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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인터넷 품은 자동차, 기대하는 것과 우려하는 것


자동차가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똑똑해지고 있습니다. 무선통신과 접목된 텔레매틱스 기능을 기반으로 앞으로의 자동차는 커넥티드 카로 불리게 될 텐데요. 쉽게 말해서 스마트폰의 기능이 자동차에서도 구현돼 이메일을 차가 읽어주고, 스마트폰을 통해 자동차의 문을 잠그고 열 수도 있고, 스마트폰을 통해 내 차의 상태와 현재 위치 파악은 물론 각 종 생활 정보를 제공받게 됩니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첨단 옵션과 멀티미디어 기능이 무선통신과 만나 이전에 경험하지 못했던 훨씬 많은 기능을 자동차가 할 수 있게 된 것이죠. 그 뿐만이 아닙니다. 커넥티드 카는 자동차와 자동차끼리도 정보를 주고 받을 수 있으며, 자동차와 교통 신호 체계 사이에도 정보를 주고 받아 도로 환경 전반에 대한 내용까지 운전자는 자동차 안에서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사진=아우디

커넥티드 카의 궁극적인 방향은 자동차가 '스스로 운행하고 완벽히 스스로를 통제해 교통사고가 발생하지 않는 도로'라는 미래를 향해 있습니다. 공상과학 속의 꿈같은 이야기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커넥티드 카의 많은 기능이 이미 지금 우리의 자동차에 적용이 되고 있습니다. 

제조업체들은 바로 이 자동차 IT화에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해당 분야 전문 인력들을 스카웃하기 위한 경쟁부터 엄청난 투자까지, 미래 시장을 선점하고 대응하기 위한 노력을 벌이고 있는 것이죠. 그리고 독일의 자동차 전문지들만 하더라도 이 커넥티드 카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별도로 섹션을 두고 독자들에게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있으며, 커넥티드 카 어워드라고 해서 시상식까지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커넥티드 카 섹션 / 아우토빌트 홈페이지 캡쳐화면


이런 흐름에 맞춰 세계 자동차 연맹 FIA도 자신들의 중요한 사업의 하나로 커넥티드 카에 대한 종합적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흔히 FIA는 F1 등의 자동차 경주대회를 주관하는 곳 정도로 알기 쉽지만 이 곳은 1904년 자동차 운전자와 관련 단체들을 대변하는 국제적인 비영리단체로 먼저 출발했습니다. 지금도 FIA는 자동차 스포츠 부문 외에 아이들의 도로 안전, 그리고 이동성 전반에 대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죠.

최근 FIA는 커넥티드 카에 대한 질문을 유럽인들에게 던졌습니다.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태리, 스페인,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폴란드, 체코, 덴마크, 벨기에, 핀란드의 성인 총 12,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 커넥티드 카에 대한 그들의 기본적인 생각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설문1. 전체 응답자의 95% '데이터의 법적 보호 필요' 지적

전체 응답자의 76%가 일단 커넥티드 카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그리고 그 관심의 가장 큰 이유로 '안전'을 들었죠. 주행 시 발생하는 다양한 위험을 읽고 이에 즉각 대응하는 기능에서부터 도난 방지를 위한 첨단 기능 등에 우선 관심을 보인 것입니다. 또 응답자의 6%가 이미 자신의 차는 인터넷과 연결이 되어 있다고 답했고, 18%는 다음 차로 커넥티드 카를 선택할 예정이라고 했습니다.

자동차를 판매하는 영업사원들에게도 FIA는 질문을 던졌는데요. 설문에 참여한 영업사원의 56%는 커넥티드 카가 자동차의 안전을 높인다고 답했으며, 48%가 연비효율 및 친환경성을 높일 것이라고 응답했습니다. 또 39%의 영업사원이 커넥티드 카가 정체 구간을 피하는 데 유용할 것이라고 답했죠.


설문2. 커넥티드 카에 원하는 것은?

두 번째 질문은 '만약 당신이 커넥티드 카의 주인이 된다면 무엇을 원하겠는가'였습니다.  이에 대해 91%가 커넥티드 카의 상호 무선통신 기능을 내가 마음대로 켜고 끌 수 있길 바란다고 답했습니다. 90%는 내 데이터를 내가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있었으면 한다고 답했고, 78%는 자동차 수리를 어디서, 누구에게 받을지 직접 결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다. 그리고 76%는 언제까지 자신의 데이터에 접근할 수 있는지, 또 얼마나 되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지 등을 스스로 결정하고 싶다고 응답했습니다.


설문3. 커넥티드 카에 대한 우려되는 부분은?

끝으로 커넥티드 카에 대한 걱정스러운 점이 무엇인지를 물었습니다. 이에 대해 전체 응답자의 88%가 자신의 개인정보가 노출 되는 것을 걱정했습니다. 또 86%는 정보가 광고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우려했으며, 85%는 데이터가 도난, 혹은 해킹 당할 것을 염려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체 응답자의 70%는 현재 자동차 위치가 노출되는 것을 우려했습니다.

설문 결과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커넥티드 카에 대한 기대와 우려에 공통적으로 들어가 있는 핵심 단어가 '정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인터넷 시대를 살고 있는 현대인들이 과거에 비해 쉽게 정보를 얻고 있다는 점은 분명 장점입니다. 반대로 개인 정보 보호나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 등은 역시 가장 우려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바로 인터넷 시대의 장단점이 자동차에도 그대로 적용될 것을 기대하고, 혹은 우려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 자동차는 달리기만 하는 이동수단으로만 머물지 않게 됐습니다. 상호 통신을 통해 무수한 정보를 주고 받는 정보통신 기기의 역할까지 중요하게 수행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과연 인터넷으로 연결된 자동차는 우리의 교통 미래를 어떻게 만들까요? 자동차는 커넥티드 카라는 새로운 가능성, 혹은 위험성을 동시에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그것이 장밋빛 미래가 될지 잿빛 미래가 될지는 결국 인간의 태도, 우리의 선택에 달리지 않았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