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세라티, 벤틀리, 재규어, 그리고 테슬라. 모두 고급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죠. 재규어를 제외한 나머지 세 개 브랜드의 경우 웬만하면 차 가격이 억대를 넘습니다. 이처럼 럭셔리 자동차를 만드는 4개 브랜드에 관심이 갔던 건 비슷한 시기에 SUV를 공개했고 판매를 시작했기 때문인데요.
또 공교롭게도 4개 브랜드 모두 처음 SUV를 만들어 팔기 시작했다는 점도 공통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재규어가 F-Pace를 가장 먼저 유럽에서 2016년 3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고, 마세라티와 테슬라가 각각 르반떼와 모델 X를 5월부터, 그리고 마지막으로 벤틀리가 벤테이가를 지난 8월부터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벤테이가까지 시장에 나오면서 고급 SUV의 본격 판매경쟁이 시작됐는데요. 과연 소비자가 얼마나 이 모델들을 선택할지, 출시 전부터 관심이기도 했습니다. 유럽 전체 판매량이 아직 집계가 안 된 거 같아 확인이 어려운 가운데 마침 독일 자동차연방청(KBA)에서 4개 모델의 판매량을 공개해줘 독일 내 결과 확인이 가능했습니다.
모델별로 판매가격 차이도 제법 있고, 이미 수개 월 전부터 판매홍보 등에 힘을 기울인 브랜드도 있기 때문에 직접적인 비교는 어렵겠지만 그래도 유럽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1/4 이상을 담당하고 있는 독일에서의 결과인지라 그 성공 가능성을 조금은 예상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재규어 F-Pace
F-Pace / 사진=재규어
좋은 주행능력 등으로 충분히 독일 프리미엄 브랜드 SUV와 경쟁이 가능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F-Pace는 앞바퀴 굴림 디젤 (20d) 모델부터 4가지 트림이 있는 네바퀴굴림 모델까지 판매되고 있습니다. 가장 저렴한 180마력 2WD 디젤 모델의 독일 내 시작가는 42,390유로이고 최고 380마력의 힘을 내는 고성능 F-Pace S모델의 경우 판매 시작가는 75,260유로입니다.
올 3월부터 8월까지 독일 내 누적 판매량은 1,245대로, 월평균 207대 수준의 판매량을 보입니다. 지난 8월 한 달 판매수만 놓고 보면 262대로 4개 SUV 중 가장 많이 판매가 이뤄졌습니다.
테슬라 모델 X
모델 X / 사진=위키피디아, Steve Jurvetson
첫 번째 순수전기 SUV인 테슬라의 모델 X는 5월부터 유럽에서 판매가 시작됐습니다. 모델 X 75D, 90D, 그리고 P90D 등 세 가지 트림이 소비자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는데 판매가는 93,000유로, 109,400유로, 그리고 131,300유로로 4개 모델 중 두 번째로 비싼 편입니다. 사전 예약 아니냐고 물을 수 있을 텐데요. 독일 정부에서 발표하는 판매량 집계는 신차 등록이 이뤄지는 것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번호판이 달린 차량의 수를 의미합니다.
5월부터 8월까지 총 56대가 팔렸는데 8월 판매량만 놓고 보면 31대로, 점점 더 늘어날 가능성이 커 보이는데요. 테슬라에 대한 이미지 자체가 유럽에서 좋은 편이기 때문에 모델 3가 차질 없이 내년에 출시된다면 유럽 내 테슬라에 대한 관심은 지금보다 훨씬 더 올라갈 것으로 예상합니다.
마세라티 르반떼
르반떼 / 사진=마세라티
배기음 하면 마세라티라고 단박에 이야기하는 분들이 많을 정도로 마세라티 스포츠 세단의 매력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죠. 그런 마세라티가 기블리를 통해 디젤 세단에 도전을 하더니 이번에는 거대한 흐름을 거역하지 못하고 도심형 SUV까지 내놓게 됐습니다. 스타일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지만 역시 마세라티를 좋아하는 고정 팬은 물론 SUV에 자체에 매력을 느끼는 이들까지 일정 부분 흡수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오기도 했는데요.
지난 5월부터 8월까지 독일 내 누적 판매량은 150대였지만 8월 판매량만 보면 71대를 팔아 역시 시간이 갈수록 판매량이 늘어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르반떼는 휘발유와 디젤 엔진이 장착된 두 가지 모델을 팔고 있으며 모두 네바퀴굴림 형으로 가격은 70,500유로와 88,000유로부터 시작됩니다.
벤틀리 벤테이가
벤테이가 / 사진=벤틀리
4개 고급 SUV 중 가장 화려한 구성에 강력한 힘을 자랑하는 벤테이가는 8월부터 본격 판매에 들어간 상태입니다. 12기통 엔진이 만들어내는 608마력이라는 엄청난 힘과 호화롭게 구성된 실내는 부자들의 지갑을 열기에 충분했던 것으로 보이는데요. 독일 판매가는 208,488유로로 약 2억 6천만 원 수준인데 첫 달엔 30대의 벤테이가가 독일에서 신차 등록을 마쳤습니다.
사전 예약을 받은 벤테이가 일부가 8월에 첫 등록된 것으로 보이는데, 월별 판매량 기준으로 봐도 가격 대비 나쁘지 않은 성적이 아닌가 싶네요. 앞으로 몇 개월 동안은 사전 예약된 모델이 인도될 것이고, 그 숫자가 판매량으로 집계될 것으로 보이는데, 과연 매달 30대 전후의 판매량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을지도 궁금하네요.
사람들 관심 속에 등장한 SUV 4종의 독일 내 판매 결과는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아무래도 브랜드에 대한 호감, 그리고 SUV 붐 등이 섞여 비싼 가격임에도 판매가 순항할 수 있는 원인이 아닌가 싶은데요. 기존의 고급 SUV와 치열한 경쟁도 불가피해 보이는 등, SUV 시장은 점점 더 화려함을 더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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