7명)

17위 : 캐나다 (2014년 기준 51.6명)

18위 : 프랑스 (54명)

19위 : 오스트리아 (55.6명)

20위 : 이탈리아 (56명)

21위 : 슬로바키아 (57.1명)

22위 : 포르투갈 (57.3명)

23위 : 슬로베니아 (58.1명)

24위 : 룩셈부르크 (63.2명)

25위 : 벨기에 (64.9명)

26위 : 헝거리 (65.4명)

27위 : 사이프러스 (66명)

28위 : 뉴질랜드 (69.9명)

29위 : 체코 (70명)

30위 : 마케도니아 (71.2명)

31위 : 그리스 (74.4명)

32위 : 폴란드 (77.3명)

33위 : 크로아티아 (82.4명)

34위 : 리투아니아 (82.8명)

35위 : 몰도바 (84.4명)

36위 : 세르비아 (84.7명)

37위 : 대한민국 (91.3명)

38위 : 알바니아 (93.5명)

39위 : 라트비아 (94.5명)

40위 : 루마니아 (95명)

41위 : 터키 (95.7명)

42위 : 불가리아 (98.6명)

43위 : 미국 (109.5명)

44위 : 인도 (111.5명)

45위 : 아르메니아 (114.7명)

46위 : 러시아 (160.4명)

47위 : 그루지야 (163.6명)

 EU와 OECD 통계가 약간 다르거나 빠진 부분이 있어 100% 정확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확인된 47개 나라 중 우리는 37위로 좋지 않은 순위였습니다. 2016년 통계를 가지고 제가 따로 계산을 해봤더니 일본은 백만 명당 32명 수준이었고, 독일은 39명, 그리고 우리나라는 86명 수준이었는데요.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고는 하지만 일본과 이스라엘, 그리고 오세아니아를 포함한 유럽 교통 선진국들과 비교하면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사진=픽사베이

5년 안에 사망자 수 2,796명까지 줄이겠다는 정부

최근 국토부는 '제 8차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 최종안'을 통해 2021년까지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2,796명으로 줄이겠다는 발표를 했는데요.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로 계산해보면 약 52명~ 55.8명 미만 수준이니까 많이 줄이는 결과가 됩니다. 


300페이지에 달하는 국가교통안전기본계획안에서 역시 핵심은 도로교통 부분이었는데요. 가장 많은 사고가 나는 부분이기도 하고, 개선이 가장 많이 필요한 부분이기도 합니다. 계획안에서 인상적인 것은 국토부 역시 현재 도로교통사고 원인이 '시스템과 이용자 등, 복합적 실패에 의한 것'이지 도로이용자에게서만 찾는 것은 오류라는 것을 정확히 인식하고 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래서 안전정책의 트렌드 변화를 이용자 책임에서 시스템 책임으로, 중앙정부 중심의 해결에서 지방정부 중심으로, 또 탑승자 안전에서 보행자 안전으로, 주행성능 향상 기술에서 교통안전 향상 기술 등으로 바꿔나갈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줄이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게 '국민 의식 개조'라고 말하는 어느 언론의 칼럼에 비하면 그래도 바른 방향성을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그렇다면 정부의 방향이 완벽한 걸까요? 


꼭 필요한 두 가지 

첫째 : 교통안전교육의 정규과목, 꼭 이뤄져야

정책을 구체적으로 보면 꽉 들어차 있다는 느낌입니다. 교통선진국들처럼 도심 내에서 최고속도 제한을 낮추고, 보행자 보호를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고, 고령 운전자 사망자가 늘어나는 것에 맞춰 면허 관리를 하고, 트럭이나 택시 등 사업용 자동차에 대해 관리 강화하고, 면허 취득을 위한 교육강화에 힘쓰고, 안전띠 착용이나 음주운전 단속 강화, 그리고 신호체계나 도로 설계를 안전에 초점을 두는 등 뭐 하나 빠진 게 없습니다.


그중 가장 마음에 드는 대목은 바로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교통안전교육 의무화 및 실효성 방안이 아닌가 싶은데요. 현재 우리나라는 학교에서 교통안전교육이라고 해봐야 초등학생들은 11시간, 중학생은 7시간, 고등학생은 5시간 정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그것도 제대로 하고 있는지 의문입니다.


이곳 독일이 1년에 40시간 이상 교통안전 전문교사가 수업을 하고, 또 자전거 면허를 취득하는 과정을 통해 자연스럽게 교통법규를 익히고 교통 문화를 배우는 것과 비교하면 더더욱 부족해 보입니다. 그래서 정부도 길게는 교통안전교육이 정규과목으로 편성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는 인식을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의지겠죠. 방학계획표 아무리 화려하게 해놓은들, 지키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현재 교육 환경에서 제대로 된 교통안전교육이 자리를 할 수 있겠느냐는 걱정이 앞서는데 확실한 실천 의지를 국토부가 보이고 실행해주기 바랍니다. 또 교육개혁 이야기가 요즘 많이 나오는데, 그 안에는 이런 안전교육에 대한 적극적인 검토도 반드시 포함되길 바랍니다.


