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그러니까 2월 말쯤 외신을 통해 BMW가 8시리즈를 부활시킬 것이란 소식이 전해졌습니다. 1989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를 통해 공개됐던 BMW 8시리즈처럼 2도어 정통 쿠페가 되거나, 아니면 그란 쿠페라 불리는 4도어 쿠페 형태가 될 것이라는 그런 내용이었죠. 메르세데스에 S 클래스에 크게 밀리는 플래그십 경쟁에서 8시리즈 쿠페를 통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인 것입니다.
하지만 메르세데스가 그냥 BMW의 이런 전략을 두고만 볼 것 같지는 않습니다. 벤츠 역시 새로운 고급 4도어 쿠페를 내놓으며 맞불 작전을 펴려 하기 때문인데요. 뿐만 아니라 독일에서는 이미 BMW의 판매량을 뛰어넘은 아우디 역시 새로운 형태의 럭셔리 쿠페를 처음으로 내놓을 계획을 하고 있습니다. 독일 라이벌 3사의 럭셔리 4도어 쿠페 경쟁이 지금 물밑에서 치열하게 벌어지고 있습니다.
벤츠가 내놓을 4도어 쿠페 'SEC'
현재 메르세데스는 플래그십 S 클래스를 크게 3가지로 나눠 시장을 공략하고 있습니다. 정통 세단 S 클래스, 그리고 2인승 로드스터 SL, 여기에 2도어 S 쿠페가 추가됩니다. 그런데 최근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이 라인업에 새롭게 4도어 쿠페 SEC를 다임러가 내놓을 것이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S쿠페 / 사진=다임러
아우토빌트는 다임러사가 메르세데스의 플래그십 라인업의 보강을 통해 시장의 지배력을 확고하게 다지고 싶어 하며, 1년에 15,000대 정도의 4도어 쿠페를 판매하고 싶어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이미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판매가 됐던 S 클래스 쿠페 SEC의 이름을 그대로 가져오기로 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다임러
1981년형 벤츠 S 클래스의 쿠페 SEC 모습입니다. 다만 새롭게 선을 보일 쿠페는 원래 모델처럼 2도어가 아닌 4도어의 형태가 될 것으로 보이는데요. 디자인은 현재 나와 있는 S 클래스 쿠페와 크게 다르지 않고 차체 길이만 4도어에 맞게 좀 더 길어질 것이라는 게 아우토빌트의 설명이었습니다. E 클래스를 베이스로 해서 만들어진 4도어 쿠페 CLS의 윗급이라고 보시면 될 겁니다.
AMG와 같은 고성능 버전도 추가될 것이고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버전도 순차적으로 공개가 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현재도 S 클래스의 판매량을 어떤 브랜드 어떤 모델도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럭셔리 4도어 쿠페를 통해 더 단단히 자신들의 입지를 다지려는 다임러의 전략은 경쟁 브랜드들에겐 부담이 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BMW의 대응 전략은 어떨까요?
BMW 럭셔리 4도어 쿠페는 8시리즈 또는 9시리즈
아우토빌트 관련 기사 부분
독일 3사의 럭셔리 4도어 쿠페 관련 소식을 전한 아우토빌트는 다른 매체들이 다룬 소식과는 조금 다른 내용을 공개했습니다. 현재까지 새롭게 나올 고급 쿠페는 8시리즈일 것이라는 그간 정보였는데, 이와 달리 아우토빌트는 4도어 쿠페는 9시리즈로 나올 것이라고 한 것입니다. 지금까지 BMW는 홀수는 세단, 짝수는 쿠페 및 4도어 쿠페로 구분을 지어놓고 있죠.
그러니 이 규칙에 따르면 BMW 8시리즈 4도어 쿠페 (그란 쿠페)가 되는 게 맞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 매체는 지속적으로 9시리즈라고 표현을 하고 있는데 어쩌면 8시리즈는 2도어로, 그리고 4도어 쿠페(그란 쿠페)는 9시리즈로 나눌 수도 있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중요한 것은 8시리즈가 됐든 9시리즈가 됐든, BMW가 2020년, 혹은 2022년에 4도어 플래그십 쿠페를 내놓고 메르세데스와 경쟁을 할 것이란 점일 겁니다.
2014년 상하이모터쇼를 통해 공개한 BMW의 비전 퓨처 럭셔리 컨셉트. 8시리즈, 혹은 9시리즈가 될 4도어 쿠페의 스타일을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 사진=BMW
아우디 비장의 무기 C E-트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가 가솔린과 디젤 등, 내연기관을 기본으로 럭셔리 4도어 쿠페를 내놓을 예정이라면 아우디는 다른 접근법을 선택할 것으로 보입니다. 바로 순수 전기차인데요. 사실 경쟁 두 메이커에 비해 아우디는 세단에서 파생된 쿠페 모델이 약간 부족한 편이었습니다. 그나마 몇 년 전 등장한 A7 스포츠백이 추가되면서 구색이 갖춰졌다 할 수 있겠죠.
이제 여기에 A7 스포츠백의 윗급으로 등장할 럭셔리 쿠페는 Q6 E 트론처럼 순수 전기차로 나올 것이라는 게 아우토빌트의 설명이었습니다. 아우디는 특히 지상고가 높은 것(SUV)은 Q E 트론으로, 지상고가 낮은 세단 쿠페는 C E-트론 등으로 구분을 해서 라인업을 늘릴 것으로 보이는데요. 여기에 기술적으로는 이미 양산이 계획된 포르쉐 미션E의 기술이 대거 투입이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아우디의 디자인을 예상해 볼 수 있는 쿠페 타입의 컨셉트카 아우디 프롤로그 / 사진=아우디
만약 아우디가 C E-트론이라는 이름이 맘에 들지 않는다면 A8의 윗급인 A9으로 이름이 바뀔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S9, RS9 등의 고성능 버전도 추가될 테고요. 그러면 지금까지 얘기를 정리해볼까요? 최근 언론에서 BMW가 7시리즈를 베이스로 한 럭셔리 쿠페를 내놓을 것이란 소식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BMW만의 도전은 아닙니다. 비슷한 시기인 2020년쯤 되면 라이벌 브랜드인 메르세데스와 아우디가 내놓는 4도어 럭셔리 쿠페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럭셔리 4도어 쿠페 시장을 두고 세 개 브랜드가 치열하게 경쟁을 펼칠 것이란 얘기죠. 화려하고 세련된 스타일, 풍성한 기술들, 거기에 전기모터를 이용한 구동방식까지, 비슷하면서도 각기 성격을 달리하는 4도어 럭셔리 쿠페 경쟁, 과연 어떤 실체들을 하고 우리 앞에 나타나게 될지, 기대를 갖고 지켜봐야겠습니다. 그나저나 독일 3사의 고급 라인업 지배력이 너무 커지는 게 아닌가 싶네요. 다른 브랜드들 숨 쉴 틈을 안 주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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