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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현대차에게 못된 것 배운 도요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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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요타 리콜 사태가 좀처럼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습니다. 뿐만아니라 혼다까지 리콜이 확대되고 있어 일본 자동차 산업 전반에 가해진 타격이 만만치 않아 보이는데요. 과거, 1960년대 초반에 일본에는 "기술의 닛산"이라는 말이 있었습니다. 닛산이 높은 기술력을 통해 토요타와 함께 내수 시장에서 1, 2위를 다툴 때의 이야기인데, 그러던 닛산이 토요타에 밀린 건 "품질경영"을 내세운 토요타의 노력이 본격화 된 1970년대 초반부터였습니다.

 

그렇게 닛산을 밀어댄 토요타는 급기야 세계 최고 자동차 생산 메이커로 자리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토요타는 자신들을 벤치마킹하며 조금씩 성장하는 한국의 현대자동차가 은근히 신경이 쓰였던 모양입니다. 2005년 당시 토요타 사장이던 와타나베 가쓰아키가 현대차를 분해해봤다는 얘기가 한국의 한 언론을 통해 전해졌습니다. 더 나아가 이런 분해 작업이 이미 1999년에 이뤄졌다고 합니다. 토요타는 그렇게 비밀리에 현대차를 속된 말로 보고는 나름 충격을 받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 충격이란, 부품의 가격대비 성능이 뛰어났다는 것. 다시 말해서 좋은 부품이 가격이 엄청 저렴하더라~ 였던 것입니다.

 

현대 제네시스 분해도

 

공교롭게도 현대차 분해한 뒤마다(2000년, 2005년) 토요타는 부품구매비용 30% 삭감이다 원가절감운동 등이다 해서 강력하게 부품 가격들을 후리기 시작합니다. 그렇게 일본 내부 뿐만 아니라 해외 부품납품 업체들에게도 원가절감을 위한 부품가격 인하정책을 밀어붙이다 이번 사건들이 터진 것입니다.

 

뭐 꼭 원가절감= 이번 리콜사태라는 등식이 성립한다라고 말을 할 수는 없지만 품질경영으로 이룬 토요타의 아성이 이번 리콜사태로 휘청이게 됐다는 사실을 통해 대충 짐작은 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사실, 부품비용 30% 절감이라는 건 협력업체들 입장에서 본다면 엄청난 압박이 아닐 수 없습니다. 만약 이런 데이타를 한국부품 업체들에게 적용시켜 본다면 어떨까요?

 

우리나라 부품산업의 R&D(연구개발) 투자 비중은 외국 평균(4.2%)에 비해 낮은(3.4%)편입니다. 중소업체들만 따로 떼어놓고 본다면 2.6%로 더 낮게 나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일단은 우리나라 부품업체들의 규모가 작은 것에서 오는 이유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먹고 살기 조차도 힘든 낮은 이익율에 있다고 봅니다. 그럼 얼마나 낮은가?

 

2008년도 연간 매출액이 1000억을 넘는 우량 자동차 협력업체들 17개사를 보니까 2004년 219억을 냈던 평균 이익이 2008년엔 170억으로 줄어듭니다. 그나마 큰 회사들의 경우엔 이렇게 억억댈 수 있는 형편이니까 나은데요. 400여 개의 부품 업체로 확대시켜보면

 

                                      2008년 영업이익률 : 2.6%

                                      2009년 영업이익률 : 2.0%

 

한국 제조업 평균 5.9%의 절반에도 못 미치고, 심한 업체들은 1%...더 심한 곳들은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니...요즘 한국 시중은행들의 예금금리가 어느 정도인지는 모르겠지만 예금 금리와 비교되는 비참한 결과가 아닐 수 없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대자동차 계열사 부품업체(11개)들은 어떤가 보실까요?

 

                        

                                     1999년 영업이익률 : 7.7%

                                     2009년 영업이익률 : 9.3%

                                     현대모비스의 경우 : 14%

 

한 마디로 잘 나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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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모비스 물류공장 /양윤모기자yoonmo@hankyung.com 2005.06.0

 

 

매년, 협력업체들에게 원가할인률을 정해 통보를 해대는 통에 업체 사장님들 표현대로 그냥 '인건비 따먹기' 정도밖에 할 수 없는 부품업체들에게 무슨 연구개발을 바랄 수 있겠습니까? 또한 2차 3차 하청업체들의 경우, 현금 결제가 아닌 어금결제가 주 결제수단이다 보니 이를 현금화하기까지 길게는 7개월 가량이 걸려 회사로서는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상황이 더 힘들어지게 되는 것입니다. 연말 보너스다 설 상여금이다 해서 보너스 잔치 벌일 때, 힘없는 협력업체들 골방에서 피눈물 흘리고 있다는 거죠.

 

우스개소리로(사실은...사실임) 현대모비스 부품값으로 자동차를 조립하면 차가격이 3배 가까이 비싸진다죠. 이렇게 납품업체들은 쥐어짜고 자신들은 소비자들에게 4~5배나 비싼 가격에 팔아먹으니 어찌 이익률이 오르지 않겠습니까?

 

물론, 이러한 이유만이 영업이익의 전부는 아닐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쥐어짜기로 인해 협력업체들이 지금 부도 위기까지 (유동성 위기에 몰린 부품업체들이 30%정도라 함.) 몰리고 있다는 사실을 현대자동차는 알까요 모를까요? 특히나 현대자동차에 부품을 대는 업체들의 상황이 르노삼성이나 대우 심지어 쌍용에 납품하는 업체보다도 더 상황이 나쁘다는 걸 알까요 모를까요?

 

이번 토요타 리콜사태를 통해 현대와 토요타는 더 닮아진 듯 보입니다.무슨 말이냐...현대의 롤모델인 토요타의 기본은 품질경영이었습니다. 현대자동차의 정몽구 회장의 경우도 언론을 통해 보면 항상 외치는 말이 품질..품질..품질..이라고 합디다. 그런데 토요타는 그 놈의 비용절감에 몰입하다 이런 꼴을 당했고, 현대자동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의식 역시 품질 보다는 원가절감에 민감한 회사라고 느끼고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판매자의 입장에서 원가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외면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많은 기업들이 그렇게 원가절감을 위해 노력합니다. 그러나 너무 과하게 초점이 맞춰졌을을 때 일어날 비극적 결과는 거의 재앙수준이라는 것, 그 욕심의 열매가 무엇인지를 이번 일본차 파동을 통해 우리는 분명히 보았습니다.

 

협력업체들 쥐어짜고 비틀어 피를 빨아먹는 장사꾼이 아니라, 공생하고 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열매를 나눌 줄 아는 기업이 되길 바랍니다. 더불어 고객감동은 고사하고 고객하대, 고객무시, 고객에 책임전가 식의 경영패턴을 진정한 고객감사의 마인드로 되돌려야 합니다.

 

토요타가 정말 현대차에서 원가절감을 배웠는지는 모르겠지만 현대차 분해 때마다 자극을 받은 토요타 경영진은 원가절감에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토요타는 치명상을 입었습니다. 만약 현대자동차가 이런  사실에 눈뜨지 못하고, 아니 모른 척 외면한다면, 토요타 파동의 자리엔 현대자동차의 이름이 대신하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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