독일의 자전거 안전교육 모습 / 사진=아데아체

둘째 : 면허취득 절차 강화해야

두 번째 정부 계획안에서 관심이 가는 부분은 운전면허 취득절차를 개선입니다. 그러나 의지에 비해서 내용은 다소 막연했는데요. 필기시험 강화를 위해 필기문제은행 문항을 더 늘리는 수준으로 운전자가 반드시 갖춰야 할 지식을 줄 수는 없습니다. 기능시험 강화 역시 마찬가지인데요. 단순히 주행 코스만 어렵게 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지 않습니다.


독일의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보통 독일에서는 필기시험을 준비하는 과정이 매우 치밀합니다. 그리고 이 필기시험을 통과한 후 주행연습을 할 때 도로에서 경험할 수 있는 거의 모든 경우를 체험할 수 있게 합니다. 복잡한 사거리에서 어떻게 해야 정확한 주행이 되는지 이론과 실습을 통해 확실하게 인식하게 합니다. 


만약 강사가 보기에 수험생이 아직 준비가 안 되었다고 판단되면 실기 시험을 통과할 수 있을 때까지 더 주행연습을 하도록 요구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많이들 하고 있죠. 방향지시등, 차선변경, 보행자 보호, 교통표지판의 완벽한 파악, 고속도로 주행법, 차량 구조에 대한 기본적 지식 습득 등, 기본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점들이 준비되어 있어야만 그제야 시험을 보게끔 합니다. 우리는 바로 이런 부분이 빠져 있는 것입니다.


문제만 많이 풀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언제, 어떻게 방향지시등을 켜야 하는지는 실제 도로 주행을 통해, 또 강사의 명쾌한 교육을 통해 배울 수 있어야 합니다. 주차하고 차에서 내릴 때 후방을 왜 살펴야 하느냐는 물음에 답할 수 있어야 하고, 저 표지판이 무얼 의미하는지 즉각 대응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런 운전에 필요한 가장 기본적인 부분들을 습득할 수 있게끔 교육 과정이 짜여 있지 않다면 면허를 땄지만 표지판을 잘 안 보는 운전자가 될 것이고, 또 표지판의 의미도 잘 모르는 운전자가 될 것이며, 고속도로에서 어떻게 주행을 하는지 아무것도 모른 채 고속도로를 이용하는 운전자가 될 것입니다. 


삼박자가 맞았을 때 최고의 도로가 될 수 있다

요즘 유럽은 고민이 하나 늘었습니다. 계속해서 줄어가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13년부터 더는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인데요. 독일도 3년 간격으로 툭툭 떨어지던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011년 이후 제자리걸음 중입니다. 교통 전문가들은 인구 백만 명당 사망자 수를 20명대 수준까지는 낮출 수 있을지 몰라도 그 이하로 줄이는 것은 현재 구조상 어렵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습니다.

기대치(푸른색 선)와 달리 유럽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2013년부터 떨어지지 않고 있다 / ec.europa.eu PDF


그래서 사망자 수를 획기적으로 줄이고 교통사고 빈도를 크게 떨어뜨릴 수 있는 길은 현재로는 자율주행 자동차 시대가 빨리 오는 것뿐이라는 이야기를 하는 전문가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유럽의 교통선진국들 이야기입니다. 그리고 자율주행 자동차가 일상화되기까지는 아직도 갈 길이 멉니다. 


우리에게 지금 중요한 것은 안전하게 운전을 할 수 있게끔 도로 인프라 개선을 포함한 제도를 합리적으로 짜는 것에 있습니다. 좋은 시스템이 좋은 운전을 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죠.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안됩니다. 어려서부터 교통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고, 면허취득 과정에서 정말 중요한 부분을 제대로 가르치고 배울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운전자의 개선 의지가 따라야 할 것입니다. 아무리 법으로, 시스템을 좋게 하고 좋은 교육을 받았어도 내가 그것을 거부하고 무시한다면 소용없는 일이 됩니다. 결국 이 3가지가 함께 맞물려 굴러가야 교통사고로 인한 인적 피해와 경제적 손실 등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단속, 중요하죠. 하지만 단속만으로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교통벌금에 대해 그렇게 엄격한 미국이지만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보면 후진국이나 다름없잖습니까?


교통사고로 단란했던 한 가정이 무너지는 모습, 부모 혹은 자식을 잃고 비통함에 빠진 우리 이웃의 모습을 수도 없이 봅니다. 한순간 실수와 잘못으로 사라지는 많은 생명을 어떻게 해서든 줄여야 합니다. 그동안 많은 노력으로 조금씩 사망자나 부상자가 줄고 있지만 갈수록 쉽지 않은 싸움이 될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수 있는 문제도 아닙니다. 더 나은 결과를 얻기 위해 필요한 게 무언지 정말 깊은 고민을 해야 할 때입니다. 여러분의 관심과 고민이 모이면 모일수록 분명 시행착오는 줄어들 것입니다. 우리 모두의 지혜와 의지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