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일의 모 자동차 전문지가 지난 10년 동안 모터쇼 등을 통해 소개된 컨셉카들 중 베스트라고 할 만한 30여 자동차를 선정해 발표했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들여다 보니 썩 공감이 안되더군요. 그래서 제 나름 지난 5년 동안 각 종 모터쇼에 출품됐던 컨셉카들 중 최고였다고 생각한 것 10대를 뽑아봤습니다.
주관적인 잣대에 의해 선정된 것이라 역시 공감하지 못할 분들도 많으실 텐데요. 과연 여러분의 생각과 차이가 있다면 얼마나 있는지, 그리고 '아, 이 모델은 나도 베스트로 꼽고 싶다'라고 할 만한 공감된 모델은 또 뭐였는지, 금요일을 맞아 모처럼 가벼운 마음으로 읽어보실 내용으로 준비해봤습니다. 확인해보실까요?
<지난 5년 모터쇼를 빛낸 베스트 컨셉카 10>
10위 : 캐딜락 엘 미라지(Elmiraj, 2013년 LA모터쇼)
사진=netcarsh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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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컨셉카들이 그렇듯 캐딜락 엘미라지 역시 과거 자신들의 대표적 모델에서 영감을 얻어 새롭게 해석을 해서 내놓은 모델입니다. 60년대 캐딜락을 대표했던 엘도라도가 그 주인공이죠. 이 컨셉카는 500마력에 최대토크가 69.3kg.m 수준의 강력한 힘을 자랑합니다. 5미터가 넘는 큰 차이지만 측면 라인은 캐딜락의 강한 직선 이미지를 탈피해 심플하면서 고급스러운 느낌을 잘 보여줬습니다.
역시 컨셉카의 경우 스포츠카나 쿠페 형식의 세단과 SUV가 대세라 할 수 있는데 엘미라지 역시 그런 분위기를 고스란히 담아냈다고 보여집니다. 실내 보다는 외관, 특히 배기구 입구 등은 미국 차 답지(?) 않게 세련되고 디테일하게 디자인 되었는데요. 캐딜락도 이런 디자인 할 줄 안다는 걸 보여준 그런 의미에서 10위에 이름을 올려 보았습니다. 엘미라지는 미국의 호수 이름에서 따온 것이라고 하네요.
9위 : 혼다 NSX 컨셉카 (2012년 디트로이트모터쇼)
사진=netcarsh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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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단종되었던 일본을 대표하는 최고 스포츠카가 다시 세상에 선을 보였습니다. 원래는 좀 더 일찍 나올 수 있었지만 2008년 세계적인 경기불황 등으로 아예 출시 계획 자체가 엎어지는 등, 우여곡절 끝에 이젠 양산을 눈앞에 두게 됐습니다. 처음엔 올해 판매할 것이라고 얘기가 됐지만 다시 내년 봄으로 밀렸죠. 그래도 벌써부터 예약분이 매진되는 등, 과거의 명성이 고스란히 재현될 거라는 믿음을 갖은 전 세계 팬들이 목놓아 이 차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400마력의 힘을 자랑하고 있고, 페라리 458과 아우디 R8을 경쟁자로 지목하기도 했는데요. 당시 모터쇼를 찾았던 독일 자동차 전문지 기자들의 기대에 찬 멘트와 모습은 아직도 기억에 생생하게 남아 있습니다. 세금 포함하면 2억은 넘어갈 거라죠. NSX와 경쟁 모델이 될 아우디 R8 등이 모두 어벤져스라는 영화를 통해 관심을 받았다는 점도 재밌습니다.
8위 : 폴크스바겐 타이군 (2012년 브라질 상파울루모터쇼)
사진=VW
사진=VW
사진=V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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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브라질, 2014년에는 인도의 모터쇼에서 소개된 바 있는 경차급 SUV 컨셉카 타이군은 귀여운 얼굴에 어디 하나 흠잡을 데 없는 균형미를 보여주고 있는 모델입니다. 차의 길이가 3859mm로 기아 모닝과 프라이드 사이에 들어가는 굉장히 작은 SUV 컨셉카인데요. 남미와 인도 등 신흥 시장을 겨냥해 1.0리터 3기통 가솔린 엔진(110마력)이 들어가 있습니다. 양산된다면 실내는 더 단순해져서 다소 심심해질 수도 있을 것 같지만 최근 터진 폴크스바겐의 각 종 비리로 인해 이 차의 양산은 현재 상당히 어렵지 않냐는 전문가들의 평가가 있습니다. 원래는 2리터 디젤엔진을 끙끙거리고 집어넣어 유럽에서도 판매를 할 계획도 갖고 있었던 모델입니다. 아쉽네요.
