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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자동차 세상/Auto 이야기

'뜨거운 감자되나?' 계속되는 유로6 논란


작년 하반기부터 디젤 관련 소식을 자주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특히 디젤차의 천국이라는 유럽에서 계속 논란이 될 만한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는데요. 디젤 인기가 높은 요즘 우리나라 시장 분위기에 반하는 내용인지라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래도 꼭 알아야 할 내용이 아닌가 싶어 조심스럽게 오늘 내용을 준비해봤습니다. 


디젤 배기가스 논란은 진행 중

세계보건기구 산하 국제암연구소는 2012년 디젤 엔진에서 나오는 배기가스를 1급 발암물질로 규정을 한 바 있죠. 디젤 배기가스에 대한 논란이 그 동안 있어 왔지만 이처럼 국제기구 차원의 발암물질 규정으로 인해 디젤 논쟁은 더 격화됐습니다. 또 프랑스 정부와 파리시는 노후 디젤차량들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디젤차의 통행을 제한하는 방향으로 정책들이 이미 돌아선 상태입니다. 


무엇보다 이런 분위기에 힘을 실어주는 실험 결과들이 계속해서 독일에서 나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요즘은 유럽 차원의 새로운 대응책을 세워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처럼 디젤에 대한 경고가 끊이지 않는 이유는 배기가스의 핵심인 분진(PM)과 질소산화물(NOx)이 우리 인체에 매우 해롭기 때문인데요. 특히 질소산화물에 대한 우려가 큰 편입니다.


배기가스 저감장치와 후처리 장치들을 통해 배출물질을 조절하고 있고, 특히 유로6처럼 강력해진 규제 기준이 마련돼 더 이상 디젤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반론들이 있습니다만, 그 믿었던 유로6이 과연 믿을 만한 것인지를 의심케 하는 결과들로 인해 자칫 유로6이 믿는 도끼에 발등을 찍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게 됩니다. 


BMW 3시리즈 배기구/ 사진=BMW


전혀 다른 두 개의 테스트 결과

얼마 전 유럽 최대 규모(회원1800만 명)의 운전자 클럽 독일 아데아체 (ADAC)는 유로6과 관련한 테스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BMW 320d, 마쯔다6, 그리고 VW CC 등, 유로6 기준에 맞는 디젤차 세 대를 이용해 연비 및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한 것인데요.


10만 킬로미터라는 긴 주행 거리를 달렸고, 2만 5천 킬로미터마다 연비의 변화 및 배출가스 배출량을 기록했습니다. 결과는 세 대 모두 기준치를 넘지 않는다는 합격 판정.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높였을 때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증가하기는 했지만 전체적으로는 기준치 이내의 결과였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요즘 가장 확실한 배출가스 조절기능을 하는 것으로 평가되는 요소촉매저감장치(SCR)를 장착한 VW CC는 320d(촉매변환장치)와 마쯔다6(인-실린더 연소장치) 보다 더 좋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이 결과가 나오고 나서 곧바로, 전혀 다른 결과가 또 다른 테스트를 통해 발표되게 됩니다.


독일 남부 바덴 뷔르템베르크주의 환경보호 평가 연구소(이하 LUBW)는 아데아체가 합격을 준 세 대의 차량과 똑 같은 모델들을 가지고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측정했고, 결과는 세 차량 모두 불합격 판정을 받았습니다. 그냥 불합격 정도가 아니라 기준치 보다 최대 8.5배나 많은 질소산화물이 측정된 것이죠.


LUBW의 배출가스 측정 결과를 소개하고 있는 독일 자동차 전문지 아우토빌트/사진=스케치북다이어리

유로6은 질소산화물의 경우 80mg/km를 넘지 않으면 합격입니다. 그런데 LUBW의 결과를 보면 VW CC는 도심에서 234-512.9mg/km의 질소산화물이 배출했고, BMW 320d는 129.8-659.6mg/km가, 마쯔다6의 경우는 348.0-676.5mg/km가 배출됐습니다. 왜 두 기관의 결과는 이처럼 달랐을까요?


배출가스 측정 방법 자체가 달라

아데아체는 현재 유럽에서 사용하고 있는 NEDC 방식으로 연비를 측정했고 배출가스 역시 실내 측정소에서 확인했습니다. 그에 반해 LUBW는 RDE(Real  Driving Emissions) 방식으로 측정을 했죠. RDE라는 것은 이동식 배출가스 측정장치를 차에 달고 실제 도로를 달리며 배출가스를 측정하는 것을 말합니다. 즉, 방식의 차이가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사실 이번 LUBW의 결과가 나오기 전, 이미 국제 환경운송 연구기구(ICCT)이라는 독일 기관은 훨씬 더 정교하게, 긴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유로6의 문제점을 지적했습니다. 역시 RDE 방식으로 15대의 유로6 기준에 든 자동차들을 테스트했고, 1개의 모델을 제외한 14대가 모두 기준치를 평균 7배 이상 초과한 질소산화물을 쏟아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심지어 일부 모델들은 24배나 많은 양의 질소산화물이 배출해 ICCT 조차 입을 다물지 못했습니다.


RDE 방식으로 배출가스 테스트하고 있는 모습/사진=ec.europa.eu



정치인들과 EU의 압박

이처럼 RDE 방식을 통해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유로6 기준 안에 드는 자동차가 거의 없다는 것이 계속 밝혀지면서 독일 일부 정치인들과 유럽연합 등은 2017년부터 적용될 연비측정법 WLTP 도입 때 배기가스 측정법도 RDE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RDE방식으로 배출가스 측정법이 바뀌었을 때 과연 제조사들이 당장 유로6 기준을 맞출 수 있을 것인지부터 따져 봐야 할 것 같습니다. 또 기준에 맞게 기술이 개발되었다 해도 차량 가격이 급격하게 상승할 수 있어, 자동차 제조사와 석유업계 등은 RDE 방식 도입을 놓고 EU위원회와 팽팽한 기싸움을 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마치 디젤 배기가스 최후의 보루처럼 얘기하던 유로6 기준이 사실은 현재 제조사들 기술로는 도달하기 어려운 기준점이라고 한다면, 그래서 질소산화물이나 분진 등의 배출이 제조사들 발표 보다 더 많이 발생한다면, 이 문제는 경제적 관점에서만 따질 게 아닌, 보다 큰 틀에서 바라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로 인식되어져야 할 것입니다.


운전자들, 디젤배기가스의 위해성에 관심을 가져야

개인적으로 디젤차를 몰고 있고 또 석유 관련단체로부터 항의성 메일을 받기도 해서, 디젤을 논란의 중심에 굳이 세워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 하나 편하자고 이런 중요한 문제를 외면해선 안되겠죠. 더군다나 디젤 열풍이 불고 있는 우리나라 분위기를 잘 알고 있기에, 보다 많은 분들과 디젤 배기가스 문제를 함께 짚어가고자 합니다. 앞으로도 디젤 관련, 유로6 관련한 유럽 현지 소식을 놓치지 않고 전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여러분도 디젤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여 주시기 바랍니다.