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카 시장은 확장보다는 기존의 고객층을 유지하는 의미가 더 강하지 않나 싶습니다. 상대적으로 성장세에 있는 SUV 등과 비교하면 되레 축소됐다 볼 수도 있겠죠. 그럼에도 새로운 스포츠카를 만드는 건 회사의 기술력을 보여줄 수가 있고 브랜드 이미지 강화에 도움이 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손해를 보더라도 투자를 계속하는 건데요.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짧지만 강렬한 기사 하나를 내보냈습니다. 아우디가 포르쉐의 도움으로 새로운 스포츠카를 내놓을 것이란 겁니다. 그것도 돈이 될 만한(이익) 그런 모델로 말이죠. 바로 아우디표 박스터, 아우디표 카이맨이 그것입니다.
718박스터 / 사진=포르쉐
자동차 회사들이 한 그룹 안에 있다고 해서 다 친한 건 아닙니다. 현대와 기아도 협력 관계에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경쟁을 벌이기 때문에 긴장 관계에 있기도 하죠. 폴크스바겐 그룹도 비슷해서, 과거 아우디와 폴크스바겐 사이에는 눈에 보일 정도의 불만, 그리고 그에 따른 경쟁심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지금도 완전히 아니라고는 말 못할 텐데요. 아우토빌트에 따르면 포르쉐와 아우디 역시 그룹 차원의 전략에 따른 협업은 있었지만 "우리 형제를 도와야 해!" 뭐 이런 마음으로 일을 한 건 아니었던 걸로 보입니다.
다만 포르쉐는 카이엔이 폴크스바겐의 투아렉, 아우디의 Q7 등과 기술 공유가 이뤄졌고, 또 마칸이 아우디 Q5의 플랫폼을 통해 나오고 있기 때문에 아우디에게 일종의 채무(?) 같은 게 있다고도 할 수 있겠는데요. 그 빚을 갚기라도 하겠다는 건지 드디어 포르쉐가 움직이고 있습니다. 아우디가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의 기술력을 토대로 아우디표 박스터와 카이맨을 만들 거라는 소식이 나온 것이죠.
현재 아우디는 이익을 내는 아우디 TT와 이익을 내지 못하는 아우디 R8 등이 브랜드 내에서 스포츠카 영역에 있다고 하겠는데요. 바로 이 두 모델 사이에 아우디의 새로운 모델 R6가 들어갈 것이라고 아우토빌트가 전했습니다. 특히 R6는 R8의 축소형이 아닌, 앞서 밝힌 대로 포르쉐 박스터와 카이맨의 기술력을 토대로 나오게 되는 좀 다른 성격의 볼륨 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아우토빌트의 추가 설명이었습니다.
아우디 TT / 사진=아우디
회사에 이익을 가져다주고 있는 아우디 TT와,
R8 스파이더 / 사진=아우디
이익보다는;; 아우디의 기술력을 상징적으로 보여 주고 있는 R8.
새롭게 출시될 R6의 경우 280마력부터 최대 550마력까지 힘을 내는 엔진이 이야기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280마력과 340마력이 당장은 가장 유력해 보이고, 상황에 따라 2.5리터급 엔진 550마력도 포함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또 당장은 전기차로는 등장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아무래도 배터리가 작고 가벼워야 하는데 현재 이 체급에 어울릴 만한 배터리를 만드는 게 제조사 입장에선 부담이 될 테니까요.
또 한 가지 흥미로운 내용은 포르쉐 박스터 카이맨과 구분 짓는 아우디만의 색깔을 위해서라도 아우디가 오래전부터 시도했던 5기통 엔진 적용도 필요하다고 아우토빌트는 주장했습니다. 물론 아우디의 네바퀴 굴림인 콰트로 역시 적용되어야겠죠. 4기통부터 5기통, 그리고 6기통 엔진까지, 언급된 엔진들이 다 포함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포르쉐의 노하우가 듬뿍 들어간 신형 R6는 현재 이야기되는 대략적 수준만으로도 충분히 기대를 갖게 합니다.
포르쉐 입장에서야 박스터와 카이맨의 경쟁 상대를 자신들의 손으로 만들어 줘야 한다는 게 썩 내키진 않겠죠. 그래도 위에 말씀드린 것처럼 포르쉐가 현재 가장 큰 이익을 내고 있는 SUV 라인업이 폴크스바겐이나 아우디의 덕(?)에 나온 걸 생각하면 이런 수준의 도움은 줘야 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언제쯤 실행될지 아직 정보는 없지만, 부쩍 성능 면에서 성장한 박스터와 카이맨의 기술력이 얼마나, 어떻게 R6에 적용될지를 지켜보는 것도 또 다른 즐거움이 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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