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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순위와 데이터로 보는 자동차 정보

긴급제동장치 테스트, 체면 구긴 볼보와 BMW

자동차 기술의 발전과 함께 각종 안전장치 개발도 꾸준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최근 많이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자동긴급제동장치(Autonomous Emergency Braking, 이하 긴급제동장치)도 그중 하나인데요. 자동차에 달린 카메라 혹은 레이더가 갑자기 나타난 장애물이나 사람을 인식하고 충돌 전에 차를 멈추게 하는 기능을 말합니다.

운전자가 미처 대응하지 못했을 때 긴급제동장치가 제 역할을 한다면 사고를 막을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은 몇 년 후 모든 차량에 이 장치를 의무적으로 장착하도록 결정을 했고 유럽에서도 화물차 등을 비롯해 단계적으로 적용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도 얘기가 있지만 아직 확정되진 않은 모양입니다.

사진=볼보

그런데 이 긴급제동장치는 이미 십여 년 전에 소개됐고 우리나라에서도 2009년 본격 개발에 들어간, 제법 숙성된 기술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차의 급정거를 인식해 멈춰서는 수준부터 자전거, 사람, 어린이, 그리고 야간에 사람을 인식하는 단계까지 오면서 기대만큼 기술이 발전하지 못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합니다.

아직도 차나 사람을 인식해 긴급제동을 할 때 일정한 속도 이상에서는 작동하지 않는다든가, 여전히 야간에 사람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등의 문제점들이 드러나 있는 상태죠. 그리고 최근 이런 내용을 뒷받침할 만한 테스트가 독일 자동차 클럽 아데아체(ADAC)에 의해 실시됐고 그 결과가 공개됐습니다.

아데아체는 유료회원만 1,800만 명인 유럽 최대 규모의 자동차 단체이며, 여기서 수많은 실험이 이뤄지는데 그 테스트에 대한 신뢰성이 높고 단체 영향력 또한 높기 때문에 평가 결과는 유럽 소비자와 자동차 제조사 모두에게 영향이 큰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데아체는 2012년에 10여 종의 긴급제동장치가 장착된 차량을 이용해 차와 차 추돌 관련 테스트를 진행했고, 그 이듬해에는 보행자를 대상으로 테스트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이번에 다시 강화된 테스트를 진행했는데요. 아데아체의 이번 테스트는 그 성격이 분명했습니다. 2013년 당시 실시했던 보행자 충돌 보호 대응력이 그동안 얼마나 강화됐는지를 보는 것이었죠.

사진=아데아체

6개 중형차 긴급제동장치 테스트 결과

테스트에 참여한 자동차는 모두 D세그먼트인 중형급 모델로 아우디 A4, 스바루 아웃백, 메르세데스 C클래스, 볼보 V60와 BMW 3시리즈, 그리고 기아 K5였습니다. 상황은 6가지의 경우로 나눠 실시됐으며 성인 더미, 어린이 더미, 그리고 자전거 등을 그 대상으로 했습니다.

<테스트 차량별 센서 시스템>

아우디 A4 : 모노 카메라

스바루 아웃백 : 스테레오 카메라

기아 K5 : 레이더 + 카메라

메르세데스 C클래스 : 스테레오 카메라 + 레이더

볼보 V60 : 레이더 + 카메라

BMW 3시리즈 : 모노 카메라

긴급제동을 위한 감지 센서 구성만 놓고 보면 C클래스가 가장 적극적으로 적용한 것으로 보이고 아우디와 BMW는 상대적으로 너무 단조로운 구성이 아닌가 싶었는데요. 하지만 이번 결과는 센서 구성과 비례하지 않았습니다. 테스트 결과는 백분율로 표시됐고 100%는 완벽한 경우, 0%는 가장 좋지 않은 결과일 때를 나타냅니다.


실험 1 : 성인이 차도를 횡단할 때 (최고 시속 60km/h로 주행 시)

1위 : 스바루 아웃백 (89%)

2위 : 아우디 A4 / 기아 K5 (72%)

4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67%)

5위 : 볼보 V60 (39%)

6위 : BMW 3시리즈 (28%)


실험 2 : 성인이 차도를 따라 걸을 때 (최고 시속 60km/h로 주행 시)

1위 : 스바루 아웃백 (100%)

2위 : 아우디 A4 (88%)

3위 : 기아 K5 / 메르세데스 C클래스 (75%)

5위 : 볼보 V60 (50%)

6위 : BMW 3시리즈 (38%)


