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클래스 공개로 독일에서 불붙은 패밀리룩 논쟁

지난 번 신형 E클래스와 신형 BMW 5시리즈의 '자동화'에 대해 이야기를 드렸었죠. 이번에는 디자인에 대한 독일 내 논란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려 합니다. 며칠 전 신형 E클래스가 공개가 됐고, 지금 펼쳐지고 있는 디트로이트모터쇼에 참석한 독일 기자들이 신형 E클래스를 직접 본 느낌 등을 계속 보내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 해 기준 독일에서 E세그먼트 신차 판매 점유율을 보면 아우디 A6 (32.5%), BMW 5시리즈 (31.7%), 메르세데스 E클래스 (30.4%) 순이었습니다. 사실 이 세 모델은 해외에서의 판매량이 더 많기 때문에 독일에서의 순위 싸움만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닐 텐데요. 그래도 독일 프리미엄 3사 맏형이자, 그 중에서도 E세그먼트에서 가장 오래된 녀석인지라 세 번째 순위는 자존심이 상할 법도 할 것 같습니다.

물론 세 모델들 중 가장 오래됐다는 표현이 잘못됐다 생각하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 BMW 5시리즈가 1972년 등장했으니 1984년에 나온 E클래스나 1994년에 나온 A6 보다 더 빠르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는 작명법 기준이고, 세그먼트 줄기를 타고 뿌리까지 내려가 보면 E클래스는 W136이라는, 2차 세계대전 이전부터 판매되던 모델까지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거, 이야기가 좀 잠시 샜는데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 보죠.

E클래스로 명명된 이후 나온 다섯 번째 모델 W213 E클래스 / 사진=다임러

괜찮은 디자인 

하지만 E클래스만의 존재감 사라져

여러 자동차 관련 매체들에 달린 독일 네티즌들의 반응은 크게 두 가지였습니다. 긍정적인 반응은 4세대 보다 디자인 자체로만 보면 더 낫다는 것이었죠. 더 고급스럽고 세련된 스타일이 마음에 든다는 얘기들이 꽤 많았습니다. 반대로 디자인 자체는 좋아졌지만 이미 S클래스와 C클래스를 통해 적응이 되어 있고, 무엇보다 E클래스만의 존재감이 사라진 점이 아쉽다면서 너무 세그먼트 사이의 구별이 어려워졌다는 비판들이 또한 많았습니다.

한 마디로, 디자인 그 자체는 불만이 없는데 상하위 세그먼트와 변별력이 떨어지는 건 좋은 점수를 줄 수 없다는 것입니다. 독일의 한 자동차 기자는 모터쇼 현장에서 E클래스를 보고 "아우디가 쌍둥이룩이라 불린 그 함정에 메르세데스도 빠진 게 아닌가 싶다." 라며 아쉬움을 전해 오기도 했습니다. 그러면 이쯤에서 어느 정도 닮았는지 한 번 비교해서 볼까요?

사진=다임러

세 개의 모델이 있습니다. 위에서부터 순서대로 C클래스 (D세그먼트), E클래스 (E세그먼트), 그리고 S클래스 (F세그먼트)인데요. 자동차 잘 모르는 분들이 보면 뭐가 뭔지 구분을 못할 정도로 닮아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그릴 아래 공기 흡입구 디자인이 셋 다 다르다는 것, 그리고 E클래스 헤드램프의 경우 주간등이 두 줄로 되어 있다는 점, 그리고 S클래스의 경우 그릴 가로 줄이 하나 더 있다는 것 등이 눈에 띄는 수준이라 하겠습니다. 뒷모습은 더 닮았는데요.

사진=다임러

사진 여러 장을 마구 섞어 놓은 후에 제대로 찾아 보라고 하면 헷갈려 할 분들 많을 겁니다. 그 정도로 닮았습니다. 그나마 뒷모습은 C200이니 E350이니 S500이니 하는 표시가 붙어 있으니 구별하는데 도움을 받겠지만 어쨌든 전체적으로 보면 세 모델 익스테리어의 변별력은 분명 떨어집니다. 그럼 이전 모델들은 어땠는지 한 번 볼까요?

사진=다임러

좌측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C클래스, E클래스, E클래스 부분변경 모델, 그리고 S클래스입니다. 헤드램프의 디자인이 일단 모델별로 구분이 되죠? 적어도 이번 신형들과 비교하면 그렇습니다. 그리고 W210부터 적용되었던 E클래스의 특징인 트윈 헤드램프도 부분변경 되기 전의 4세대까지 그대로 유지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디자인이 부분적으로 바뀌며 하나로 합쳐지고 말죠. 이미 이 때부터 E클래스의 디자인 변화는 예고되었다 볼 수 있습니다. 

