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를 원시적(?)으로 타는 데 익숙한 독일 운전자들도 변화는 어쩔 수 없나 봅니다. 달리고 서는, 그 원초적 특성 즐기기를 마다하지 않는 독일인들은 클래식카나 영타이머(30년 미만의 단종 된 모델) 등, 다양한 자동차를 직접 손보며 타고 다니는 걸 큰 즐거움으로 여깁니다. 오래전부터 형성된 이곳의 문화이고, 이런 문화가 넓게 자리하다 보니 아무래도 기계적 자동차에 많은 매력을 느끼는 편이었습니다. 트렌드에 그리 민감하지도 않을뿐더러, 아우토반을 타고 질주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진 이들의 자동차 라이프는 첨단 전자 장비나 편의 장비에도 민감하지 않았습니다.
사진=다임러
수동식 변속기, 단단한 하체, 조향장치의 정확성, 날카로운 제동력 등은 차 좀 안다는 독일인에게는 중요한 선택 요소였는데요. 하지만 변하고 있습니다. 많은 독일인은 기본기도 중요하지만 편안하고 안전하게 일상 속에서 이용할 수 있는 차를 원하고 있죠. 편의사양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것입니다.
다만 독일에서 새 차를 살 때엔 옵션에 대한 부담이 상당히 큽니다. 다른 외국 브랜드의 경쟁 모델엔 기본적으로 들어가 있는 사양이 독일 브랜드의 경우 선택 사양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죠. 필요한 옵션 몇 개 넣으면 가격이 껑충 뛰어 버립니다. 그래서 이런 부담을 줄이고 고객 유출을 막기 위해 저마력 트림이나 사양이 거의 없는 깡통 모델을 내놓고 있고, 이게 생각보다 많이 팔리는 실정입니다.
대신 중고차 구입 때 사양이 풍부하게 적용된 모델을 우선 찾게 되는데요. 마침 이런 트렌드를 보여주는 자료가 나와 소개해드릴까 합니다. 독일 최대 자동차 구매 사이트 Autoscout24는 일정 기간 신차와 중고차를 구매하기 위해 사이트를 찾은 이들이 어떤 사양을 많이 원하는지 조사했습니다. 신차와 중고차 모두 포함이 되었는데요. 아무래도 중고차 거래가 훨씬 많기 때문에 중고차 중심의 결과가 아닌가 생각됩니다. 과연 독일의 운전자들은 자동차 선택 시 어떤 편의사양에 많은 관심을 가졌을까요? 그 10가지를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내비게이션
사진=아우디
내비게이션이 없던 시절, 누구나 두툼한 지도책을 자신의 자동차에 꼭 한 권씩은 가지고 다녔습니다. 동승자는 지도를 잘 읽을 줄 알아야 했고, 인기 좋은 지도책은 판매량에서도 높은 순위를 차지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여전히 아직도 지도를 보며 길을 찾는 운전자들이 있지만, 이제 대부분은 내비게이션이 장착돼 있는지부터 확인하고 있습니다.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등은 다양한 방법으로 내비게이션의 성능을 비교 평가해 그 내용을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있죠. 특히 여러 나라가 붙어 있다 보니, 여행을 즐기는 유럽인들에게 유럽 전역을 커버하는 내비게이션은 매우 중요한 장비가 됐습니다.
자동주차 시스템
사진=르노
개인적으로 가장 의외였습니다. 남녀를 구분하지 않고 운전을 잘하는 편인 독일인들이 자동주차 장치를 선호한다는 건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굳이 짐작을 해본다면, 노년층 운전자들이 많다는 게 하나의 이유가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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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열선시트
사진=볼보
겨울이 비교적 긴 독일에서 열선 시트는 매우 유용한 옵션입니다. 예전에 아는 독일인 자동차 딜러 역시 제게 열선 시트에 대한 관심이 독일에서도 상당히 높다는 얘기를 해준 적이 있습니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도 비슷하지 않을까 싶네요.
크루즈 컨트롤
사진=다임러
아우토반을 이용할 일이 많은 독일에서 크루트 컨트롤 역시 유용해 보입니다. 알아서 차간 거리를 조절하는 등의 진보된 크루즈 컨트롤까지 포함해, 점점 찾는 이들이 늘지 않을까 싶네요.
트레일러 견인 장치
사진=BMW
지극히 유럽적 사양이죠. 차 뒤에 나무나 각종 도구를 담을 수 있는 작은 트레일러부터, 캠핑용 트레일러까지, 굉장히 많은 차들이 뒤에 무언가를 달고 달립니다. 매우 흔한 풍경이고, 독일에서 이런 트레일러 견인장치를 달기 위해서는 일반 면허보다 좀 더 까다로운 면허증을 발급받아야 합니다.
제논 헤드램프
사진=스코다
유럽에선 제논 헤드램프라 부르고 한국에선 HID라고 부르죠. 여전히 독일 중고차 시장에서는 할로겐램프가 달린 차들이 많습니다. 점점 LED나 제논 램프 쪽으로 옮겨가는 추세인데요. 아무래도 LED 램프가 가격이 비싸기 때문에 제논 램프에 더 많은 관심을 갖는 듯합니다.
풀오토에어콘
사진=BMW
특정 온도를 지정해 놓으면 자동으로 에어컨이 실내 온도를 조절해주는 풀오토 에어컨 역시 관심이 높은 모양입니다. 참고로, 많이 아시겠지만 풀오토 에어컨의 권장 설정 온도는 21도에서 23도 사이입니다.
네바퀴 굴림
사진=포르쉐
비교적 평지가 많은 독일이지만 눈길 등에서 사륜구동 시스템은 겨울용 타이어 (독일은 겨울 동안 법적으로 무조건 장착하게끔 되어 있음)와 함께 안전한 주행을 돕습니다. 또 SUV 붐과 함께 사륜구동 차량에 대한 관심도 더 높아지고 있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에어컨
사진=기아
에어컨이 옵션이다? 네, 독일의 경우 비교적 여름이 짧고, 30도 이상 온도가 올라가는 날도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리고 습도가 높지 않아 여름나기가 비교적 수월한 편이죠. 집집마다 에어컨이 있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에어컨 있는 집을 찾기는 쉽지 않은 게 독일이죠. 그러니 자동차 에어컨이 옵션인 게 이상한 일만은 아닙니다.
멀티기능 스티어링 휠
사진=포드
처음 시작할 때 이야기를 드렸지만, 독일 사람들은 내 차에 얼마나 많은 전자적 기능이 있느냐는 그리 큰 관심사가 아니었습니다. 운전대 역시 본래의 역할만 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죠. 하지만 이젠 그런 분위기도 좀 달라지는 듯하네요. 라디오를 켜거나 끌 때, 블루투스로 전화 통화 등을 할 때, 시선을 전방에서 흐트러뜨리지 않고, 손을 운전대에서 떼지 않게 도와주는 점은 분명한 장점이 아닌가 싶습니다.
독일에서 인기 있는 편의 장치 10가지를 보셨는데요. 전체적으로 첨단이라고 할 만한 것은 몇 개 없어 보이죠? 크루즈 컨트롤이나 자동주차 시스템 정도가 그나마 첨단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대체로 기본적인, 그리고 검증된 편의장치와 안전장치에 관심이 많지 않나 싶습니다. 어떻게 보면 흐름에서 조금은 뒤처져 있는 거 같기도 하고 그런데요. 한 가지 자신 있게 이야기 드릴 수 있는 건 이들 성격상 얼리어답터가 되긴 어렵다는 것입니다. 어떠세요, 우리와는 좀 다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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