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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獨 자동차 잡지가 전해주는 최신 소식과 비교평가기

신형 5시리즈와 E클래스 '키트의 시대' 열다


독일에서 중형(D세그먼트) 자동차는 폴크스바겐 파사트와 BMW 3시리즈, 메르세데스 C클래스, 그리고 아우디 A4 등이 판매량 최상위 그룹을 형성한 채 경쟁을 벌입니다. 여기에 포드, 오펠, 스코다, 푸조와 시트로엥, 르노, 그리고 도요타와 현대 기아 등, 여러 브랜드들이 또 다른 그룹을 구축한 채 경쟁을 펼치고 있죠. 

그런데 오버클래스인 E세그먼트 (준대형)로 올라 오게 되면 BMW 5시리즈, 아우디 A6, 메르세데스 E클래스만 남게 됩니다. 차 종이 확 줄기도 했지만 독일 내 세 모델의 판매 비중이 95%에 이를 정도로 시장이 완전 장악돼 있습니다. 나머지를 재규어의 XF와 볼보 S80 등, 몇몇 모델이 나눠 가지는 정도인데요. 최근 발표된 볼보 S90가 변수가 되겠지만 독일에서는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이처럼 프리미엄 3사가 E세그먼트에서 엄청난 시장 지배력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자국 브랜드라는 장점도 있겠지만 기술 경쟁이 치열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걸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지난 주, 그 동안 잠잠했던 신형 5시리즈, 그리고 메르세데스 신형 E클래스에 대한 약간 구체적인 정보가 나와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끌었는데요. 독일 전문지 아우토빌트는 잡지판을 통해 신형 E클래스와 신형 5시리즈가 대략 어떤 차가 될지를 전해줬습니다. 

아우토빌트


E클래스, 5시리즈, 그리고 A6의 출시 일정은?

우선 신형 5시리즈가 올 해 안에 출시될 거라는 보도들이 있었는데, 이에 대해 독일 복수의 자동차 매체들은 올 연말 쯤 론칭이 이뤄지고 판매는 내년이 될 거라는 소식을 전했습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최근 아우토빌트는 그 시기가 2017년 2월이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기간을 언급하기도 했죠. 다른 소식통이 전한 아우디 A6까지 포함한 세 모델의 출시 일정은 대략 이렇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메르세데스 벤츠 : 2016년 4월 

BMW 5시리즈 : 2017년 2월

아우디 A6 : 2017년 봄


E클래스와 5시리즈의 공통 키워드 '자동'

신형 E클래스와 신형 5시리즈에 대한 소식을 전한 아우토빌트의 기사를 보면 '자동'이라는 단어가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요즘 부쩍 많이 들리는 부분 자율주행의 경우도 그 중 하나인데요. 가다 서다를 반복하는 고속도로 정체 구간에서는 물론, 최고 시속 130km/h까지 자동차 스스로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하고 차선을 유지한 채 주행할 수 있습니다. 

메르세데스 S클래스, BMW 신형 7시리즈, 테슬라 모델S, 그리고 제네시스 EQ900 등, 브랜드 최상위 모델들에 우선 적용되던 이 기술이 한 체급 아래로 내려오게 된 것입니다. 물론 동급의 볼보 S90에도 '파일럿 어시스트' 기능이라고 해서 동일한 기술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 머무는 게 아닙니다. 

5시리즈와 E클래스의 신형은 공통적으로 최고속도 210km/h라는 빠른 주행 중에도 앞차와의 간격을 유지할 수 있게 된다고 아우토빌트는 전했습니다. 또 자율주행 시 설정된 최고 속도가 제한속도 보다 높을 때 스스로 제한속도를 맞추게 됩니다. 여기에 코너 구간에서 제대로 운전자가 운전을 못할 때에는 정확하게 차로를 따라 차가 선회할 수 있도록 스스로 개입을 결정하는 기능도 적용된다고 합니다.

신형 E클래스 / 사진=다임러

또한 두 차량 모두 음성 인식 기능이 한층 보강된다고 하는데요. 단어 수준을 벗어나 짧은 문장까지 인식해 운전자의 지시를 수행하게 되는 것이죠. 여기에 E클래스의 경우 운전자가 방향지시등을 작동하게 되면 주변 도로 상황을 파악한 후 알아서 차선을 변경하는 '지능형 차선변경 시스템'이 적용될 예정입니다.

반면 BMW 신형 5시리즈의 경우 옵션으로 리모트 컨트롤 주차 시스템이 7시리즈에 이어 적용돼 원격 주차가 가능해질 거라고 아우토빌트는 전했습니다. 다만 7시리즈처럼 카본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고 알루미늄 소재를 이용해 전체 무게를 줄이게 된다고 합니다. 

5시리즈 / 사진=BMW


아우디 A6도 유사 기능들 장착 예정

다시 불붙는 고급 세단들 경쟁

이번 아우토빌트의 기사에는 언급이 없었지만 2017년 봄에 출시가 예정된 아우디 신형 A6 역시 앞서 소개한 두 차량의 '자동' 기능들을 거의 동일하게 갖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100kg 가까이 차량 무게를 줄이는 등, 아우디 특유의 경량화 작업도 예외 없이 진행될 것이라는 얘기도 있었습니다. 

약 1년 정도의 간격을 두고 독일을 대표하는 E세그먼트 세 개 모델이 모두 첨단 기술로 무장한 채 우리를 찾아 옵니다. 볼보 S90까지 포함하면 말 그대로 고급 세단들 혈투가 올해와 내년으로 이어지며 벌어지게 되는 겁니다. 소비자들은 즐거울 것이고 독일 3사와 고급 차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해야 하는 다른 고급 브랜드들의 고민과 대응은 더 뜨거워질 것입니다. 

염려되는 점은 있습니다. 기술이 얼마나 완벽하게 자동화 시대를 열어줄 것인가 하는 점입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80년대 미국 드라마 전격 Z작전에서 봤던 키트의 시대가 그리 멀지 않은 미래에 열릴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하게 됩니다. 바로 오늘 소개한 이런 차들이 계속 발전하면서 말이죠. 

아우토빌트는 기사 끝에 이런 표현을 썼습니다. '신형 5시리즈와 신형 E클래스는 자신들의 본질을 잃지 않은 가운데 가장 뛰어난 커넥티드 카가 될 것이다.' E클래스와 5시리즈를 관통하는 핵심 단어는 '자동' 입니다. 그리고 이 단어는 2016년 한 해, 아니 앞으로도 계속해서 시대를 관통하는 자동차의 핵심 단어가 될 가능성이 큽니다. 우리가 할 일은 이제 기대와 비판의 시선을 균형 있게 유지하며 새로운 키트의 시대를 준비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변화의 물결이 크게 밀려오는 느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