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나 기아가 점점 더 좋은 차를 만들고 있다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해외 시장은 없을 겁니다. 그만큼 성장했고, 어느 곳에서도 팔릴 만한 수준의 차를 만들고 있죠. 각종 평가지표들을 봐도 평균, 또는 평균 이상의 결과들을 얻어낼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오늘은 그간의 평가와는 사뭇 다른 내용입니다.
휴가철 안전한 차를 위한 테스트
독일을 대표하는 (사실상 유럽 1위인) 자동차 주간지 아우토빌트는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획 기사에서 발군인데요. 이번엔 14개 모델을 모아 놓고 신선한(?) 테스트 한 가지를 했습니다. 휴가철을 대비해 자동차에 짐을 가득 싣고 여러 상황을 가정해 안전성을 평가한 건데요. 이 테스트에서 기아 스포티지가 굴욕을 맛보고 말았습니다.
아우토빌트
아우토빌트가 이런 테스트를 진행한 것은 휴가철을 앞뒀기 때문인데요. 유럽인들의 휴가에서 자동차는 무척이나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물론 독일인의 여행에서 자동차 비중 또한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러니 이런 정보는 독자에게 유용할 뿐만 아니라 제조사에겐 희비가 크게 교차하는 의미있는 것이라 할 수 있겠죠. 각설하고, 우선 테스트 내용부터 확인해 볼까요?
6가지 카테고리, 그리고 총점으로 순위
1. 짐칸 적재량 능력 (10점 만점)
2. ISO테스트 (10점 만점)
* 이 테스트는 일종의 회피능력을 살피는 것으로, 주행 중인 차로에 장애물이 갑자기 나타났을 때 옆 차로로 회피해 주행하고 다시 제 차로로 돌아오는 속도를 측정했습니다. 110m 구간 안에서 이뤄집니다.
3. 제동력 테스트 (10점 만점)
4. 추월가속-시속 80km/h-> 120km/h (5점 만점)
5. 슬라롬-180미터 구간 (10점 만점)
6. 편안함 (5점 만점)
6가지 테스트는 모두 짐을 싣지 않았을 때와 짐을 가득 실었을 때로 나눠 실시했고, 각 경우 마다 4~5회를 반복해서 평균값을 냈습니다. 항목별 구체적인 데이터는 생략하고 점수와 순위만 소개하도록 하겠습니다.
짐칸 적재 능력 순위 (10점 만점)
1위 : 폴크스바겐 트랜스포터 T6 (10점)
2위 : 아우디 Q7 / 폴크스바겐 투어란 (8점)
4위 : 메르세데스 GLC (7점)
5위 : 오펠 아스트라 GT / 폴크스바겐 티구안 / BMW 2시리즈 GT / 기아 스포티지 (6점)
9위 : 르노 메간 / 다치아 두스터 / 닛산 캐시카이 (5점)
12위 : 포드 S맥스 / 르노 메간 GT / BMW X1 (4점)
T6 / 사진=폴크스바겐
아무래도 승합차인 T6나 덩치가 상대적으로 큰 Q7 등이 높은 점수를 받은 건 당연해 보입니다. 패밀리밴인 투어란의 적재 능력이 상대적으로 인상적이었고 스포티지는 항목별 평가 중 가장 높은 순위를 여기서 받았습니다.
ISO 테스트 (10점 만점)
1위 : BMW 2시리즈 GT (9점)
2위 : 오펠 아스트라 ST / 폴크스바겐 티구안 / 포드 S맥스 (8점)
5위 : 아우디 Q7 / 르노 메간 GT / 폴크스바겐 투어란 (7점)
8위 : BMW X1 / 기아 스포티지 (6점)
10위 : 메르세데스 GLC / 폴크스바겐 T6 / 르노 메간 (5점)
13위 : 다치아 두스터 / 닛산 캐시카이 (4점)
2시리즈 GT / 사진=BMW
매우 빠른 속도에서 순간적으로 차로를 변경했다 다시 원래 주행차로로 진입하는 ISO 테스트에서는 역시 BMW의 민첩함이 빛을 발했습니다만 X1의 경우는 생각보다 좋은 점수를 받지는 못했네요. 티구안과 포드 S맥스는 SUV와 밴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기대 이상의 민첩함과 이에 따른 안전성을 보여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인상적인 건 포드의 경우 오히려 짐이 없었을 때보다 짐이 가득한 상태에서 더 빠른 속도로 테스트 구간을 통과했습니다. 짐을 가득 실었을 때를 기준으로 2시리즈 GT는 평균 128.3km/h로 통과했고 닛산 캐시카이는 평균 117.2km/h로 통과했습니다. 참고로 기아 스포티지는 119.7km/h였습니다.
제동력 테스트 - 시속 130km/h에서 제동 능력 측정 (10점 만점)
1위 : 오펠 아스트라 ST / 포드 S맥스 / BMW X1 (9점)
4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 다치아 두스터 (8점)
6위 : 아우디 Q7 / 메르세데스 GLC / 르노 메간 GT / 닛산 캐시카이 (7점)
10위 : BMW 2시리즈 GT / 폴크스바겐 투어란 / 르노 메간 (6점)
13위 : 폴크스바겐 T6 (5점)
14위 : 기아 스포티지 (3점)
S맥스 / 사진=포드
기아에겐 꼴찌가 된 결정적 항목이 바로 제동력이었습니다. 1위를 한 오펠 아스트라 ST와 비교를 해본다면, 우선 아스트라 ST는 시속 130km/h에서 짐이 없는 경우 제동력이 59.4m / 짐이 가득한 경우 제동력이 62.1m였습니다. 그런데 스포티지는 빈 차일 경우 59.9m로 큰 차이가 없었지만 짐이 가득한 경우 평균 75.1m까지 제동거리가 늘어났습니다.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처음 시도에서 짐이 없는 경우와 짐이 가득한 경우 3미터 정도의 차이밖에 안 났지만, 네 번째 시도에서는 풀브레이킹을 해야만 했다고 전했습니다. 아우토빌트의 표현을 그대로 빌려 쓰자면 "이 결과는 말도 안 되는 수준"이었습니다. 13위를 차지한 폴크스바겐 T6의 짐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평균 제동거리가 68.2m였으니 차이가 좀 많이 났다고 봐야겠죠?