7위 : 기아 스포츠스페이스 (2015 제네바모터쇼)
사진=netcarshow.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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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껏 한국 브랜드에서도 하나 집어 넣은 것 아니냐 생각할 분들 계실지 모르겠지만 기아의 스포츠스페이스는 국적과 상관없이 충분히 순위에 이름을 넣을 수준이라고 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좀처럼 보이 힘든 왜건형 컨셉카라는 점도 신선했고, 전체적인 균형감과 세련된 이미지가 사람들의 시선을 확 잡아 끌 수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뒤쪽이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게 좀 단점이라면 단점이지만 전면부 디자인은 경쟁 브랜드 디자이너들에게 신선한 자극제가 되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네요.
기아 유럽법인 대표가 내년 하반기에 양산형 모델이 나올 거라고 했다니까, 유럽 시장에서 기아의 중형 왜건 바람이 불 수 있을지 기대를 해보게 됩니다. 다만, 요즘 양산형에 적용되는 기아의 그릴이 아닌 저 컨셉카에 가까운 모습이 되어야 하지 않겠나 합니다. 특히! 요즘 애용(?)하는 안개등 그 이상한 거 넣지 마시고요. 아쉽게도 아직은 내수시장에 출시한다는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는데요. 이 정도면 왜건의 무덤이라는 우리나라에서도 기본은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은데, 역시 관건은 가격이겠죠?
6위 : 재규어 프로젝트 7 (2013년 굿우드 페스티벌)
사진=재규어
사진=재규어
사진=재규어
사진=재규어
재규어의 스타일은 늘 박수받죠. 이 컨셉카 역시 뜨거운 관심을 받았고, 결국 250대 한정이긴 하지만 양산 판매가 결정되기도 했습니다. 1951년부터 1990년까지 르망내구레이스에서 7차례 우승한 것을 기념한 모델로 V8 5.0리터 엔진은 550마력의 힘을 자랑하고 있고 최고속도 300km/h까지 낼 수 있습니다.다만 이 차는 하드탑도 소프트탑도 없는 완전 개방형 모델인지라 정말 날씨 봐가면서 타야하고 함부러 야외에 주차해 놓기도 어렵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컨셉카는 1인승이지만 양산형은 조수석이 생겼습니다.
5위 : 오펠 몬자 컨셉카 (201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사진=오펠
사진=오펠
사진=오펠
사진=오펠
201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에는 그 어느 때보다 멋진 컨셉카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TOP2에 들어도 될 만한 것이 바로 오펠의 몬자 컨셉카가 아닌가 싶습니다. 당시 관람객들이 뽑은 최고의 컨셉카에서도 3위의 성적을 받기도 했는데요. 1970년대 판매된 쿠페의 이름이기도 한 몬자 컨셉카는 제발 이대로 출시할 수 없겠냐는 이야기를 여기저기서 들었을 만큼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마크 아담스라는 디자이너의 역작으로, 오펠 디자인이 좋아지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요즘 오펠 차들 디자인이, 아~주 좋습니다.
4위 : 프로쉐 미션E (2015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사진=포르쉐
사진=포르쉐
사진=포르쉐
사진=포르쉐
사진=포르쉐
포르쉐의 미선이는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이 차가 보여주고 있는 기술적 완성도 때문에 높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게 됐습니다. 포르쉐의 첫 순수전기차이면서 1회 완충으로 최대 500km라는 굉장한 (물론 포르쉐의 주장이긴 하지만) 거리를 달릴 수 있습니다. 또 급속충전의 경우 15분이면 80%까지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데요. 테슬라를 단단히 겨냥하고 나온 모델이라 그런지 단순 스펙상으로 테슬라 이상의 결과물을 내놓았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600마력에 제로백 3.5초의 강력한 힘은 물론이고 운전자의 자세가 바뀔 때마다 디스플레이도 운전자와 최적화되도록 스스로 조절이 된다고 하는군요. 과연 포르쉐에 근무하는 외계인 엔지니어 집단은 앞으로 어떤 전기차로 사람들을 놀라게 할지(제발 나쁜 걸로 놀라게 더이상 하지 말고) 기대를 해보겠습니다.
3위 : 미니 로켓맨 (2011년 제네바모터쇼)
사진=미니
사진=미니
사진=미니
사진=미니
사람들의 체형이 커지고, 안전 규정이 강화되면서 자동차들은 점점 이전 보다 커지는 추세를 보이고 있죠. 작다라는 뜻의 영국산 MINI 역시 그런 흐름에 역행할 순 없었습니다. 심지어 차체를 잡아 늘린 듯한 미니 클럽맨, 더 나아가 SUV 스타일의 CUV 컨트리맨까지 나왔고, 결국 기본 모델에 문짝을 4개만 달아 4도어 미니가 이제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늘 미니가 좀 더 미니다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들을 합니다. 그리로 4년 전 MINI는 마치 처음 그 때로 돌아간듯 작고 예쁜 컨셉카 미니 로켓맨을 선보입니다.