실험 3 : 사각지대의 어린이 보행자 (최고 시속 50km/h로 주행 시)

1위 : 아우디 A4 (93%)

2위 : 기아 K5 (54%)

3위 : 스바루 아웃백 (46%)

4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43%)

5위 : 볼보 V60 (21%)

6위 : BMW 3시리즈 (7%)


실험 4 : 천천히 달리는 자전거 (최고 시속 40km/h로 주행 시)

1위 : 아우디 A4 (50%)

2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25%)

3위 : BMW 3시리즈 (13%)

4위 : 스바루 아웃백 / 기아 K5 / 볼보 V60 (0%)


실험 5 : 밤에 안전조끼를 입은 보행자 (최고 시속 45km/h로 주행 시)

1위 : 스바루 아웃백 (100%)

2위 : 아우디 A4 (71%)

3위 : 기아 K5 (50%)

4위 : 메르세데스 C클래스 / 볼보 V60 / BMW 3시리즈 (0%)


실험 6 : 밤에 어두운 옷을 입고 있는 보행자 (최고 시속 45km/h 주행 시)

1위 : 스바루 아웃백 (100%)

2위 : 아우디 A4 (17%)

3위 : 기아 K5 / 메르세데스 C클래스 / 볼보 V60 / BMW 3시리즈 (0%)

결과표 / 아데아체 홈페이지 캡처


스바루 아웃백 / 사진=스바루

스바루 아웃백과 아우디 A4만 합격

이번 실험에서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스바루 아웃백의 높은 긴급제동장치 완성도였습니다. 자전거에 대한 대응력이 0%로 실패했을 뿐 나머지는 최대 100%에서 최소 46%까지 반응을 보여줬는데요. 특히 아데아체는 야간에 빛이 없는 상황에서도 아웃백이 정확하게 보행자를 탐지한 것을 높게 평가했습니다.

아우디 A4는 모노 카메라로 단조롭게 센서가 구성됐지만 모든 실험에서 다 반응을 보였고, 특히 사각지대 어린이 보호에서 좋은 결과를 보였습니다. 자전거에 대한 반응도 비교 모델 중 가장 높게 나왔지만 시속 10km/h로 주행할 때의 결과가 반영된 것이라 만약 도심이나 주택가에서 이보다 높은 속도로 주행한다면 아우디 A4 역시 합격이 어려울 것이라는 게 아데아체의 설명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체면을 구긴 건 볼보와 BMW가 아닐까 싶은데요. 긴급제동장치를 그 어떤 자동차 브랜드보다 적극 알리고 적용한 볼보로서는 머쓱해 할 만한 그런 결과가 아닌가 싶습니다. 유일하게 움직이는 더미를 인식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군요. 또 다양한 기술력을 자랑하는 BMW의 경우, 적어도 테스트에 참여한 3시리즈 긴급제동장치는 아쉬운 수준을 넘어 당장 개선이 필요해 보였는데요. 특히 상황에 따라 긴급제동장치가 자주 꺼지는 등, 제 역할을 못 하는 것으로 비판받았습니다.

사진=BMW

AEB, 최대 30%까지 사망자 줄여

테스트 결과는 이처럼 브랜드와 모델에 따라 각기 큰 차이를 보였지만 전체적으로 긴급제동장치는 인명 보호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입니다. 아데아체가 밝힌 독일의 교통사고 사망자 중 30%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로, 작년에 540명의 보행자와 380명의 자전거 이용자가 자동차에 부딪혀 사망했는데 그나마 독일의 경우는 나은 편이라고 하는군요.

이처럼 많은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가 있는데, 만약 자동차 모두에 긴급제동장치가  달린다면 보행자 및 자전거 이용자의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을 전체적으로 30%가량 줄일 수 있다고 합니다. 특히 유럽의 충돌테스트를 담당하는 유로 NCAP은 보행자 충돌 테스트를 낮 상황만 설정해 실시하고 있는데 실제 많은 보행자 사망사고는 밤에 이뤄지기 때문에 테스트 방법도 이에 맞춰 바뀌어야 한다는 의견을 아데아체는 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든 운전자들이 명심해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기술이 아무리 좋아도 그 기술은 나와 남의 안전을 온전히 보장하지 못한다는 겁니다. 설령 그런 완벽한 기술이 나와서 어떤 상황에서도 안전을 보장한다 할지라도, 운전자는 내 차에 어떤 안전장치도 없다는 생각으로 안전운전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입니다. 그런 노력이 있을 때 긴급제동장치의 가치는 더 의미 있게 다가올 수 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