추월가속 -시속 80-120km/h (5점 만점)
1위 : 티구안 / S 맥스 / Q7 / GLC / 메간 GT / X1 (5점)
7위 : 오펠 아스트라 ST / 2시리즈 GT / 투어란 / T6 / 메간 / 스포티지 (4점)
13위 : 두스터 / 캐시카이 (3점)
Q7 / 사진=아우디
이 테스트의 경우 얼마나 빠른 시간 안에 추월가속을 했냐보다는 짐을 싣지 않았을 때와 짐이 가득했을 때의 추월가속 편차가 얼마나 적었느냐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입니다. 배점이 좀 낮은 이유는 이 테스트의 목적이 안전성을 우선에 뒀기 때문인데요. 그래서 안락함 항목도 역시 5점을 줬습니다.
안락함 (5점 만점)
1위 : 아우디 Q7 / 메르세데스 GLC (5점)
3위 : 오펠 아스트라 ST / 폴크스바겐 티구안 / 폴크스바겐 투어란 / VW T6 / 르노 메간 / 다치아 두스터 / 닛산 캐시카이 (4점)
10위 : 포드 S 맥스 / 2시리즈 GT / 메간 GT / BMW X1 / 기아 스포티지 (3점)
GLC / 사진=다임러
슬라롬 항목 -180m 구간 (10점 만점)
1위 : 르노 메간 GT (10점)
2위 : BMW 2시리즈 GT (9점)
3위 : 오펠 아스트라 ST / 포드 S 맥스 (8점)
5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 BMW X1 / 메르세데스 GLC (7점)
8위 : 폴크스바겐 투어란 / 르노 메간 (6점)
10위 : 아우디 Q7 (5점)
11위 : 폴크스바겐 T6 / 다치아 두스터 / 닛산 캐시카이 (4점)
14위 : 기아 스포티지 (3점)
메간 GT / 사진=르노
메간 GT(10.4초)가 민첩함에서 1위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GT에 장착된 사륜조향장치인 '4컨트롤' 덕분이라고 아우토빌트가 전했습니다. (함께 테스트에 참여한 메간의 경우 4C 미적용 모델임) 반면에 기아 스포티지의 경우 짐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12.7초로 가장 느리게 슬라롬 테스트를 마쳤습니다. 그렇다면 항목별 점수를 평균냈을 때의 최종 순위를 확인해보도록 하겠습니다. 평균점수가 동일한 모델들의 경우 제동력이 좋은 순서대로 최종 순위를 결정했으니 이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종합 순위 (50점 만점)
1위 : 오펠 아스트라 ST (39점)
2위 : 폴크스바겐 티구안 (38점)
3위 : 포드 S 맥스 (37점)
4위 : 아우디 Q7 (37점)
5위 : BMW 2시리즈 GT (37점)
6위 : 메르세데스 GLC (36점)
7위 : 르노 메간 GT (36점)
8위 : 폴크스바겐 투어란 (35점)
9위 : BMW X1 (34점)
10위 : 폴크스바겐 T6 (32점)
11위 : 르노 메간 (30점)
12위 : 다치아 두스터 (28점)
13위 : 닛산 캐시카이 (27점)
14위 : 기아 스포티지 (25점)
아스트라 ST / 사진=오펠
보통 짐을 싣지 않고 차량의 성능을 테스트하는데 이번에는 500kg 전후의 짐을 싣고 주행 안전성을 체크했는데요. 이런 방식으로 막상 평가하고 보니 자동차의 또 다른 면을 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렇다면 아우토빌트는 기아 스포티지에 대해 어떻게 평가를 했을까요?
아우토빌트 최종평가
'스포티지에게는 창피한 결과다. 나쁜 SUV는 아니며, 어떤 부분에선 다른 경쟁자들에게 보여줄 만한 점도 있다. 하지만 슬라롬과 제동력 항목에서 좋지 않았다. 특히 짐을 가득 실으면 스포티지는 내리막에서 조심해야 할 거 같다. 또 아우토반에서도 좀 더 거리를 둬야 한다. 좋은 않은 도로에서 SUV는 가치를 보여야 하지만 기아는 이 부분에서 다시 시도를 해야 한다. 2.0 디젤 모델의 경우 아우토반에서 재미를 주지만 딱딱한 서스펜션은 짐이 많이 실렸을 때 더 편하지 않았다.'
스포티지 / 사진=기아
사실 이번 테스트에서는 제동력이 가장 중요하게 평가됐다 봐도 될 겁니다. 그런데 하필 그 부분에서 기아가 매우 안 좋은 결과를 받았습니다. 현대차가 유럽 시장의 가장 중요한 매체로 꼽는 아우토빌트가 이렇게 비판을 가했으니 기분이 좋을 리 없겠죠.
가족과 많은 짐을 싣고 여행을 떠나기 좋아하는 유럽인들에게는 이번 테스트 내용은 많은 참고가 될 겁니다. 반대로 기아에겐 아우토빌트 표현처럼 창피한 내용이 되고 말았죠. 이 결과를 통해 자극받고 문제점들이 제대로 개선돼 좀 더 안전한 자동차로 거듭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르노닛산 (다치아 포함) 모델들도 분발 좀 해야겠네요.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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