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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자동차 갤러리

뮌헨에서 바르샤까지, 유별난 아우디 축구 마케팅

지난 11월 3일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축구경기장 캄 누우에서 아우디는 바르셀로나 선수들이 1년 동안 타고 다닐 자동차를 제공하는 행사를 벌였습니다. 2015년에 이어 올해까지 이어진 이 이벤트에서 FC 바르셀로나를 대표하는 메시는 신형 아우디 Q7을, 네이마르는 아우디 RS7을 찜했죠.

선수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차량은 Q7으로, 무려 16명의 스타플레이어가 이 차를 원했다고 언론들이 전했습니다. 이색적으로 작년에 Q7을 선택했던 루이스 엔리케 감독은 올해 크기를 대폭 줄여 콤팩트 SUV RS Q3를 타기로 결정했습니다. 과속 딱지 좀 끊어도 괜찮다는 각오였을까요? 사실 아우디는 최근 스페인에 Q2를 론칭하면서 대대적 홍보를 벌이고 있는 상황이라 내심 Q2를 누군가 선택해주길 바랐을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 차를 선택한 선수는 한 명도 없었습니다.

2014/2015시즌 당시 아우디 차량 제공 행사장에서 메시 / 사진=아우디


그런데 아우디는 바르셀로나 축구팀 선수들에게 차량 제공만 하는 건 아닙니다. 작년 E-TRON 챌린지 행사에서는 자신들의 전기차 홍보를 대대적으로 선수들과 펼치기도 했죠.

메시와 네이마르 / 사진=아우디


그런데 FC바르셀로나 이전에 아우디는 경쟁팀인 레알 마드리드와 몇 년간 파트너십을 맺고 다양한 활동을 한 이력도 있습니다.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눈길 드라이빙 스쿨, 차량 지원 행사, TV 광고 촬영 등이었는데,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를 모두 후원한 자동차 회사가 과연 또 있을까요?

코엔트랑과 호날두 / 사진=아우디


스페인은 물론 세계 축구팬들에게 최고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팀들을 이처럼 가리지 않고(?) 차량 지원 등의 파트너십을 맺는 아우디는 왜 이렇게 축구에 관심을 쏟는 걸까요? 아마도 투자 대비 효과가 크다는 분석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이전, 아우디는 오래전부터 축구팀과 인연이 맺고 있었습니다. 

바이에른 뮌헨 선수와 팬들과 함께 하는 차량 제공 이벤트 / 사진=아우디

팬들과 함께 하고 있는 뮐러/ 사진=아우디

최고의 공격수 레반도프스키 / 사진=아우디

아우디는 매년 분데스리가 시즌 시작 직전 바이에른 뮌헨 선수와 감독 등을 대상으로 차량 지원 이벤트를 나름 거창하게 펼치고 있죠. 많은 팬이 와서 사인도 받고 선수들이 어떤 차를 선택해 1년 동안 타는지도 직접 확인하게 됩니다. 또 2년에 한 번씩 ‘아우디컵’이라는 축구대회를 개최하고 있습니다. 유럽 최고 명문 4개팀 정도가 초청돼 컵을 차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아우디컵 당시 회장 루베르트 슈타들러 / 사진=아우디


또 바이에른 뮌헨팀이 미국 투어를 할 때에도 아우디가 주축이 돼 행사를 이끌어 갔습니다.

당시 투어 버스 / 사진=아우디


이처럼 바이에른 뮌헨과 아우디가 다양한 이벤트를 펼치는 데엔 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바로 FC 바이에른 뮌헨의 주주로 참여하고 있기 때문인데요. 아시다시피 독일 축구팀은 대기업이 경영권을 가질 수 없도록 법으로 막고 있습니다. 예외도 있지만 기본은 그렇습니다. 최초 팀을 만든 클럽의 소유권을 인정하기 때문에 FC 바이에른 뮌헨을 운영하고 있는 바이에른 뮌헨 주식회사의 지분 75%는 바이에른 뮌헨 클럽이, 나머지를 기업 3곳이 나눠 가지고 있습니다.

표=FC 바이에른 뮌헨 홈페이지


뮌헨 하면 BMW를 떠올리게 되지만 사실 FC 바이에른 뮌헨 경우 아우디가 주주로서 참여하면서 오래전부터 엄청난 액수를 이 팀에 투자해왔고, 그와 함께 축구를 통한 마케팅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마치 아우디라는 회사 자체가 축구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인데요. 

이뿐만이 아닙니다. 아우디가 투자를 하기 전까지 아마추어 리그인 4부리그에서 활동하던 FC 잉골슈타트 04라는 팀은 투자를 통해 경쟁력을 쌓으며 2년 연속 1부리그에서 활약하고 있습니다.

FC 잉골슈타트 04DML 2부리그 우승 퍼레이드 / 사진=아우디


잉골슈타트라는 이름, 어딘가 익숙하세요? 바로 아우디의 본사와 공장이 있는 도시이기도 합니다. 잉골슈타트 인구가 13만 명인데 아우디 공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수가 4만 3천 명 수준이니까, 도시 인구의 약 30% 이상이 아우디에서 일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네요. 그러니 이 팀에 아우디가 투자하는 건 어떻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잉골슈타트 공장 / 사진=아우디

또 중국과 같은 거대 시장에서 FC 잉골슈타트 04는 아우디 깃발을 펄럭이며 유소년 축구 교실 등을 여는 등, 그야말고 전 지구적으로 축구 마케팅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아우디만큼 축구팀을 통한 홍보에 심혈을 기울이는 기업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정말 열심이더군요. 단순히 자본만 투자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선에서 그치는 게 아니라 꾸준히 축구팀을 후원하고 축구 선수와 축구라는 스포츠를 통해 함께 성장하려는 게 보여 조금은 그 진정성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아우디가 또 어떤 축구팀에게 손을 내밀고, 어떤 이벤트를 펼치지,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