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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독일의 자동차 문화 엿보기

"베엠베와 폴크스바겐이라 부르는 건 틀렸다?"

자동차 관련 글 중 한 번 꺼냈다 하면 논란이 되곤 하는 게 있습니다. 바로 브랜드를 어떻게 읽고 쓰느냐 하는 부분인데요. 특히 영어권 브랜드가 아닌 경우 A가 맞다 B가 맞다 의견이 팽팽합니다. 그중에서도 독일 자동차 브랜드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2, 3일 전에는 한 온라인 자동차 매체에서 이 부분에 대한 기사를 써 저도 관심을 두고 읽었습니다. 


내용은 대략 이랬습니다. 짧은 영상을 통해 모터쇼 현장에서 현지인들이 어떻게 발음하는지 소개한 후 '우리가 알고 있는 브랜드명과는 다르게 들렸다. 베엠베나 폴크스바겐은 적절한 표기가 아니다'라고 정리했습니다. 다른 나라 브랜드의 경우 제가 말할 위치가 아니므로 제외하고 오늘은 기사에서 언급된 BMW와 Volkswagen만 놓고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아무리 들어도 폭스바겐?

사진=VW

여러분은 Volkswagen을 어떻게 읽고 쓰는 게 맞다 보십니까? 한국에서는 법인명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로 되어 있기 때문에 폭스바겐이라고 발음하고 써야 한다는 의견과, 저처럼 원어에 가깝게 폴크스바겐이라고 쓰고 읽어야 한다는 주장 등으로 대략 갈리는 듯합니다. 제 결론은 '둘 다 상관없다'입니다.


그런데 해당 기사에서는 '아무리 들어도 폭스바겐'이라는 표현을 반복해 쓰며 폴크스바겐으로 쓰는 것보다 폭스바겐으로 표시하는 게 맞다고 했습니다. 우선 이 주장의 가장 큰 문제는 내 귀에 어떻게 들리느냐로 표기의 맞고 틀림을 결론지었다는 점입니다. 사실 어떻게 들리느냐보다는 그들이 어떤 기준을 갖고 발음했느냐로 따져야 합니다. 예를 하나 들어보겠습니다.


'하루'


하루라는 단어를 외국인들에게 들려준다고 해보죠. 말하는 사람에 따라 어떤 이에겐 '하르'로, 또 어떤 이에겐 '하루'로 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말을 하는 사람은 정해진 발음 규칙에 맞게 '하루'로 발음했겠죠. 하루를 '하르'로 일부러 발음하는 경우는 없을 겁니다. Volkswagen도 마찬가지인데요. 자모음을 하나씩 놓고 발음기호대로 적어보겠습니다.

V(ㅍ) o(ㅗ) l(ㄹ) ks(크스) w(ㅂ) a(ㅘ) gen(겐과 건 사이음) =폴크스바(봐)겐(건)


발음기호 : fɔlks|vaːgәn 


기사 댓글 중 알파벳 L이 묵음이라고 한 분이 계셨는데 약음, 그러니까 약하게 소리가 날 수는 있어도 소리가 아예 안 날 수는 없습니다. 바로 이 L이 워낙 약하게 들리고 빠르게 지나가니까 폭스바겐으로 발음하는 것처럼 들리는 것이죠. 그래도 고개를 갸웃하는 분들이 계신다면 아래 구글 번역이나 N포털 '독일어 사전'의 '발음 듣기' 버튼을 반복적으로 눌러 확인해보면 분명하게 확인이 됩니다.

구글번역 및 네이버 독일어 사전 캡처

베엠베보다는 '비엠비에'에 가깝다?

사진=BMW

BMW의 경우는 훨씬 더 간단하게 정리가 됩니다. 알파벳 그대로 읽으면 되는 문제이니까요. 독일어의 알파벳은 영어와 대부분 같은 모양을 하고 있지만 발음은 다른 게 많습니다. 영어 'A'는 '에이'라고 발음하지만 독일어 'A'는 '아'라고 발음합니다. 따라서 BMW는 독일인들이 다음과 같이 발음하게 됩니다.

B (베) M (엠) W (붸)

'비엠비에'라고 들렸을지는 몰라도 독일어권에서는 베엠붸라고 발음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다른 무언가가 보이시죠? 바로 W의 발음입니다. W는 'ㅂ' 발음이 나지만 B와는 달리 '붸'에 가깝습니다. 그러니 정말 원어 발음에 더 가깝게 표기해야만 한다면 베엠베가 아닌 베엠붸로, 폴크스바겐이 아닌 폴크스봐겐( '겐'의 경우 힘을 빼고 발음해야 하기 때문에 폴크스봐건에 가깝게 발음 됨) 등으로 써야 합니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따지는 건 별 의미 없어 보입니다. 그냥 베엠베나 폴크스바겐 정도로 정리해 부르는 게 적절하지 않나 싶습니다. 메르세데스(Mercedes)의 경우도 독일에서는 '메르체데스'로 부르지만 저 역시 한국에서는 우리 식으로 메르세데스라고 사용합니다.


같이 쓰면 되는 문제

정리를 하겠습니다. 제가 언어학자가 아니기 때문에 학문적으로 이걸 더 따져 들어가기는 어렵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베엠베와 폴크스바겐이 틀린 발음과 표기가 아니라는 것 정도는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국법인의 표기에 맞춰 비엠더블유, 폭스바겐코리아 등으로 부르는 것 또한 틀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뭐 중요한 거라고 이렇게 따지냐'라고 말씀할 분들도 있을 겁니다. 사실 그리 중요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누가 내 이름을 정확하게 불러주는 게 좋듯이 고유명사는 될 수 있는 대로 그 태생지에서 불리는 대로 발음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요? 이제 더는 이 부분에서 논란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