*S클래스까지 포함해 비교해드리기 위해 아방가르드가 아닌 엘레강스 라인으로 비교를 했으니 참고 바랍니다.

이처럼 C클래스와 S클래스 사이에서 다른 스타일을 하며 구분점이 되어 주었던 E클래스가 이번에 그 역할을 포기하면서 사람들의 아쉬움이 컸던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세그먼트 간 패밀리룩의 농밀한 유사성은 비단 메르세데스에만 국한된 것은 아닙니다. 영국 재규어도 그렇고, 새로운 패밀리룩을 한 볼보 역시 정면샷만 놓고 보면 앞으로 이런 논쟁을 겪을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리고 이 부분에서 늘 얘기되는 대표적 브랜드 아우디를 빼놓을 수 없겠죠.

사진=아우디

맨 위 모델이 아우디 A5, 중간이 A6 부분변경 전 모델, 그리고 아래는 A8 모델입니다. 늘 디자인이 뛰어난 브랜드로 평가되고 있는 아우디이지만 세그먼트 사이의 차이점이 적어 언제부턴가 '쌍둥이룩'으로 불리기도 합니다. 그나마 최근엔 새 모델이 나오고 부분변경이 되면서 체급 간 디자인 구분이 쉬워진 상태죠.

사진=아우디

맨 위에 것이 이번에 새로 나온 A4 모델이고 그 아래가 A6의 부분변경 모델, 그리고 맨 아래가 부분변경을 거친 아우디 A8 모습입니다. 그나마 처음에 보여드린 것 보다는 구분이 쉽습니다만, 디자인이 A4의 형태로 바뀌게 될 A6과 A8 신형이 나왔을 때, 다시 한 번 쌍둥이룩 논란이 나오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물론 그걸 피해 모델 사이에 변화를 준다면 얘기는 또 달라지겠죠. 이왕 보여드린 거, 비교적 디자인 유사성 논란이 그나마 덜한 BMW의 경우도 한 번 보시죠.

사진=BMW

 순서대로 3시리즈 부분변경 모델, 5시리즈, 그리고 신형 7시리즈입니다. 위에 보여드린 벤츠나 아우디 보다는 좀 구분이 쉽지 않나요? 물론 올 연말에 공개될(판매는 내년 초 예상) 신형 5시리즈의 예상도를 보면 7시리즈 신형의 모습에 가까와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2018년 출시될 신형 3시리즈의 예상도 등을 보면 5시리즈와 7시리즈와는 또 다른 이미지를 주지 않겠나 예상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패밀리룩에, 그것도 세그먼트 사이에 변별력이 떨어질 정도로 닮은 디자인을 하는 걸까요?

브랜드 디자인 정체성 강화

하지만 '식상하다'는 부담도

고급 브랜드뿐만 아니라 양산형 브랜드까지 모두 일관성이 유지되는 디자인을 추구하는 이유는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함입니다. 누가 봐도, 어떤 모델을 봐도 그것이 벤츠임을, 아우디임을 알 수 있게 하려는 의도인 것이죠. 하지만 패밀리룩의 위험성은 매우 유사한 디자인이 지속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신선도가 떨어진다는 것에 있습니다. 신차에 대한 디자인 감흥이 덜할 수밖에 없겠죠. 

아우디가 디자인의 변화를 세세하게 주고는 있지만 오랜 세월 비슷한 이미지를 계속 고수한 탓에, 그리고 전 모델에 걸쳐 비슷한 룩이 적용된 탓에 신차가 나올 때마다 디자인에 대한 불만어린 목소리들이 계속 따라붙고 있는 것입니다. 또 제조사들이 배기가스와 연비 등에 투자를 늘리고 있고, 자율주행 등 첨단 기능 등에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디자인에 대한 관심이나 투자가 적다는 점도 이런 논란을 키우는 하나의 요인으로 볼 수 있습니다.

핵심 요소는 유지하되, 모델 사이의 차별화 더 했으면

이번 신형 E클래스의 등장으로 메르세데스의 세단 기본 라인업(C,E,S)에 대한 디자인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히려 전면부와 후면부, 그리고 측면까지 너무 닮아 있어 아우디 디자인 논란을 능가하는 비판이 계속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소비자 입장에서 바란다면, 브랜드가 갖고 있는 디자인 전통과 핵심 요소는 그대로 살리되, 세그먼트 사이에는 좀 더 분명한 차이를 두는 방향으로 패밀리룩 방향이 잡혔으면 합니다. 이미 우리는 삼각별만으로도 한 집안 형제인 거 다 알고 있으니까요.

사진=다임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