로켓맨을 본 사람들 이구동성 "이 차 양산해라!"라고 외쳤습니다. 여성들은 꼬집어 주고 싶을 정도로 귀엽다며 "어머 어머~"를 연발했죠. 반응이 뜨겁자 그 때부터 실제로 이 차가 나오느냐 마느냐로 많은 얘기들이 오갔고, 작년부터는 좀 더 구체적인 출시 계획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왔습니다. 현재로서는 양산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아직도 100% 단정할 순 없어 보입니다. 언제 어떻게 상황이 돌변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또 로켓맨의 이 뛰어난 디자인이 양산차에 얼마나 반영이 될 것인지도 약간은 걱정을 하게 하는 부분입니다. 그러나 미니가 미니다워진다면, 그걸 반겨 맞을 사람들은 충분히 많다는 거, 제조사도 알고 있겠죠?
2위 : 메르세데스 F015 럭셔리 인 모션 (2015 소비자가전전시회 CES)
사진=다임러
사진=다임러
사진=다임러
사진=다임러
자동차회사들이 몇 년 전부터 세계 가전 전시회에 기웃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자동차가 이제는 IT와 접목되면서 더 이상 기계덩어리로서만이 아닌, 정보통신과 엔터테인먼트 기능이 접목이 되면서 훨씬 다양한 가치를 실현하게 될 것이라는 것임을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라 할 수 있겠는데요. 올 초 그 정점을 찍은 자동차 한 대가 사람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메르세데스 F015 럭셔리 인 모션은 2030년이 되면 자동차가 이렇게 바뀔 것임을 2015년에 예언하듯 재현해낸 모델이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탑승인원을 입력하면 자동차가 스스로 탑승자들 앞으로 달려와 서고, 다가가면 자동으로 문이 열리며, 탑승자를 위해 친절하게도 의자는 30도 가량 방향을 틀어 앉을 때의 부담을 최소화 해줍니다. 37인치 거대 디스플레이들은 초고화질을 자랑하고 손으로 터치하고, 손동작을 인식하며, 사람 눈을 추적해 반응하는 각 종 첨단 기술들이 망라돼 있었습니다. 마치 거실에 앉아 다양한 정보를 취하고 오락을 즐기는 듯하게 해 놓았습니다. 직접 운전을 할 수 있지만 알아서 가라고 맡겨둬도 그만입니다. 이제 자동차가 생활공간으로써의 역할을 하게 된 것입니다. 아니, 그렇게 될 거라고 벤츠는 F015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1위 : 볼보 컨셉 쿠페 (201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
사진=볼보
사진=볼보
사진=볼보
사진=볼보
사진=볼보
강함과 부드러움, 단순함과 우아함 등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볼보 컨셉 쿠페는 단연코 최고의 컨셉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앞서 오펠 몬자 컨셉이 2013년 프랑크푸르트모터쇼의 컨셉카 TOP2에 든다고 말씀 드렸는데 바로 이 녀석이 버티고 있어서 최고 자리는 차지할 수 없었다고 봅니다.독일 양대 자동차 잡지의 기자들이 모터쇼에 새 차들이 등장할 때마다 베스트와 워스트 모델을 꼽는데, 이 때만큼은 큰 이견 없이 이 차를 베스트롤 뽑기도 했었습니다.
볼보가 1960년대 내놓은 첫 번째 쿠페 P1800의 명성을 21세기 스타일로 재해석한 이 모델은 볼보의 디자인이 완전히 새롭게 바뀔 것임을 선언한 모델이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뒤를 이어 컨셉 XC90이 등장했고 결국 XC90이 먼저 판매되면서 새 패밀리룩의 시대가 열렸음을 증명했습니다. 페터 슈라이어와 함께 폴크스바겐 내에서 관심을 받던 토마스 잉엔라트는 페터 슈라이어가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조용히 지켜봐야 했는데요. 그는 결국 볼보로 자리를 옮기며 그 동안 담아뒀던 자신의 모든 디자인 에너지를 이 차에 쏟아낸 것으로 보입니다.
만약 이 컨셉카의 느낌이 제가 원하는 정도로 살아 양산형 세단으로 나오게 된다면 저의 다음 차는 어떤 고민도 없이 볼보가 될 것입니다. 하지만 XC90에서 보듯 너무 힘을 빼버리면, 그냥 이 컨셉카로만 만족해야 될 거 같네요. 놀랍도록 매혹적이고 아무리 봐도 질리지 않는 볼보 컨셉 쿠페. 부디 이 느낌이 끝까지 잘 살아 있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재밌게 보셨는지 모르겠네요. 순위에는 못 들었지만 혼다 기어나 알파 로메오 4C 컨셉카 등도 충분히 멋졌습니다. 하지만 10대만 꼽아야 했기에 아쉬움을 남기고 순위밖에 두어야 했습니다. 만약 반응이 나쁘지 않으면 다음에는 기괴하거나 우스꽝스러운, 혹은 과하다 못해 가늠이 잘 안되는 그런 컨셉카 베스트10으로 다시 한 번 찾아 뵙도록 하겠습니다. 즐거운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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